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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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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87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4.19 12:20
조회
131
추천
2
글자
12쪽

수상한 만남

DUMMY

도시의 시장이라고 해도 온갖 물품이 쌓여있거나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다.

기스터의 출현 후 물자의 수송이 힘들어지자 물건 가격도 올랐고 주요 고객 중 하나인 용병들도 2년 전 전투에서 그 수가 많이 줄어버려 한산할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꽤 사람이 많군.”


“최근에 낸 공고를 보고 한몫 잡으려는 상인들까지 몰려왔나 보네”


공고 때문에 어느 정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북새통이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 탓에 돌아다니는 것조차 힘 것이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활기찬 분위기가 썩 싫지만은 않다.


“좀 더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필요한 물품만 챙기고 바로 떠나자”


“뭐~? 모처럼 도시에 왔는데 맛있는 음식이나 침대에서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않고 가겠다고?”


“싫으면 따라오지 말던가”


“쳇~”


프란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을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괜히 시간을 낭비해봤자 정작 목적지인 그랑드 엔 트로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헤맬 가능성이 높다. 중계지점인 레도니아 조차도 이런 성황인데 그곳은 더구나 상상 이상으로 붐빌 테지.


“너무 아쉬워하지 마. 목적지에 도착해서 편히 쉬면 되니까”


평범하게 걸어가면 10일, 레도니아에 올 때처럼 강행군한다면 일주일이면 도착을 할 것이다. 모집 기간까지 앞으로 2주도 더 남았지만, 오늘처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최대한 변수를 없애고 싶다.

결국 물과 식량 같은 필수품들만 구입하고 떠날 채비를 한다.


“응?”


시장을 거의 다 빠져나온 곳에 홀로 물건을 좌판에 늘어놓고 쭈그려 앉아 있는 상인이 눈에 띄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좌판 위에 올라와 있는 하나의 물건에 눈이 갔다.


‘검은색 바탕에 끝부분이 빛나는 금색··· 설마?’


“오? 용병인 것 같은데 이런 물건에도 관심 있나?”


낯익은 깃펜을 유심히 보고 있었더니 과연 상인도 나를 눈치 채고 말을 건네 온다. 의외라는 얼굴과 한편으로 그다지 기대를 하고 있지 않는 말투다.


“이 깃펜··· 어디서 났나?”


“아아~ 그 깃펜? 희한하지, 나도 그런 깃펜은 구입한 적 없는데 오늘 장사를 시작하려고 짐을 풀어보니 안에 있더란 말이야”


“그 말 거짓은 아니겠지?”


“참나, 왜 갑자기 시비야? 안 살 거면 그냥 가쇼! 성질 돋게 하지 말고”


짜증내는 상인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진짜인 듯하다. 어제 깃펜을 보았을 때는 날도 그리 밝지 않았고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다.


“음, 기분 나빴다면 사과하지. 어디서 많이 본 깃펜이라서 예민했던 것 같다.”


“뭐, 사실 나도 이런 출처를 알 수 없는 물건은 기분 나쁘지만 팔 수 있는 것은 전부 파는 게 신조라서 말이야.”


“그럼 사과의 뜻으로 그 깃펜은 내가 사도록 하지. 얼마면 되겠나?”


“오, 그래 주겠어? 그럼 단돈 10딜에 팔도록 하지!”


상인은 일단 좌판에 내놓기는 했지만, 상당히 꺼림칙했던 것 같다. 깃펜은 화려한 문양이나 장식 없이 그저 깃털이 특이한 정도로 수수하다. 하지만 잉크가 묻은 흔적도 없는 신품을 10딜에 내놓는 것은 꽤 파격적이다.

구매한 깃펜을 품 안에 넣고 상인과 헤어진 후 레도니아 북측 입구를 나선다. 숲속으로 걸어가고 있으면 프란이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묻고 싶은 게 있다는 얼굴을 한다.


“할 말 있으면 말해”


“아까 산 깃펜, 아는 사람 거야?”


