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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미르 님의 서재입니다.

만천과해2021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네오미르
작품등록일 :
2021.09.27 23:52
최근연재일 :
2022.01.24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87,401
추천수 :
922
글자수 :
724,210

작성
21.10.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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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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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준극우천 03

DUMMY

만천과해(瞞天過海)

준극우천(駿極于天) 03


천환과 아영은 이야기를 하며 서원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유가에서 유명한 숭양서원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목적지는 숭산파였다.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길 옆에서 갑자기 기척이 느껴졌다. 두 사람은 깜짝 놀란다. 한 명의 서생이 길 옆의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아무리 이야기 중이었다지만, 천환도 아영도 둘 다 인기척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미처 알아채지 못한 건 서생이 있는 곳이 우거진 녹음에 가려서만은 아니었다. 지금껏 모르게 있던 걸로 보나, 이곳이 숭양서원 근처인 걸로 보나 보통 서생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어온다.


그는 길을 가던 두 사람에게는 관심없는 듯 두 사람이 쳐다봐도 고개조차 들지 않는다. 그저 무심히 책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손이 닿을 거리에 창이 세워져 있는 게 보인다. 단순한 백면서생은 아니리라.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봤다. 말을 걸어서 적대감이 없음을 나타낼까,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지나갈까 생각을 한다. 아영은 그냥 지나치자고 신호를 보낸다. 둘은 서생을 신경쓰지 않는 듯 그 앞을 지났다. 순간 서생이 나무에 기대어 둔 창을 집어들면서 두 사람을 막아선다. 신속함. 두 사람은 서생이 무공이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낮은 수준도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어찌 다짜고짜 창을 들고 덤비..."


천환이 말을 하는 순간, 서생은 기다리지 않고 연달아 창을 찔러들어갔다. 천환은 뒤로 빠지며 검을 뽑았다. 반격을 하기보다 검을 들어 비스듬히 밀어내 막는다. 순간 상대의 빈틈이 보였다. 그러나 나아가 공격하지는 않는다.


吾不敢爲主而爲客, 不敢進寸而退尺


(싸움을 할때는) 주도적으로 하지말고, (부득이할 때만) 상대와 맞서 싸워라. (부득이 싸워야 할 때는) 한 치도 나가지 말고 한 자 뒤로 물러나라.


천환은 일정 거리를 확보한 후 멈춰섰다.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숭산에서 소란을 피워봤자 좋을 건 없었다. 더구나 이곳은 숭양서원 바로 근처였다.


아영은 살짝 비켜서며 둘을 쳐다보았다. 검의 손잡이에 갖다댄 손을 살며시 떼었다. 천환 혼자서도 서생을 상대할 수 있어보였다. 괜히 자기가 검을 뽑아 들고 있다가 서원에서 사람들이 몰려 나오면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둘이서 한 명을 협공한다는 오해만 받기 쉽상일테니.


물러선 천환은 서생에게 물었다.


"귀하께서는 무슨 가르침이 있으신지요?"


예를 갖춘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멈춰 서 있지만 천환의 발은 끊임없이 움직일 곳을 찾고 있었다. 검법과 창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검과 창은 둘 다 찌르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창은 길고 검은 짧았다. 실력이 비등하다면 창이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상대의 의도와 실력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강호의 도리보다 천륜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 법. 다른 문파의 내부 일에 관여하지 않는게 맞겠지만 충효를 저버린 자를 어찌 그냥 지나가게 할 수 있겠는가."


서생은 혼잣말인지 아영과 천환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중얼거린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천환이 물어보지만, 서생은 더이상의 말이 없었다.


그때, 서원 안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누군가 침입자를 기다라고 있었는지 저마다 손에는 무기가 들려있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듯 싶습니다."


복장을 보니 숭양서원 사람들과 숭산파 사람들이었다. 뭐야? 다들 이곳에 와 있었던 건가? 그런데 왜 같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비록 공자가 노자를 만났을 때 도가사상을 ‘구름 속의 용’과 같다고 칭찬한 적도 있었듯이, 도가와 유가가 선을 그어놓고 왕래를 안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니 아주 이상할 건 없지만... 그렇다고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광경 역시 아니었다.


