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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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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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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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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5.2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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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사뭇 달라진 일상 (1)

DUMMY

마침내 송민희와 친구가 된 이인은 우선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반에 돌아간 그는 독감으로 인한 장기결석상태로 있다가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아직 서먹한 사이인 같은 반의 동급생들에게 격려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앞자리에 있는 친구로부터는 정말 뜻밖에도 그 동안 수업을 정리한 노트를 빌릴 수 있게 되어 이인은 어떻게든 그 동안 듣지 못한 수업진도를 대충이나마 따라갈 수 있었다.

그로부터 한 주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초반부터 난타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WS 팀이 3점차로 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득점 찬스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3회말 1사 만루. 타석에는 6번 타자 홍호원이 들어섭니다.

점심시간. 이인은 평소라면 혼자 바깥으로 나가 도시락을 먹으며 야구중계를 보고 있겠으나 일련의 사건 이후로 송민희와 친구가 되고 나서는 점심시간이 되거든 어김없이 도시락을 들고 양호실로 오게 되었다. 점심시간이야말로 양호실 등교를 하고 있는 그녀와 유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어서 그런 것이었다.

현재 그는 송민희와 함께 양호실 침대에 앉아 각자 도시락을 까먹은 뒤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시범경기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야구경기를 보고 있었다.

초반부터 둘이 좋아하는 WS 팀의 선발투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제구난조를 보인 탓에 난타를 당해 무려 5점을 빼앗기며 마운드에 불을 질러놓은 상태라 분위기는 긴박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타자들은 의외로 또 상태가 좋아 연속안타와 도루 등을 성공시켜 간신히 3점을 얻어낸 뒤 1사 만루라는, 잘하면 단번에 역전까지도 가능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었다.

“여기서 못 치면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정규시즌이 아닌 시범경기, 그것도 평일 낮에 진행되고 있었으므로 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터이건만 서로가 인기 있는 구단이어서 그런지 야구장은 열기가 후끈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WS 팀의 타자가 이윽고 준비를 다 갖춘 뒤 타석에 들어서자 이인은 스스로의 턱을 짚은 채 사려 깊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만큼 지금의 순간이 중요하여 그런 것이었다.

“홍호원은 스윙이 뛰어난 선수야……. 작년 타율도 3할 대고, 득점권 타율도 상당하니까 믿어 봐도 될 거 같아. 하지만 긴장하게 되면 무조건 초구부터 스윙을 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 조금 걱정이야…….”

“에? 이런 상황에서 초구부터 휘두른다고? 설마 그러겠냐. 우선 투수 공부터 몇 번 보다가…….”

-낮게 제구가 된 좋은 공…… 초구부터 당깁니다! 빗맞은 땅볼이 유격수 앞으로! 2루수-! 1루수! 463 병살타가 연결되며 이닝이 종료됩니다! 1사 만루라는 찬스를 너무나도 아쉽게 헌납하는 WS 팀입니다!

“허어…….”

곁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타자에 관하여 말을 하는 송민희를 향해 이인은 무슨 소리냐는 듯한 반응을 보였는데, 마치 그 대화를 듣기라도 한 것 마냥 진짜로 타자가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러 내야땅볼을 생성, 순식간에 병살이 성립되어 이닝이 종료되자 그냥 기가 찬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역시…… 조금 더, 성장이 필요한 선수야.”

그 광경에는 송민희가 예상대로라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그녀는 목소리에 묘하게 힘이 있어 여전히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으나 일종의 뿌듯함 같은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으아~ 나도 나름 올드팬인데 네가 더 정확하네. 대단하다, 야.”

이닝이 종료되어 화면이 광고로 넘어가자 이인은 그제야 화면에서 눈을 떼고는 기지개를 켜면서 감탄하듯 말했다. 일종의 예언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으니 그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송민희가 말했다.

“홍호원 선수는 긴장하면 초구에 방망이가 나가는 버릇만 고치면 충분히 주전으로써의 자리를 굳힐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조금 안타까운 선수이기도 해.”

“하기야, 그거 때문에 1사 만루에서 혼자 죽는 것도 아니고 병살을 쳐서 그냥 판을 엎어버렸으니…… 시범경기긴 해도 팀원들 눈치 좀 보이겠어.”

