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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님의 서재입니다.

남친 둘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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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작품등록일 :
2022.08.27 13:32
최근연재일 :
2022.12.19 09:07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4,940
추천수 :
23
글자수 :
586,292

작성
22.12.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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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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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15>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DUMMY

머리에 이고간 보따리를 끌러서 일단 박혁주에게 물부터 먹였다. 그리고, 부러진 팔과 다리에 조심스럽게 부목을 대고 묶었다.


상처 난 자리는 역시 그래왔던 것처럼 쑥을 찧어 발라줬다. 수시로 물을 이마에 묻혀 열을 내리게 했다.


“으으으······.”


잊을 만하면 박혁주는 신음 소리를 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송반지는 박혁주 옆에 앉아 밤을 보냈다.


꾸벅꾸벅 졸다가도 박혁주가 신음소리를 내면 깨어났다.


아침이 밝아왔다. 나무를 주워다가 가져온 불씨로 불을 살려 채취한 해물과 과일을 섞어 끓여 죽처럼 만들어서 박혁주에게 먹였다.


박혁주는 무의식 상태에서도 송반지가 먹여주는 죽을 받아먹었다.



***



송반지는 물 이외는 아무 것도 입에 넣지 않았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샌 탓에 송반지도 박혁주에게 죽을 먹인 후 잠깐 눈을 감았다.


그대로 박혁주 옆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반지 씨······.”


송반지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네······.”


송반지는 무의식적으로 대답을 한 뒤 고개를 들어 박혁주를 바라봤다. 박혁주가 눈을 뜨고 있었다. 역시 통증 때문에 이마를 찡그린 채.


“부회장님! 아니, 혁, 혁주 씨!”


송반지는 다가가서 박혁주의 어깨를 잡고 끌어안았다.


“많이 아프지요? 어디가 아파요?”


“어, 어떻게 된 거요······?”


박혁주는 목소리를 짜내듯 해서 힘겹게 물었다. 송반지는 문득 망설였다.


박동주가 박혁주를 절벽에서 밀었다. 그리고 박동주도 절벽에서 떨어져 저 아래에 죽어 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혁, 혁주 씨······. 놀라지 마세요.”


박혁주는 얼굴을 찡그린 채 송반지를 바라봤다. 이야기를 듣고 싶은 모양이다.


송반지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모두 박혁주에게 이야기해줬다. 김효빈 영혼이 박동주를 데려갔다고도 말해줬다.


그리고 박동주가 죽기 전에 했던 말도 해줬다. 작년 여름 케언즈에서의 비행기 사고는 모두 박동주가 계획했으며 박동주 때문에 비행기 사고가 났다는 것도.


“으흐흐흑······.”


박혁주는 울음인지 신음인지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동생 박동주의 죽음 때문인지 아니면 동생 박동주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과 동생 박동주에 의해서 반소정과 김효빈이 죽었다는 사실 때문인지 아니면 이 모두를 다 섞어놓은 감정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동주는 그럼······?”


“아직. 저 아래 갯바위 위에 있어요.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요.”


“결국······ 반지 씨가 또 나를······ 살렸군. 정말······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박혁주는 통증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송반지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마음 때문인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혁주 씨 다리와 팔에 일단 부목을 대놓았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아마 부러진 뼈는 붙을 수 있을 거예요.”


빨리 병원에 가서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할 텐데······. 이런 말을 하려다가 송반지는 입을 닫았다.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



송반지는 먹을 것과 물을 구해야 했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송반지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동주의 시신이 절벽 아래에 있었지만, 지금은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오늘 하루는 박혁주를 간호하고 내일이나 가묘라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계획을 세웠다.


송반지는 박혁주에게 물을 뜨러 간다고 말한 뒤 해변으로 내려왔다. 물을 얻으려면 움막 근처로 가야 한다.


“어!”


이게 어찌된 일인가?


동굴을 벗어나 해변으로 내려가려는데 시커먼 연기가 하늘에 가득했다. 그리고 숲에 불이 나 있었다.


