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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과잉 친절' 정찬성, 독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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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9개월 만에 복귀전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정찬성. ⓒ 게티이미지
코리안 좀비는 패배도 범상치 않았다.

정찬성(31·코리안좀비 MMA)은 1년 9개월 만에 복귀전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11일(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펩시 센터서 열렸던 'UFC Fight Night 139'대회 메인이벤트는 정찬성과 국내 격투 팬들에게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무대가 되고 말았다.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큰 무대를 책임진 정찬성은 '표범' 야이르 로드리게스(26·멕시코)를 맞아 경기 내내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 갔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너무 방심했다. 좀 더 화끈한 마무리를 위해 과감하게 치고 들어갔다가 묘한 각도에서 터진 로드리게스의 팔꿈치에 턱을 얻어맞고 실신하고 말았다.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나온 상황이라 아쉽기 그지없다.

기행, 독설 등 수많은 UFC 파이터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팬들의 관심을 끌고 못 끌고에 따라 UFC의 대우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찬성은 상당히 특이하다. 현지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동양권 경량급 선수인데다 성격 역시 상대를 도발하고 자극하는 유형도 아니다. 오히려 평소 인터뷰 등에서도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최대한 배려한다.

그럼에도 정찬성은 화끈한 경기력으로 현지에서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경기 내용도 화끈하고 범상치 않은 결과를 이뤄내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WEC 시절 레오나르도 가르시아와 뜨거운 난타전을 벌이며 존재를 알린 정찬성은 이후 UFC에서 벌어진 리벤지 매치서 ‘트위스터(Twister)'라는 희귀한 기술로 서브미션 승을 거두며 멋지게 설욕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챔피언 타이틀전까지 벌였던 강자 ‘더 머신’ 마크 호미닉을 경기 시작 7초 만에 때려눕히고 승리를 따내더니 ’더 다이아몬드' 더스틴 포이리에와의 신성 대결에서도 스탠딩, 그라운드에서 우세를 점해가며 다스초크로 마무리 지었다. 제대 후 3년 6개월 만에 가졌던 데니스 버뮤데즈와의 복귀전에서도 환상적인 어퍼컷을 작렬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렇듯 정찬성은 매경기 화끈하고 다양한 승리방식을 통해 옥타곤을 열광시키며 '코리안 좀비의 경기는 재미있다'는 공식을 현지 팬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줬다. 내성적이고 숫기 없는 동양 파이터가 오로지 경기 내용 하나만으로 아시아권 최고의 스타로 급부상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로드리게스전 역전패는 뼈아프다. 승리할 경우 타이틀전까지 욕심을 낼 수 있었던 프랭크 에드가와의 경기가 무산되고, 대체 선수로 들어온 랭킹 15위 상대에게 패해 당분간 정상권 도전은 어렵게 됐다. 그나마 전체적 경기 내용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것이 위안거리다.

정찬성은 로드리게스와의 경기에서 지나치게 착한 좀비 모드로 일관했다. 예의 바르고 배려 깊은 것은 좋지만 옥타곤 안에 들어서면 더 독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로드리게스는 경기 내내 쓸데없는 리액션을 남발하며 지켜보던 팬들을 눈살 찌푸려지게 했다.

수시로 손과 주먹을 내밀어 맞대는 행동을 취했다. 지켜보는 이들마저 불편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일부에서는 힘든 상황에서 호흡을 고르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흐름을 끊어내려던 의도된 행동이 아니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반응하는 정찬성의 지나치게 바른 태도(?)였다.

매 경기 살얼음판을 달리는 옥타곤 전장에서 상대가 그런 행동을 취한다고 일일이 손을 같이 내밀어 받아줄 필요는 없다. 그러한 타이밍에 공격을 펼쳐 충격을 입힌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 무시로 일관하거나 타격을 내는 선수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손을 내밀었고 정찬성은 친절하게도 매번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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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옥타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어도 경기 중에서 만큼은 착한 좀비로는 한계가 있다. ⓒ 게티이미지

정찬성은 조제 알도와의 타이틀매치 중 어깨가 빠진 적이 있다. 경기 흐름이 서서히 정찬성에게 오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아쉬웠다. 인상적인 것은 당시 알도의 태도였다. 알도는 억지로 어깨를 끼워 맞추려는 정찬성을 따라가 연속된 킥으로 다친 어깨를 집중 공략했다.

어찌보면 너무한 것 같지만 승부의 세계가 그렇다. 반칙이 아니라면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그것을 놓고 알도를 비난하는 이들도 없었다.

정찬성은 과거 장신 타격가 조지 루프에게 큰 패배를 당한 후 파이팅 스타일에 변화를 주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이번 패배로 인해 몸은 물론 정신적 충격까지 받았을 것이 분명하지만 팬들은 정찬성이 그때처럼 털고 일어나 더 강한 좀비모드로 부활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분명한 것은 냉정한 옥타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어도 경기 중에서 만큼은 착한 좀비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정찬성은 좀 더 독해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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