안타까움이 역력한 송민희의 말에 이인은 조금 생각하듯 있다가도 스스로의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는 하나 안타 하나면 최소한 동점에 잘만 때렸으면 2점차를 대번에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탓에 지금쯤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일 홍호원을 생각하게 된 탓이었다.

그는 그러다가도 말했다.

“이 틈에 좀 치울까. 어땠어? 먹을 만했냐?”

“응……. 맛있었어.”

그것은 바로 야구경기를 보며 먹은 도시락을 치우면서도 맛에 대한 감상을 묻는 것이었다. 송민희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그렇다. 이인은 송민희와 본격적으로 말을 트게 된, 이른바 친구가 되고 나서는 점심마다 자신의 도시락을 준비할 때 그녀 것까지 함께 준비하게 되었다.

이인은 친구가 된 바로 다음날에 점심이나 같이 먹을 겸 양호실에 왔을 때 여전히 송민희가 양인서가 준비해주는 그 맛이 기이할 정도로 특출 나게 없는 도시락을 먹는 걸 보게 되자 기겁하여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뺏었었다. 그리고는 당장에 양인서를 호출하여 계속 점심이 빈약한 이유를 물었는데, 그는 거기에서 마땅히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렇다는 궁색한 변명을 듣게 되었다.

물론 이인은 양인서의 그 답변에 기가 차는 걸 느끼다가도 보호자이기도 하니 그녀가 직접 만들 것을 주문했으나 그 주문에는 양인서가 배시시 웃으며 자신은 요리에 재능이 없어 송민희가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먹는다는, 듣기만 해도 혈압이 오르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이인은 상황이 그렇게 되자 그냥 송민희의 것까지 자신이 준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양호실에 등교를 할 때에는 시간적으로 여건이 맞지 않고 독감으로 아프기도 했던 터라 그냥 주는 대로 먹었으나 사실 그는 의외로 요리에 탁월한 재능이 있어 점심은 알아서 챙겼었다. 가족들이 모조리 해외로 나간 뒤에는 혼자 자취를 하게 되어 저절로 요리 실력이 늘게 된 탓이었다.

여담이지만 양인서는 이인이 대뜸 이런 말을 하자 철이 없게도 자신의 것까지 준비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단숨에 무시를 당해, 그 자리에 좌절하여 쓰러졌었다. 나름 거짓눈물을 보이며 호소력이 짙은 목소리로 도시락을 요청했으나 그것은 이인에게 전혀 먹히지가 않아 양인서는 당시 마음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었는데, 한 주가 지난 지금은 다행히 멀쩡해져 점심도 알아서 해결하고 있었다. 오로지 학교에만 있는 송민희와 달리 그녀는 마음이 내키면 동료 선생들과 함께 인근의 식당에라도 갈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존재한 덕분이었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예산은 선생님을 통해서 받고 있어서 웬만한 건 다 준비가 가능하거든.”

송민희의 도시락까지 준비하게 되자 이인은 교장인 서수근으로부터 일종의 연락책을 맡고 있는 양인서를 통해 두둑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돈이 제법 상당하여, 이인은 자신의 도시락까지도 맛이 뛰어난 것으로 만들고도 여유자금이 생겨날 정도라 지금의 생활을 나름 만끽하고 있었다. 본래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편은 아니었으나 공짜로 생겨난 돈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반기는 게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도시락을 치우면서도 송민희에게 얼마든지 원하는 메뉴가 있거든 말할 것을 요구했다. 송민희는 이인의 그러한 말에 그냥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알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게 전부였다.

“자자, 이제 슬슬 화면 넘어갔을 거 같은데…… 투수 바꾸려나?”

“이제 4회에 2점차로 뒤지고 있고, 정규시즌도 아니니 바꾸지 않을까…….”

“하긴, 3회까지는 그냥 지켜볼 겸 둔 거겠지. 다른 투수들 기량도 점검하려면 지금 타이밍에 바꾸는 게 좋을 거 같네.”

다 먹은 도시락을 옆으로 치워놓은 이인은 간이책상 위에다가 고정시켜놓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며 송민희와 의견을 교환했다. 그런 그는 여태껏 혼자서만 생각하다가 다른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게 되어서 그런지 표정에서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삐익

바깥에서 돌연 일종의 경보음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 것은 말이다.

그와 동시에 이인과 송민희의 행동에도 변화가 존재했다.

“쉬잇, 조용히 있자.”

“응…….”