불은 상당히 광범하게 나 있었다. 움막 근처의 숲은 모두 불바다가 되어 있었고 검은 연기는 섬의 하늘 전체를 시커멓게 만들었다.


“불!”


송반지는 저도 모르게 불이라고 외쳤다.


불은 서서히 이 동굴이 있는 절벽 근처로 옮겨오고 있었다. 내내 동굴에서 박혁주를 돌보고 있었기에 섬에 불이 난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나저나 왜 불이 났지? 어제 저녁에 움막 근처에 박혁주가 피워놓았던 불씨가 생각났다.


나중에 쓰기 위해 불씨를 남겨놓고 일부만 송반지는 이 동굴로 가져왔던 것이다.


그 불씨가 살아나 바람을 타고 움막을 불태우고 숲으로 번진 것인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송반지는 얼른 동굴로 들어갔다.


“혁주 씨, 불이 났어요! 불이요!”


박혁주가 통증 때문에 얼굴을 구기면서 놀란 눈으로 송반지를 바라봤다.


“어떻게······?”


박혁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일단 바닷가로 피하자고요. 여기로 곧 불이 옮겨올 거예요.”


송반지는 얼른 어젯밤에 짐을 싸왔던 커다란 헝겊을 나무 막대기 2개에 묶고 들것을 만들었다.


박혁주를 그 들것에 올렸다. 두 사람이 들것을 들어야 정상이지만 지금은 송반지 혼자다.


송반지는 앞에서 나무를 두 손으로 잡고 끌기 시작했다.


체구가 작은 송반지가 송반지보다 머리 하나는 더 붙은 큰키와 체구의 박혁주를 끌고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억지로 질질 끌고 내려갔다. 받침대 나무가 바위에 끌리면서 격하고 탁한 소리를 내질렀다.


송반지는 안간힘을 썼고 거의 초인적인 힘을 썼다. 송반지의 온몸이 온통 땀으로 가득했다.


물을 언제 그렇게 많이 마셨나 싶게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미안해요······.”


박혁주는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최대한 해안가로 박혁주를 질질 끌다시피 해서 내려갔다. 절벽 아래 갯바위 위에 박동주의 시신이 있다.


지금은 박동주의 시신을 위해서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


송반지와 박혁주는 숲이 불타면서 시커먼 연기를 내뿜고 있는 광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과연, 송반지와 박혁주는 어떻게 될 것인가?



***



그렇게 넋을 놓고 섬을 바라보고 있는데, 송반지의 귀에 어디선가 생소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팔팔팔팔팔······.


“헬리콥터다!”


하늘을 보고 누워 있는 박혁주가 하늘 한쪽을 보며 외쳤다. 송반지도 박혁주가 바라보는 하늘로 얼른 고개를 돌렸다.


헬리콥터가 날아오고 있었다.


“여기에요! 여기!”


송반지는 본능적으로 손을 높이 쳐들고 흔들면서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저 시커먼 연기가 송반지와 박혁주를 구한 것인가?


헬기는 송반지와 박혁주를 발견했는지 곧 근처 해변으로 내려앉았다.


문이 열리고 들것을 든 사람들이 송반지와 박혁주에게 뛰어왔다. 곧 두 사람은 헬기에 실렸다.


송반지는 절벽 아래에 박동주의 시신이 있다는 말을 전했다. 구조자들은 우선 두 사람을 구하고 곧 헬기를 다시 보내겠다고 말했다.


곧바로 두 사람은 호주 내륙으로 이동하였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병원에 가장 먼저 찾아온 사람은 한정아였다.


“반지 씨! 흐윽 흐윽······.”


한정아는 응급실로 들어오자마자 울면서 송반지의 손을 꽉 붙잡았다.


“이렇게 살아 있었군요. 살아 있었어요······.”


“한 변호사님도 살아 있었군요.”


“네. 흐윽 흐윽······.”


문득, 한정아에게 박동주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흐윽 흐윽······ 어떻게 되었어요?”


