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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여자로 살고 있는 하윌라의 공간입니다. 환영합니다(^0^)/

내 일상


[내 일상] 죽은 자

심적으로 복잡한 것을 경험할 때 손톱을 다듬는다.

오래 전부터 있어온 일이다.

요즘은 자주 있어왔다.

왤까.

무언가 불편함이 치고 올라오는 걸까. 

마치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처럼 하면서도 넘기지 못하는 듯.

속에서 올라오는 울렁거림에 시계를 보니, 또 저녁이다. 

요즘은 저녁마다 속이 좋지 않다.

꼭 저녁만 그렇다. 예민해진 걸까. 

무엇때문에. 무엇에. 무엇이.




별로 예민하지 않은 성격이다. 

그런데도 무엇 때문에 울컥거리며 속이 불편한지를. 

그것이 감정의 소요로 인한 부산스러움인지

어떤 강박때문인지를 도무지 모르겠다. 강박이라.... 

뭘 잘해야 한다는 건 무의식 가운데 있어왔다.

오늘도 손톱을 스다듬었다. 핸드크림도 발라주고,,, 

그 크림의 향이 짙은 장미향에 바닐라가 섞인 

달콤함이 풍겨오는 것이었는데

그걸 바르면 뭔가모를 보상받은 기분도 느껴졌었다.



밤마다 랩탑 앞에 앉아있는 것은 좋지 않은 자세를 낳았다. 

허리가 아프고, 목은 쭈욱 빼고, 어깨엔 힘이 들어갔다.

그렇다고 줄기차게 글을 뽑아내는 것도 아니면서.. 

안구건조증으로 눈물약을 달고 살고, 연고까지 넣어야한다.

그 가느다랗게 나오는 연고는 

눈 아랫 점막에 길게 짜서 넣으면 앞이 뿌얘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상을 한다. 매번..

이렇게 눈이 안 보이면 어쩌지? 

내게 익숙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지 못한다면... 

이런 두려움도 느낀다.

이상하다. 마음이.



두려움인가.

믿음과 두려움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커진다는 것이다.

믿으면 믿을 수록 커지고, 두려움도 두려워할 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둘은 정 반대에 있으면서 서로 상호보완적이다. 밀어내지만 그 효과는 상당하다.

내게 두려움이 있다면, 그건, 꿈꾸던 것이 사라지는 것이다.

오직 날 달려오게 하던 그 꿈.

죽음에서 날 건진 그 꿈

날 살린 그 꿈.

나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려오게 한 꿈 말이다.



그 꿈을 잊은 채 6개월을 살았고 버텼다. 

실로 죽은 날이다. 내가 없는 날. 다시 산 내가 없는 날. 

나의 날에서 계수할 수 없는 시간들.

누군가는 그 6개월의 나를 좋아했고, 사랑했었다. 

그런데, 나의 밖에서 날 바라보면 그것은 죽은 시간이었다.

인간에게 불필요한 시간이 있을까. 

그것이 병상에 있던 시간이었을까. 

실수로 점철된 다신 되돌아보기 싫은 모습이었을까.



이번 주 시간이 날 때마다 노랠 불렀다. 쉰지 오래되었는데,,, 

이상하다. 소리는 좋아졌다. 미쳤나...

성대도 근육이기에 움직여야 하고, 관리를 해야하거늘. 미쳤나보다.

계수할 수 있는 날에서 삭제된 나의 6개월은 

허비하고 낭비하고 사치한 시간일까.

랩탑 앞에서 지금도 화면을 본다. 

안구건조증으로 눈물약을 수시로 넣어야하고, 

뚜렷한 결과물은 없으며

죽은 나날을 보내는 것만 같은 나를 보겠지... 

죽은 나... 죽은..나.....



때로는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고치고 귀걸이를 하고, 

반지를 끼우고, 팔찌를 하고, 목에 화려한 목걸이를 걸고,

목덜미에 향수를 뿌리며 죽은 자가 산 자처럼 행동한다.

감정이 움직인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낚시 바늘에 걸려 

펄떡펄떡 거리며 살기위해 꿈틀대는 것처럼 

감정이 올라온다... 미쳤지.

난 죽었습니다... 하고 말하면서... 

마치 산 자의 삶을 그리워하고, 그 삶을 따라가려 한다.

죽은 자가 말이다...


댓글 6

  • 001. Lv.14 해품글

    24.01.13 12:59

    에고.. 윌라님..
    이번편 글은 제목을 좀 바꾸셔야.. 할 것 같은디요..
    '꿈꾸는 자-'
    이런...?

    지난 6개월간 참 많은 활동과 벗들에게 기쁨을 주셨으니,
    '아름다웠던 시간-'
    이런 느낌으로 해도 참 좋을것 같아요.
    물론 느낌만 그렇고, 내가 정한 제목은 좀 식상한 거구요..ㅋ

    나는 게을러서 손톱정리... 짧게 깎는게 다인데,
    마음이 심란하면, 손톱을 다듬는 다는게... 너무 세련되게 느껴지는거 있죵~

    하윌라님은, 바쁜 일상속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다듬고,
    또 다른 이들까지 챙겨 주려는 마음이 가득하니..
    벗들은 윌라님에게 모두 박수를 보낼 것 같습니다.

