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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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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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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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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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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화

DUMMY

산서성(山西省) 길현(吉縣)에 위치한 소하객잔의 점소이 아삼은 새벽부터 찾아온 손님들로 인해 바삐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어휴 먼 손님들이 새벽부터 저런 거지꼴로 온다는 말이야 아직 해도 안 떴는데 말이야’


속으로 투덜대던 아삼은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손님들이 다른 것보다 뜨거운 물로 목욕부터 하고 싶다는 말에 이 해도 안 뜬 새벽부터 손님들 목욕물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어렵다며 해가 뜨고 해드린다고 하고 싶지만 손님들의 허리에 걸쳐진 칼을 보고는 그 말을 입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괜히 칼 찬 사람 건드렸다가는 뼈도 못 추리지. 제길.’


다시 한 번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아삼은 칼 찬 사내들이 혹시라도 재촉할까 두려워 바삐 몸을 움직였다.




똑 똑 똑


아삼은 목욕물을 준비해 달라고 하던 손님들이 있는 방을 두들겼다.


“저 목욕물이 다 준비 됐습니다.”


“고맙구나. 그리고 말한 대로 여인이 씻을만한 곳은 따로 잘 마련했겠지?”


감사의 말과 함께 서슬 퍼런 뒷말에 아삼은 흠칫 놀라며 얼른 대답했다.


“물론입죠. 개미새끼 한 마리도 훔쳐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 우린 목욕을 마치며 한숨 자고 오시(午時) (오전11시 ~ 오후 1시) 쯤에 식사를 하러 내려갈 테니 여기서 가장 잘하는 요리들로 식사를 준비해놓게.”


“예. 알겠습니다. 가장 잘하는 요리들로 준비해 놓겠습니다.”




* * *



오랜만에 뜨거운 물로 몸을 씻고 고급 객잔의 좋은 침상은 아니지만 최근 계속된 산행으로 인해 노숙으로 수면을 취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편한 잠자리를 가졌던 문정군주는 개운한 몸짓으로 침상에서 일어났다.


잠옷을 벗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문정군주는 마지막으로 면사를 썼다. 사실 면사는 사천에서 떠나기 전에 구입했지만 그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으로만 산행을 했기에 거추장스러워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당분간은 관도로 다녀야 하기에 면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 면사까지 쓰고 객실에서 나와 일층으로 내려가니 이미 세 사람은 나와서 자리에 앉아있었다.


“아가씨 잘 쉬셨습니까?”


우양문과 곽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문정군주에게 인사를 올렸다.


“네. 오랜만에 편안하게 쉬었던 거 같아요. 다들 잘 쉬었나요?”


문정군주는 확실히 잘 쉬었는지 우양문과 곽명에게 말하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맑고 밝았다.


“흐음. 면사를 썼네요? 그거 참 아쉬운데.......”


자리에 앉은 채로 고개를 들어 문정군주를 바라보던 용진용이 턱을 매만지며 아쉬운 듯 말을 건넸다.


“이놈아. 또 아가씨께 무슨 농을 하려고 그러는 거냐?”


곽명의 핀잔에 용진용은 억울하다는 듯 과장된 몸짓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아니. 제가 언제 소저께 농을 던졌단 말이죠? 전 그저 문정소저의 아름다운 얼굴을 이제는 볼 수 없겠구나 싶어서 아쉬워서 한 소리죠.”


그러면서 용진용은 곽명에게 한마디 더 던졌다.


“설마 곽형은 문정소저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용진용은 그렇게 한마디 던지고 곽명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문정군주와 우양문까지 곽명을 쳐다보니 곽명은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그것이....아가씨께서는 당연히 아 아름다우시지...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처음에 말을 더듬으며 항변하듯 말하던 곽명은 마지막에는 용진용에게 성질을 부리듯 소리쳤다.


“하하. 곽명 자네는 또 저 친구에게 당하는 겐가? 용 소협 자네도 그만 하게나”


우양문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곽명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리고 용진용에게도 이쯤에서 그만 놀리라는 듯이 말을 건넸다.


“그럼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죠.”


용진용은 선심 쓴다는 듯 말하며 양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리며 그만하겠다는 몸짓을 보였다.


“음식을 가져왔습니다. 저희 소하객잔에서 가장 잘하는 음식들입니다.”