그것은 막 다음 이닝이 시작되려고 하는 중계를 모조리 끄고 쥐죽은 듯 고요히 있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가끔씩 일어났다. 이인이 감기에 걸려 송민희와 함께 양호실에서 지낼 때에는 양인서가 핑계를 대고 양호실을 닫은 뒤 그 옆에 임시로 공간을 만들어서 문제가 없었으나, 이인이 송민희와 말문이 트게 된 다음날부터는 본래대로 양호실은 운영이 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점심시간이라고 해도 송민희가 있는 곳인 양호실에 학생이 오는 일은 존재했다. 따라서 점심시간에 방문을 알리는 호출음이 울리거든 그 안에 있는 이인과 송민희는 침묵을 유지하고, 그 사이에 바깥에 있는 양인서가 와서 일을 처리해주는 게 일상다반사였다.

그러나 이인은 곧 입술을 깨물었다.

삐익

‘선생님이 왜 이렇게 늦지? 평소라면 지금쯤 오던데?’

바깥에 있는 학생이 제법 오랜 시간을 있다가 다시 한 번 호출을 누른 탓이었다. 지금쯤이면 양인서가 알아서 오고도 남았을 터라 이인은 난처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급기야 그는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하여 스마트폰을 들어다가 양인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메시지를 남기시려면…….

‘도대체 뭐하는 거야, 이 선생님!’

하지만 이인이 전화를 걸어서 듣게 된 것은 상대방의 부재를 알려주는 기계음이 전부였다. 단순히 한 번을 건 게 아니라 재다이얼을 통해 몇 번을 계속 걸어도 그랬던 터라 이인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으나 이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양호 선생님이 지금은 급히 올 수가 없나봐. 우선 문은 잠갔을 테니 우리는 그냥 이대로 있자.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비교적 조용한 것으로 보아 심각한 일은 아닐 듯싶으니까. 기다리다 보면 알아서 포기하고 돌아갈 거 같아.”

곧 이인은 그냥 바깥에 있는 사람이 기다리다가 제풀에 지쳐 돌아갈 때까지 조용히 있는 것으로 행동을 정했다.

송민희는 그의 말에 함부로 소리를 내서는 안 되어서 그런지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뜻밖의 변수가 존재했다.

드르륵

‘저게 뭔……! 분명 문 잠갔을 텐데!?’

열쇠를 가지고 있는 양인서가 아니면 결코 열 수가 없는 양호실의 출입문이 열린 것이다. 출입문이 열리는 것은 정말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기에 이인은 너무 놀란 나머지 순간적으로 숨을 헉하고 들이켜고 말았다.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송민희가 감정표현이 매우 서투른 편이라 지금의 상황에서도 그냥 초연하게 있었다는 것이었다.

“문이 그냥 열리네……. 선생님, 계세요~?”

‘그러고 보니 아까 선생님이 잠깐 들렀다가 나가셨었지. 맙소사, 그때 잠그는 거 잊으셨구나……!’

양호실에 들어온, 청아한 느낌이 드는 여학생의 목소리에 이인은 그제야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은 점심시간에 자신이 양호실에 온 직후의 일이었다. 당시 이인은 시범경기가 막 진행 중이었던 터라 송민희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보려고 바쁘게 간이책상에다가 세팅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양인서가 자신은 식사를 밖에서 해결하고 오겠다며 그냥 나가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출입문을 잠그는 걸 깜빡 잊은 듯싶었다. 안에 있는 이인이 신경을 썼으면 좋았겠으나 양인서가 알아서 했으리라고 믿었던 데다가 경기가 초반부터 무지막지하게 치고받는 난타전의 양상을 보인 탓에 거기에 정신이 팔려 그만 그쪽을 살피지 못했었다.

이인과 송민희가 지금의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양인서와 이인. 두 사람의 과실로 인한 결과라고 보는 게 좋을 듯싶었다.

‘커, 커튼도 안 쳤는데…….’

“양호 선생님~?”

뚜벅뚜벅

‘헉, 이쪽으로 온다!’

송민희와 함께 침대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이인은 설상가상으로 커튼도 쳐두지 않은 상태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는데, 거기에는 지금 양호실에 멋대로 난입한 학생의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와와, 어쩌지!? 그냥 얼굴 한 번 보일까!?’

