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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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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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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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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대화를 나누다 (5)

DUMMY

이인이 사전에 건 전화통화 덕분에 그와 송민희는 무사히 현장에 파견된 경찰들에 의해 보호를 받아 인근의 경찰서에 이동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경찰서에서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경위서를 작성하는 등의 일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인은 그 과정에서 왼팔에 난 상처를 치료받았다. 치료라고 해도 경찰서가 전문 의료기관은 아니었던 터라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는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일이 그렇게 되었는데, 아쉽게도 흉기를 휘둘렀던 남자들은 체포가 어려운 전망에 놓이게 되었다. 그들과 있던 골목길이 공교롭게도 시내의 CCTV에서 사각인 지대에 있었을 뿐더러, 그들이 경찰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먼저 뛰쳐나갈 때 CCTV의 존재를 사전에 염려하고 있었던 것인지 겉에 걸치고 있던 외투를 이용하여 교묘하게 얼굴을 가리고 도주를 꾀한 탓이었다.

이인은 이 사실에 적잖게 실망했으나 우선 일이 일단락된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하마터면 둘 다 크게 다칠 뻔했는데 무사히 벗어나게 된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좌우지간 이렇게 되자 이인과 송민희는 시간도 늦었고 해서 나중에 다시 경찰서에 출두하여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아직 미성년자인지라 보호자가 필요한 부분은 이인이 해외에 있는 자신의 부모님에게 연락하는 것으로 해결하고 경찰서를 나서게 되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평생 갈 일 없을 줄 알았던 경찰서를 이런 식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오후 9시가 넘었을 무렵이 되어서야 사건담당자로부터 귀가를 허락받게 되자 송민희와 함께 경찰서를 나서게 된 이인은, 정문을 지키고 있는 의경들을 지나 시내로 나오게 되자 슬쩍 농담을 던지듯 말했다. 사실 그는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적잖은 난감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무서웠던 건가……. 원래 그런 성격이지만 더 말이 없네.’

경찰서로 이동하게 된 뒤 송민희가 말문을 연 것은 조서를 작성할 때가 유일했다. 아직 미성년의 여자아이이니만큼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을 배려하여 이인이 따로 조서를 꾸밀 때 여성 경찰관이 몇 번 말을 붙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이인은 그걸 곁눈질하며 걱정하다가도 이제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되자 지금 넌지시 말을 붙여본 것이었다. 그러나 미리 예상했던 것처럼 들려오는 대답이 존재하지 않자 그냥 속으로 한숨만 내쉬었는데,

“저기…….”

그건 또 아니었다. 놀랍게도 곁에서 묵묵히 걷고 있는 송민희로부터는 들려오는 말이 존재했다.

그것은 정말로 뜻밖의 반응인지라 이인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만 크게 뜬 채 쉬이 말을 하지 못했으나 곧 그는 또 다른 종류의 난처함을 느껴야만 했다.

“팔에서 피가 계속 나는데…….”

“뭐? 에, 에이, 이거 진짜…… 소독도 하고 제대로 약도 바른 것 같은데도 이러네.”

송민희가 조심히 손을 들어 자신의 붕대를 하고 있는 왼팔을 가리키며 말하자 그와 동시에 그쪽을 바라보았는데, 거기에서 붉게 적셔진 붕대를 보게 된 탓이었다.

칼날이 제법 날카로웠는지 베이고 나서 분명 전문적인 치료는 아니었으나 소독도 하고 약도 바르고 붕대도 감았건만 제법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는 멎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서서히 상태가 나빠지는 독에라도 중독된 것 마냥 좋지 않았기에 이인은 그냥 입술로 혀만을 핥았을 뿐이었다. 시간이 제법 늦었던 터라 인근에 문을 연 병원은 없었으며 집까지는 버스를 타고 족히 30분은 걸리는 거리였고, 그렇다고 해서 또 경찰서로 돌아가서 붕대를 갈아달라고 하자니 무안하여 그런 것이었다. 집에 비상용의약품은 가지고 있었으니 가면 되겠으나, 지금 같은 상태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승객들로부터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아 경찰에 신고를 당할 가능성도 제법 존재했다.

헌데, 이렇게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진 이인을 향해서는 송민희의 놀라운 제안이 존재했다.

