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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 3세 야알못 감독의 우승 필승 전략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게임

공모전참가작

온리원.
작품등록일 :
2024.05.08 23:36
최근연재일 :
2024.07.05 1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4,615
추천수 :
41
글자수 :
250,360

작성
24.05.2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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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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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15 : 나 혼자 야구 바보 (6)

DUMMY

“기록을 보셨다고 했는데, 이 친구는 타석이 적어서 4할인 거예요. 대타 5번 나와서 2번 성공한 선수를 선발로 내기는 좀······.”

대타?

타석에 대신 나왔다는 건가?

뭘 미리 공부하려고 해도, 그런 건 기록표에 나오지도 않고······.

사 놓고 안 읽은 ‘프로야구 따라잡기’ 책이 있긴 하지만, 그걸 언제 읽어?

집에 가면 얼마나 피곤한데.

아, 이북으로 살 걸.

그러면 목차 검색해 보기도 편한데.

딴생각에 빠져 있는데, 수석코치님이 내 눈치를 살피며 덧붙였다.

“영건들에게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시는 건 좋은데요. 그래도 수비나 여러모로 그 친구는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

“그럼, 엔트리에서 지울까요?”

내 질문에 수석코치님 표정이 좋지 않게 변했다.

아니, 경기를 뛸 준비가 안 된 거면······.

“타격코치랑 수비코치랑 회의해 보시죠.”

그러더니, 수석코치님이 감독실을 나갔다,

내 질문이 이상했나?

어떡해?

화 나신 거 같은데······.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데, 곧이어 타격코치님이 들이닥쳤다.

아마 수석코치님이 가보라고 한 게 아닐까······.


[네이비즈 타격 코치 ‘박전거’를 만났습니다!]

[타자들을 파악하고 선발 라인업은 완성하세요!]


띠링.

알림이 떴다.

내 추측인데, 뭔가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상황에만 이름이 뜨는 모양이었다.

어제도, 그제도 봤던 분인데 이제야 이름이 뜬 걸 보면.

“감독님!”

“네?”

“그건 아니 될 일입니다!”

뭐라고 듣고 온 건지는 몰라도 어째 사극 말투를 쓰셨다.

“동민이는 아직 경험이 너무 부족합니다! 어제 어떤 대화를 나누셨는지는 몰라도······.”

타격코치님은 내가 모르는 단어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알파벳이랑 한글이 섞여 있었는데, 중요한 건 내가 알아들을 만한 말이 하나도 없었다는 거였다.

더블유가 뭐?

“게다가 수비도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니까 경기 후반부에 대타로 한 번 기용하시는 걸로 하면 어떨까요?”

음······.

잘 모를 때는 전문가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맞지.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4할이면 5번 나와서 2번은 친다는 거잖아요.”

“예?”

“오늘 타석이 5번은 돌아올 거고. 그럼, 결과적으로 2번은 친다는 거 아니에요?”

“아니죠, 감독님. 5번 나와서 0번 칠 수도 있습니다. 타율이 그렇다고 무조건 고정되는 게 아니에요. 오늘 5번 나와서 한 번도 못 치면 동민이 타율은 2할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상태가 안 좋나요?”

당연히 오늘 한 번도 못 칠 거라고 생각하는 상사 밑에서 일해야 한다니······.

나는 괜히 이동민 선수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저런 상사 밑에서 기대 없이 사니까 괜히 힘없어 보이는 나한테나 화풀이하는 인성으로 자라난 게 아닐까?

성선설을 믿는 나로서는 자라온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

“알겠습니다! 오늘 선발로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상대 선발이 쉽지 않은 상대지만, 평생 그렇게 벤치만 달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다만!”

갑자기 무엇이 타격코치님의 마음을 돌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내 의견이 받아들여진 듯했다.

말끝에 ‘다만’이 붙긴 했지만.

“1번은 절대 안 됩니다. 2번으로 하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뭐······.

“또, 두 타석 모두 공을 건드리지도 못하면, 대타로 바꾸시고요.”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대타는 누구 쓸까요?”

“그, 제가 만복 코치님께 동민이 얘기만 들어서요······.”

“네네, 앉으세요. 이게 제가 쓴 그거예요.”

라인업지를 내밀자, 타격코치님 표정이 마찬가지로 어두워졌다.

“정말, 이렇게, 그······.”

차마 말을 잇지 못할 정도인 듯했다.

음, 나름 열심히 해 본 건데······.

두 분 다 대놓고 타박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눈치라는 게 있지 않은가.

“그으, 그, 기록을 보고 짜신 거죠?”

한참을 입술만 달싹이던 타격코치님이 겨우 꺼낸 말이었다.

“근데, 그, 기록이라는 게, 그, 아! 통계의 오류라고 아시죠? 경영학과 나오셨으니까······.”

혹시 오해할까 봐 말하는 건데, 다시 말하지만, 나는 국문학과 출신이다.

경영학과는 내가 아니라 게임 속 재벌 2세 캐릭터가 나온 거고.

매우 조심스레 운을 뗀 타격코치님은 테이블에 있던 펜을 집어서 이름 옆에 체크했다.