“부회장님하고 실장님하고 같이 섬에 표류했어요.”


“그런데 실장님은······?”


“박동주 실장님은······.”


송반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왜, 죽은 거죠?”


한정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 헬기에 타고 있던 구조대원들에게 확인을 한 것일까? 그래서 이렇게 우는 것인가?


“그, 그건······.”


송반지는 난처하기 짝이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려면 박동주의 악행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말을 하지 않자, 한정아가 송반지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해물을 채취하려고 같이 갔다가 부회장님하고 실장님이 절벽에서 같이 떨어졌어요.”


사실대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죽었는데 한때 박동주를 좋아했던 한정아에게 나쁜 이미지로 남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바보 같은 자식······ 흐윽 흐윽······.”


한정아는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송반지는 또 걸리는 게 있었다.


박동주가 숨이 끊어지면서 남겼던 말이다. 자신이 비행기 사고를 유발시켰다고······.


“요트에 실장님과 남아 있다가 결국 요트가 침몰했어요. 실장님은 저에게 구명환을 두 개씩이나 씌워줬지요. 저는 다행이 구출되었어요. 그리고······.”


다음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한정아는 티슈를 뽑아 눈물을 닦았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 있으면서 결국 그 비행기 렌트 회사의 직원들을 찾았어요. 그 직원들로부터 실장님이 모든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어요. 비행기 사고를 박동주 실장이 기획했다는 것이지요. 박동주는 바보 같은 자식이에요······. 흐윽 흐윽······. 결국 이렇게 되는 거였군요. 사필귀정이에요. 흐윽흐윽······.”


송반지는 한정아의 손을 더 꼭 잡아주는 것 이외 할 말이 없었다.


송반지가 박동주에게 들었던 말을, 이미 한정아도 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실장님은······ 김효빈 씨하고 같이 잘 갔어요······.”


“흐윽 흐윽······ 그래서 그렇게 죽은 효빈이에게 미안해했던 거였어요. 바보 같은 놈.”


병실로 구조대 관련자가 들어왔다.


“섬에 시신을 가지러 갈 건데, 같이 가시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흐윽 흐윽······. 네······, 갈게요.”


한정아는 얼굴을 들어 흘리던 눈물을 닦고, 송반지에게 다녀오겠다는 눈짓을 한 뒤 구조대 관련자를 따라 나갔다.


몇 시간 뒤, 박동주 시신이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었다는 말을 들었고, 경찰관이 송반지에게 와서 박동주의 사망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


송반지는 한정아에게 했던 대로 박혁주와 박동주가 절벽에서 해물을 채취하려다가 두 사람이 떨어졌는데 박혁주는 다치고, 박동주는 사망하였다고 진술했다.


그날 오후, 회장과 회장 사모님 그리고 회사 관계자들이 병원으로 달려왔다. 한편으로 기뻐하면서도 박동주의 죽음에 애달파했다.


다음날, 가벼운 상처밖에 없던 송반지는 퇴원수속을 밟았고, 박혁주 옆에서 그를 간호했다. 팔다리 골절 후 다행이 12시간이 못되어 수술을 받은 박혁주는 경과가 좋았다.


“밖에 좀 나갈까?”


박혁주가 부드러운 미소를 담고 말했다. 송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휠체어에 박혁주를 태우고 송반지는 병원 밖으로 나왔다.


“한 변호사님하고 경찰에게 두 분이 절벽에 같이 있다가 실수로 떨어졌다고 말했어요.”


“잘······ 했어요.”


뒤에서 휠체어를 밀고 있는 송반지에게로 박혁주가 고개를 돌리고, 깁스 하지 않은 손을 뒤로 내밀었다. 송반지는 박혁주의 손을 잡았다.


“소정이는 어떻게 되었어요?”


“기껏, 소정 씨를 물어보는 거예요?”


“왜, 서운해요?”


“그럼요. 서운하지요. 부회장님 곁에 늘 누가 있었는데. 흥!”


