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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다크호스' 현대모비스, 오카포의 힘... 어디까지 달릴까

최근 프로농구에서 가장 핫한 수비팀으로는 단연 안양 KGC인삼공사를 꼽을 수 있다. 간판스타 오세근의 시즌 중 부상이탈로 위기를 맞았던 KGC는 젊고 패기 넘치는 선수들을 앞세워 새로운 빗장 수비팀으로 거듭났다.

변준형, 박지훈, 박형철 등 가드진이 돌아가면서 앞선에서 질식 압박수비를 펼치고, 오랜 시간 국내 최고 수비형 포워드로 인정받는 양희종에, 대학 때부터 수비만큼은 인정받은 문성곤이 뒤를 받쳐준다. 특히 공을 가진 선수를 몰아놓고 순간적으로 여러 명이 둘러쌓아서 압박하는 트랩 디펜스와 끊임없는 압박으로 공을 가로채 뺏는 수비는 상대에게 두려움까지 느끼게 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KGC는 팀스틸 1위(9.1개)를 달리고 있다. 2위 삼성(8.9개) 정도만이 뒤를 쫓고 있을뿐 3위부터는 격차가 크다. 개인 스틸 10위 안에도 문성곤, 박지훈, 브랜든 브라운, 양희종 등 KGC 소속 선수들이 4명이나 들어가 있다. 11위 변준형도 10위권 진입을 겨냥하는 모습이다.

활동량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엄청나게 뛰어다니는 KGC표 수비 농구는 상대팀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KGC 수비를 맞아 제 컨디션을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외국인 선수에게 의지해야 되는 공격력이 다소 아쉽지만 어떤 팀을 만나도 저득점 승부로 진흙탕 경기를 만들어버리는 이른바 '늪 농구'로 재미를 보고 있다.

거기에 공격형 가드 이재도, 슈터 전성현까지 상무에서 복귀할 예정인지라 KGC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몸을 날리는 등 워낙 체력소모를 많이 하는 수비농구를 펼치고 있는지라 장기레이스에서 부상, 체력문제 등이 지적된다. 실제로 변준형이 지난 26일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오른 손목이 골절되는 등 주축선수들의 상당수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울산 현대모비스가 새로운 수비팀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장들이 주축인 관계로 KGC처럼 안정적인 팀디펜스는 보여주고 있지 못하지만 이른바 불꽃이 이는 날은 어떤 팀도 뚫기 쉽지 않을 만큼 강력한 수비력을 과시한다. 아직 하위권에 쳐져있음에도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1) 오카포.jpg
 센스를 앞세워 두몫의 수비를 보여주고있는 에메카 오카포
ⓒ 울산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를 달라지게한 존재, 노장 오카포
 
전통의 강호답게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빼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함께했다. KBL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자 팀의 심장 양동근을 성장시켰다고까지 평가받고 있는 포인트 포워드의 정석 고(故) 크리스 윌리엄스를 필두로 브라이언 던스턴, 로드 벤슨, 라건아 등 어떤 팀보다도 외인파워 덕을 많이 받았다.

공수를 두루 갖춘 캡틴 양동근(39·180㎝)과 국내리그 맞춤형 빅맨 함지훈(36·198㎝)에 최고 수준의 외인조합은 현대모비스가 정상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확실한 두 기둥이 받치고 있으니 나머지 선수들은 퍼즐 역할만 해줘도 톱니바퀴가 척척 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유재학 감독 역시 '만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빛나는 지도자 경력을 쌓아갈 수 있었다.

사실 기복이 조금 있다고는 하지만 현대모비스가 갑자기(?) 까다로운 수비팀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의외다. KGC같은 경우 젊은 선수들의 활동량이 주무기가 되고 있지만 현대모비스는 여전히 노장 양동근, 함지훈이 주축이며 김국찬, 서명진 등 젊은 피들도 수비보다는 공격력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들이다. 디펜스 파워를 과시하기에 조건이 그리 좋지않다.

농구같이 신체가 격돌하는 팀스포츠에서 수비를 잘하기 위해서는 활동량의 중요성이 무엇보다도 크며 그러한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이 유리한게 사실이다. 놀랍게도 이같은 뜻밖의 변화는 외국인선수 교체에서 시작됐다. 바로 노장 외국인선수 에메카 오카포(37·208㎝)가 변화의 주인공이다.

