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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최근연재일 :
2021.05.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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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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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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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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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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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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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13쪽

12화

DUMMY

저린 다리로 얼마나 걸었을까.


얼마나 지났는지.


어디로 가는 건지.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보이는 대로 걷기만 했다.


문득 마지막의 들린 문정군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검은 복면 사내들에게 한 시진(時辰) 동안 아무도 이 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되고 본인 역시 한 시진(時辰) 뒤에 출발하겠다니.


끝까지 나를 보호하려고 애쓰는 그 마지막 목소리가 자꾸만 귓속에서 메아리치듯 맴돌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핑 도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된다고 되뇌다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용진용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어디선가 세 명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들은 용진용에게 다가가 용진용의 몸을 살폈다.


그 중 한 사내가 용진용의 몸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출혈이 심해 정신을 잃었군. 비도를 뺀 이후로 지혈을 전혀 안 한 듯하다.”


사내는 용진용의 몸에 난 상흔을 보고 단번에 비도에 당한 상처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급히 품에서 금창약을 꺼내 바르고 지혈을 시작했다.


“지시대로 이자를 ‘그 곳’ 으로 최대한 빠르게 보낸다.”


응급처치를 끝낸 사내의 지시에 나머지 두 사내가 용진용을 들쳐 업고 어딘가로 빠르게 움직였다.




* * *




새하얀 안개가 눈앞을 가득 메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딛는 발걸음은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여기는 어디인가? 내가 지금 어디를 가는 것이지?’


눈앞의 안개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어딘지도 모르고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지만 내 발걸음은 그저 계속 움직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한참을 걸어가던 그때 문득 알아차렸다.


내 몸이되 내 몸이 아니란 걸.


내 몸이지만 내 자의로 움직이지 않는구나.


마치 몸과 혼이 따로 분리되어 있듯이.


나는 죽은 걸까?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발걸음이 멈추었다. 마치 원하던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듯이.

그러자 어느새 눈앞을 가리던 새하얀 안개들마저 걷어지고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으아악’


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내 안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눈앞에 보이는 곳은 삼 년 전 그날의 사건이 있던 그 연무장이었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잠시 후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검으로 심장을 꿰뚫어 죽인 막내 사형의 검명 소리였다.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자신의 몸과 마주서 있는 막내 사형 현수진인 이었다.

현수진인은 검집에서 송문고검을 빼들어 기수식(起手式)을 취하였다


그때와 똑같구나.


그때와 같은 모습의 사형을 보자 삼 년 전 그날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 * *



“사형. 드디어 저의 도전을 받아주시는 겁니까?”


용진용은 들떠있었다. 자신의 앞에서 송문고검을 빼내어 기수식(起手式)을 취하는 사형을 보자 드디어 사형과 겨루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온몸이 짜릿해졌다.


그동안 얼마나 사형과 겨루어보고 싶었던가. 무당 최고의 기재라 일컬어지는 막내 사형이었다.


용진용은 어느 순간부터 이 막내 사형에게 호승심(好勝心)이 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막내 사형 역시 다른 사형들에 비하면 적게는 열 살에서 많게는 스무 살까지도 차이가 났다. 물론 자신과도 열다섯 살이나 차이가 났지만 말이다


그러니 그나마 가장 자신과 적은 나이 차이가 나는 막내 사형을 동경하기도 했고 빨리 넘어서고 싶기도 했다. 무의 재능을 타고났다는 이 막내 사형을 말이다.


나 역시 송문고검을 꺼내들고 예를 갖춘 후 기수식을 취하였다.


그러자 사형이 태극신공(太極神功)을 끌어 올리며 태극혜검(太極慧劍)을 펼쳐왔다.

사형의 송문고검에서 펼쳐지는 태극혜검은 너무나 느릿하여 눈을 감고도 피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그 모습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사형의 태극혜검이 작은 원들을 그리며 다가오자 다급하게 양의무극신공(兩儀無極神功)을 끌어 올리며 양의검(兩儀劍)을 펼치기 시작했다.


‘사형이 처음부터 태극혜검을 펼친다면 나도 절기인 양의검으로 맞설 수밖에.’


서로의 검이 부딪치며 맑은 검명 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서로가 수십 초를 겨루었다.


하지만 누구도 승기를 잡지 못한 상태로 승부가 나지 않는 상황.


‘사형은 아직도 나를 어린아이 취급하며 봐주고 있는 것인가?’


