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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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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80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4.18 18:04
조회
181
추천
7
글자
12쪽

습격

DUMMY

숲길을 조금 돌아서 중형 기스터가 있을 법한 곳을 찾는다.


‘역시 이곳에 있었군.’


원래 있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숲 안. 예상대로 소형만 먼저 보낸 다음 중형은 뒤쪽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던 것 같다.


‘곰 형태의 기스터인가. 다행히 이형은 아니지만 조금 시간이 걸리겠는 걸’


기스터는 기본적으로 기존 세계에 있던 짐승들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겨난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흐르거나 사람들을 학살할 때마다 형태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해 나중에는 완전한 이형의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이형의 기스터는 다른 기스터들을 잡아먹기 시작해서 끝내는 대형 기스터로 탈바꿈한다. 예전 딱 한 번 대형과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바람에 방치하고 도망쳐버렸다.


쉬이이이이익!! 푹!


“크어어어엉!!!”


기습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던 도중 이변이 일어났다.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정확히 기스터의 눈에 적중한 것이다.


“거기 숨어 있는 게 누군지 모르겠지만 지금이야!”


건너편에 있는 누군가가 소리친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기스터가 괴로워하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은 틀림없다.


“하앗!”


서걱!


“그르르르르!!”


일격필살을 노리고 머리를 베어내려 했으나 기스터는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피해내며 앞발만을 내주었다.


“크으~뭐 하는 거야! 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어쩔 수 없이 기스터와 대치상태가 되자 뒤쪽에서 화살을 쏜 장본인이 불평하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천으로 된 옷 위에 최소한의 가죽방어구만 덧댄 기동력을 살린 경장차림. 목소리로 보아 여성인 것 같은데 달을 등지고 있어서 어두운 탓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는다.


“흥, 네 활솜씨가 시원찮아서 금방 정신 차린 것 아냐?”


“뭐~!?”


준비할 틈도 없이 공격을 강요받은 입장에서 불평을 듣고 싶지 않아 한마디 쏘아준다.

짧게 다투는 동안 기스터는 우리를 노려보며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다.


“농담은 여기까지 하지. 온다!”


키잉!!


“윽!”


중형 이상의 기스터의 공격을 방패도 없이 그대로 받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최대한 회피를 하려 했지만 앞발 하나를 잃은 상태에서도 예상외로 속도가 빨라서 빗겨낼 수밖에 없었다. 공격을 그대로 받는 것 보다는 덜하지만 그것도 꽤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이기에 팔이 저려온다.


푹 푹!


다시 연이어 공격해올 것을 대비하던 중 기스터의 몸에 화살이 박힌다.


“헹, 이런 갓 생겨난 중형 따위에게 그렇게 고전하면 라이아스공작의 눈에 드는 건 꿈도 못 꿀 걸?”


“그렇지 않아도 지금 끝내려던 참이야!”


이제는 대충 기스터의 속도나 힘에 대해서 파악이 끝났다. 곧 바로 내가 개발한 검술의 자세를 취하고 기스터를 노려본다.


“다음 일격으로 끝내겠다.”


“허세부리지 말고 잘 피해 다니기나 해. 내 화살로 끝장을 낼 테니까!”


여자의 말은 무시하고 그대로 기스터와 대치, 일부러 그다음 공격을 기다린다. 한발, 두발 기스터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고 공격을 하려는 순간 능력이 발동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들리던 기스터의 거친 숨소리나 수풀이 떨리는 소리, 부산히 움직이는 여자의 발소리가 마치 아무것도 이곳에 없는 것처럼 사라지고 마치 기어 오는 것처럼 기스터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그 찰나의 시간─


내 검이 기스터의 목을 그대로 통과한다. 베어내는 소리도 없이 마치 공기를 가르는 것처럼 저항 없는 일격.

기스터의 머리가 하늘을 나는 것과 동시에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온 듯 주변의 생기가 돌아온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대체 방금 그 움직임은 뭐야!?”


멀찍이 놀란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소형을 처리하던 남은 인원들이다.


