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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위기의 KCC, 이름값을 버려야 산다

프로농구 전주 KCC가 위기에 빠졌다. KCC는 지난 10일 잠실학생체육관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2라운드 경기에서 서울 SK에 92-86으로 패했다. 1쿼터에서만 접전이 벌어졌을 뿐 이후 SK에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 끝에 무너졌다. SK가 막판 주전들을 대거 빼며 느슨하게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점수 차는 더 벌어졌을 것이다.

부산 kt에 대패를 당한 데 이어 SK에게까지 패배를 기록. KCC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두 팀 다 기본적인 전력에서 KCC보다 강한 팀임은 분명하지만, 이전까지 5연승의 상승세를 탔다는 점을 참작한다면 아쉽기 그지없다.

SK는 막강한 전력을 활용해 시종일관 KCC를 맹폭격했다. 삼성 소속 리카르도 라틀리프(26·199.2cm)와 함께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센터로 꼽히는 데이비드 사이먼(33·203cm)은 공수 양면에서 KCC 포스트를 유린했으며 드웨릭 스펜서(33·187.2cm) 역시 강력한 돌파에 정교한 슈팅능력까지 선보이며 빼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거기에 김민수, 박승리, 이승준 등 '혼혈군단'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KCC만 만나면 펄펄 나는 김민수는 이날도 19득점(3점 슛 3개), 8리바운드로 맹위를 떨쳤으며 박승리 역시 16득점(3점 슛 3개), 5리바운드를 선보이며 뒤를 받쳤다. 이렇듯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SK 역시 올 시즌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계륵이 되어버린 고연봉-저효율의 김태술, 하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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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하승진은 과거의 하승진이 아니다. 공수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전주 KCC

 

KCC의 연패는 1라운드에 패배를 기록했던 팀들에게 또다시 당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대비책을 세워서 경기에 나섰을 것이 분명하지만 2경기 모두 변변한 반격 한 번 펼쳐 보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고배를 마셨다. 전력 차이는 고려한다 해도, 팀 전술과 밸런스 부분에서의 문제점은 짚어야 한다.

공교롭게도 KCC는 하승진(30·221cm)과 김태술(31·180cm)이라는 두 빅 네임이 돌아오면서부터 상승세가 끊겼다. 두 선수에게 모든 책임을 전과할 수는 없겠지만, 이 둘의 저조했던 활약과 그로 인해 무너진 팀 조직력을 고려해야 한다. 하승진, 김태술이 복귀한 후 KCC는 1승 2패에 그치고 있다.

이전까지 잘 나갈 때의 KCC는 전태풍(35·178cm), 안드레 에밋(33·191cm), 리카르도 포웰(32·196.2cm)을 중심으로 신명호(32·183cm), 김태홍(27·193cm), 정희재(24·195cm), 김효범(32·195cm) 등이 알토란같은 활약을 해줬다. 특히 별반 기대하지 않았던 김효범-김태홍-정희재로 이어지는 '김태희 트리오'는 팀 상승세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술, 하승진이 가세했다는 것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은 복귀 첫 경기에서만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줬을 뿐, 이후에는 '엑스맨'으로 돌변해 좋았던 분위기까지 흐트리는 주범이 되고 말았다.

KCC에서의 김태술은 KGC 인삼공사 시절 잘 나갈 때의 그가 아니다. 국내 몇 안 되는 정통 포인트가드인 김태술은 노련한 게임 리딩과 속공 전개는 물론 준수한 외곽 슛까지 겸비한 1번이었다. 질풍 같은 속도로 상대 수비를 뚫고 올려놓는 레이업과, 빈틈만 보이면 적중시키는 미들 뱅크슛은 전가의 보도였다.

하지만 최근의 그는 과거의 슈팅력을 잃어버렸다. 터프 샷은커녕 오픈찬스에서도 번번이 슛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신명호와 함께 상대 팀들에게 '버리는 수비'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로 인해 좋았던 패싱 능력마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발도 느려져 빠른 상대 가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태풍의 부담을 덜어주기는커녕 외려 부담만 가중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하승진은 더욱 심각하다. 예전처럼 포스트에서의 높이와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기는커녕 구멍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골 밑에서 쉬운 득점기회가 나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을 비롯해, 빅 맨의 주 역할인 리바운드와 박스아웃에서도 큰 역할을 못 해주고 있다. 공격과 수비에서 자기 몫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한창 때의 하승진은 골 밑 근처에서 '잡으면 한 골'이었다. 외국인 선수 포함 최고의 신장에 탄탄한 육체까지 보유하고 있는지라 포스트에서의 높이, 몸싸움에서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공익근무 후 살을 빼고 돌아온 하승진은 예전의 위력을 완전히 상실해버렸다.

약점인 느린 발과 취약한 기술은 그대로 가진 채 골 밑 몸싸움에서도 밀리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신장이 작은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막으면 중심을 잃고 어찌할 줄을 모른다. 거기에 오랜 시간 농구를 했음에도 그 흔한 페이크 동작마저 하지 못할 정도로 노련미도 없다. 이럴 경우 골 밑에서 공을 잡으면 최대한 안정적인 자세로 정직하게 골밑슛을 넣어야 하지만 상대의 수비를 의식해 불안정하게 공을 던지기 십상인지라 성공률이 매우 낮다.

높은 신장을 활용한 리바운드도 예전 같지 않다. 골 밑 위치선정에서 갈피를 못 잡을 뿐더러 몸싸움도 밀리고 어쩌다 리바운드를 잡더라도 손에 기름을 묻힌 양 그래도 놓쳐버리기 일쑤다. 이는 공격 시에도 마찬가지인지라 동료가 어시스트를 넣어줘도 흘리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비다. 발이 느린 하승진은 일대일로 자신의 매치 업 상대를 제어하지 못한다. 상대 선수는 하승진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는지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외곽 슛, 미들 슛을 쏴버린다. 어차피 하승진이 따라 들어오지 않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행여나 하승진이 슛을 방해하러 접근하면 손쉽게 돌파를 하면 된다. 최근의 하승진은 적극성까지 잃은 지라 상대가 슈팅 자세를 잡아도 멍하니 쳐다보거나 무기력하게 손만 들어줄 뿐이다.

이에 추승균 감독은 맨투맨 수비가 아닌 지역방어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상대 팀들에게 소나기 외곽 슛을 얻어맞고 있다. 예전에는 신명호, 강병현, 임재현 등 발 빠르고 활동량 많은 선수가 하승진으로 인해 생기는 공간까지 책임져주었지만 현재는 신명호 외에 그런 타입의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2경기에서 있었던 수비붕괴에는 이러한 이유가 크다.

그래서 팬들은 급하게 김태술-하승진을 쓰려고 하지 말고 우선은 좋았을 때의 라인업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빅 네임에 고액연봉자인 둘을 아예 안 쓰기는 힘들지만, 식스맨으로 기용하며 몸 상태가 돌아올 때까지 준비를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더불어 둘의 역할을 대폭 축소해 현시점에서 가능한 플레이만 펼치게 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자칫 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이름값 위주로 라인업을 짜다가는 잘 만들어놓았던 팀플레이마저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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