프란은 내가 무엇에 쓰려고 샀는지가 아니라 꼭 집어서 아는 사람의 것이냐고 묻는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응? 그야 넌 글 쓰는 것에는 취미가 없어 보이는 주제에 상당히 중요한 물건인 듯했으니까. 그럼 아는 사람의 유품? 같은 것이 아닐까 해서지”


“···어제 잠시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이 가지고 있던 깃펜이다. 죽어버렸지만”


“아···”


사실 지금은 나도 이것이 그 노인의 물건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어제 분명히 그의 품 안에 넣어 무덤까지 만들었는데 그사이에 땅을 파헤쳐서 빼 왔을 것 같지는 않고 또 다른 물건이라기에는 너무 똑같이 생겼다.


“아마, 똑같이 생긴 별개의 물건이겠지. 그저 신경 쓰여서 구매한 것뿐이야.”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노인의 무덤을 파보는 것이 빠르겠지만 다시 레도니아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고인을 모독하는 행위는 하고 싶지 않다.

그 이후로는 며칠 동안 특별한 대화 없이 묵묵히 걷기만 했다.

레도니아에서 그랑드 엔 트로까지는 거의 외길이고 목적지에 다가갈수록 우리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라이아스공작의 이름이 미치는 효과가 크긴 한가봐? 마치 대륙에 남은 모든 용병들이 몰려오는 것 같아”


“연합군에 속해 있었던 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지. 2년 전에 대부분의 용병이 죽어버렸지만 그의 부대에 소속되어 있던 용병은 대다수 살아남았다고 하더군.”


“흠~난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서 그런지 딱히 와닿지 않네.”


“연합군에 참가하지 않았나?”


“난 전쟁보다는 유적탐사나 사냥이 전문이라서”


“과연. 곱게 자란 아가씨란 소리군”


“···지금 당장 머리에 화살을 박아줄 수 있는데”


그렇게 잠시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앞쪽에 사람들이 모여서 멈춰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들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무언가 사고라도 난 것일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글세, 저 멀리 뭔가가 길을 막고 있는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은 물어보면 알겠지.”


최대한 발뒤꿈치를 들고 앞쪽을 살펴봤지만 절벽 사이로 무언가가 길을 막고 있다는 것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근처에 적당한 사람을 골라 물어보기로 했다.


“앞쪽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절벽 위에서 갑자기 큰 바위가 떨어졌다는군. 힘센 사람들을 뽑아 최대한 치우려고 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어림없어”


남자의 말처럼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용병들은 일찌감치 딴 길을 찾아가려 옆길로 새거나 상인들은 호위해줄 사람을 구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우연히 바위가 굴러 떨어졌다··· 묘하군.”


“우리도 딴 길을 찾아야 할까?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숲을 돌아 절벽 뒤편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다만 해가 지기 전까지 절벽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노숙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위험도가 높다.


“이보게, 자네들 용병인가?”


“응? 아, 네! 무슨 일이죠?”


나아갈 길을 고민하고 있던 참에 웬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후덕하게 살집 있는, 편안한 인상의 남자다. 그의 뒤편에는 봇짐과 함께 무장을 한 세 명의 남자가 이쪽을 보고 있다.


“자네들도 그랑드 엔 트로에 가는 길이지? 그렇다면 함께 가는 것이 어떤가?”


그의 말인즉 우리를 호위로 고용하고 싶다는 것 같다. 길은 막혀버렸고 최대한 빨리 선수 쳐서 싼값에 용병을 고용해 절벽을 넘어가려는 속셈이겠지.


“알비스? 어떡할까? 어차피 샛길로 갈 거라면 함께 가는 것이 나아 보이는데”


“···.”


프란은 그들과 함께 가는 것으로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이 기운 것 같다.


‘본인은 눈치 채지 못한 건가···’


아까 전부터 상인을 비롯한 남자들이 마치 자신들은 해가 없는 사람이라는 듯이 작위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것과 그 시선이 전부 노골적으로 프란을 향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둘보다는 여럿이서 가는 것이 안전한 것은 사실이고 여자용병을 저런 식으로 쳐다보는 이들이 드문 것은 아니기에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만약 이쪽을 노린다면 죽이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하지. 대신 보수는 제대로 받겠어.”


“잘 생각했어! 난 볼드라고 하네. 서쪽 론델 지역 쪽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상인이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군.’