“보면 모르나? 아직 소형이 남아있을지 모르니 먼저 돌아가도록 하지”


“넌 대체··· 앗! 같이 가~!”


성벽의 입구 쪽으로 돌아오자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았는지 여럿의 기합 소리와 날카로운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징글징글한 녀석들! 제발 좀 뒈져!!”


“젠장 아까 몇 명이 도망만 가지 않았더라도!”


싸우고 있는 장소에 도착하니 4명의 남녀가 저주를 퍼부으며 기스터들에게 둘러 쌓여있었다.

기세 좋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몸이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힘들어 보이는데? 우리도 합류할게!!”


“분명 아까는 인원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힘을 합치자는 소리는 다 개소리였어!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우리를 방패로 내세우고 도망쳐버렸다고 비겁한 새끼들!”


‘그런 것 이었나’


웬만큼 용병생활을 해보았다면 이런 어둠 속에서 무차별적으로 적의 습격을 당하고 있는 와중에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괜히 이목을 끌어봤자 날 노려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조용히 숨죽이면서 이 자리를 벗어나거나 눈치껏 다른 이와 합류해 싸우는 것이다.

아마 도망간 녀석들은 둘 다 하지 못하고 잔머리만 굴릴 줄 아는 형편없는 녀석들이었

을 것이다.


“읏챠! 내가 왔으니 이제 안심해도 좋아! 난 상급!!에 근접한 용병이라고!”


핑! 핑!


“오오! 대륙 전체에도 몇 없다는 상급이라니! 이제 산 것이나 다름없어!”


“역시 상급답게 활솜씨도 엄청나! 기스터들이 저리 쉽게 쓰러지다니!”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에 그들은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지만 내 귀에는 뒷부분도 확실히 들렸다. 하지만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에 괜히 초를 치고 싶지는 않아서 내버려두기로 했다.


“긴급 상황이라 넘어가지만 다른 곳에서도 그렇게 사기 치면 금방 잡혀 갈 거야”


“무슨 사기를 쳤다고 그래? 그들이 제대로 못 들었을 뿐 난 제대로 말했어.”


‘그걸 말이라고’


기가 막히는 소리에 어이가 없어졌지만, 아까부터 쏘아대는 화살이 한 발도 빗나가지 않고 적중하고 있다. 그녀가 떠들어 댄 것처럼 확실히 상급 정도는 아니지만, 꽤 실력이 있는 듯하다.


“이걸로 끝이네. 역시 중형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더는 없는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조금 돌아보고 오겠다. 넌 이들과 함께 성문으로 돌아가”


뒤에서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다시 숲 안을 돌아본다. 불행하게도 방향을 잘못 들어 기스터에게 난도질당한 사람들의 사체도 곳곳에 눈에 띈다.


“···.”


그 시체 중에는 바로 어젯밤에 이야기를 나누던 노인도 있었다. 등 뒤에서의 공격을 맞고 그대로 쓰러진 듯 큰 발톱 자국과 함께 싸늘하게 식어 있다. 고향을 생각하며 서글픈 눈빛을 하던 그의 마지막 생전의 모습이 떠올라 숙연해진다.


“이건···”


노인의 손에는 희한하게도 깃펜이 쥐여져 있었다. 그의 짐이나 몸 어디에도 책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는데 깃펜을 들고 있는 것이 묘하다. 꽤 고급품 같고 이대로 두면 시체털이들이 가져갈까 염려되어 품 안에 조심스럽게 집어넣고 근처에 땅을 파서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그대로 둬도 상관은 없지만 나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어준 노인을 짐승들의 먹이로 두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향에 묻히고 싶었겠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입니다. 이제는 쫒기지 말고 편히 쉬기를.”


잠깐의 묵념을 마치고 숲을 빠져나오면 어느 샌가 날이 밝아오면서 길었던 밤이 끝나려 하고 있었다.


“어딜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꼼짝없이 당한 줄 알았다구!”


“···아! 상급이라고 거짓말하던 사기녀?”


성문으로 돌아오자마자 갈색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는 귀여운 인상의 여자가 말을 건네 온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특유의 건방진 말투가 새벽에 함께 싸웠던 사람임을 알게 해주었다.