참으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이인은 그런 때에도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송민희를 보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아, 아니지! 나 하나가 봤을 때 선생님들 전원이 그렇게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하나가 더 추가……! 그거도 발단이 양호 선생님이라고는 해도 결론적으로 보인 게 나라고 하면 그 후폭풍은 상상조차 안 돼! ……에라, 모르겠다!’

이렇듯 이인은 속으로 갈팡질팡하다가도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상기하고는 본능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어, 사람이 있었네.”

이인이 위기의 상황에서 취한 행동은 그냥 송민희를 안고서 이불을 덮는 것이었다. 그녀의 체격이 여성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에 속했고 이불이 두꺼웠던 덕택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답답해도 조금만 참아……. 어, 누구세요?”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돌발적으로 행한 행동이었다. 따라서 이인은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지금쯤 상당히 놀랐을 송민희에게 양해를 구한 뒤 막 잠에서 깬 것처럼 위장을 하여 지금 양호실에 들어온 여학생을 향해 말을 걸었다. 그 여학생은 이인보다 한 학년 위인 2학년생이었다.

“두통이 조금 심해서 온 건데…… 혹시 양호 선생님 못 봤니? 밖에 외출중이라고는 쓰여 있었는데 문이 열려있어서.”

“글쎄요. 저도 비슷하게 아침에 두통으로 와서 자고 있던 터라…… 지금 시간이면 식사하러 가신 거 아닐까 싶은데요.”

여학생의 말에 이인은 그냥 추측하듯 말했다. 뭐, 그것은 실제로 지금이 점심시간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추측이기도 했다.

“이대로 수업 들어가면 너무 힘들 거 같은데,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하나……. 아이고, 머리야. 나도 잠깐 누워야겠다.”

‘뭔……! 제발 그냥 가, 이 아줌마야!’

없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으니 그냥 돌아갈 줄 알았건만 여학생이 취한 행동은 무려 그냥 빈 침대에 눕는 것이었다.

이인은 그녀의 행동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빨리 나가라고 소리를 지를 뻔했으나, 그랬다가는 오히려 더 수상하게 보일 수 있다는 걸 파악하고는 간신히 그것을 참을 수 있었다.

‘히, 히터를 너무 틀었나, 찜통이네…….’

“……야, 괜찮아?”

졸지에 이불을 덮은 채 송민희를 계속 안고 있는 자세로 있게 되자 양호실에 돌아가고 있는 히터에 이불까지 합쳐지자 그냥 봄을 건너뛰고 단숨에 여름을 맞이하게 된 착각이 들 정도로 더웠다. 이인은 자신은 그나마 얼굴이라도 바깥으로 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진장 더위를 타고 있었지만 송민희는 전신이 이불 안에 있어 그녀가 더 더울 것이라고 판단하고는 상태를 물었으나 거기에는 들려오는 대답이 존재하지 않았다.

‘저걸 어떻게 쫓아내지…….’

“……얘, 괜찮니?”

“예!? 예……예에?”

좌우지간 일초라도 빨리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따라서 이인은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는데, 그는 그러다가도 우선 자신이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대화를 나눌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2학년의 여학생으로부터 말이 들려오자 화들짝 놀랐다. 이인은 그리고 무의식중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는데, 거기에는 어느 샌가 가까이 다가온 그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니, 보니까 땀을 엄청 흘리는 거 같아서…… 세상에, 정말로 두통이니?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아, 아니, 괜찮은데…….”

‘오지랖이 완전 잠실구장 급이네…….’

여학생이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한 어조로 말을 걸어주자 이인은 얼떨결에 그 말에 대답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인상을 썼다. 그녀가 당장 나가주는 게 지금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건데 그 반대의 행동을 취해주니 도무지 좋게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또 거기에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아니야. 안색이 조금 창백한 게 열이 있는 거 같네. 내가 보기에는 우선 이불부터 걷는 게 좋겠다. 이불 주렴. 내가 옆에 놔줄게.”

‘이, 이게 또 뭔……!? 설마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그냥 말만 하고 돌아갈 줄 알았던 여학생이 대뜸 팔을 내밀어다가 이인이 지금 몸에 덮고 있는 이불을 넘겨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설마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몰랐던 터라 이인은 당황한 나머지 그냥 붕어라도 된 것 마냥 입만 뻐끔거렸는데, 거기에는 다행히 구원의 손길이 존재했다.


작가의말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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