언뜻 보면 푸근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마저도 프란을 바라보는 것이 음흉하게 보인다. 사람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수 없이 배신을 당해온 나의 경험이 경계심을 갖게 하고 있다.


“전 프란이고 이쪽의 무뚝뚝한 남자는 알비스라고 해요. 며칠뿐이겠지만 잘 부탁드려요!”


“프란인가. 이름도 외모만큼이나 예쁘구먼. 이봐! 너희들도 자기소개 정도는 하는 게 어때?”


“일 없수다!”


자신을 볼드라고 소개한 상인은 뒤 쪽의 다른 용병들도 소개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차가운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무정한 사람들이네요. 저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요?”


“미안하네. 론델에서 출발할 때부터 고용한 놈들인데 실력은 있어도 다른 사람과 영 어울리지를 못해서 말이야”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우리도 그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볼드의 말처럼 제법 경험이 있는 용병들인지 일단은 제대로 된 방향으로 선도해간다. 나도 이주 변의 지리를 대충은 알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기로 했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경로는 각 용병의 생존 노하우이기 때문이다.


“해가 진다. 이쯤에서 쉬는 것이 좋겠어.”


앞서가던 키 작은 용병이 걸음을 하늘을 가리킨다. 아직은 해가 떠 있긴 하지만 이런 산속에서의 밤은 눈 깜짝할 새에 찾아온다.


“후우~앞으로 며칠 정도를 더 가야 하나?”


“적어도 일주일은 걸리겠지. 당신이 더 빨리 걸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지금도 힘든데 그건 무리야.”


용병들은 능숙한 솜씨로 금방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웠다. 슬슬 부드러운 밀 빵과 따뜻한 수프가 그리워졌지만 이렇게 노숙을 하면서 먹을 것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다.


“으, 매일 말린 고기에 딱딱한 빵. 이러다 턱이 망가질 것 같아. 알비스 뭐 다른 거 없어?”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해.”


“프란양, 괜찮다면 이거라도 먹을 텐가?”


“와아! 잘 먹겠습니다!”


용병남자들은 모닥불위에 무엇인가를 냄비에 넣고 끓이고 있었는데 말린 고기와 야채가 드문드문 들어있는 밀 죽 이었던 것 같다. 볼드는 인심 좋아 보이는 얼굴로 작은 그릇에 수프를 떠서 프란에게 건넨다.


“자네도 들겠나?”


“아니, 사양하지”


볼드는 덤이라는 느낌으로 나에게도 권했지만 나는 야외에서는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음식은 가급적 입에 대지 않는다. 그것도 신용이 없는 인물이 주는 것이라면 더욱.


“으으음! 이거 뭐가 들어간 거 에요? 겉보기에는 별론데 엄청 맛있네!”


“허허, 여유 있게 만들었으니 모자라면 더 먹도록 하게”


“네!”


프란은 실력이야 확실하지만 기본적으로 남을 쉽게 믿는 것 같다. 좋은 말로 하면 순수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이용당하기 쉬운 성격.

일로 만난 일시적인 사이라면 신경 쓰지 않겠지만 과정이야 어찌됐든 같이 행동하기로 한 동료다. 혹시라도 그녀가 속아 넘어간다 하더라도 내가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된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각자 텐트에 들어가기 전에 불침번을 정하기로 했다.


“저기, 정말 죄송한데 제가 제일 마지막에 서면 안 될까요?”


프란이 손을 들고 미안하다는 듯이 부탁한다. 잘 보면 아까는 멀쩡했던 안색이 급격히 나빠져 있다.


“아무래도 피로가 몰려온 모양이군. 뭣하면 자네도 쉬는 게 어떤가? 나머지에는 미안하지만─”


“아니, 프란의 몫까지 내가 하도록 하지.”


“알비스~”


“···그럼 그렇게 하게.”


상인의 얼굴이 노골적으로 일그러진다. 역시 무엇인가 노리는 것이 있는 건 확실한데 물증만으로는 행동을 취하기 어렵다.

그렇게 잠깐의 해프닝이 끝나고 텐트에 들어가 몸을 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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