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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강병현-김민구 없는 KCC, 무너진 '2번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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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KCC
 
 
프로농구 전주 KCC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리그 최고의 '2번 왕국'이었다. '전천후 마당쇠'로 평가받던 '강페니' 강병현(29·193㎝)을 필두로 '제2의 허재'로 불리던 '데릭민구' 김민구(23·191cm)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이면서도 색깔이 다른 이들의 환상조합은 타팀 팬들의 많은 부러움을 받았다.

강병현과 김민구의 앞선은 한국 농구사 전체를 통틀어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조합이었다. 둘의 주포지션은 2번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1번을 소화할 수 있었다. 평균 이상의 보조 리딩 능력을 갖추고 있던 강병현은 무던한 수준으로 1번이 가능했고, 팀 사정에 따라 3~4번 역할까지도 맡은 바 있다.

김민구 같은 경우는 워낙에 패싱센스가 좋고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탁월해 1번으로서도 리그 탑급에 속할 만한 자원이었다. 무엇보다 둘의 평균 신장이 190cm를 훌쩍 넘는다는 사실은 상대팀들에게 큰 두려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마당쇠 가드' 강병현과 '전천후 슈터' 김민구

강병현은 기록으로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가 대단한 선수다. 2번을 맡고 있으면서 1번을 도와 수준급의 리딩을 펼칠 수 있으며 어지간한 3번 선수는 강병현의 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한다.

여기에 곱상한 외모와 달리 파이팅도 넘쳐 그가 코트에 나서게 되면 다른 포지션의 선수까지 편해지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곤 한다. 원체 활동량이 많아 끊임없이 코트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공수에 영향을 끼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강병현은 마당쇠 마인드를 갖춘 선수다. 뛰어난 공격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팀을 위해 자신의 공격기회를 자제하는 것을 비롯 수비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얼마든지 화려한 토종에이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장신에 빠른 움직임이 돋보이는 강병현의 번개같은 돌파능력은 단숨에 상대팀의 수비라인을 종잇장처럼 찢어버린다.

어디 그뿐인가, 골밑으로 파고드는 척 하다가 순간적으로 멈춰 서서 쏘는 '스톱 점프 슛(stop jump shoot)'은 팀의 공격이 막힐 때마다 숨통을 틔워주기에 충분하다. 신장을 이용한 '포스트 업(post-up)'은 물론 외곽슛 또한 준수한 편이다. 무엇보다 클러치 상황에 강하다는 점은 팀이나 팬들 입장에서 너무도 든든하다. KCC가 허재 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뀐 후 '제2의 왕조'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병현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할 수 있다.

김종규(23·창원 LG)-두경민(23·원주 동부)과 함께 '경희대 빅3'로 불렸던 김민구는 프로무대에 입성하기 전부터 명성이 자자하던 초대형 가드였다. 중앙대, 연세대, 고려대의 위세에 밀려있던 모교 경희대에 수차례의 우승을 안기며 '농구 명문'으로 발돋움시키는가 하면 지난해 8월 있었던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는 대표팀 주포로 활약하며 대회 베스트5에 선정되기까지 했다.

김민구는 기본기가 아주 탄탄한 슈터다. 3점슛만 잘 쏘는 게 아니라 빈공간이 보이면 지체 없이 돌파를 시도한다. 김선형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로 가속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드리블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수비수를 제친다. 여기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스타일인 만큼 마무리가 아주 뛰어나다. 큰 선수들이 가로막아도 재치있게 '플로터 슛(floater shoot)'을 성공시킨다.

무엇보다 팬들을 놀라게 한 것은 김민구의 넓은 시야와 뛰어난 패싱 센스다. 원맨 리딩이 가능한 1번이 줄어들고 있는 현 추세에서 2번은 단순히 공격력만 좋아서는 안 된다. 1번을 도와 보조리딩을 할 수 있는 슈팅가드가 각 팀마다 절실하다.

김민구는 단순히 보조 리딩을 잘하는 수준이 아니다. 경기 전체를 꿰뚫어보는 눈썰미와 순간적인 재치가 워낙 뛰어난 만큼 어지간한 정통 포인트가드 뺨치는 시야를 과시한다. 정확도는 물론 달리는 동료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가며 패스를 뿌리는 장면에서는 김민구의 주 포지션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경희대 시절부터 실질적인 게임 리딩을 담당했던 진가를 프로에서도 그대로 보여줬다. 거기에 수비도 매우 지능적으로 잘하는데, 특히 손이 빨라 김민구 주변에서 어설프게 드리블을 치다가는 삽시간에 스틸을 당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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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KCC
 

트레이드와 교통사고, 사라져버린 최강 2번 라인

이렇듯 환상적인 2명의 전천후 슈팅가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KCC입장에서는 큰 복이었다. 하지만 '공룡센터' 하승진(29·221cm)의 복귀와 함께 또 다른 왕조를 꿈꾸고 있던 KCC는 큰 변화를 시도한다.

프랜차이즈 스타나 다름없었던 강병현을 장신포워드 장민국(25·199cm)과 함께 KGC인삼공사로 보낸 것, 대신 리그 최고 정통 1번으로 꼽히는 김태술(30·180cm)을 사인 & 트레이드 방식으로 데려왔다. 강병현-김민구로도 가드진 운용에 큰 어려움이 없었겠지만 보다 확실한 라인업 구축을 위해 초강수를 둔 것이다.

팬들 사이에서 의견은 많이 갈렸지만 이때까지만해도 나쁠 것은 없었다. 김태술이라는 확실한 1번을 가지게 된 상황에서 역시 최고의 2번으로 꼽히는 김민구까지 보유하게 되었기 때문, 백업이 부실하다는 약점은 있었지만 김태술-김민구-하승진으로 이어지는 토종 1-2-5번 라인업은 리그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큰문제가 생겼다. 믿었던 김민구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것. 김민구는 지난 6월 7일 오전 3시 6분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사고로 인해 고관절과 머리를 다쳤는데 특히 고관절 쪽은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

더더욱 심각한 것은 김민구의 교통사고에는 음주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60%였는데 이는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수치다. 동승자는 없었지만 안전벨트마저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김민구는 수술을 마치고 재활과정을 거치고 있는 상태다.

올해 안에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수로서의 부활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한다. 부상의 정도와 그로 인한 데미지 그리고 회복 기간 등을 고려해 봤을 때 다음 시즌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즌까지만해도 2번 포지션은 KCC의 최대 강점이었지만 현재는 약점이 되어버렸다. 김태술이 리그 최고의 1번중 한 명인 것은 분명하나 2번에서 그의 부담을 덜어주며 가드라인을 같이 이끌 선수 없이는 제대로 된 앞선 효과를 보기 어렵다. 과연 여기에 대해 KCC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문피아 애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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