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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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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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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진격(6)

DUMMY

7화



영화사 무진 대표 김호준.


시나리오에 주연 배우까지 낙점했다.


그는 여자 배역으로- 한 젊은 여 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민유영, 22세. 고등학교 3학년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기를 시작해 대중에게 예쁘면서도 신선한 이미지로 얼굴을 알리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


최근 이런저런 광고에도 부쩍 모습을 드러내는 등 떠오르는 배우인 만큼 출연료가 꽤 든다.


그렇다면 그녀를 섭외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돈이었다.


돈, 최소 수억 원의 돈이 있어야 한다.


그처럼 배우들의 출연료를 포함해, 영화 제작비 등 모든 것을 감안하면 최소 수십 억에서 많게는 백 억 이상의 큰 돈이 든다.


하지만 호준은 돈이 없었다.


당장 시나리오 작가에게 소고기와 술을 사는 데도 돈이 넉넉지 않은 호준에게 그렇게나 큰 돈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래서 호준은 이 문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런 그가 며칠 후 도착한 곳.


서울의 한 작은 빌딩 두 층을 사용하고 있는 주식회사 조성창투였다.


그는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영화사 무진의 대표로서 이곳에 왔다.


“안녕하십니까.”


빌딩 2층에 들어서자마자 인사를 하자,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조금은 데면데면하게 호준을 쳐다본다.


전체적으로 호준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다는 눈치.


“저는 영화사 무진의 대표 김호준이라고 합니다.”


이내 호준이 자기소개를 하자.


“아아, 안녕하세요!”


직원 한 명이 급히 일어나 어딘가로 향한다.


조성창투의 대표이사가 있는 대표실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다시 호준에게로 오더니 그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얼른 들어오시죠.”


호준은 가만히 그를 따라갔다.


대표실 안은 널찍했으나 그리 색다르지는 않았다.


호화롭거나 눈에 띄는 인테리어도 없었다.


한 사람이 머무는 곳은 그 사람의 성향을 나타낸다.


이곳 조성창투의 대표실은 거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간결했고, 괜한 물건은 없었으며, 무척 실용적이었다.


호준은 그런 모습을 둘러보며 자신이 이곳을 제대로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안녕하세요-.”


60대의 남자가 호준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조성창투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 조성호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따 사명을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호준은 즉각 성호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짧은 순간 두 남자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묵직한 손의 감각을 느끼며.


서로를 가늠한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하는 일에 진심과 열의는 있는지, 제대로 된 사람인지 등.


각자 삶의 경험과 지혜 등 모든 것을 토대로, 서로를 가늠한다.


다만 호준은, 이 순간 또다시 자신의 능력을 실감한다.


조성창투의 대표이사 조성호와 악수를 하자마자.


그는 다시 일종의 초감각을-.


표현하자면 말 그대로 청신호(靑信號)를, 즉 이번 투자가 완전히 잘 풀릴 것이라는 확신을 느꼈다.


실상 애초 많고 많은 투자사 중 오직 이곳 조성창투에 오게 된 것부터 호준의 능력 덕분이었다.


“반갑습니다.”


하고서 성호는 호준을 소파에 앉힌 뒤 직원을 시켜 차를 대접했다.


“시나리오-.”


성호는 말한다.


“잘 읽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애초 그냥 이루어진 만남이 아니다.


조성창투는 작은 벤처 투자회사지만, 유망한 중소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증권시장인 케이스닥에까지 상장된 나름의 버젓한 회사다.


그런 회사의 사장이, 작은 영화사의 대표를.


그것도 현재까지 아무런 작품도 없는 영화사 대표인 호준을 그냥 만날 리는 없다.


호준은 얼마 전 이곳 조성창투에 진후가 쓰고 호준이 완성한 영화 시나리오 <진격>을 투자금 조달을 위해 제출했다.


그러고서 이렇게 약속 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


“임진후 작가 님이 쓰셨더라고요?”

“예, 아십니까?”