“이렇게 셋은 안 됩니다. 딱 한 명, 아니, 동민이를 2번으로 쓰기로 하셨으니까 이렇게 둘 중에, 아니, 둘은 포기하세요.”

“네.”

“이유는, 그, 아? 예? 포기하신다고요?”

내가 쉽게 포기하지 않을 줄 알았는지 타격코치님이 말하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 된다고 하는 이유가 있으시겠죠. 이 두 선수도 타석이 너무 적은가요?”

“예예, 둘 다 어린 선수라서······. 물론, 기회는 필요하지만, 굳이 오늘 경기에······.”

타격코치님이 뒷머리를 벅벅 긁었고, 나는 가방에서 기록표를 꺼냈다.

“근데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건데요.”

“예, 편하게 물어보십쇼.”

“이 두 선수를 빼고 넣을 선수가, 어제처럼 이 두 명이 되는 거잖아요.”

“그, 그렇죠?”

“근데 이 두 사람은 각각 1할 6푼 7리, 1할 9푼 9리잖아요? 비슷한 거 아닌가요?”

진짜 몰라서 물어본 건데, 타격코치님이 또 말이 없어졌다.

한참을 라인업지만 붙잡고 계시던 타격코치님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경험치라는 것이 있긴 한데. 예, 감독님 말씀이 맞습니다. 고만고만하니까 기회 좀 주는 게 맞겠죠. 굳이 제가 고집할 이유를 못 찾겠습니다. 감독님이 이기셨습니다.”

“네?”

“라인업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수석코치님이랑도 잘 이야기해 보고, 그리고, 애들 준비시키겠습니다. 가보겠습니다!”

그러더니, 내 말은 더 듣지도 않고 90도로 인사하고는 조용히 감독실을 나갔다.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왜······, 질문에 답변을 안 해주시는 거지?

난데없이 승리자가 된 나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잊고 있었는데, 튜페 말고도 내가 편하게 질문할 만한 이름이 떠올라서였다.

몇 번 신호가 가고.

-여보세요?

근수가 전화를 받았다.

“나야.”

-어, 알지. 이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너 잘 시간 아니야?”

-마감 치느라 밤새웠어. 왜? 넌 벌써 출근이냐?

“아니, 내가 궁금한 게 있어서 전화했어.”

-내가 니 콜센터냐? 궁금한 게 있으면 검색을 해.

“어디 말하면 안 돼. 이거 비밀이야. 내가 라인업을 짰는데······.”

-어어, 말해 봐. 약간 흥미가 생긴다.

실명은 왠지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다.

“타석이 많은 1할 타자랑 타석이 적은 4할 타자가 있으면 너는 누구 쓸래?”

근수는 아주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동민은 안 쓰지. 너 미쳤냐?

“나 이동민 선수 쓴다고 안 했는데?”

-네이비즈 엔트리에 4할이 이동민밖에 없는데 당연히 이동민이겠지. 1할은 포지션 같은 김도곡 말하는 거고. 야, 김도곡이 1할까지 떨어졌냐?

김도곡 선수는 아직 2할이지만.

나는 굳이 정정하지 않고 질문을 이어갔다.

“그래서 왜? 한 게임에 타석이 5번 오니까 4할 타자가 2번 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아니지, 멍청아. 김도곡은 에버리지도 있고, 그래도 이름값이 있는데. 1할이어도 걸어서라도 나가겠지. 출루율 좀 봐봐. 와, 근데 충격이긴 하네. 너희 어제도 이겨서 연승 중이지 않냐? 근데도 1할이라고?

출루율?

걸어서 나가?

나는 김도곡 선수의 기록지를 폈다.

타율은 2할인데, 출루율은 3할이 넘었다.

안타는 10번 중 2번 치는데, 1루에 나가는 건 10번 중 3번 이상이라고?

과연 무슨 뜻일까 이해하려 머리는 굴리는 와중에도, 근수는 계속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야! 아니잖아! 김도곡 아직 2할이네!

“1할이나 2할이나 잘하는 건 아니잖아.”

-차이가 크지!

음, 2할이면 1할의 두 배긴 하지.

“그보다 걸어간다는 게 뭐야? 왜 안타를 못 쳤는데도 출루율이 높아?”

-사사구.

“사사구?”

-볼넷이랑 몸에 맞는 공. 야, 너는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야구 감독을 하겠다고 나선 거냐? 이건 100만 야구팬들한테 실례야!

“미안합니다······.”

나도 딱히 감독이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라서.

음, 볼넷이 공짜 진루라는 건 알았는데.

나는 출루율에 별표를 쳤다.

새로운 걸 또 배웠다.

“암튼, 고마워. 그래도 오늘 나는 이동민 선수를 쓰기로 했어. 경기 시작 전까지는 비밀로 해줘. 알겠지?”

-뭐? 넌 방금 내 말을 뭘로 들······.

나는 가차 없이 전화를 끊었다.

게임 캐릭터 근수가 그런 건 아니지만, 옛날에 공무원 주인공 쓴다고 점심시간 내내 나한테 질문해서 밥도 못 먹게 해 놓고 칼 같이 끊은 일의 복수다!