"사형!"


아영의 말에 자세히 보니 사람들 사이에 이심백(耳心柏)과 분군목(憤君木)도 보였다. 반가운 마음. 그러나, 천환을 바라보는 둘의 얼굴은 반가움은 커녕 냉랭하기만 했다.


"네가 감히..."


이심백은 버럭 화를 내며 사람들을 뚫고 앞으로 나왔다. 말 보다 먼저 천환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이 사부님을 해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을 대사형의 반응에 천환은 놀란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오해가 있는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시사신공(視思神功)을 익혀서 이사형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던 내 머릿 속에 있던 생각을 읽은 건 아니겠지. 성격이 급한 이심백은 천환이 말할 기회를 주지않고 연달아 공격을 했다.


그러한 모습을 보자 아영은 대사형이 다리를 끊어 자신을 죽이려고 했었던 일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해하려 해도 두려워진다. 대사형은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일 수 있다.


어쨋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아영은 검을 든 채 둘 사이로 뛰어 들었다. 화산검법의 초식에 대해서는 피차 잘 알고 있었다. 아영과 이심백의 검면이 서로 마주친다.


"잠깐 대사형. 우선 이야기를 해봐요."


아영을 보자 이심백은 검을 멈췄다. 초식을 안다고 하지만, 공력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이심백이 마음만 먹었다면 단 한 번의 초식으로도 아영을 제압할 수 있었다. 아영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다리 위의 일을 생각하면, 자신이 사매라고 봐줄 사람같지도 않았다. 그래도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자신을 위한 건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이심백의 손이 멈추었다. 아영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휴-.


"사매, 비켜."


"대사형, 먼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나 알고요..."


"그 사이에 너도 한편이 된거야? 오는 동안 둘이서 만리장성이라도 쌓은 모양이지?"


이심백은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아영은 이심백의 말에가 어이가 없어진다.


“예? 전 지금 사형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통 모르겠어요.”


아영은 도움을 청하는 눈길로 분군목을 바라봤다.


"이사형..."


분군목은 아영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대사형, 잠깐 기다려요.”


분군목이 앞으로 나왔다. 분군목의 우측 팔은 천으로 감겨져 있었고, 천 위에는 핏자국이 뚜렸했다. 깊은 상처를 입은 모양이었다.


"대사형, 잠깐만요. 사매는 아무것도 모를 거에요. 삼사제가 한 행동도, 대사형이 왜 이러는지도요."


"그렇긴 하겠군."


이심백은 치솟는 화를 못이겨 하고 있었다. 저렇게 화든 뭐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게 이심백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 저돌적이고 급한 성격은 공격이 순조로울 경우 더욱 강한 힘을 낼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거나 고수와 내공 위주의 싸움을 할 경우 치명적일 수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분하면 피아식별을 못할 수도 있었다. 이심백은 잠시 숨을 고른 후 천환을 가리켰다.


"사매, 사매는 아직 저 놈의 정체를 모르지?"


"삼사형의 정체라뇨?"


아영도 놀랐지만 천환도 역시 놀란다. 내 정체? 내 정체는 화산파 제자가 전부인데. 아니면 정말 내 머릿 속이라도 들여다 본 걸까?


"삼사형이라고도 부르지마. 그럴 가치조차 없는 놈이니."


이심백은 거칠게 내뱉었다.


"천환, 저 빌어먹을 놈은 사매가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곤 했었지."


"예?"


아영은 뜬금없는 그리고 뜻 밖의 말에 놀라며 천환을 바라본다. 그랬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는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 아...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천환은 놀라서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영이 돌아보자 더욱 당황해 한다.


"역시 찔리는게 있으니 말을 더듬는군."


"그... 그런게 아니라..."


"모르는 척 하기는. 무슨 말인지는 네가 더 잘 알거 아냐? 그러다 분군목한테 발각되고, 사부님까지 알게 되자 사파와 손을 잡고 이런 일을 저지르고 만 거 아니야?"