점소이가 음식들을 식탁위에 하나하나 올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이건 회과육(回鍋肉)”


“요건 어향육사(魚香肉絲)”


“마지막으로 경장육사(京醬肉絲)입니다. 이 세 가지 요리가 저희 객잔에서 가장 잘하는 요리입니다.”


회과육은 부드럽게 삶아낸 돼지고기를 고추기름과 두반장을 사용하여 볶은 요리이다.

어향육사는 실처럼 가늘게 썰은 돼지고기를 볶아 만든 요리로 물고기향이 난다하여 어향육사라 부른다.

경장육사는 채썰은 돼지고기를 춘장에 볶은 요리이다.


그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던 일행들은 방금한 따끈한 요리가 맛있는 향을 내며 나오자 얼굴에 다들 화색이 돋았다


“아가씨 시장하실 텐데 어서 드시죠.”


우양문의 말을 시작으로 문정군주가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집자 다른 세 사람도 젓가락을 들기 시작했다. 따뜻한 밥에 요리를 얹어 먹으니 일행들은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으로 쉼 없이 젓가락을 놀리었다.



* * *



충분한 휴식과 식사를 마친 문정군주 일행은 남은 여정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러 객잔을 나왔다.


산서성(山西省) 길현(吉縣)은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일행들이 여정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에 충분한 상점가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아가씨. 오랜만에 객잔에서 편히 쉬었다 하더라도 아직 몸에 피로가 남아있을 겁니다. 필요한 물품들은 저와 곽명이 준비할 터이니 용진용 이 친구와 좀 쉬고 계시죠.”


우양명의 제안에 문정군주는 잠시 고민하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정군주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고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여정에 자신이 지치면 일행 모두가 힘들어 진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에 잠시 고민하다 우양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네, 아가씨를 잘 모시게. 부탁함세.”


“걱정 마시죠. 문정소저는 편히 쉴 수 있도록 제가 잘 보필하도록 하죠.”


용진용이 자신의 왼쪽 가슴을 오른 주먹으로 툭툭 치면서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에 곽명이 미심쩍다는 듯 한마디 거들었다.


“흥! 다른 무엇보다 너와 함께인 게 불안하다. 아가씨한테 허튼수작 부릴 생각이나 말아라. 네놈 때문에라도 금방 올 테니.”


“참나 곽형 아직까지 객잔에서의 일로 삐쳐있는 것이오? 사내대장부라면 그런 작은일은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 않는 법인데 곽형은 꽤나 소심한 성격이군요.”


용진용의 말을 들은 곽명은 더 입을 열면 정말 그런 속 좁은 사내처럼 보일까 아무런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어질 뿐이었다.


“그럼 두 분 수고해주십시오. 저는 문정소저와 편히 다루(茶樓)라도 가서 차를 마시며 담소라도 나누겠습니다. 마을이 크지 않아 다루(茶樓)가 몇 안 되니 저희를 찾기는 쉬울 겁니다. 하하.”


우양명과 곽명에게 말한 용진용은 얼른 문정군주를 데리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용진용은 문정군주와 함께 마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구경을 하였다.

문정군주는 장신구를 파는 노점 가판대 앞에서 예쁜 장신구들도 구경하고 길거리에서 파는 간식인 당호로(糖葫蘆)도 사먹으며 용진용과 시답잖은 농도 주고받으며 황실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을 느끼었다.


비록 장신구들은 황실에서 만지고 착용하던 것들에 비하면 조잡하고 간식으로 사먹은 당호로(糖葫蘆) 역시 황궁에서 맛보던 당호로(糖葫蘆) 와 비교하면 질 낮았지만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감정은 저 조잡한 장신구들은 그 어떤 장인들이 만든 것보다 아름다워 보였으며 질 낮아 보이는 저 당호로(糖葫蘆) 는 황실의 숙수가 해오던 것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문정군주는 문득 고관대작(高官大爵)의 영애(令愛)들을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들은 황실의 군주인 나를 부러워하며 선망의 대상인 듯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황실을 잘 모르는 여인들은 황실의 군주라 하면 그 누구나 부러워하고 선망의 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실상을 알아도 그렇게 생각할까? 황실의 군주라 하면 실상 아무런 권력도 없는 허울뿐인 황족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뿐일까 황실은 피바람이 끊이지 않는 복마전(伏魔殿)과 같으니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그저 한 살이라도 더 젊어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울 때 정치적인 목적으로 정략혼인(政略婚姻)의 도구로 사용되는 게 황실의 군주였다.


