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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진화 없는 ‘태권브이’ 또 옆그레이드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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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외에는 모두 낙제?'

'태권브이' 박용수(32)는 국내 팬들 사이에서 가장 아쉬운 헤비급 입식 타격가로 꼽힌다.

빼어난 신체조건(2m)에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라는 화려한 경력에도 정작 성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입식 경험도 상당히 쌓여가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반 없다.

박용수의 발전이 이토록 더딘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만한 체구에 나래차기, 찍어 차기 등 고난도 발차기를 구사할 수 있는 선수는 세계무대에서도 많지 않다. 중량급 자원자체가 거의 없는 국내 입식 타격계 현실 속에 실망스런 경기를 펼쳤음에도 팬들의 기대가 여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K-1 코리아맥스 & 더칸·무림풍' 대회는 박용수를 아끼는 팬들에게 또 아픔을 안겼다.

이날 산타 스타일의 중국선수 윈펭센과 맞붙었다. 투지 넘치는 상대였지만 입식타격에서의 경험 및 신체조건 등에서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기에 무난한 승리를 점쳤다.

특히, 팬들을 설레게 했던 것은 대회를 앞두고 있었던 박용수의 달라진 훈련 태도였다. 그간 박용수는 고집스럽게 태권도 스타일만 고수했다. 발차기는 위력적이었지만 패턴이 굳어 상대의 빈틈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고, 펀치기술의 부재는 리치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악재로 이어졌다.

이 같은 스타일은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치명적이었다. 박용수는 맷집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가드 역시 허술해 그와 맞서는 상대 선수들은 집요하게 파고들어 펀치를 휘둘렀다. 결국, 박용수는 초반에 발차기 몇 번 내지르다가 주먹을 얻어맞고 넉아웃되는 패턴을 반복했다. 훌륭한 장점들은 몇 배 큰 단점에 묻히기 일쑤였다.

이를 의식한 듯 박용수는 대회를 앞두고 세계 입식격투 최강국가인 네덜란드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성과를 떠나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꾀하려 했던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명문 골든글로리에서 다양한 패턴과 수비 강화 훈련을 했다”고 밝히며 팬들을 한껏 들뜨게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박용수는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경기 초반 강력한 미들킥을 윈펭센의 복부에 꽂아 넣는 등 여전한 발차기 솜씨를 선보였지만 거기까지였다. 2라운드 들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가운데 부상까지 겹쳐 스스로 경기를 포기했다. 3라운드 TKO패.

박용수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로우킥을 허용했으며 밀고 들어오는 상대에게 안면을 그대로 노출했다. 기량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윈펭센은 1라운드에서 박용수 킥공격에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후 약점이 현저하게 드러난 데다 체력은 물론 근성까지 고갈된 박용수를 상대로 어렵지 않게 역전에 성공했다.

박용수는 체력도 좋지 않으면서 하이킥 등 큰 공격 위주로 공격을 풀어나갔는데 그마저도 어느 정도 거리가 확보된 상태에서만 펼칠 수 있었다. 빠르고 짧게 칠 수 있는 킥기술의 부재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팬들은 "설마 했는데 또다시 박용수에게 실망했다"며 까칠한 반응 일색이다. 여러 단점들이 하루아침에 보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 하나도 개선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것.

박용수와 비슷한 시기에 입식무대에 데뷔했던 타 종목 선수들로는 육상 투포환 출신 랜디김과 씨름선수에서 전향한 최홍만 등이 있다. 어찌 보면 박용수보다도 더 입식타격과 인연이 없어 보이지만 그들은 짧게나마 자신들만의 확실한 흔적을 남겼다.

랜디김 같은 경우 펀치 일변도의 단순한 공격패턴으로 데뷔당시 혹평을 받았지만 2008년 K-1 하와이대회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깜짝 준우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빌리토누 포토칼라피-웨슬리 코레이라를 연속 넉아웃으로 물리친 그는 결승에서 강호 구칸 사키를 만나지 않았다면 우승까지도 가능했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30대를 훌쩍 넘어선 박용수도 이제는 인상 깊은 커리어를 남길 때도 됐다.

과연 박용수는 연이은 혹평을 딛고 입식타격가로서 진화할 수 있을까. 발전이 더딘 태권브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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