송반지는 정말 화가 난 것처럼 고개를 외로 꼬며 콧방귀를 뀌었다.


“당신이 소정이가 아니던가? 하하하······.”


“뭐라고요? 정말······.”


송반지는 일부러 이마에 내천 자를 그리며 화가 난 척했다.


“당신은 송반지이면서도 반소정이라고 나한테 말하지 않았던가? 당신 안에 반소정이 녹아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하하······. 아!”


너무 나댔던 모양이다. 박혁주는 통증이 이는지 인상을 우그리며 신음을 토했다.


“어머! 많이 아파요? 너무 막 움직이지 마세요. 또 부러져요.”


“걱정 안 해. 흐흐흐흠. 내 곁에 항상 당신이 있잖아. 회사에 복귀하더라도 내 곁에 당신을 항상 꽁꽁 묶어놓은 거야.”


“왜요?”


“왜긴 왜야? 당신은 내 영원한 비서니까 그렇지. 하하하······.”


“호호호. 하지만, 늘 당신 시중이나 드는 비서는 안 될 거예요.”


“아, 그럼요. 당연하지요. 비서는 비서지만 나를 모시는 비서가 아니라, 내가 모시는 비서님이 되는 거죠. 하하하.”


“정말, 그럴 거예요? 호호호?”


탁!


송반지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박혁주는 자신의 깁스한 다리를 손바닥으로 툭 쳤다.


“그럼요. 아이쿠!”


아픈 모양인지 신음을 토했다.


“어머, 많이 아파요?”


호들갑스럽게 송반지는 박혁주의 다리를 매만졌다. 그런 송반지를 박혁주는 한쪽 팔로 꼭 안았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호주의 남쪽 하늘, 십자성별이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하는지 반짝반짝 빛나며 미소 짓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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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22.12.19 36 0 13쪽
114 <114> 동주 씨! 22.12.18 26 0 11쪽
113 <113> 가만히 있어! 22.12.17 26 0 11쪽
112 <112> 위험해요. 22.12.16 25 0 11쪽
111 <111> 고기가 낚였어요. 22.12.15 32 0 11쪽
110 <110> 원하는 게 뭔데? 22.12.14 35 1 11쪽
109 <109> 그냥 빛이 아니었다. 22.12.13 31 0 11쪽
108 <108> 자꾸 이러지 마세요. 22.12.12 31 0 11쪽
107 <107> 당신을 사랑합니다. 22.12.11 28 0 11쪽
106 <106> 붉은 피가 솟아났다. 22.12.10 27 0 11쪽
105 <105> 백화점 같아요. 22.12.09 27 0 11쪽
104 <104> 찻찻 차! 22.12.08 30 0 11쪽
103 <103> 흠뻑 젖어 있었다. 22.12.07 45 0 11쪽
102 <102> 부회장님, 미안해요. 22.12.06 32 0 11쪽
101 <101> 다리가 올라와 있었다. 22.12.05 34 0 11쪽
100 <100> 정신이 들어? 22.12.04 29 0 11쪽
99 <99> 사람 아니에요? 22.12.03 29 0 11쪽
98 <98> 품에 안겨 있었다. 22.12.02 34 0 11쪽
97 <97> 알퐁수 도데의 별. 22.12.01 30 0 11쪽
96 <96> 조금만 더. 22.11.30 33 0 11쪽
95 <95> 야자수 과즙. 22.11.29 28 0 11쪽
94 <94> 여기가 어디지? 22.11.28 29 0 11쪽
93 <93> 갑자기 왜 이러지? 22.11.27 31 0 11쪽
92 <92> 식사나 합시다. 22.11.26 30 0 11쪽
91 <91> 없어졌다고요? 22.11.25 30 0 11쪽
90 <90> 시드니에 도착했다. 22.11.24 28 0 11쪽
89 <89> 뭔가 있다니? 22.11.23 24 0 11쪽
88 <88> 야, 맛있겠다. 22.11.22 28 0 11쪽
87 <87> 음모요? 22.11.21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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