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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곤'의 서재입니다.

자작시, 수필


[자작시, 수필] 오래전 시 둘

가을 나목

 

때로는 내가 서 있는 곳이

가을 나목의 끝, 습기 없는 나뭇잎의 정점(頂點)인 듯하다

그 너머로 하늘은 푸르고 아래에는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나는 결코 행운 섞인 듯 몽롱하게 사람의 다리를 건널 수 없다

차가운 세상에서, 타오르는 계절 앞에서

여전히 붉다는 것은 벅찬 희열이요, 나의 열정이리라

가지 끝마다 이파리를 꼿꼿이 세운 나목이나 그 영()을 지닌 나나

붉다는 것은

삶과 죽음을 부서지도록 말아 올리는,

나와 나로부터 시작된 모든 감각을 불사르는 그 자체

그러나 이 빛은 실재(實在)가 아니라 어둠처럼 깃든 느낌이라는 걸

가을 나목도 저 푸른 하늘도 다 알고 있으리라

 

아침 햇살에 빛나던 나목들도 어느새 그림자를 드리운다

해 질 녘이면 더욱 깊어지겠지

그리고 밤이 오면

가을은 칼날 같은 낙엽들을 던지며 겨울로 달려가리라

나 또한 나라는 것들을 수없이 살인하며 함께 가리라

 


댓글 4

  • 001. Personacon 이웃별

    18.10.03 22:51

    그리고 겨울이 가고 아침이 오면..
    수많은 나들이 다시 하나로 잉태되는 순간이 오리라 믿어요. :)

  • 002. Lv.17 사르곤

    18.10.04 01:50

    저 시는 제가 쓴 건데도 많이 낯설어요..^^
    스승님 모시고 매일 단경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깨달음을 얻어서
    지금은 편안합니다.

  • 003. Personacon 이웃별

    18.10.04 16:3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004. Lv.17 사르곤

    18.10.04 17:28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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