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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자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종말에 투자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2차자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7.05 19:20
최근연재일 :
2022.09.02 23:17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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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619
추천수 :
20,062
글자수 :
292,215

작성
22.08.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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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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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
글자
24쪽

노예화된 학교(2)

DUMMY

“도와달라고 말씀만 하시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

“······제대로 된 교육을요.”


내 물음에 선생님은 잠시 머뭇거렸다.

찰나의 순간, 그의 표정에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


나는 이 사람이 좋은 선생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평생 해오던 일, 아이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일을 통째로 실패했다고 여기고 있을 수도 있고.


이윽고 선생님은, 고개를 푹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부, 부탁······ 드립니다.”

“맡겨주세요.”


나는 곧장 학교 정문 안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12기의 스켈레톤들이 일렬로 도열한 채, 무기를 치켜들며 내 뒤를 따랐다.


덜그럭─ 덜그럭─


마음이 든든한 게, 왠지 양아치들이 꼭 우르르 몰려다니던 기분을 알 것도 같은데.


“헉!”

“저, 저게 도대체 뭐야!”

“싫어, 무서워······.”


동요하는 학생들.

제아무리 여러 몬스터들을 상대로 살아남아 튜토리얼을 클리어했을지라도, 이 미친 세계에서 적응을 끝마친 건 아니었다.


“저런 괴물을 막으라니, 우리보고 죽으란 소리잖아······.”


몬스터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하물며 언데드는 그 외양이 그로테스크한 만큼, 위압감이 더욱 강렬하다.

또한 레벨이 낮으면 절로 몸이 굳게 만드는 디버프가 존재하기도 하고.


-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신체 능력이 위축됩니다!


대충 이러한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출력되면서 능력치가 하락하고 있을 터였다.


“으, 으아악!”

“꺄아아아─!”


내가 앞으로 나서는 만큼, 녀석들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저, 형님. 죄송한데······.”


그때, 박지훈이 내 옆으로 바짝 붙으며 작게 말했다.


“저기에 제 친구들도 좀 있어서요. 안 그럴 애들인데, 아무래도 협박당하고 있는 듯합니다.”


박지훈의 말대로 우리 앞을 막아선 수십 명의 학생 중 대다수는, 나에게 공포를 느끼되 적대감이 없었다.


이들은 ‘노예 병사’다.


말 그대로 억지로 전투에 끌려 나온 것이다.


족쇄를 풀어줘야만 한다.


“자, 모두 무기 내려놓고 물러나. 그러다 다친다. 죽을 수도 있고.”

“얘들아, 나 박지훈이야. 알지? 용태야, 지수야! 이분은 나쁜 사람 아니고, 너희를 도와주려는 거야!”


나와 박지훈이 투항을 종용했다.


그러자 웅성거림이 번져나갔다.

서로들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학생들.


정확히는 일진들의 눈치였다.


“지랄하고 있네. 야, 너네 뭐 하냐! 막으라고!”


이인자, 어느새 무리의 뒤에 숨은 이해찬이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일진 무리로 보이는 애들 몇 명만 움찔거리며 무기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심지어 그 녀석들도 쉽사리 스켈레톤들에게 달려들지는 못했다.


“너네는 저게 무섭냐? 곧 우진이 돌아온다! 내 말 안 들으면, 우진이한테 다 뒤지는 거야!”


지랄이 풍년이네.


그리고 그때, 무리에 속해 있던 한 남자애가 무기를 내던지며 소리쳤다.


“그만 좀 해! 너희가 왕이냐? 이 쓰레기들아!”


이내 몇몇 아이들이 뒤따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를 풀어줘! 집에 갈 거야!”

“그래, 이만하면 됐잖아!”


그러자 얼굴이 붉어진 이해찬이 웬 나무 조각 같은 걸 들어 올렸고.


웅─


그곳에서부터 붉은빛이 일렁였는데.


그러자 맨 처음 소리를 질렀던 남자아이가 감전된 듯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무릎을 꿇고 말았다.


“으그그그!”


녀석의 목덜미에 찍힌 낙인이 타오르듯이 시뻘겋게 빛나고 있었다.


“아, 아악, 아파······ 제발, 그만······.”


저건 『가장 작은 노예왕』의 기프트 중 하나였다.

아마도 우진이라는 애가 자리를 비울 때, 저 이해찬이란 놈한테 관리 권한 중 하나를 이양해준 모양이다.


