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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파피루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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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7.28 14:51
최근연재일 :
2016.08.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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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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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842

작성
16.07.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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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반전-제7화

DUMMY

반전-제7화

한동안 발코니창 너머로 지중해를 바라보던 아일린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람세스 교수에게 답장을 써야겠지요?”

“흠...... 그래. 물론 써야지. 난 그를 피하고 싶지 않아. 그와 당당히 마주 할 거야.”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전 곁에서 당신을 지켜볼 거예요. 그리고 일이 수습되고 나면 전 다시 성당에서 고백성사를 드리고 있겠지요. 그때쯤에는 당신도 떠나고 없을 거예요. “

난 아무 말 없이 람세스 교수에게 답장을 썼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존경하는 람세스 교수님께.

먼저, 제가 찾으려던 신앙적 비밀에 해답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전 애초부터 그 물건의 고고학적 가치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었습니다. 혹시 그 문서의 내용에서, 제가 찾으려는 신앙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속에, 교수님께 사진을 보냈지요. 그리고 이제 교수님의 해석을 통해 저의 비밀에 한발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제가 교수님께 첫 번째 메일에서 약속했던 사례를 드리려고 합니다.

그 문서의 출처를 알려드리지요. 그것은 터키 안탈리아의 작고 오래된 교회에 있습니다. 저는 저의 방식으로 그 문서를 찾았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게 그 문서의 고고학적 가치는 중요하지 않았기에 사진만 찍고 그곳에 남겨두었지요. 지금도 그 문서는 그 교회에 있습니다. 자, 이제 제가 그 문서의 위치를 가르쳐드렸으니 약속했던 사례는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 문서를 찾는 것은, 제가 그랬듯이 교수님의 의지에 달렸겠지요. 전 이제부터 교수님의 보물 찾기를 이곳에서 지켜볼 것입니다. 전 이미 저의 비밀을 찾았고, 지금부터는 교수님께서 당신의 비밀을 찾으실 차례입니다.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터키, 안탈리아에서 Kenneth Jung.

메일을 보내며 이일린과 나는 손뼉을 마주치며 웃었다. 그리고 그날 밤, 아일린의 빨간색 폭스바겐은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여전히, 이 그로테스크한 교회는 달빛을 받으며 우리가 오기를, 도도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교회 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들어섰다. 이제 두려움 같은 건 없었다.

난 곧장 단상 후면의 마리아와 예수의 벽면 부조 앞으로 걸어갔다. 아일린이 내 뒤를 따랐다. 난 그 벽면 부조 앞에서 우뚝 섰다. 처음 우리가 이 교회를 방문했을 때 제일 먼저 보았던 이 벽면 부조. 예수와 마리아의 모습. 그러나 예수 옆의 여인은 일반적인 성모 마리아와는 사뭇 달랐었지. 어딘지 선정적인 이 여인의 모습은 막달라 마리아였다. 벽면 부조는, 양각된 작은 대리석 조각들이 합쳐져 전체의 작품을 모자이크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여인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대리석 조각 한 개를 떼어냈다. 아일린은 아무 말 없이 내가 하는 일을, 곁에서 손전등을 비추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난, 떼어낸 대리석 조각이 붙어있던 벽면에 크로우바를 이용해 파피루스가 들어갈 만한 구멍을 냈다. 그리고 가져간 마르하르의 비밀이 담긴 파피루스를 그 구멍 안에 밀어 넣었다. 구멍을 메우고, 떼어냈던 대리석 조각을 다시 붙였다. 감쪽같았다. 그때까지 아무 말없이 지켜만 보던 아일린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하필 여기지요?”

“제레미아가 그의 유서에서 말했지. 비밀은 여자 안에 있다고.”

아일린이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휴, 이제 끝났네요.”

“아니야.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았어.”

아일린은 그게 뭐냐고 다그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내 곁에서, 내가 하는 이 마지막 정리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는 교회를 나와 처음 파피루스를 찾았던 제레미아 무덤 근처의 바위돌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그 무거운 바윗돌을 다시 밀어내고, 땅을 파, 파피루스가 담겨 있었던 석함의 뚜껑을 열었다. 난, 그녀 모르게 준비해 간 종이 한 장을 배낭에서 꺼내 아일린에게 보여 주었다. 그 종이 위엔, 내가 람세스 교수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풉.”

메시지를 본 그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비어있는 석함 안에 내가 람세스 교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넣고 뚜껑을 덮었다.

“자, 이제 끝난 거야.”

거둬낸 흙을 다시 덮고, 밀어냈던 바윗돌을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주변을 정리한 후, 우리는 교회를 빠져나와 세다르 숲으로 난 오솔길을 걸어, 기다리고 있던 빨간색 폭스바겐에 올랐다. 다시 안탈리아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운전하던 아일린이 말했다.

“석함 속의 메시지를 읽는 람세스 교수의 얼굴을 보고 싶어요.”

다음날, 난 람세스 교수의 세 번째 메일을 받았다.

“사례는 잘 받았습니다. 귀하께서는 생각보다 영특하시더군요. 귀하의 메일을 읽고, 저는 귀하께서 그 파피루스를 갖고게실 거라는 저의 판단이 오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물건이 귀하께 중요하지 않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 물건이 안탈리아의 교회에 있다는 귀하의 말을 신뢰합니다.

이틀 후 안탈리아로 가겠습니다. 그곳에 계시다면 직접 뵙고 싶군요. 학자로서 드리는 말씀인데,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안탈리아에 도착하는 날 메일을 다시 보내겠습니다.

-카이로에서 람세스-

어느새 그의 답장은 전보다 한결 부드럽고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그가 행동을 개시한 거야”

아일린에게 문자를 보냈다.

“6시에 지난번 카페 앞으로 나와. 저녁 먹지 말고.”

우리는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제대로 구운 ‘할리봇’과 양고기로 만든 부드러운 페르졸라, 그리고 에페스 맥주 두병. 푸짐한 터키식 저녁 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안탈리아의 포르타칼(오렌지) 해변을 걸었다. 그녀는 구두를 벗어 손에 들고 맨발로 모래를 밟으며 걸었다.

“람세스 교수가 이곳에 온데.”

“메일이 왔군요. 그러리라 짐작했어요. 집요한 사람이니까.”

“그는 날 직접 만나고 싶어 해.”

“만나실 건가요?”

“응, 만나볼까 해. 못 만날 이유도 없잖아? 우리의 비밀을 풀어준 사람이기도 하고.”

“그가 파피루스를 찾아낼까요?"

“모르지. 그건 그의 의지에 달렸겠지. 그에게 그 파피루스의 고고학적 가치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려있어. 그는 파피루스가 담고 있는 종교적 의미엔 별 관심이 없어. 하지만 그는 그것을 소유하려고 할 거고, 그러려면 그도 우리가 했던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파피루스를 찾으려 할 거야.”

“두렵지 않으세요?”

난 말없이 그녀의 갈색 머리를 당겨 내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에서 향긋한 샤프론 냄새를 맡았다.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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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뢰명
    작성일
    16.07.30 12:32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9 청아람
    작성일
    16.08.04 16:29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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