휴.

막상 끊고 나니까 심했나 싶긴 한데.

분노에 찬 전화가 다시 걸려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설마 쳐들어오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나는 기록지를 다시 넘겼다.

이따 수석코치님이든 타격코치님이든 와서 같이 선수들 배팅하러 가자고 하기 전까지는 이대로 공부 좀 할 생각이었다.

출루율이라는 것도 새로 배웠으니까, 고려해서 내일 선발 라인업을 새롭게 짤 생각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네.

지금까지는 타율만 봤는데, 출루율까지 보니까 훨씬 더 많은 걸 알게 된 것 같았다.

바로 옆에 있던 장타율도 뭔지 궁금해졌지만, 굳이 검색해 보지는 않았다.

안타가 길든 짧든 치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는가.

빈 종이에 포지션별로 선수를 나눠 놓고 타율과 출루율을 비교해서 순위를 매겼다.

액셀이 또 내가 전문인데.

다 해놓고 입맛을 다실 때쯤 깨달았다.

감독실에 컴퓨터가 있다는 사실을.

바본가?

나는 바로 책상으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오늘 알아낸 정보를 표로 입력했다.

나중에 변한 타율이나 출루율을 입력하면 순서가 바뀌게 설정도 해 두고.

순위를 나누는 게 오래 걸리지, 입력 자체는 금방이었다.

공무원 짬을 이럴 때 쓰는 게 웃기긴 한데.

뿌듯한 얼굴로 모니터를 보고 있으니, 누군가 감독실 문을 두드렸다.

나는 들어오라고 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시계를 보니까 좀 이르긴 하지만, 수석코치님 아니면 타격코치님일 줄 알았다.

그런데.

“잠깐 시간 있으십니까?”

들어온 사람은 단장님이었다.

이거 왠지 그거 같은데······.

상급자 소환.

나는 일단 단장님께 소파에 앉으시라 권했다.

“무슨 일이세요?”

“아뇨, 그냥 좀 걱정이 돼서 왔습니다.”

짚이는 게 있어도 너무 있어서, 나는 차마 무슨 걱정이냐고 되묻지도 못했다.

그저 어색한 웃음을 흘릴 뿐.

“제가 코치님들이 감독님 많이 도와주실 거라고 했던 거 기억하시죠?”

“네네.”

“현장 이야기도 귀 기울이시고 있는 거죠?”

“그게, 제가 오늘은 그냥 질문을, 아니, 그러니까 숙제를 해서 질문을 한 건데······.”

“숙제요?”

“어제는 너무 코치님들께만 전담한 거 같아서요. 제가 그래도 직책이 감독인데, 선발 라인업 정도는 직접 짜 보자는 생각에 기록표를 보고 나름 머리를 굴린 건데요······.”

단장님께 털어놓다 보니까 또 억울해졌다.

나는 열심히 하려던 죄밖에 없다고!

“타석 많은 1할이나 타석 없는 4할이나 확률은 비슷한 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대답도 안 해주시고······.”

힐끔 눈치를 보니, 단장님은 입을 떡 벌린 채로 말을 잇지 못하셨다.

음, 또 내가 말문을 막아버린 모양이었다.

근데, 그렇지 않나?

출루율을 감안해도, 3할이랑 4할은 차이가 큰데.

눈을 깜빡이고 있으니, 단장님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왜 못 이기겠다고 하는지들 알겠네.”

그러시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몸을 일으켰다.

“한번 해 보세요. 의외로 신선해서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같은 고인 물이랑은 시선이 다르니까.”

“네?”

“파이팅입니다, 감독님.”

응원해 주시는 건 고마운데······.

단장님은 그 말을 끝으로 감독실에서 나가셨고.

혼자 남은 나는 의문에 빠졌다.

그래서 비슷하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작가의말

전날 복통에 시달려서 업로드하지 못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독자님들께서는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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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 야알못 감독의 우승 필승 전략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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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 나 혼자 야구 바보 (7) 24.05.24 73 0 12쪽
» 015 : 나 혼자 야구 바보 (6) 24.05.23 77 1 12쪽
14 014 : 나 혼자 야구 바보 (5) 24.05.21 76 0 12쪽
13 013 : 나 혼자 야구 바보 (4) 24.05.20 77 0 12쪽
12 012 : 나 혼자 야구 바보 (3) 24.05.19 86 0 12쪽
11 011 : 나 혼자 야구 바보 (2) 24.05.18 94 0 13쪽
10 010 : 나 혼자 야구 바보 (1) 24.05.17 124 0 12쪽
9 009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9) 24.05.16 130 0 12쪽
8 008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8) 24.05.15 163 1 12쪽
7 007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7) 24.05.14 182 0 12쪽
6 006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6) 24.05.13 208 1 13쪽
5 005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5) 24.05.12 257 4 12쪽
4 004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4) 24.05.11 307 4 13쪽
3 003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3) 24.05.10 417 4 13쪽
2 002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2) 24.05.09 562 7 12쪽
1 001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1) 24.05.08 70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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