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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 3세 야알못 감독의 우승 필승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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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리원.
작품등록일 :
2024.05.08 23:36
최근연재일 :
2024.06.28 18: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097
추천수 :
41
글자수 :
222,441

작성
24.05.1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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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0 : 나 혼자 야구 바보 (1)

DUMMY

나는 일어나자마자 시계를 보고 분노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날의 나에게 화가 났다.

어린놈의 자식이!

나한테 다 맡기고 잘 거면 연장자를 위해 알람이라도 맞춰 뒀어야지!

벌떡 일어난 나는 일단 화장실로 튀어들어 갔다.

그나마 전날 한 번 해 봐서 그런가?

후다닥 씻고 옷도 딱 꺼내 입고 가방도 그대로 챙기고.

순식간에 출근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는 절대 글 못 읽으니까 오늘 출근은 택시다!

실제 통장 잔고는 247원이더라도, 오늘의 나는 어쨌거나 재벌 3세가 아니던가.

건물 앞에 도착한 택시에 올라서 기사님께 안전운전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고······.

나는 어제 보다가 말았던 선수 기록표를 다시 펼쳤다.

딘 알렉슨.

음, 좋은 투수겠지.

다음.

한 장 넘기니까 또 외국인이 나왔다.

수염이 참 매력적인 분이셨다.

오븐 아이다.

특이한 이름이네.

오븐이 아니면 뭐라는 거지?

놀림 많이 받았겠다.

키 190에 몸무게 98.

좌투우타.

응?

좌투좌타여야 맞는 거 아닌가?

왜 좌투우타지?

나는 앞장으로 돌아가서 다시 봤다.

딘 알렉슨은 우투우타인데, 오븐 아이다는 좌투우타였다.

투는 투수의 투고, 타는 타자의 타라면······.

이성적인 추론에 의해, 투수일 때는 왼손으로 던지고 타자로는 오른손으로 때린다는 말이 됐다.

맞겠지?

폰을 꺼내서 검색해 볼 수도 있겠지만, 선수 기록표가 너무 무거워서 일단은 스킵했다.

그 아래에는 알 수 없는 외계어가 막 적혀 있어서 또 패스.

당장 봐 봤자 이해도 안 갈 게 뻔했다.

선수들 얼굴이랑 이름만 알아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 게임의 첫 번째 목표가 선수단 파악이랬으니까.

근데 사실, 이름도 선수 보면 알아서 띄워 주잖아.

이걸 보는 게 의미가 있는 건가?

다음 장으로 넘기려고 하는데, 잠깐 잊고 있었던 튜페 녀석이 뿅 튀어나왔다.


[맞아요! 선수단을 파악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나는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튜페를 노려보았다.

잘도 어제 그렇게 도망갔겠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이렇게 쳐다보는 것 말고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야 속이 시원하지.

“저기서 세워 드리면 될까요? 아니면 아예 입구까지 가서 내려드려요?”

튜페한테 뭐라고 한마디 하려던 차에, 기사님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새 목적지까지 거의 다 와 있었다.

“아, 네. 돌리기 편한 곳에서 내려주세요.”

출근 시간이라서 엄청 막힐 줄 알았는데, 또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택시 타고 오니까 금방이구나.

나는 야구장 건너편에서 내렸다.

신호등을 건너서 야구장까지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꽤 됐다.

가방을 고쳐 메고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역에서 멀어서인지 길에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하긴, 여기가 이 시간에 사람들이 많이 다닐 만한 길은 아니지.

주눅 들 것도 없고, 눈치 볼 것도 없는데.

묘한 기분에 걸음이 점점 더 빨라졌다.

숨이 찰 정도로 빨라졌던 걸음은 어제 경비원분이랑 실랑이를 벌였던 그곳에 가까워지자 점점 느려졌다.

오늘도 또 쫓겨나는 거 아니야?

나는 튜페 녀석을 올려다봤고, 튜페는 꺄르르 웃었다.


[오늘은 아니에요! 오늘은 진짜로 감독님이잖아요.]


진짜 감독······.

나는 어색한 웃음만 흘렸다.

그나저나 그 튜토리얼이라는 건 언제 알려줄 건데?

들어가기 전에 뭐라도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물었으나 튜페는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어제 말씀드렸잖아요. 금강산도 식······, 아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요.]


저거저거, 또 틀리네.