아직도 사형이 어린아이 취급하며 제대로 상대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나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사형. 그렇다면 강제로라도 상대하게 해주겠어요.’


나는 양의무극신공을 내력이 되는 대로 극성으로 끌어올려 양의검을 펼치며 검을 내질렀다.


내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펼쳐지는 양의검은 검 끝에서 태극음양도(太極陰陽圖)가 그려지며 음양의 기운이 강하게 뻗어나갔다.


사형은 황급히 태극혜검을 펼쳐 양의검을 파훼하려 했다.


하지만 잠시 후 보인 사형의 모습은 나의 검에 그대로 심장이 꿰뚫린 모습이었다.


내 검에 심장이 꿰뚫린 채로 쓰러진 사형을 보며 급히 다가가 사형을 안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어째서 내 검에 사형이 쓰러질 수 있단 말인가.


“사. 사형. 현수 사형!!!”


울부짖으며 부르는 나를 보며 현수 사형이 입을 열었다. 자꾸만 무슨 말인가 하는 현수 사형이었지만 내 귀에는 전혀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런 모습의 현수 사형을 보며 크게 울부짖을 뿐이었다. 얼마나 크게 울부짖었을까


장문인인 대사형을 필두로 다른 사형들 모두와 사제들까지 달려왔다. 그러면서 자꾸 무슨 말을 내게 하던 현수 사형의 입을 더 이상이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현수 사형은 숨을 거두었다. 내 검에 심장이 꿰뚫린 채로.




* * *



그 날의 모습이 눈앞에서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회상이 끝나자 내 몸이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날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하면서.


“사형. 드디어 저의 도전을 받아주시는 겁니까?”


그 모습을 보기 싫어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미 내 몸이 나의 것이 아닌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날의 모습이 재현되었다.


내 두 눈앞에서.


그렇게 그동안 너무 괴로워 상상하기조차 무서웠던 그 날의 모습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내 검이 몇 번이나 막내 사형의 심장을 꿰뚫었을까? 이미 백여 번도 더 꿰뚫었던 것 같다.


‘끄아아아아아악’


계속 반복되는 그 날의 상황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악을 쓰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계속 악을 쓰듯 소리를 질러 봐도 눈앞에 보이는 상황은 계속 반복될 뿐이었다.


얼마나 더 반복됐을까.


그리고 난 얼마나 그 모습을 지켜봤을까.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됐는지도 모를 만큼 반복되고 정신이 미쳐 아득해질 때.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직도 외면하는 것이냐? -


부드럽게 울리는 막내 사형 현수진인의 목소리였다.


‘사형. 막내 사형.’


- 그래 현천아. 아직 그리도 괴로운 것이냐? -


‘흑흑. 사형 미안해요. 내가. 내가 사형을.......’


나를 보듬어주듯 부드럽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절로 울먹일 수밖에 없었다.


- 현천아. 그날의 일은 절대 네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자책하지 말거라.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다. -


‘사형.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게 어찌 사형의 잘못입니까? 당연히 저의 잘못이지요. 흑흑.’


- 현천아. 그날 쓰러진 내가 너에게 한 말을 잘 들어보아라. 모두 내 헛된 자존심에서 일어난 일이었을 뿐이다. 그로 인해 네가 이렇게 괴로워 하는구나. -


- 이제는 외면하지 말고 잘 보거라. -



그렇게 현수 사형의 말이 끝나고 다시금 그날의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나의 검이 사형의 심장을 꿰뚫었다.


“사. 사형. 현수 사형!!!”


울부짖으며 부르는 나를 보며 현수 사형이 입을 열었다.


“크윽. 우리 막둥이 이렇게나 강했구나. 쿨럭.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사형!!”


“하아. 무당 최고의 기재. 무당신룡. 이러한 허명들의 잡아먹혀 결국에는 이리 되었구나.”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이미 난 너의 상대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자존심이 인정하기 싫어했다. 그래서 너와의 비무를 항상 피해왔었다. 알고는 있지만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기에....마지막에 너의 기세가 올라갈 때 패배를 시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지. 인정할 바에는 그냥 네 검에 그래도 죽겠다는 마음이 일더구나.”


“흐윽...사형...현수 사형...”