“괜찮으면…… 우리 집, 이 근처니까. 갈래?”

“너, 너희 집에?”

그것은 바로 자신의 집으로 초청하는 것이었다. 절친한 친구여도 집으로의 초청은 제법 난이도가 있는 행동인데 그러한 것을 다름 아닌 송민희에게 당하게 되자 이인은 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으며 반문하고 말았다.

거기에는 송민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으니까……. 집에 약이랑 붕대도 있어. 제대로 치료하고 새 걸로 바꾸는 게 좋을 거야.”

“아니, 그래도 이 시간에 동성이라면 모를까, 이성인 내가 네 집에 가면 썩 좋지 않을 것 같다만……. 가족들 시선이 곱지 않을 텐데 괜찮겠어?”

빈말로 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약과 붕대에 관하여도 언급하며 다시 한 번 말하는 송민희의 말에 이인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렇지 않을 수가 없는 게, 지금 자신이 한 말처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되어 그런 것이었다.

현재 시각인 오후 9시면 아주 늦었다고도 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이르다고는 말할 수 없는 애매한 시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시간에 남자아이를, 그것도 팔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녀석을 데리고 오면 제 3자인 가족의 입장에서는…… 애써 평정을 유지하고 자초지종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경찰에 신고를 당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우선 지금 상황에서 원만한 상처치료를 위해서는 거리도 가깝다고 하니 최선의 선택이겠으나, 정녕 그래도 되는 것일까?

다행히 이런 이인의 걱정은 기우에 그칠 수 있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송민희의 대답을 듣게 된 덕분이었다.

“음…… 그래. 그럼 신세 좀 지자.”

이인은 그 말을 듣고도 잠시 눈을 감은 채 고민에 잠겼으나 결론이 내려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시 시내에 멈춰 서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상처를 입은 왼팔을 보니, 붕대에 배어나오고 있는 피가 그것을 타고 지면을 향해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송민희의 집은 동인고등학교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파트였다. 그녀의 집은 7층에 있어 이인은 그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것은 여담이지만, 걸린 시간에 비해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이인의 상처에서 계속 피가 새어나온 탓이었다. 바닥에 핏자국을 남기며 돌아다녔다가는 다음 날 어떤 소문이 퍼지게 될지는 정말 알 수가 없는 노릇이라 이인은 시내에 선 채 무언가 팔을 감쌀 것을 찾다가 도무지 보이지가 않자 급기야 자신의 동복 마이를 벗어다가 그냥 그것으로 팔을 감쌌다. 피는 워낙에 잘 안 빠지는 것이라 나중에 세탁을 할 때가 곤욕스럽겠으나 나중보다는 지금이 더 중요하여 육참골단의 마음으로 취한 행동이었다.

끼이익

“……들어와.”

아무튼 동복 마이를 희생한 덕분에 걷는 게 수월해진 이인은 그대로 송민희의 안내를 받아 그녀의 집에 들어설 수 있었다.

불과 어제만 해도 원만하게 말을 트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집에 오게 된 터라 이인은 따라오기는 했으나 그 행동을 잠시 망설였는데, 현관에 들어선 그는 곧 탄성을 내질렀다.

“이야~! 이게 다 뭐야! 집이 천국이네!”

왜냐하면 현관에 서게 되자 자연히 거실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곳에는 그가 좋아하는 구단인 WS에 관련된 상품들이 쫘르륵 전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없는 게 없었다. 각 유명선수들의 등번호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은 기본이었고 기념용 방망이나 마스코트 인형, 사인볼 등등…… 구단용품판매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래서 이인은 그곳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피가 다시 나기 시작한 상처의 치료가 최우선이었으나, 정말 뜻밖의 물건들을 보게 되어 그곳에 정신이 팔린 탓이었다.

이인이 송민희의 거실에 시선이 고정되어 통 헤어 나오지를 못하고 있는 그 때였다.

덜컥

“여기…… 구급상자야.”

이인을 안내하며 집에 먼저 들어온 송민희는 그가 거실에 정신이 팔린 사이 안쪽 방에 들어가서 구급상자를 꺼내왔다. 거기에는 지금 이인이 필요로 하는 붕대를 비롯한 모든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도와줄까……?”