"아... 아니... 그... 그런 말도 안되는..."


천환은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천환은 아영을 쳐다봤다.


"사매. 아니야, 정말 그런 적 없어. 지금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왜 나왔는지 난 전혀 모르겠어."


천환은 두 손을 저으며 어쩔 줄 몰라한다. 아영은 양쪽을 번갈아 보았다. 순간 이심백이 아영을 제치며 천환을 향해 뛰어들었다.


"대사형!"


질풍 같은 검기가 천환에게 쏘아진다. 천환은 뒤로 물러섰다. 치직. 그러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왼쪽 어깨에 상처가 났다.


"잠깐만요, 사형. 사부님이 돌아가시던 날 대사형이 저보다 방에 먼저 있었잖아요."


의심하지 않으려 했지만, 사실 여부는 밝혀야 했다. 어깨를 붙잡은 천환의 우측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렀다.


"그렇지. 네 놈은 그말을 하고 싶었던 거였겠군."


"네?"


"내가 그때 들어가게 된 건 결국 네 놈의 간계였어."


이심백은 천환을 바라봤다. 천환은 멍하니 이심백을 바라봤다.


"간계라뇨? 제가 뭘?"


"네놈의 간모(奸謀)에 속아 사부님을 찾아뵈었다가 함정에 빠지게 되었지. 간사(奸邪)한 놈."


준비된 듯 막힘없는 말.


이심백의 검은 말보다 더 빨랐다. 천환은 주춤주춤 밀려났다. 이심백은 계속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심백이나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압도적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심백이 봐주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사실 백호 고기를 먹고 천환과 아영의 내공은 증가해 있었다. 그렇다고 펼치는 초식이 더 날카로와 질리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빨라져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이심백이나 분군목이 보기에는 천환이 그 동안 실력까지 숨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환이 반격도 하지 않는데도, 생각만큼 쉽게 제압을 못하자 이심백은 더욱 화가 난다. 천환이 자기를 놀리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이심백의 검이 더욱 빨라진다.


갑자기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동시에 천환에게 향하던 이심백의 검이 갑자기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검뿐만 아니라 이심백은 다리가 풀리며 주저앉고 만다.


뜻밖의 일에 천환은 겨우 여유를 챙긴다. 주위를 돌아봤다. 이심백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주저앉아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주위에서 멀쩡히 서있는 것은 천환 자신 뿐이었다. 짧았던 안도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또 다른 당혹스러움으로 이어진다.


"흥. 네놈이 사부님과 동문을 해칠 때 바로 이 독을 썼겠군."


냉랭한 말소리.


"독이라뇨?"


그러고 보니... 천환을 빼고 다들 독에 중독된 모양이었다.


"왜 나는 괜찮지?"


천환은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자기를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


"어? ...아니 난 정말 아니에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혼자 중독되지 않았다. 모두가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환은 다시 몇걸음 뒷걸음질쳤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독을 써서 이렇게 굴욕적으로 만드느니 차라리 우리도 깨끗이 죽여라. 퉷."


이심백은 천환을 향해 침[唾]을 뱉었다. 그러나 침은 천환의 근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니, 보이지는 않지만 침(針)이 되어 마음에 박힌다.


휘익. 화살이 날랐다. 천환은 몇 개의 화살을 피했다. 이어 미처 피하지 못한 화살을 검으로 쳐냈다. 화살이 날아온 곳을 바라본다.


숭양서원 안에서 궁사(弓士)들이 나와있었다. 유가 무공은 도, 창, 활 등 관군들이 사용하는 무기를 주로 이용했다. 개인 수련을 목적으로 하는 불가나 도가와 달리 나라의 부름에 언제든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하는게 그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궁사들은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중독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연달아 활시위를 당기며 천환에게 다가왔다. 천환은 날카롭게 날아오는 화살을 쳐낸 후 일단 몸을 피했다. 


"난 정말 아니야."


누군가를 향했는지 알 수 없는 천환의 외침은 길게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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