아무래도 금강산이라는 단어에 꽂힌 게 아닐까?


[저 남한 출신이거든요?!]


물어보지도 않은 출신까지 밝히며 튜페가 빠르게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음······.

백발의 요정이, 심지어 이름도 ‘튜토리얼 페어리’의 줄임말이면서 우리나라 출신이라고?


[생긴 거랑 국적은 상관없거든요?! 그리고 한국어 쓰잖아요!]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틀린 말은 아닌데, 뭔가······.

여하튼, 나는 포기하고 야구장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내가 여기서 뻐팅기며 우겨 봤자 그놈의 튜토리얼을 가르쳐줄 의사가 전혀 없다는 거니까.

과연 뭘 어떻게 보여주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때 되면 금강산이라도 보여주겠지.

나는 천천히 호랑이 굴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긴장감에 절로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튜페는 아닐 거라고 했지만, 전날의 경험이······.

“안녕하세요.”

내가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니, 경비원이 나를 알아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신기하게도 어제 본 바로 그 사람인데도, 어제의 그 의심 가득한 눈초리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경비원을 지나쳐 중앙출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그때.

응?

뒤에서 뭐가 번쩍했다.

놀란 나는 뒤를 돌아봤고, 어떤 여자랑 눈이 마주쳤다.

번개는 아니고, 실수로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린 것 같았다.

설마 나를 찍은 건가?

기자로는 안 보이는데······.

내가 빤히 쳐다보니까 나랑 눈이 마주쳤던 여성 말고 옆에 있던 남성이 소리를 질렀다.

“감독님! 사인해 주세요!”

설마 나한테 하는 소리야?

나도 모르게 검지로 나를 가리켰고, 남자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말도 안 돼.

내가 길바닥에서 사인해달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이야.

꿈에서조차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해 드려요! 이런 게 다 마케팅이니까요!]


바쁘다는 핑계로 도망가려고 했는데, 튜페 녀석이 옆에서 훈수를 두었다.


[사인 안 해줬다가 나쁜 이미지가 생기면 어떡해요? 팬 무시하는 거만한 감독이라든가.]


그래그래.

사인한다, 해.

나는 여자와 남자가 서 있던 울타리로 다가갔고, 사인해 달라고 했던 남자는 내게 마커를 내밀었다.

무거운 가방은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나는 가능한 한 친절한 표정을 장착하고 물었다.

“어디다 해 드릴까요?”

“여기요!”

“유, 유니폼에요?”

“네네, 여기에 해주세요.”

솔직히 내 사인이 왜 필요하실까 싶긴 했다.

그치만 해달라고 하시니까······.

나는 떨리는 손으로 유니폼에 내 이름을 휘갈겨 적었다.

옷에다가 글씨를 쓰는 건 또 처음이라서 몹시 어색했다.

보니까 그 유니폼에는 이미 다른 선수들 사인이 여기저기 그려져 있었다.

“사진도 찍어주세요!”

“사, 사진이요?”

그것만큼은 정말 거절하고 싶었는데, 튜페가 팔로 가위표를 그리며 사진을 찍으라는 신호를 팍팍 보냈다.

나는 결국, 팬분의 카메라를 받아서는 같이 셀카를 찍었다.

세상에 마상에.

내가 뭐라고······.

아무리 게임 속이라지만, 누군가 내 사인이랑 사진을 원한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이상했다.

미묘한 기분에 휩싸인 채로, 내 첫 번째 사인회(?)가 막을 내렸다.

나는 팬분들께 꾸벅 인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

막 건물 입구에 들어섰을 때.

“아, 안녕하세요······.”

나는 서슬 퍼런 눈의 누군가와 마주쳤다.

한민찬 선수는 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불쌍하지도 않은지, 여전히 냉랭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그, 그렇게까지 깍듯이 안 하셔도······.”

“아닙니다. 감독님이신데요.”

뭐라 일상적인 대화라도 해야 한다고 뇌가 신호를 팍팍 보내는데, 정작 입술은 움직이지를 않았다.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한민찬 선수가 운을 뗐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네네, 이따 봬요.”

그렇게 한민찬 선수를 보내고.

나는 벌써 집에 가고 싶어졌다.

이 모든 게 어차피 다 게임이라고 해도, 저 눈빛이며 표정까지······.

실제로 내가 다 겪고 있는걸!

영화나 드라마 속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바로 상황을 이해하고는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걸까?

