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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자

운화의 이런저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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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년4
작품등록일 :
2013.01.28 04:08
최근연재일 :
2017.05.05 16:52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651
추천수 :
55
글자수 :
21,942

작성
14.03.21 16:19
조회
198
추천
3
글자
5쪽

Wanna be Special

언제나 여유롭고 싶은 글쟁이 희망자.




DUMMY

어려서부터 난 특별하고 싶었다. 언제였을까, 부모님이랑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 딸,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웅,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요!”

“하핫. 아빠가 장담하지. 반드시 그렇게 될 거야. 아빠 딸이니까. 하하하.”

그래. 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뭐든지 열심히 했다. 머리도 좋았고 외모도 훌륭했기에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은 없는 것 같았고, 내가 무엇을 하든 남들과는 다른 것 같았다. 그렇게 스스로를 매우 특별하다 믿으며 살던 어느 날, 몇 년 만에 제대로 된 휴가를 얻은 아빠는 호쾌하게 웃으며 우리 가족을 이끌고 바다에 갔다. 난 처음 가보는 바다에 설레며 해수욕장을 향해 달렸다.

쏴아아.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는 충분히 예뻤다. 하지만 난 그런 바다에 신경 쓸 틈도 없었다. 그때까지 난 사람이 많이 모인 것이라곤 고작 1000명 남짓한 초등학교 아침 조례밖에 보지 못했었다. 그런 나에게 그 넓고 긴 해수욕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충격이었다.

‘내가 특별하지 않은 거야? 세상엔 사람이 이렇게 많았어? 나는 그저 수많은 사람들 중 한명이야?’

난 그 뒤로 세상은 이보다 훨씬 넓고 사람은 더욱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친 듯 특별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날 특별하게 해주진 못했다. 연예인이 되어봤자 수많은 연예인 중 하나일 뿐이다. 뛰어난 학자가 되어봤자 천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뿐이다. 훌륭한 정치인이 되어봤자 지금껏 많은 위인들처럼 역사에 한 줄로 기록될 뿐이었다. 이미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시도되었고 이젠 그저 지금껏 누군가 닦은 길을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다. 난 초조했다.

‘난 특별해야해.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나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분명 어딘가에 있을 거야. 그걸 찾아야해.’

무슨 이유인지는 몰랐지만 난 특별해지고 싶었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 하지만 이대로 생각만 할 순 없었다. 일단 무엇이든 해야 했다.

‘전쟁을 종식시키자. 세계의 평화를 내 손으로 만드는 거야. 지금껏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일을 내가 해내는 거지. 하하하.’

그렇게 정한 순간부터 난 최선을 다해 실력을 키워 UN간부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평화는 오지 않았다. 폭력은 어디에나 존재했고 내가 특별해질 날은 더욱 멀어졌다.

‘이럴 순 없어. 어째서, 어째서 내가 특별해지도록 가만히 두지 않는 거야? 이 방법이 옳지 않은 거야? 좋아, 그럼 반대로 이 세상을 파괴하겠어. 이것도 역시 지금껏 누구도 성공한 적이 없잖아?’

그때부터 난 앞에서는 여전히 평화를 위해 힘쓰는 척하며 뒤로는 지구를 멸망시킬 준비를 했다. 세계 각국의 눈에서 벗어나 준비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지만 난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좋아. 이제 마지막 그것만 준비가 되면…….”

텅.

그때 거친 소리와 함께 내 사무실 문이 열렸고 완전무장한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꼼짝 마라! 당신은 직권을 남용해 불법으로 핵무기를 소지했다. UN안보리 조항 XX에 의거하여 당신을 국제 법정으로 압송한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곧 내 꿈의 실현이 코앞인데, 이럴 순 없어! 난 특별하다고!”

.

.

.

[Break]

[Return 1]

[Log out]


“휘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이 AI-037은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그런 것 같군. 3000회 동안 단 한 번도 평범하게 삶을 산 적이 없어. 흠, 이러면 우리가 구현할 가상현실게임에 버그가 될 텐데. 하지만 아무리 알고리즘을 찾아봐도 다른 AI랑 다른 점이 없단 말이야.”

“어쩌면 이게 더 현실 같지 않을까요? 우리 세상에도 광인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하. 그거 맞는 말일세. 하지만 NPC가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되겠지. 할 수 없군. 돈이 아깝지만 그냥 폐기하게.”

“나름 공을 들인 AI이었는데 아쉽군요. 어떻게 다른 녀석들은 모두 쉽게 평범해지던데 유독 이 녀석만 평범할 수 없는지 나 참.”

또다시 에러를 일으킨 인공지능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던 직원들은 결국 폐기를 결정하곤 커다란 철제 구조물 사이에서 작은 칩을 뽑았다. 그리고 칩은 곧 전자기기 처리장으로 보내졌다.

AI-037이라는 이름의 인공두뇌는 다른 칩과 구조상의 다른 점이 전혀 없었지만 단 하나, cpu표면에 작은 문구가 새겨져있었다. 그 문구는 'You are Special'이었다.




부디 언제나 평온할 수 있기를, 일상의 소중함을 매일매일 새길 수 있기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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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18 아약
    작성일
    14.05.07 18:23
    No. 1

    멋진 글이네요.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영감도 많이 받았고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ㅎㅁ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마법소년4
    작성일
    14.05.11 20:07
    No. 2

    앗, 좋은 말씀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서재에 들렀더니 아약님 댓글이 있네요 ㅎㅎ 글을 쓰려고는 하지만 뭔가가 많이 빠져나가버려서 이젠 손에 글이 잘 안 잡히네요 ㅠㅠ 아약님 글처럼 좋은 소설들 보면서 힘내는 중입니다 ㅋㅋ. 다시 글을 잡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노력해보겠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발로쓴다
    작성일
    14.05.13 09:29
    No. 3

    컥 명작이 또 나오다니
    굉장합니다

    그리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멋진 마무리에 마지막 반전까지 자연스럽습니다

    굿 굿 굿 굿 굿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마법소년4
    작성일
    14.05.13 16:37
    No. 4

    과분한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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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오늘도 행복하기에 슬프다. +2 14.06.12 182 2 2쪽
14 월하애가 14.06.12 132 2 1쪽
13 나는 슬프지 않습니다. +2 14.05.20 134 2 1쪽
» Wanna be Special +4 14.03.21 199 3 5쪽
11 14.03.20 156 2 1쪽
10 한참을 즐겁다가 13.09.17 99 3 1쪽
9 어느 연인의 에필로그 13.05.28 150 3 4쪽
8 봄이 오고 있다. 13.03.05 165 3 1쪽
7 한 번은 거의 확실하게 두 번을 의미한다. +1 13.02.23 221 4 1쪽
6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13.02.15 219 3 1쪽
5 손에 닿은 물의 온도 +2 13.02.14 209 4 1쪽
4 시작, 그 직전. 13.02.12 225 4 1쪽
3 너는 벌써 내 곁에 있었다. 13.01.30 237 3 1쪽
2 너와 나의 눈이 마주칠 높이, 그만큼의 길이를 가질 우리 사이. 13.01.29 297 3 1쪽
1 크리스마스 산책 +2 13.01.28 38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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