오카포는 이제껏 국내무대를 밟았던 용병중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한다. 미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출신이자 2005년 NBA 신인상에 빛나는 거물 중 거물이다. 2004년에는 코네티컷대에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 1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2004년 드래프트에서 오카포에 앞서 전체 1순위로 뽑힌 선수가 드와이트 하워드다. 하워드 다음으로 지명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오카포가 당시에 얼마나 많은 주목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인왕 수상이 말해주듯 오카포는 오랜 시간 존재감 있는 모습을 뽐냈다. NBA에서 10시즌 616경기에 나와 평균 12점, 9.7리바운드의 성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리그에 들어오는 오카포에 대한 기대감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부상과 이후의 후유증, 적지 않은 나이 등으로 인해 예전의 운동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음은 물론 공백 기간까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저 예전 NBA리거들처럼 이름값만 높은 그저 그런 노장이다는 혹평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카포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3일 현재 오카포는 11경기에서 평균 13.91득점, 9.45리바운드, 1.55어시스트, 1.55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좋은 성적도 아니다. 경기당 1.45개를 기록 중인 블록슛(전체 1위) 수치가 눈에 띌 뿐이다.

오카포의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비공헌도에서 크게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각 팀에서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외국인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 성적이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카포는 상대 외국인선수를 묶어놓는데 일가견이 있다. 오카포와 매치업되는 대부분 상대는 평소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공격력이 뚝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그로인해 리듬이 무너지며 수비, 패싱게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당연히 해당 외국인선수가 뛰는 팀도 같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오카포의 이같은 위력은 뜻밖이다. 아무리 전직 NBA리거라 해도 오카포의 나이는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다. 앞서 언급한대로 나이, 부상 등으로 인해 예전의 좋았던 운동능력도 급하락한지 오래다. 신체적으로 좋은 상태에 있는 젊은 외국인 선수들과의 매치업에서 유리할 게 전혀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오카포는 전직 NBA리거로서 놀라운 노련미를 보여주고 있다. 운동능력으로 젊은 선수들과 맞서기보다는 특유의 센스를 앞세워 흐름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면서 한발 앞선 수비를 통해 신체능력 저하를 커버한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서 터져 나오는 블록슛이 대표적이다.

미리 좋은 자리를 선점한 이후 매치업 상대가 제대로 공을 못 받도록 괴롭히거나 공수 리바운드를 따낸다. 특히 긴팔을 이용한 손 움직임은 상대 입장에서 공포의 대상이다. 조금만 빈틈이 보이면 공을 쳐내버리는지라 오카포 앞에서 함부로 드리블치기가 부담스럽다. 오카포를 조금 겪어본 상대들이 유독 실책을 많이 쏟아내는 이유다.

영리한 오카포는 대인수비뿐 아니라 팀플레이를 깨트리는데도 능하다. 볼이 어디로 올지 읽어내면서 수비하는지라 이대이 플레이를 막아내는데 능숙함을 보여준다. 어지간한 패스는 미리 커트시켜버리고 높이 띄운 패스마저 걷어내기 일쑤다. 기동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힘을 앞세운 몸싸움도 나쁘지 않다.

시즌초 전주 KCC에서 뛰었던 조이 도시(36·206㎝)는 빈약한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힘을 바탕으로한 골밑수비로 수비형 센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카포는 좀 더 활동량이 넓어지고 센스와 몸놀림이 좋은 도시 버전이다. 득점력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어 수비형이라는 꼬리표도 점점 떨어져나가고 있다.

이처럼 오카포가 두 몫의 수비를 해주다보니 현대모비스의 디펜스도 당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다. 노장 양동근은 예전처럼 코트를 전방위로 뛰어다닐 필요가 없고 자신이 커버가능한 선에서 수비가 가능해졌다. 함지훈도 골밑수비부담을 많이 덜어냈다. 김국찬 등의 수비가 좋지 못함에도 현대모비스의 현재 팀 디펜스는 결코 나쁘지 않다.

이처럼 오카포 효과가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트레이드 없이 이대성, 라건아가 그대로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양동근, 함지훈, 이대성 국내 라인업은 여전히 위력적이며 라건아, 오카포가 교대로 출전할 경우 현대모비스 골밑은 그야말로 구멍을 찾기 힘들어진다.

과연 오카포를 앞세운 현대모비스의 질주는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우승후보에서 다크호스로 색깔을 달리한 명가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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