“하하, 작가 님 예전 영화 재밌게 봤죠. 영화관 들락거리는 사람 치고, 그때 그 영화 안 본 사람 거의 없을 텐데.”


하고서 성호 또한 차를 마신다.


“근데-.”


깊은 향이 우러나오는 자스민 차였다.


“그 이후로 소식이 없으셔서, 펜대 접으신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예, 잘 계십니다.”


그러면서도 호준은 진후의 시나리오를 자신이 대폭 수정 보완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는 필요 없는 얘기일 뿐더러, 호준은 자신의 시나리오 수정 능력이 아닌 한 영화사를 이끌 사업 수완을 어필해야 했다.


“하여간-.”


성호는 말한다.


“저랑 담당 투자 본부장이 무척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조성창투는 여러 부문에 투자를 한다.


주로 게임, 드라마, 영화, 음반, 공연 등 문화 부문에 투자를 하는데 해당 부문마다 담당 본부장이 있다.


본부장이 콘텐츠를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검토하고 괜찮다 싶으면 책임지고 대표이사인 성호에게 올리는 것.


그렇게 성호까지 살펴본 뒤 오케이 사인이 나오면, 콘텐츠 권리자와 본격적으로 투자 협상 및 계약에 나선다.


“일단 시나리오만으로- 흥행할 요소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죠.”

“매우 적절한 안목이십니다.”


조성창투의 투자 성공률은 꽤나 높다.


이는 오래전부터 성호가 확실히 알고 있는 분야만, 오로지 상품의 히트 여부만 냉정하게 판단해 비교적 소규모의 투자만을 실행한다는 원칙에 따라 회사를 경영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성호와 담당 직원은 영화사 무진의 시나리오 <진격>에서 돈 냄새를 맡았고, 이제 성호가 확실히 돈을 만질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무진의 대표 호준을 만난 것이었다.


“제작비는 대략 얼마나 예상하십니까?”


바로 본론부터 얘기하는 조성호.


사업가에게 시간은 역시 금이다.


“100억.”


호준은 주저 없이 답한다.


“약 100억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비 100억 원이면 그리 작은 돈은 아니지만 그리 큰 돈도 아니다.


대한민국 평균 제작비에 조금 미달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흠-.”


성호의 얼굴이 순간 조금 가라앉다가는.


“70억에서-.”


한순간 날카로운 눈을 반짝인다.


“최대 80억 수준으로 낮춰 보시죠.”


시나리오는 좋다.


하지만 아직 아무런 작품도 없는 영화사의 시나리오다.


심지어 성호는 영화 제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배우와 감독에 관해 아직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제작비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투자금이 커질수록 당연히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투자금이 크면 수익도 크다.


하지만 성호는 영화사 무진과 대표 김호준에 관해,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기에.


오로지 돈 냄새 나는 시나리오 하나만을 가지고 최대 투자 규모를 미리 정한 것이다.


“흠.”


미간에 힘이 들어간 호준을 보고 성호가 말한다.


“알다시피 우리 회사는 소규모 벤처 투자사입니다.”

“예, 그렇죠.”

“블록 버스터 대규모 상업 영화는 우리 물건이 아니에요. 많이 버는 만큼, 많이 잃을 수도 있는 게임을- 우리는 하지 않습니다.”

“···”

“우리는 철저히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게임 승률을 최대한 높이는 방식으로 일을 하죠. 대표 님. 지난 한 달만 해도, 우리 회사에 접수된 영화 시나리오만 족히 30편은 넘습니다.”


성호는 담담하게 말한다.


자랑이나 허세가 아니었다.


사실 그대로의 말이었다.


“하루에 한 편 이상, 우리의 투자금을 얻기 위해 접수되고 있다는 거죠. 물론 열에 아홉, 아니, 열에 열은 저예산 영화입니다. 독립 예술 영화도 있고, 단순히 제작비가 적게 드는 목적 불분명한 영화도 있고 그렇지만- 역시나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물건은-.”


하고서 성호가 느긋한 모습으로 웃는다.


