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프지 않습니다.
언제나 여유롭고 싶은 글쟁이 희망자.
내가 슬프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꽃잎을 흩어 봄을 끝내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봄은 바람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햇살은 얼어붙은 강물을 녹여 겨울과 작별하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겨울은 햇살에게 받을 빚이 없기 때문입니다.
첫눈은 빨갛고 노란 가을의 끝을 알리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이미 잠들어버린 가을은 눈을 보지 못했고,
그렇기에 눈은 가을에게 무엇도 될 수 없습니다.
차가운 빗물이 긴 무더위를 삼키며 조금씩 하늘을 높입니다.
그렇게 여름은 가을로 물들어가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여름에게는 단지 수많은 빗방울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닿았어도 닿지 못해, 그저 내릴 뿐. 그래서 비는 가을의 품에 안깁니다.
그래서 나는 슬프지 않습니다.
나는 이렇게, 가만히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언제나 평온할 수 있기를, 일상의 소중함을 매일매일 새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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