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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헥터 Vs. 피어밴드... 엇갈린 개막전 희비

24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광주개막전에서 원정팀 kt위즈가 먼저 웃었다. 선취점을 빼앗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플레이를 펼치며 디펜딩챔피언 KIA 타이거즈에 5-4로 역전승을 거뒀다.

양 팀의 희비를 가른 것은 개막전 선발투수의 활약이었다. 양 팀은 모두 지난 시즌을 통해 검증된 외국인 투수를 선봉에 내세웠다. 헥터 노에시(31·우투우타)는 지난 시즌 20승 5패 평균자책점 3.48로 다승왕 타이틀을 차지하며 KIA 선발진의 우완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라이언 피어밴드(33·좌투좌타)는 승운이 따르지 않아 8승 10패에 그쳤으나 평균자책점(3.04) 1위에 빛나는 짠물 투구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 시즌 활약만 놓고 보면 누가 우위에 있다 쉽게 평가하기 어려울 만큼 둘 다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웃은 쪽은 피어밴드였다. 경기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어밴드는 제구가 흔들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낸 반면 헥터는 한 번의 위기를 넘어가지 못한 채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흔들렸던 피어밴드, 먼저 웃었던 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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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 흔들렸던 라이언 피어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났다.
ⓒ kt 위즈


헥터는 1회부터 쾌조의 출발을 선보였다. 첫 타자로 나선 심우준을 145km 몸쪽 꽉 찬 공으로 스탠딩 삼진을 잡아냈다.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공에 심우준은 제대로 반응조차 못 했다. 높낮이보다는 좌우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걸치는 제구가 인상적이었다.

제구가 좋다 보니 타자들이 쳐내기 힘들었다. 다음 타자 이진영은 바운드성 볼에 삼진을 당했고 3번 멜 로하스 주니어 역시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제구가 좋다 보니 kt 타자들의 방망이를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2회에 들어서도 헥터는 여전한 페이스를 자랑했다. 이날 자신의 직구가 좋다고 판단한 듯 빠른 공 위주로 패턴을 가져가며 윤석민과 황재균을 연달아 외야 땅볼로 잡아냈다. 기가 막힌 코스에 들어간 공에 황재균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정도다.

유한준이 볼넷으로 걸어 나간 이후에도 박경수를 잡아낸 것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빠른 공이었다. 타석에서 멀리 보이는 듯 박경수의 방망이는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헥터는 스트라이크를 적극적으로 잡아가며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잡아가는 피칭이 돋보였다. 5회까지 평균 투구수가 15개가량 밖에 안 될 정도로 경제적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이닝당 평균 20개를 기록한 피어밴드와 가장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 피어밴드는 너클볼을 앞세워 kt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올 시즌에는 빠른 너클볼을 새로이 장착했다고 알려져 있다. 선두타자 이명기는 가운데 높게 제구된 체인지업을 때려내 안타를 만들어 냈다. 김주찬은 선취점을 의식한 듯 번트를 통해 이명기를 2루로 보냈다.

초반 피어밴드의 볼은 다소 높게 제구되는 모습이었다. 버나디나 역시 높은 페스트볼을 때려내 안타를 만들어 냈다. 구종은 달랐지만 이명기에게 안타를 맞은 공과 비슷한 위치였다. 최형우를 상대로 던진 볼 3개가 연속으로 바깥쪽으로 빠지는 등 좋았을 때 비해 제구가 많이 불안했다. 결국 최형우는 그러한 공을 골라내 원아웃 주자 만루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다음 타자 나지완도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을 지켜보며 쉽게 건드리지 않았다. 볼카운트가 몰린 피어밴드는 가운데서 떨어지는 공으로 승부를 보려 했다. 하지만 풀카운트에서 던진 공이 다시금 높게 들어가면서 나지완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볼카운트를 잡아가는 공은 나쁘지 않았으나 결정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꾸 높게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제구가 흔들리며 다음 타자 안치홍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고 말았다. 공을 놓는 타점이 높아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릴리스포인트가 계속 흔들렸다. 외곽에 던지는 빠른 공이 제구가 빗나가다 보니 몸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 너클볼도 커트가 됐다.

피어밴드는 위기 상황에서 너클볼을 적극 활용했다. 직구 타이밍에 맞추고 있던 이범호를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떨어지는 너클볼로 삼진을 잡아냈다. 김민식 역시 외야 뜬공으로 잡아냈다. 제구가 원활하게 안 되는 상황이었으나 확실한 주특기를 가지고 있던 베테랑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뒷심 발휘한 피어밴드, 위기에서 무너진 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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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는 잘던지다가 한번의 위기에서 무너지는 약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 KIA 타이거즈


2회부터는 피어밴드의 제구가 조금씩 잡히는 모습이었다. 말을 잘 듣지 않는 바깥쪽을 고집하기보다는 몸쪽에서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체인지업, 너클볼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는 횟수가 많아졌다.

화제를 모았던 kt 슈퍼루키 강백호는 첫 타석부터 괴력을 발휘했다. 34인치 배트를 들고나와 야무진 스윙으로 컨디션이 좋았던 헥터에게 프로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뽑아냈다. 146km 패스트볼을 통타해 비거리 110m 좌월 솔로포를 작렬한 것이다. 비록 코스가 몰린 공이기는 했으나 조금 늦은 타이밍에서 감아 돌리는 스윙으로 좌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하지만 헥터와 맞붙은 두 번째 타석에서는 잔뜩 대비하고 들어간 헥터의 바깥쪽 변화구에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피어밴드는 이닝이 거듭될수록 제구가 살아났다. 3회 1사 2루에서 안치홍을 바깥쪽 꽉 찬 변화구로 삼진을 잡아내는 등 서서히 지난 시즌 방어율 1위다운 모습을 보여 갔다. 안쪽, 바깥쪽이 동시에 제구가 되자 당연히 시너지 효과가 날 수밖에 없었다.

피어밴드를 제대로 공략한 선수는 선두타자 이명기였다. 두 타석 연속 안타로 피어밴드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피어밴드는 마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4회 노아웃 1, 2루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몸쪽 깊숙한 패스트 볼로 스탠딩 삼진을 잡아내며 복수에 성공했다.

앞선 두 타석에서 밋밋한 공을 잘 공략했던 이명기였으나 빠른 공이 몸쪽 꽉 차게 들어오며 허를 찌르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감을 얻은 피어밴드는 무회전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로 다음 타자 김주찬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버나디나 역시 삼진으로 물러나며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낸 피어밴드였다.

피어밴드가 살아나자 kt 타자들도 힘을 냈다. 6회 초 1아웃 상황에서 몸쪽의 낮은 공을 로하스가 기술적으로 쳐내며 우측 폴대 안으로 들어가는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2-2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타자 윤석민도 큰 타구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쳐냈다. 이어 황재균의 우측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박경수의 먹힌 타구 안타가 연이어 나오는 등 5연속 안타를 통해 4-2로 양 팀의 희비가 엇갈리고 말았다. 올 시즌 kt 중심타선의 반란이 기대되는 장면이었다. 헥터는 지난 시즌에도 잘 던지다가 위기가 오면 한 번에 우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 역시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며 개막전 에이스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짜 승리자라는 말이 그대로 통용된 이 날. 두 외국인 투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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