“흠, 감전이라······ 마침 나도 그걸 쓰려고 했는데.”


내 말에, 이해찬이 비릿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왜? 신기하냐? 너도 곧 느끼게 해줄 테니까, 딱 기다려.”


말하는 꼬라지 봐라.

나는 가소로움을 느끼며 그저 피식 웃었다.


“그래서, 너는 느껴보고 남한테 추천하는 거고?”

“뭔 개소리야, 딱 보면 몰라? 나한테 권한이 있는 거야, 이 빡대가리야!”

“그래도 남한테 추천하려면 먼저 경험해보긴 해야지.”


내가 그 경험을 시켜줄게.


“뭔 개소리를 자꾸─”

“제리, 이제 뽑아 버려.”

“······? 또 뭐라─”


그 순간, 이해찬의 옆에 서 있던, 다른 일진 녀석의 가방으로부터 시퍼런 빛줄기가 치솟았다.


파자자자자─!


그러자 이해찬을 비롯한 일진 패거리 녀석들이 한꺼번에 감전되며 엎어졌다.


“으갸갸갸!”


조금 전에, 일진 녀석들의 가방에 제리를 침투시켰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제리한테 ‘드워프 전기 폭탄’을 들게 했지.

마지막 하나 남은 거라서 아끼고 싶었지만, 넣어두길 잘한 것 같네.


“윽, 극, 그······.”


감전된 녀석들은 바닥에 엎어진 채 게거품을 흘리며 파르르 떨고 있었다.


“죽을 정도는 아니니까, 너무 겁먹지는 말고.”


흡혈박쥐를 잡을 때는 사용과 동시에 몇 마리가 죽긴 했지만, 그건 거꾸로 매달려 있던 탓에 머리부터 떨어지면서 놈들이 두부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5등급 전류까지는 살상용도 아니고.


아프긴 존나 아프겠지만.


“자······ 너도 당해보니까, 어떠냐?”


나는 이해찬에게 다가갔고, 녀석과 내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학생들이 좌우로 물러났다.


방랑자 오크 스켈레톤이 바닥에 배를 대고 엎어져 있는 이해찬을 뒤집었다.


“사, 살려─주─세······.”


얼씨구, 거품을 물고 오줌을 지리면서도 생존 본능 하난 투철하네.

나는 내 바짓가랑이를 잡으려는 녀석의 복부를 툭─ 하고 살짝 찼다.

약하게 때렸으나, 내 근력 수치가 상당하기에 놈은 쉰 소리를 내며 꺽꺽대다가 구토해댔다.


“쯧쯧, 이래서 세상 무서운지 모르는 애들은 함무라비식으로 교육해야 한다니까.”


그리고 녀석의 손 근처에 떨어져 있는 웬 나무패를 집어 들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노예 관리인의 증표(특수)

- 설명 : ‘노예 표식’이 각인된 플레이어에게 4등급 감전을 가할 수 있다.


이걸로 노예의 낙인이 찍힌 사람에게 감전의 고통을 줄 수 있다.

나도 원작을 플레이할 때 『가장 작은 노예왕』의 기프트를 받아 본 적이 있기에 잘 안다.


“세상이 좆같이 변해서, 아주 지 좆대로 해보려고 했지?”

“으, 으허억······.”

“책임질 게 하나도 없으니까, 기회다 싶었을 거야. 그런데······.”


나는 이해찬의 앞에 쪼그려 앉아서, 녀석의 턱을 움켜쥐었다.


“······너희를 책임지고 보호해줄 것도 없어졌다는 걸 알았어야지.”

“······.”

“지금부터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게. 사회가 너희를 얼마나 온정으로 품었는지를.”


* * * * *


일련의 사건이 끝나고, 나는 학생들을 싹 다 무장해제 시켰다.

특히나 딱 봐도 노예왕의 따까리 노릇을 하고 있던 양아치 녀석들은 아예 팔다리를 묶어버렸고.


“까부는 새끼 있으면 미성년자고 뭐고 안 봐줘. 바로 죽는 거다.”


박지훈과 최수아에게 이들의 감시를 맡긴 뒤, 운동장으로 걸어갔다.


“여기 있었네.”


학교 운동장 중간, 나무 토템 같은 게 서 있었다.