“대표 님이 보유한 시나리오 <진격> 같은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도 확실하게 이득을 챙길 수 있는 탄탄한 상품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이 시나리오의 제작비가 좀 더 낮아져야, 좀 더 합당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 이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굉장히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애초 <진격>은 블록 버스터 영화는 아니다.


거기에 커다란 영화 제작 배급을 겸하는, 소위 대기업의 영화도 아니다.


그럼에도 마땅히 투자를 받아야만 한다면, 조성창투 같은 벤처 투자 기업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성호는 이와 같은 상황을 이용해, <진격>의 제작비 즉 투자금을 낮춰 좀 더 안정적으로 이익을 꾀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군요.”


호준이 말을 한다.


그러고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입꼬리를 올린다.


“뭐, 대표 님의 말씀은 십분 이해합니다.”

“···”

“아마 제가 이끌고 있는 회사와, 저에 관해 이미 모든 조사를 마치셨겠죠. 투자자로서 투자 상품에 관해서는 집 안에 있는 숟가락 이상으로 면밀히 파악해야 할 터-.”


호준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걱정이 되셨을 겁니다. 시나리오 하나만을 믿고 투자를 하시기에는. 대표 님, 저 또한 대표 님처럼 이곳에 오기 전 조성창투에 관해 조사를 했습니다.”


성호가 조금 긴장하기 시작한다.


“아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어디까지나 언론에 널리 발표된, 양지의 자료만 조사했으니.”

“···”

“역대 조성창투가 투자한 영화의 제작비를 모두 살펴봤죠. 작게는 40억, 크게는 120억 원의 투자를 하시더군요. 그리고 대부분 70억에서 100억 원 사이의 투자를 즐겨 하시고요.”


호준이 말 그대로 널리 알려진 데이터를 언급하자, 성호가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결국 맥시멈은 정해져 있고, 결국 대표 님 말씀대로 상품만을 보시고 투자 값을 측정하시는 건데- 대표 님께서는 우리 영화 <진격>의 시나리오 값만으로 80억 원을 책정하신 겁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제작 회사의 업력이나, 저의 커리어에는 단 돈 100원도 책정하지 않으신 거죠. 그렇죠?”


의표(意表)를 찌르는 말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진실이었다.


성호는 예 또는 아니라고 하기에, 무슨 말을 하든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하, 당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명백히 당황한 성호를 보고서 호준은 말한다.


“그 점을 문제 제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어쨌든 맞습니다. 저와 제가 이끌고 있는 회사는 아직 아무것도 입증한 게 없으니까요.”

“으음.”


성호는 답은 하지 않고 연신 자스민 차만 홀짝인다.


“뭐, 저를 믿어 달라고, 그것만으로 대표 님께서 사상 최고의 투자를 하신 거라고 단언을 하고 싶지만 비즈니스에서 말은 그저 말일 뿐. 어디까지나 행동과 실적으로 보여야 하죠.”


성호는 고개를 끄덕인다.


조성창투의 자금을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온갖 현란한 말과 글로써 투자금을 유치하려 한다.


하지만 성호는 일절 그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그들이 내세우는 상품과 그것의 가치 나아가 그것의 히트 여부만을 냉정하게 판단했다.


그리고 경험상, 말을 내세우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투자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 상태였다.


“그러니-.”


호준이 브리프 케이스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이쯤에서 행동으로 보여 줄 때가 됐군요.”


서류를 하나 꺼내더니 슬쩍 성호에게 내미는 김호준.


성호가 곧장 서류를 살펴본다.


그리고 이내 그의 동공이 흔들린다.


호준이 내민 서류는 영화 <진격>의 주연 배우 계약서였다.


계약서 아래에는 낯익은 이름 세 글자가 자필과 함께 도장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미.”


성호답지 않게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그가 입을 연다.


“···민유영?!”

“예, 맞습니다.”


씨익 미소 짓는 김호준.


굵직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민유영이 우리 영화 <진격>에 출연하기로 전격 계약했습니다.”


채쟁-!


성호는 들고 잇던 찻잔을 테이블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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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진격(7) 24.03.15 9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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