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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각일기


[노총각일기] '여명의 눈동자' 작가가 추리소설 박물관을?

[박물관을 가다①] 부산 해운대 '김성종추리문학관'

'놀러 다니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어느날 텔레비전 상식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학창 시절만 해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것저것 잡다하게 많이 알고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프로그램에서 쏟아져 나오는 여러 상식을 거의 알지 못했다. 구태여 다 알고 지낼 필요는 없겠으나 '적어도 이런 것 정도는 알아야 되는데…'라는, 뭔가 혼자만 정체되어 있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러다 문득 무엇인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 분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알고 싶으면 박물관을 가는 것은 어떨까?' 박물관에 모든 답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전문 관련 자료들을 많이 모아놨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지난해 결혼해서 아내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도 영향을 끼쳤다. 곧 아빠가 될텐데 태어날 아기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함께하고 싶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아빠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 기본적인 것들은 막히지 않고 대답해주면 얼마나 멋질까.

'아빠도 모르는데…'라면서 난감해하기보다는 '응, 이건 말이야'라는 말과 함께 다정하게 알려주는 쪽을 모든 아빠들이 원할 것이다. 자세히는 몰라도 '아, 이것은 여기를 참고하면 좋겠다'는 정도라도 답하고 싶다.

그러기위해서는 상식을 쌓아야하는데, 모두가 공감하다시피 이런 것들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간접경험이라도 해봐야 누구에게 답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 
 

(1) 커피와 함께.jpg
 추리문학관에 방문하면 누구나 추리 소설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 윈드윙


 
명탐정 홈즈, 괴도 뤼팽의 추억을 다시 한번 느꼈다
 
사실 <김성종추리문학관>을 직접 방문하기 전까지는 이곳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추리소설을 모아놓은 문학 박물관이라는 콘셉트도 신기했고 김성종이라는 작가분에 대해서도 생소하기만 했다. 어쩌면 이러한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기에 좀 더 집중해서 박물관을 살펴볼 수 있었고 배경 지식 등도 공부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추리 혹은 계산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일까. 나는 어린 시절 추리소설을 썩 좋아하던 편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갈 수 있던 무협, 판타지소설이 훨씬 좋았다. 무협소설도 화정냉월(花情冷月), '경혼기(驚魂記)', '광혼록(狂魂錄), 호접몽(胡蝶夢) 등을 쓴 풍종호님의 추리 색깔 가득한 작품은 잘 읽지 못했을 정도다.

그래도 아주 유명한 이른바 몇몇 거장의 작품은 나도 어느 정도 접했다. 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의 아서 코난 도일(1859~1930),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을 만들어낸 모리스 르블랑(1864~1941) 그리고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1891~1976)까지, 뭐랄까. 당시 책 좀 읽던 친구들 사이에서 그들의 작품은 장르를 떠나 꼭 읽어야 될 필독서같은 느낌을 주고는 했다.

체크무늬 빵모자에 파이프 담배를 물고 미제사건들을 척척 해결해내는 홈즈의 모습은 그야말로 영웅같았다. 현대처럼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그야말로 지능수사의 시대였다. 추리력이 좋은 사람들의 남다른 머리가 필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로 통로가 막혀 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외국에서는 탐정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고 들었다.

뭐랄까, 추리소설을 어려워하던 나에게도 바스커빌 가의 개, 공포의 계곡 등 홈즈시리즈는 읽기가 편하고 쉬웠다. 한번에 주루룩 이해가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부분을 몇 번씩 반복해서 읽다보면 어렵지 않게 마무리 장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는 뤼팽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복잡한 추리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던지라 몰입하기가 좋았다.

언젠가 르블랑이 썼던 홈즈대 뤼팽의 대결을 다룬 작품을 읽을 때는 마치 요즘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접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최고의 탐정과 괴도의 충돌이라는 점만으로도 한 장 한장 긴장감을 가지고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난다.

반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진도를 빼기가 무척 어려웠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다주신 '포켓속의 호밀' 한 권을 완전히 읽기까지 무려 수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당시 어린 나에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 반복적으로 읽고 또 읽고 생각해야했기 때문이다.
 

(3) 자료.jpg
 추리문학관에는 좀처럼 보기힘든 다양한 자료들이 가득하다.
ⓒ 윈드윙


   

(2) 추리복도.jpg
 추리문학관 곳곳에서 '추리의 향기'가 느껴진다.
ⓒ 윈드윙


 
잊었던 추리문학의 향기, 독서욕이 솟구쳤다
 
추리문학관을 방문하게 되면서 알게된 작가 김성종은 한국추리문학계에서 굵직한 존재를 남긴 거물이다. 광복 이후 최고의 추리소설가로 꼽힌다는 그는 <최후의 증인>, <여명의 눈동자>, <제 5열>, <국제열차살인사건> 등 쟁쟁한 작품을 발표했다.

상당수 작품들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고 영화,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던지라 작가 김성종은 몰라도 그가 남긴 소설은 낯이 익을 정도다. 어린시절 아버지 서재에서도 몇몇 작품들을 본 기억이 난다. 1941년 12월 31일 중국 산둥성에서 태어난 그는 광복 후 귀국하여 서울에 자리를 잡았고 1980년 부산으로 내려왔다. 이후 1992년 부산 해운대구에 '김성종 추리문학관'을 개관했다.

추리문학관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상가와 크게 차이가 없어보였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게 되는 순간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입구에서부터 고풍스런 나무책상, 의자에 다양한 서적이 보이고 벽면에는 각종 추리소설 캐릭터와 작가들의 초상이 장식되어 있다.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이뤄져있는 이곳은 모든 층에 각종 신문, 잡지, 도서가 비치되어 읽을거리가 매우 풍성하다. 물론 대부분은 추리와 관련된 서적 혹은 관련 자료들이다. 앞서서 언급한 도일, 르블랑,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물론 다소 덜 알려진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도 가득하다. 국내작가들의 다양한 작품 역시 볼 수 있다. 일반 문학작품과 시집들도 드문드문 발견된다.
 

(4) 커피숍.jpg
 고풍스런 분위기속에서 음료와 다과를 즐길수있는 커피숍
ⓒ 윈드윙


 
이곳은 추리문학 혹은 도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물론 별반 흥미가 없는 사람들까지 고르게 즐길 수 있다. 추리장르, 문학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류의 읽을거리를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준비된 커피숍에서 다과와 음료를 즐기면 된다. 대형 창문을 통해 한눈에 들어오는 바닷가 풍경도 매력적이다. 나같은 경우 두루두루 관심이 갔던지라 이곳저곳을 드나들며 커피와 함께 잊고 있었던 독서욕도 채워나갔다.

물론 두툼한 서적들을 그 자리에서 제대로 읽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이 타지에서 온 사람 같은 경우 여유있게 독서를 즐기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걸릴 것이다. 추리문학관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어느 정도 미리보기하고 목록을 메모해두었다가 이후 개인적으로 서점 등을 통해 구입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무엇보다 잊었던 독서 욕구를 다시 찾거나 문학적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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