“뭐? 걱정한 사람한테 기껏 한다는 소리가 사기녀?”


“틀린 말은 아니잖나. 애초에 이름도 모르고”


“으으, 말이나 못하면. 아무튼 난 프란이야! 목적은 아마 너랑 같을 거고”


이런 시기에 레도니아에 오는 것은 피난민 아니면 용병들뿐이니 다들 목적은 같다는 건가. 그랑드 엔 토르에 통하는 중계지점은 이곳 밖에 없고 예상대로 라이아스라는 이름에 이끌려 길을 나선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렇군. 앞으로는 이름으로 부르지. 그럼 이만”


“아니 잠깐만! 왜 나만 이름 말하게 하고 넌 말 안하는데?”


“난 네 이름이 궁금하다는 소리는 한마디도 안했다만? 너 혼자 착각하고 말했잖아”


“와~진짜 사기꾼이 여기 있었네! 용병은 부업이고 사기꾼이 직업이지?”


그냥 나도 순순히 말하려다가 이상하게 놀리고 싶어져서 딴말을 했다. 원래 남에게 함부로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녀만 보면 짓궂은 쪽으로 머리가 돌아간다. 설마 이것이 그녀의 능력인 걸까.


“농담이야. 난 알비스라고 한다. 네 말대로 그랑드 엔 트로에 가는 길이지.”


“흐음. 알비스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뭐, 흔한 이름이니까”


참고로 알비스는 꿈을 꾸는 자라는 뜻이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찢어지게 가난해서 부자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하다못해 꿈이라도 꿀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예 부자가 되라는 의미나 희망을 가지라는 의미를 담은 단어로 이름을 지었어도 됐을 텐데. 아무튼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상냥하고 소박한 사람들이었다.


삐거덕삐거덕 쿵!


경비병들 해가 완전히 모습을 보이고서야 성으로 통하는 다리를 내렸다. 그리고는 어제와 달리 성문을 활짝 열고 몇 명이 밖으로 모습을 보였다.


“레도니아 후작님께서 갈 곳 없이 헤매는 너희를 위해서 ‘특별히’ 문을 열라고 지시하셨다! 은혜에 감사하도록!”


“어제 기다리던 사람들이 죽어가도 지켜보기만 하더니 인제 와서 어쩌고 어째?”


“에라이! 쓰레기 같은 놈들!!”


“도시에 들어가기 싫다면 마음대로 지껄여라! 그렇지 않다면 입조심 하는 게 좋을 거야!”


사람들은 온갖 저주를 퍼부으면서도 경비병의 위협에 금방 잦아들었다. 밖에서 하루를 더 보내게 된다면 이번에야말로 내 차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분한 마음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후 정말 쓰레기 같은 녀석들이야. 우리가 없었으면 거기 있던 사람들이 다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흔한 일이야. 이 정도로 계속 화낸다면 끝이 없어”


“꽤나 많이 경험해본 것처럼 말하네?”


“적어도 너보다는”


계획대로라면 지금 쯤 레도니아를 나서야 했을 시간이다. 푹신한 침대는 아쉽지만 오전 중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곧장 떠나야 도착해서도 여유가 있을 것 같다.


저벅저벅


“···.”


저벅저벅


“왜 자꾸 쫒아오는 거야?”


처음에는 우연히 같은 길을 가는 것인가 싶었는데 일부러 방향을 틀어도 똑같이 따라오는 걸 보고 참지 못해 말을 걸었다.


“어차피 같은 방향이라며~ 그럼 혼자보다는 둘이 안전하지 않겠어?”


“난 혼자도 충분해”


“세상일은 모르는 것 아니겠어? 난 이래 뵈도 길잡이경험이 제법 된 다구!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반짝이는 눈빛을 보니 아무래도 따로 간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녀의 말대로 제법 실력도 있고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따라온다면 굳이 말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마음대로 해라”


“사실 거절해도 그러려고 했어~후후”


적어도 그녀를 놀리면서 가면 지루하지는 않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시장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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