주인공이라는 건 역시 그런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닐까?

나는······.

그저 평범한 공무원이었는걸!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난 꽤나 오래 그곳에 서 있었다.

진정시킬 시간도 필요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그런 것도 있었다.

이럴 때는 튜페 녀석조차 튀어나오지 않았다.

후우.

몰래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또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어? 감독님!”

밝은 목소리라서 아주 조금은 안도하며 뒤를 돌아봤다.

정시우 선수였다.

“커피······, 드릴까요?”

처음 봤던 그날처럼 양손 가득 커피를 들고 있었다.

“또 배달이에요?”

“네! 막내니까요!”

해맑았다.

난 학교 다닐 때 막내니까 뭐 좀 하라고 하면 그게 그렇게 듣기 싫었는데.

“전 안 마셔도 돼요. 얼른 가 봐요.”

“네! 이따 뵙겠습니다!”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 정시우 선수가 쪼르르 가 버리고.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강제로라도 튜페를 좀 소환할 필요가 있······.

“어? 감독님, 여기서 뭐 하세요?”

또다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이번에는 전혀 모르는 목소리였다.

나는 기름칠 덜된 로봇처럼 삐걱대며 몸을 돌렸고.

“설마 길 잃으신 건 아니죠?”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허허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네이비즈 수석코치 ‘김만복’을 만났습니다!]

[선수단을 파악해 오늘의 선발 라인업을 작성하세요!]


오,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선수단을 파악하라는 건 똑같았고.

아니, 근데, 대체 그 선수단을 파악하라는 게 어떻게 하는 건데?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는데, 수석코치님이 나를 안내했다.

“이쪽입니다. 가시죠. 오늘이 드디어 감독님이 처음으로 라인업 짜는 날이네요!”

뭐가 그렇게 즐거우신지 아주 싱글벙글했다.

수석코치 김만복.

아마 이 사람이 현실에서는 감독대행을 맡고 있다는 그 사람인 듯했다.

“지하로 내려가서 애들 타격 연습하는 것부터 보시죠!”

나는 수석코치님에게 이끌려 어딘가로 갔다.

묵직한 가방이라도 어디 내려놓고 싶었는데, 그런 말을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

계단을 쭉 내려가서 도착한 곳은······.

텅! 터어엉!

팍! 퍼억! 챱!

정체 모를 각종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여러분! 감독님 오셨습니다!”

수석코치님은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냅다 그렇게 소리쳐서 시선을 모으더니······.

“전날 공지했듯이 오늘부터는 여기 우리 감독님이 ‘직접’ 여러분이 하는 걸 보고 결정하실 겁니다.”

솔직히 나를 올려다보는 수많은 시선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래, 내가 직접 보고 결정하겠지.

아니면 누가 해?

나는 아래쪽에 있는 선수들을 쓱 훑어봤다.

얼굴을 아는 건, 구석에 있는 정시우 선수, 한가운데서 야구 방망이를 들고 어깨를 통통 두드리고 있는 한민찬 선수, 초록색 그물 안에 있는 딘 알렉슨 선수와 오븐 아이다 선수 정도였다.

나머지는 엊그제 보긴 봤는데, 아는 사이라고 하긴 좀 그랬다.

핑키즈를 골랐으면 이렇게까지 다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그거 딱 하나만 후회했다.

어쩌다 홧김에 네이비즈를 골라서는······.

내가 추가로 무어라 말하지 않아서인지, 선수들은 눈치껏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수석코치님과 나는 계단을 마저 내려가서 그런 선수들 사이를 돌아다녔고.

들어 봤자 뭐가 뭔지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수석코치님이 이것저것 설명을 해 주셨다.


[그럼, 지금부터 튜토리얼 들어갈게요!]


정신줄을 반쯤 놓아버릴 때쯤, 튜페가 뿅 튀어나왔다.

난 이대로 그냥 안내 글이나 주르륵 올라온 건 줄 알았는데······.

파아앗!

시야가 난데없이 어두워졌다.

야구의 신을 만났던 그 순간처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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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8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8) 24.05.15 145 1 12쪽
7 007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7) 24.05.14 16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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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04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4) 24.05.11 281 4 13쪽
3 003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3) 24.05.10 379 4 13쪽
2 002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2) 24.05.09 506 7 12쪽
1 001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1) 24.05.08 626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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