본인 역시 그런 정치적인 도구로 정략혼인(政略婚姻)을 하려 하지 않았는가.

그나마 마음여린 황제폐하의 도움으로 이렇게 도망칠 수 있었지만 따라오는 추격자들을 피해야 하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지 않는가.


황실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이 작은 행복감 때문에 눈물이라도 나올 것 같을 때 용진용의 말소리에 고개를 돌아보았다.


“흠흠...저기 골목에 있는 노점상 노파(老婆)에게 산건데 흠흠...문정소저에게 어울릴 만한 게 이거뿐인 거 같아 샀는데 그게...”


문정군주는 용진용이 붉어진 얼굴로 말을 더듬거리며 건네는 물건을 받아보았다.

문정군주의 손바닥 안에 얹어진 물건은 검은빛이 도는 자색 발목 장신구인 발찌였다.


그제야 문정군주는 왜 용진용이 붉어진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는지 알 수 있었다.

여인에게 맨발이란 외간남자에게 쉽게 보여주지 못하는 남편에게나 보일 수 있는 은밀한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맨발에 차는 발찌를 선물을 해야 하니 어찌 부끄럽지 않을까. 그건 마치 여인의 속옷을 선물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선물을 받은 문정군주 역시 얼굴이 붉어지고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노파(老婆)가 저희가 젊은 부부인줄 알고 이걸 선물하는 게 어떠냐고 하더군요. 다른 장신구를 선물할까 하고 살펴봤지만 이 검은빛이 도는 자색이 문정소저와 너무 잘 어울려서 그만...하하...”


용진용은 문정소저에게 분명 호감이 있었지만 안지 얼마 되지 않는 사이고 설사 오랜 시간 알았다 하더라도 연인(戀人)도 아닌 사이에 발찌를 선물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검은빛이 감도는 자색의 발찌를 보자 마치 흑요석같이 빛나던 문정소저의 눈망울이 자꾸만 생각이나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어 자신도 모르게 값을 치르고 가져와 선물하였다.


“흐음. 평소 여인들에게 이런 식으로 수작을 부렸나보네요?”


문정군주는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면사 속에 가려는 눈을 살짝 흘기며 농을 건네었다.


“하하..여인에게 하는 선물은 저도 처음이라...흠흠 얼른 다루(茶樓)에 가서 차라도 마시면서 쉬시죠.”


민망한 얼굴을 숨기며 용진용이 먼저 다루(茶樓)를 향해 휘적휘적 앞서 걸어갔다.


그런 용진용을 보면서 문정군주는 면사 속에서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 *



진무혼은 무당파 장문인 현청진인의 서찰을 읽으며 당혹감에 휩싸였다.

지난번 흑오대 대원이 건네준 용모파기를 봤을 때 현천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용모파기의 청년이 현천이 맞는다면 문정군주를 좌군도독부의 추격자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무혼의 생각은 절반만 맞았다. 장문인 이 보내온 서찰에는 현재 현천은 스스로 무공에 금제(禁制)를 가해 삼류를 간신히 벗어난 이류의 내력만이 있다고 쓰여 있었다.

진무혼은 자신의 친구인 현천이 무슨 이유에서 자신의 몸에 스스로 금제를 가했는지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지만 아쉽게도 장문인 이 보낸 서찰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


상황이 이리되자 진무혼은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 현천은 자신의 친우였고 무당파 장문인 현청진인은 바로 자신의 사부님의 둘도 없는 친우였다.


만약 좌군도독부의 추격자들과 조우한다면 우양문 장군과 곽명 장군 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정군주 역시 뺏길 것이고 거기에 무당파의 제자인 현천이 문정군주 납치사건에 관여했다는 소문이 난다면.......


‘하 이를 어쩌면 좋을까. 이 빌어먹을 놈. 제 버릇 못 고친다고 아직도 아름다운 여인의 뒤꽁무니 따라다니는 짓을 하는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속으로 친우에 대한 욕지거리를 내뱉은 진무혼은 책상 위에 잘 갈아진 먹 위에 얹어진 붓을 들었다.


‘얼른 문정군주 일행을 감시하는 3조장에게 변동사항이 있다고 보내야겠구나.’


빠르게 붓을 놀려 휘갈겨 쓴 글씨는 누가 보더라도 다급한 진무혼의 마음이 들어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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