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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뛰고 또 뛰고... 드러나는 '허재 표' 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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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합류한 대표팀 골밑은 이제 어느팀과도 해볼만 하다.
ⓒ FIBA 공식 홈페이지 캡쳐


모든 농구팀 감독이 그렇겠지만, 현 대한민국 농구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허재 감독 역시 본인이 원하는 형태로 선수 구성이 만들어졌을 때 더욱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그런 점에서 대표팀은 클럽팀에 비해 라인업을 구축하는 데 좀 더 수월한 부분이 있다.

선수 차출에 대한 소속팀과의 크고 작은 갈등, 훈련 기간 문제 등도 존재하겠으나 무엇보다 국내에서 뛰고 있는 전 선수를 리스트에 깔아놓고 고를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다. 선발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대한 좋은 선수를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대표팀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부동의 주전 가드 김선형(30·187cm), 베테랑 포워드 양희종(34·194cm) 그리고 이종현(24·203cm), 오세근(31·200cm), 김종규(27·207cm) 등 빅맨 자원들이 줄줄이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주전급 토종빅맨은 전멸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빅맨보다는 전천후 스타일에 가까운 이승현(26·197cm)이 돌아와 4번 한자리를 확실하게 채워주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 대표팀에는 최고의 상수가 있다. 다름 아닌 귀화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29·199.2cm)의 존재가 그것이다. 국내 프로 리그에서도 맹활약 중인 라틀리프는 빅맨치고 큰 편은 아니지만 지난 중국전에서 드러났다시피 아시아 무대에서만큼은 가장 위력적인 빅맨 중 하나다. 운동 능력, 탄력, 기동성 모두 최상급이다. 신체 능력 자체에서 순수 아시아권 선수가 당해내기 쉽지 않다.

그런 라틀리프가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가운데 허 감독은 본인에게 맞는 라인업을 구축하고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팀 허형제.jpg
 허웅, 허훈 형제는 경기가 거듭될수록 실력으로 대표팀 발탁 논란을 잠재우고있는 모습이다.(농구카툰 크블매니아 : '원피스'로 보는 대표팀의 빛과 그림자 중)
ⓒ 케이비리포트 제공


대표 팀에서도 묻어나는 허 감독의 색깔

허 감독의 지도자로서의 전성기 중 하나는 전주 KCC 시절 젊은 하승진(33·221cm)을 보유하고 있을 때였다. 허 감독은 최고의 높이를 가졌지만 기동력이 떨어지고 기술적으로 투박한 하승진 옆에 궂은일과 보조 득점에 능한 유형의 외국인 선수를 파트너로 붙여줬다. 마이카 브랜드(38·207cm), 에릭 도슨(34·200.8cm) 등이 대표적이다.

하승진은 확실히 수비, 활동량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는 파트너가 함께할 때 제 기량을 발휘한다. 허 감독은 그러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 반면 그 옆에서 함께 선수, 코치로 있었던 추승균 감독은 어설픈 테크니션 위주로 메인 용병을 가져가며 활용도에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허 감독은 현역 시절 압도적인 에이스이자 테크니션이었지만 지도자로서는 궂은일, 수비에 더 신경을 썼다. 하지만 추 감독은 본인이 살림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요소에서 꾸준히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허 감독의 진짜 필승카드는 강력한 '앞선 압박 수비'였다. 신명호(35·183cm), 강병현(33·193㎝), 임재현(41·182㎝) 등 이른바 '들개군단'으로 불리던 앞선 가드진은 빠른 발과 특유의 센스를 바탕으로 경기 내내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하승진의 느린 움직임과 공수 전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완벽히 커버했다. 더불어 허 감독은 공격시에 슛이 안 들어가는 것은 이해해도 망설이며 기회를 놓치면 불같이 화를 내는 등 이른바 '자신감'을 독려하는 데 애를 썼다.

그렇다고 허 감독이 기술자 농구를 싫어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현역 시절처럼 혹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테크닉을 가진 선수가 있었다면 그 선수를 중심으로 기술자 농구를 펼치는 모습도 자주 보여줬을 것이다. 실제로 악동이지만 내외곽에서 놀라운 득점 본능을 보였던 아이반 존슨(33·200.3㎝)를 조련하며 밀어주기도 했다.

김민구의 예상치 못했던 사고, 김태술의 갑작스러운 하락세 등으로 실패하고 말았지만 둘의 조합으로 최고의 테크니션 앞선을 만들고자 시도한 적도 있다. 만약 허 감독의 계획대로 일이 잘 풀렸다면 강동희-허재 이후 최고의 앞선 기술자 조합도 꿈만은 아니었다.

이같은 허 감독의 성향은 대표팀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승현은 신장은 크지 않지만, 힘과 투지 거기에 센스까지 갖추고 있는 전천후 파워 포워드다. 지난 중국전에서도 영리하고 근성 있는 플레이로 맹활약을 펼치며 라틀리프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주었다.

수비시에는 적극적인 자리싸움과 버티는 수비로, 공격시에는 기동성과 파워풀한 돌파로 자신보다 월등히 큰 빅맨 자원들과 맞섰다. 상황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영리한 파이터다.

허 감독이 자랑하는 앞선 압박 수비도 박찬희(31·190cm), 이대성(28·193cm)을 중심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 둘 다 섬세한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지만 중국 가드진이 마음 놓고 플레이하지 못하게 이른바 진흙탕 싸움을 가져가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둘은 사이즈가 좋으면서도 활동량까지 많이 가져가는 스타일인지라 중국 가드진은 물론 포워드진까지도 압박 수비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국내 리그 최고의 2번으로 명성이 높은 이정현(31·191cm)은 어느덧 대표팀 에이스로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그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국내리그에서 펄펄 난다고 꼭 국제대회에서 활약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김병철, 함지훈 등이 대표적이다.

이정현은 돌파와 외곽슛을 겸비한 전방위 공격수이면서 어지간한 1번 뺨치는 패싱센스까지 갖추고 있다. 어떤 식으로라도 팀 공격에 큰 도움을 주는 만큼 한동안은 부동의 에이스로 맹활약이 기대된다. 배짱도 두둑한지라 결정적인 상황에서 빅샷을 넣어주는 든든한 득점 리더다.

현직 감독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표팀 발탁 때마다 편파 논란이 일고 있는 허웅(25·186cm), 허훈(23·180㎝) 형제도 경기가 거듭될수록 왜 자신들이 국가대표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허감독의 아들답게(?) 플레이에 자신감이 넘치는 점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대표팀에 점점 자신의 색깔을 입혀가는 허재호가 어디까지 진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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