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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이기적이지 않은 에이스 이정현, 단연 최고 토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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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시즌 이정현의 패싱능력은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
ⓒ 전주 KCC


 
최근 프로농구에서는 팀마다 믿을만한 토종 득점원이 없다는 하소연이 커지고 있다. 갈수록 외인 비중이 커지다 보니 자신 있게 득점을 리드할 국내 선수가 줄어가고 있다. 토종 득점 리더는 커녕 오픈 찬스에서 안정적으로 외곽슛만 꽂아줄 수 있는 선수도 드물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만큼 현 KBL은 득점능력을 갖춘 토종 선수에 목말라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내 외곽을 오가며 득점을 올리는 것은 물론 높은 'BQ(바스켓 아이큐)'를 바탕으로 동료들을 살려줄 수 있는 빼어난 리딩, 패싱 능력까지 뽐내는 선수가 있다면 그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다. 1,2번 모두에서 상위권 기량을 갖췄을 때나 가능한 플레이인데 역대로 따져도 '농구천재' 허재 정도 외에는 당장 생각나는 선수가 없을 정도다. 김민구(27·191cm)가 그러한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니 아쉬운 사고가 겹치며 날개가 꺾이고 말았다.

최근 몇 년을 살펴봤을 때 그러한 스타일에 딱 맞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꼽아보라면 대다수 팬과 관계자들은 단연 전주 KCC 주전 슈팅가드 이정현(31·191cm)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슛이면 슛, 돌파면 돌파 거기에 폭넓은 시야와 패싱 감각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어지간한 단신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다.

외곽, 돌파에 패싱게임까지, 성장하는 대형 2번

이정현은 오세근(31·200cm), 양희종(34·194cm), 박찬희(31·190cm), 김태술(34·180cm) 등과 함께 KGC 인삼공사 전성기를 이끌던 이른바 '인삼신기'출신이다. 박찬희에 이어 전체 2순위로 지명을 받을 때만 해도 '의외의 선택이다'는 의견도 많았으나 신인 시절부터 톡톡히 제 몫을 해내며 KGC의 선택이 옳았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KGC에서 이정현이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부분은 자신감 넘치는 공격이었다. 대학 무대에서 펄펄 날았다 해도 프로에 오게 되면 주눅이 드는 대다수 신인과 달리 이정현은 공격에서 거침이 없었다.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과감하게 슛을 쏘고 돌파를 하며 단숨에 '될성부른 떡잎이다'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출장 경기가 늘어갈수록 기량도 향상될 수밖에 없었다.

득점과 게임 운영 능력을 두루 겸비했다는 극찬 속에 어느덧 리그 최고의 2번으로 성장하게 된 이정현은 FA 역사상 최대 금액인 9억 2000만 원의 엄청난 대우 속에 KCC로 둥지를 옮기게 된다. 다소 과한 금액이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봤을 때 KCC의 판단은 탁월했다. 노련미까지 갖춘 이정현은 새로운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까지 우뚝 서며 자신을 선택해준 KCC를 웃음 짓게 하고 있다.

이정현은 전천후 공격수다. 조금의 틈만 있으면 과감하게 돌파를 감행해 득점을 올리거나 자유투를 얻어낸다. 골밑으로 들어갈 듯하다가 순간적으로 멈춰 서서 쏘는 미들슛, 뱅크슛도 일품이다. 거기에 볼 없는 움직임까지 좋은지라 자신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빈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슈터 혹은 속공수의 역할도 잘해주고 있다.

거기에 2대 2 플레이에도 능한지라 수비 입장에서는 막아내기가 매우 까다로운 유형의 선수다. 그렇다고 수비가 약한 것도 아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만들어진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큰 선수들과의 몸싸움도 이겨낼 수 있고 빠른 손놀림으로 패스를 쳐내거나 공을 가로채는 능력도 탁월하다. 그야말로 완성도 면에서 리그 탑급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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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이 박찬희에 이어 전체 2순위로 지명을 받을 때만 해도 ‘의외의 선택이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이정현은 꾸준한 성장을 통해 '인삼신기'의 주축을 이루며 KGC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중)
ⓒ 케이비리포트 제공


 
돋보이는 BQ, 본인도 살고 팀도 살린다

올 시즌 이정현이 더욱 돋보이는 부분은 패싱게임이다. 이정현이 내외곽을 두루 갖춘 강력한 슈팅가드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정현이 공을 가지고 움직이면 전담 마크맨은 물론 다른 선수들까지 도움 수비를 들어오기 일쑤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정현은 무리하기보다 공간에 있는 동료들을 찾아 날카로운 패스를 넣어주며 이른바 함께하는 농구를 펼쳐가고 있다.

이정현이 외곽에서 공을 들고 있으면 수비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다. 단순히 돌파, 외곽슛만 갖추고 있는 게 아닌 패스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지라 생각이 많아진다. 실제로 이정현은 외곽에 자리 잡은 상태로 상대 수비진의 키를 넘겨 빅맨에게 편한 패스를 넣어주는 플레이를 매우 잘한다.

시야가 넓은지라 달려 들어가는 동료에게 정확하게 컷인패스를 찔러주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패스를 준 뒤 다시 자신이 받아 컷인을 성공시켜버린다. 타이밍이 안 맞거나 상대 수비가 알아차렸다 싶으면 직접 3점슛을 쏘거나 돌파를 들어간다. 워낙에 영리한 선수인지라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잘한다고 볼 수 있다.

장신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33·193.9cm)과의 투맨게임에도 물이 올랐다. 브라운은 2대 2 움직임이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최근 들어 이정현과의 호흡이 맞아가기 시작하면서 높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힘겹게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는 득점보다 훨씬 효율적인지라 고집 센 브라운 역시 이정현의 패싱게임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이다.

최근의 이정현의 리딩, 패싱감각은 단순한 2번을 넘어 전문 포인트가드를 연상케 한다. 상대팀의 시선을 자신 쪽으로 쏠리게 한 후 동료에게 넣어주는 패스가 매우 간결하고 안정적이다. 바운드, 오버헤드 등 상하를 가리지 않고 움직이는 동료의 속도와 동선까지 감안하며 굿 패스가 연신 들어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정현이 드리블을 치며 아이 훼이크를 쓰게 되면 상대 입장에서는 반응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컨디션이 절정에 달한 이정현은 29일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 생애 첫 트리플더블(14득점, 11리바운드, 10어시스트) 활약까지 펼치며 86-7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1강'으로 꼽히는 현대모비스가 유독 KCC만 만나면 어려운 경기를 펼치는 배경에는 이정현의 전천후 활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완전체 2번으로 거듭난 이정현이 소속팀 KCC를 어디까지 올려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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