“울지 말거라. 지금, 이 순간에야 나는 마음이 편하구나. 내 옹졸한 마음이 여기서 꺾인 것이. 나에게는 그리고 너에게도 더 나아가 우리 무당에게 이것이 나은 결말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심마에 사로잡혀 너에게 무슨 짓을 했을지....아마 나는 악귀(惡鬼)가 되어 도교 문파인 무당파의....쿨럭....명예를 땅에 떨어트렸을 것이다. 허억..허억...”


삼 년 전에도 그리고 수백 수천 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들리지 않았던 사형의 말이 생생히 들려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내 검에 사형이 죽은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사형. 하지만....’


- 네가, 네 검이 나를 찌른 것이 아니라. 내가 네 검에 찔린 것이다. 그러니 현천 네 잘못이 아니다. 더 이상 그것을 외면하지 말거라. -


- 현천아 거짓된 모습을 버리고 진실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라. 또 다시 지켜야할 약속이 있지 않느냐? -


‘약속.......’


약속이라는 말에 한 사람의 윤곽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갸름한 얼굴.


오뚝한 코.


앵두 같은 입술.


그리고 무엇보다 한번 바라보면 잊을 수 없는 흑요석 빛의 눈망울.


하나씩 떠오른 얼굴 윤곽이 완성되자 언뜻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미녀가 그려졌다.


‘문정군주.’


문정군주를 생각하자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너무 분하였다.


- 너의 그 표정. 삼년 만에 처음보이는 솔직하고 진실 된 표정이구나. -


- 이제 그만 깨어나 모든 번뇌를 잊고 너 자신을 찾길 바란다. 그것이 내가 가장 바라는 네 모습이다. -


그 말을 끝으로 현수 사형의 모습이 점차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사형. 현수 사형!!’




* * *




“사형!!!”


“현천 사숙.”


“아악 사형. 사형!!”


“현천 사숙. 진정하세요. 저 청운입니다.”


청운은 죽은 듯이 가만히 누워있던 자신의 사숙인 현천이 갑작스럽게 ‘사형’을 외치며 맹렬히 일어나려 하자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사흘 전 찾아온 낯선 이들로 인하여 무당은 한바탕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데려온 한 사람으로 인해서.


그것은 상처 입은 모습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 현천 이었다. 그들은 현천을 데려와 무당 장문인을 찾아뵙고 한 가지 서찰을 전해주고 떠났다.


상처 입은 채 쓰러져 무당파에 온 현천이었지만 부상의 정도가 큰 건 아니었다. 더구나 응급처치와 지혈까지 완벽하게 되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현천은 계속 정신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지 못하다가, 사흘이나 지난 지금 갑작스럽게 소리치며 깨어난 것이다.



큭.


현천은 갑작스런 두통에 이마를 짚다가 멈칫하였다.


아까와는 다른 느낌.


몸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걸 느낀 현천은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돌아보려 했다.

하지만 두통과 함께 눈앞은 마치 깜깜한 밤하늘처럼 어둡게만 보였다.


그때.


“현천 사숙. 저 청운입니다. 절 알아보겠습니까?”


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자신의 사제 청운이었다.


현천은 사제인 청운의 목소리가 들리는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청운?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것이냐? 여기는 대체 어디인 것이냐?”


“사숙. 여기는 무당산입니다.”


“무당산?”


“예 사숙. 설마 그새 사숙이 쓰던 방도 못 알아보시는 겁니까?”



청운은 초점 없는 눈동자로 주변을 둘러보다 손으로 눈을 문대는 현천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현천 사숙. 설마 눈이 안보이시는 겁니까?”


“아니다. 갑자기 깨서 그런지 잠시 어둡게 보였는데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사흘 동안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사흘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는 말에 현천은 놀라 청운에게 되물었다.


“사흘 동안?”


“무당산에 도착해서부터 사흘이니 아마 더 되었겠지요.”


“근데 어찌 내가 무당산에 와있는 것이냐? 난 분명.......”


분명 자신은 하북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그런데 깨어나니 무당산에 와있다니. 그것도 자신이 기거하던 거처에.


“아 이런. 사숙이 깨어나면 장문인께서 바로 알리라 하셨는데. 사숙 잠시만 쉬고 계십시오. 아마 사숙이 궁금해하는 것들은 장문인께서 알려주실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청운은 급히 방을 나가 버렸다.


‘후. 도무지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구나.’


현천은 한숨만 나오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자신은 현재 무당산에 와있고 조금만 있으면 자신의 장문사형이 찾아와 모든 걸 알려주리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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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1 21.04.07 3,337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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