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소나기 내리기 전 들끓는 하늘을 보며)
힘겨운 아침, 내게 아침은 오후
바람은 거세고 졸립지만
소나기 내리기 전 들끓는 하늘을 보며
신호등 아래서 파란 불을 기다린다
“비에 젖은 멍든
보기만 해도 눈이 시려오는 사람
터질 것 같은 눈망울
무거운 어깨 위로 부서지는 빗물
손등 위에서 빛나는 핏줄기...”
오늘은 또 어떤 이를 만날지
밤이 와야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
피만큼 앞서가는 사람들 사이로
나는 무얼 기다리고 있는지
소나기, 친구의 미소, 파란 불
우연(나, 나?)
내게 우연이 또 다른 내게 필연일 수도 있으리라
비오는 날, 취한 거리에서 새벽을 보내고
본래보다 늦게 뜬 해를 보며 집으로 갈 때에
나보다도 더 취한 사람들 사이로
그대는 울며 걷고 있었지
나도 슬펐지만 그대는 더욱 더 그랬었지
잠깐이었지만,
그대와 내가 하나일까 라는 생각이 들 때에
그대는 이미 내게서 멀어져 가고 있었지
그날 나는 처음으로 비보다도 더 슬픈 눈물을 보았지
내가 ‘반’이라면 다른 나도 ‘반’이겠지만
내가 ‘하나’라면 또 다른 나는 무엇일까······.
우연(나뮤)
어쩌면 그대를 떠나야 할 것 같아 다시 뒤를 보네
그 길에 서있는 나무 한 그루, 가엽게 웃는 달하나
모두가 제자리에서 나를 보네 그대를 보네
금세 그날처럼 비가 올 것 같은 느낌······.
그대가 내게 처음 물었었지, 운명을 믿느냐고
우연한 사랑도 영원할 수 있느냐고
그때 나는 울고 있던 그대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
우리 둘 사이에서 소리치던 그 모든 것들이
빗물인지 눈물인지도 알 수 없었던 것처럼······.
나는 그대를 지금도 알지 못 하네
이것이 사랑인지 무엇인지 몰라도
나는 그대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아
그 길에 또 이렇게 바보처럼 서있네
두 팔을 늘어뜨리고 하늘만 바라보며
낮부터 밤이 새도록 나는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네
001. 이웃별
18.10.03 23:01
내가 '하나'라면, 또 다른 나도 하나라고 생각해요.. ^^
반이라면, 그렇게 반쪽으로 존재하는 것은 불완전하지만
얽힌 상태의 양자처럼, 하나이면서
우주적 거리를 두어도 항상 쌍으로 존재하는 하나라면
따로 있어도 완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002. Lv.17 사르곤
18.10.04 01:46
저 때가 서른 살 무렵인데 항상 깨달음, 나, 세상, 이런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마지막 화두가 '인간은 왜 생각을 하느냐?'
'생각을 멈출 수 없느냐'였습니다..^^
003. Lv.45 유나파파
19.05.09 11:02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