“아, 괜찮아. 혼자서도 할 수 있…… 으으, 이거 주말 내로 물 뺄 수 있을지 걱정이네…….”

이인은 송민희가 구급상자를 꺼내어주자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구급상자를 내민 그녀가 선뜻 도움을 주겠다는 뜻을 보이자 아무래도 그렇게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왼팔을 감싸고 있던 마이를 풀었는데, 거기에서 피로 범벅이 된 안쪽을 보게 되자 표정을 구겼다. 다행히 내일부터는 주말이라 바로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말에 한정되었을 뿐 월요일부터는 어김없이 가야만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거 상태가 생각보다 심하네……. 미안한데 화장실 좀 빌릴 수 있을까?”

“응, 저쪽.”

마이로 감쌀 때 강하게 압박을 해서 그런지 다행히 피는 멎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 상태는 너무나도 심각하여 이인은 화장실의 사용을 부탁했는데, 송민희는 그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인은 행여 피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걸음을 조심하여 그녀의 안내에 따라 화장실로 들어갔다.

“와, 이거 아예 그냥 하나 사던가 해야겠는데…….”

아파트라 그런지 화장실 내부는 생각보다 좁았다. 따라서 송민희는 그냥 바깥에 있고 이인 혼자 안에서 피가 묻은 마이의 처리와 구급상자를 이용하여 상처를 치료하게 되었다.

이인은 우선 마이를 세면대에 적당히 두고 구급상자의 약과 붕대를 이용하여 왼팔을 말끔히 정리한 다음 -다행히 피가 멎어서 처리가 쉬웠다- 엉망이 되어버린 마이에서 속히 피를 빼내는 게 중요하여 세면대에 물을 틀어 이내 그것을 빨았는데, 도저히 나아지는 기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괜히 건든 듯싶었다. 마이가 담겨있는 세면대에는 오로지 시뻘건 물만이 자리하고 있어 무슨 공포영화의 한 장면인 것처럼 느껴졌을 뿐더러 피 자체의 성질 때문인지 몰라도 색이 잘 빠지지가 않았다. 본래 동복마이의 색이 짙은 청색이어서 피가 배었다고 해도 눈에 확 띄지는 않았으나 자세히 본다면 충분히 알아보는 데에 지장은 없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건든 건데, 오히려 더 악화가 되고 말았다. 차라리 월요일까지 처리가 안 되거든 학교에 사정을 설명한 뒤 세탁소에 맡기는 방법을 택하는 게 좋을 듯싶었다. 아니면 아예 한 벌을 새로 구입하던가 말이다.

“……저기, 또 미안한데 봉투 하나만 좀 줄 수 있을까?”

피가 잔뜩 묻은 마이를 약 5분 동안 세면대에서 벅벅 비비던 이인은 결국 자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포기하고 화장실 바깥에 있는 송민희를 향해 봉투조달을 부탁했다. 아무튼 가지고 돌아가야 하는데 물에 흠뻑 젖은 채로 가지고 갈 수는 없었으니 그런 것이었다.

“네 덕분에 살았어. 진짜 고맙다, 고마워.”

송민희에게서 검은 봉투를 하나 건네받은 이인은 그것에 마이를 대강 쑤셔 넣고는 나갈 준비를 갖추었다. 무슨 사정으로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처럼 늦은 시간에 장시간을 있어서 좋을 게 전혀 없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그런 것이었다.

“자, 그럼 난 이만…….”

그렇기에 이인은 간단하게 인사를 한 다음 속히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그런 그를 향해서는 다음과 같은 송민희로부터의 말이 존재했다.

“저, 하나만 묻고 싶은 게 있어……. 어째서 나를 도와준 거야……?”

그것은 실로 뜻밖의 물음이었다. 때문에 이인은 막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두 사람의 사이에는 잠깐 동안 정적이 흘렀는데, 거기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송민희로부터 질문을 받은 이인이었다.

“……머리 장난 아니게 좋은 애한테 들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 잠깐 당황했다, 야. 그건 질문 자체가 좀 이상해. 그 상황은 도와주는 게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었잖아.”

“그 사람들이 도중에 칼을 꺼냈다고는 해도…… 처음에도 충분히 위험한 상황이었잖아. 어디까지나 남이라고 할 수 있는 날 위해서 왜…….”