    지난 6개월간 제 옆에서도 함께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많은 걸 배우고, 또 그 아우라에 저도 더 부지런해 질 수 있었지요.

    앞으로도 많은 활동과 좋은 결과에 작은 마음이라도, 응원 드립니다~~!!

  • 002. Lv.22 하윌라

    24.01.13 15:34

    사랑합니다. 작가님^^
    늘 주시는 고맙고 평안한 마음이 너무도 귀합니다.
    그래서 제 사랑이 더욱 커져가는 느낌이구요^^

    죽은 자라는 것은, 영적인 뜻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로부터 공급되는 순전한 향유로 저는 살아가거든요.
    그러나 지난 6개월은 제게 그런 것이 없었지요.
    즉, 그 순전한 향유의 부음을 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던
    시간이었어요.
    그런... 의미입니다.
    염려마십시오. 저는 그저 저의 '지음'들과 지고한 교류가 이어지길 원하니까요^^

    요즘은 그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그가 내 방문고리를 잡고 그의 향유기름이 뚝뚝 떨어지며
    흘리는 향내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사랑을 기다립니다~

  • 003. Lv.27 생사람

    24.01.15 21:03

    작가님의 복잡한 속내가 가슴을 울리네요.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 무엇이 필요할까.

    그리고 앞으로 그려나갈 활동들에 대한 기대가 있고, 어떤 응원을 해야할까 고민됩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잠시의 몸살이라고 생각합니다.
    힘 내세요~ 화이팅!!

    추신 : 덧붙여서 그동안 저 역시 매우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이 먹어 글을 써 본다고 도전을 해 놓고, 온갖 궁상을 다 떨면서도 작가님이 항상 곁에서 응원해주고 힘을 북돋아 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건 정말 가식 없는 사실입니다.

    때론 저 자신에 대한 실망의 순간도, 후회의 순간도...
    그리고 지쳐 나가 떨어질 만큼 괴로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걸 견뎌낼 수 있었던 건 하작가님과 같은 동료 작가님들과 몇몇 소수 독자들의 덕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의무감으로 글을 올리며, 언제부턴가 조회수도 추천수도, 그리고 선작수도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그러다 결국은 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변변치 못한 작가인지, 얼마나 무늬만 작가인 사람인지 잘 아실겁니다.
    그럼에도...
    불과 몇 달에 불과하지만...
    제가 독자가 아닌 새내기 작가 시절부터 함께 있어준 하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004. Lv.22 하윌라

    24.01.16 00:47

    사랑하는 작가님
    늘 작가님의 말씀이 귀했고, 오늘도 그러합니다.
    저에게 힘듦은 제 꿈이 희미해져 가는 것이지요.

    오직 제가 살아있을 이유가 되었던 거라서요~ 물론 작가로서의 삶은 아닙니다.
    그 꿈을 향해 계속해서 열심을 내어 살아갔었는데요~ 제가 아프면서, 계속된 검사와
    뭐... ㅎㅎ 여러 증상으로 많은 부분을 내려놨었어요. 그저, 그날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거저 주어진 인생이다... 그런 마음이죠^^

    그래서 하루하루를 감사로 채우길 원하며 살아가고 있었어요~
    문피아에서 좋은 분들을 만난 것도, 감사구요^^ (하지만 글을 쓰면서~ 꿈에 대해 잊어버렸어요
    그래서 죽은 시간이죠^^)
    제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기쁨이 된다면 더 좋겠어요~

    생사람 작가님은 정말 귀한 작가님이세요~
    독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아시죠~ 그리고 새롭고 신선했어요^^
    잼있던데요~~ 에이~~ 그냥 매일의 삶을 성실히 채우시면 됩니다~ 이미~ 잘 하고 계시잖아요^^

    또~ 우리 잘 하는 거 있잖아요~~
    궁상떨기~~~ 가끔하면서~~ 이렇게 서로 기대어 가 봅시다요~~
    작가님의 방문은 항상 제게 웃음을 줍니다. 감사가 나오구요~ 얼마나 귀한지요~
    그런 귀한 분이세요^^ 너무 감사합니다~!!!

  • 005. Personacon 9ps

    24.01.21 14:40

    '으하하하 작가님 드디어 했어요 독학으로!!!! 잘했쥬??'
    보내주셨던 웃음소리가 생각나서 이 자리를 찾아왔어요.
    하하하하핫... 잘 해내셨어요.
    몸살 날 수도 있어요.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컨트롤하시기를 :D

  • 006. Lv.22 하윌라

    24.01.21 22:24

    하하하 와주셨군요^_^
    두 팔 벌려 환영함미닷 ㅋㅋㅋ
    엄청 부족한데요~ 일단 편집을 맡기지 않고 해봤다는 게
    뿌듯한 거죠~
    영상이 나오면 더 좋을 것 같아서
    다음 번부터는요, 영상을 편집해보면서 올려봐야겠어요.
    영상편집은 아주 막노동일 듯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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