“남? 아니지. 왜 우리가 남이냐?”

“응……?”

이인이 마치 가벼운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응수하자 송민희는 당시의 상황을 상기하며 말을 꺼냈으나 그 말은 이인이 도중에 무슨 소리냐는 듯 잘랐다.

송민희는 그의 그러한 대답은 예상치 못하여 다소 놀란 표정으로 눈만을 깜빡였는데,

“같은 팀 응원하는 동지끼리 그러면 섭섭하지. 우리 이미 친구 아니야? 이야~ 난 오늘 좀 다치긴 했어도 너희 집 와서 눈정화 제대로 하고 가서 기쁜데. 저건 진짜 나도 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어지는 광경이야.”

거기에는 이인이 씨익 웃으면서 현관에서 한눈에 보이는, WS 팀의 각종 기념품들이 즐비하고 있는 거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 그의 표정에는 일종의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 표정으로 보아 지금 한 말은 어디까지나 그의 진심인 듯싶었다.

“…….”

송민희도 이런 이인의 얼굴에서 진심이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일까, 그녀는 딱히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거실에 일종의 경외에 가까운 시선을 보이고 있는 이인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게 전부였다.

“아, 그러고 보니 넌 오늘 산 잡지가 그 빌어먹을 놈들 때문에 엉망이 됐었지……. 자, 받아.”

이인은 송민희의 거실을 통해 야구에 관련된 물품들을 보게 된 탓인지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 말하고는 스스로의 가방을 열어 이내 거기에서 하나의 책을 꺼내어 송민희에게 건네주었는데, 그것은 오늘 그가 그녀를 따라서 구입했던 야구잡지였다.

“이건…… 하지만 이걸 나한테 주면 넌…….”

이인으로부터 건네받은 물건은 정말로 뜻밖의 것이었던 터라 송민희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았다가도 우려하듯 말했으나 그런 그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짜잔, 진정한 팬이라면 같은 잡지를 최소 세 권은 구입하는 법이지. 네게 준 건 자랑용이야.”

이인이 송민희로부터 들려올 대답을 충분히 예상했다는 듯 똑같은 책을 두 권 더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어차피 주변에 같이 야구이야기나 하면서 노는 놈은 없으니까 하나 주는 거야. 모처럼 당일에 바로 샀는데 웬 개뼈다귀 같은 놈들 때문에 엉망이 되었으니 얼마나 속이 상했겠어. 내일 다시 사는 수도 있겠지만 오늘 하루는 그냥 기약 없이 기다리게 될 테니 같은 팀을 응원하는 동지이자 친구로서 그건 넘길 수가 없다. 그래서 주는 거니 아껴서 봐. 저쪽에 갖다 두면 더 좋겠네.”

송민희를 향해 이렇게 말한 이인은 열었던 가방을 다시 닫고는 마이를 담은 검은 봉투를 챙겨 다시 나갈 준비를 갖췄다.

“……고마워.”

현관문을 열고 막 바깥으로 나가려는 이인을 향해서는 이와 같은 송민희의 말이 들려왔다. 그것은 지극히 짧은 말이었으나 그 목소리는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끼이익

“그럼 주말 잘 지내고 학교에서 보자. 지금 시간에 여자애 혼자 집에 있으면 무서울 테니 문단속 철저하게 해서 나처럼 착한 놈이라고 해도 가족 아니면 절대 열어주지 말고. 그럼, 바이바이 걸.”

이인은 딱히 뒤는 돌아보지 않고 송민희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는 그냥 짧게 손을 흔들어준 다음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복도로 나온 그는 복도에 있는 창문을 통해 어스름한 달빛을 비추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보름달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일부터 세탁소도 찾아봐야하고 경찰서도 다녀와야겠지만…… 후우, 그래도 이번 주말을 편히 보낼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네, 정말.’

생각과 달리 제법 할 일이 많다고 볼 수 있었으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이인의 표정은 줄곧 짊어지고 있던 커다란 짐을 덜어낸 사람의 그것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편안했다.

뭐,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조금 전에 완전히 해결되었으니…… 그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것도 사실 무리는 아니었다.


작가의말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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