다만 야생 동물이나 식물을 조각한 단순한 토템과는 달리, 한 인물의 일대사가 섬세하게 조각된 고대의 공예품 같은 느낌이다.


가장 아래 무수히 많은 노예를, 그 중간에 채찍을 들고 서 있는 중간 관리인들, 그리고 토템의 가장 위······ 아주 위대하게 표현된 작은 왕.


이게 바로 고블린 초월자, 『가장 작은 노예왕』과 연결되는 ‘운명의 제단’이다.


“······보기만 해도 흉흉하네.”


딱 봐도 불길한 아우라가 주변을 잠식할 것처럼 일렁이고 있다.

그 누구라도 이걸 보는 순간 알 것이다.

이것은 우리 세계에 포함되지 않은, ‘이계(異界)의 무언가’라는 것을.


“이걸 현실에서 볼 줄이야.”


『가장 작은 노예왕』, 그 고블린 초월자는 ‘노예 왕국’의 건설을 목표로 한다.

화신에게 기프트(Gift)를 주고 노예들을 모으라는 ‘퀘스트’를 주면서 자신의 권역(權域)을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이게 그 위대하고도 간악한 존재의 땅따먹기 작전, 그 첫 번째 깃발이겠지.


“부수면 열 좀 받겠지.”


내가 손짓하자 방랑자 오크 스켈레톤들이 도끼를 들어 올렸고.


쩍──! 쩍──!


마치 나무를 베어 넘기듯이, 번갈아 가면서 도끼질을 시작했다.

이를 이해찬을 포함한 일진들은 멍한 표정으로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 (주의!) 해당 오브젝트는 초월자 『가장 작은 노예왕』의 성물입니다.

* 해당 오브젝트 파괴 시 소유자의 분노를 유발하여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잘 알고 있다.


가장 작은 노예왕의 심기를 건드리면 나한테 현상금을 거는 등 온갖 악질적인 방해를 해올 것이란 걸.

그리고 기어코 날 노예로 삼고자 하겠지.

하지만 또 한 가지 알고 있는 건, 초월자들을 건드리는 게 <종말 온라인>의 가장 급진적인 공략 포인트 중 하나란 거다.


쩍──! 쩍──!


그러니 경고 메시지 따위는 무시하고, 계속해서 친다.


무자비한 도끼질에 토템이 갈라질 때마다, 흉흉한 아우라가 잠잠해졌다.


주변이 뒤틀릴 것만 같은 기이한 감각이 옅어지고 있었다.


이윽고.


쿠─웅──!


『가장 작은 노예왕』과 연결되는 운명의 제단, 그 허리가 끊어졌다.


- 『가장 작은 노예왕』의 ‘제 1거점’이 파괴되었습니다!

* 제 1거점에 속한 모든 노예가 해방됩니다.

* (주의!) 당신의 행동이 노예들의 주인에게 알려집니다.


- 업적 <평등을 향한 투쟁>을 달성했습니다. (선 성향의 초월자들에게 호감도 +20)


- 업적 <보잘것없는 존재의 무모한 반항>을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 +1)

* 당신은 초월적 존재들의 심기를 거슬렀습니다. 이 선택으로 당신의 모든 앞길은 가시밭길이 되었습니다. 그 끝이 파멸일지, 아니면······.

* 이 업적은 성장형 업적입니다. 당신의 행보에 따라 성장의 방향이 결정될 것입니다.


그 순간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벌레 같은 놈······ 널 기억하고, 찾아내고, 낙인을 찍어 소유하고 말 것이다!」


그것은 초월자의 진언(眞言)이었고.


“윽!”


그와 동시에 웬 강력한 압박감이 내 온몸을 옥죄었다.


이게 바로 ‘격’의 차이였다.


그것을 실감하자, 새삼스럽게 의문이 들었다.


“썅······ 왜 이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거야?”


원작을 플레이할 때는, 그저 하나의 설정으로 이해했던 존재들이, 내 눈앞에 실존하고 있다.

그 감각은 실로 이상했고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또한, 이 모든 사태와 더불어서, 누가 왜 내게 ‘투자’의 기회를 준 것인지도.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고민해봤자 답을 낼 수 없겠지.”


난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노려보았다.


- 당신은 초월자 『가장 작은 노예왕』에게 원한을 샀습니다.


이처럼 <종말 온라인>은 초월자들이 플레이어들을 가지고 노는 이야기다.


“중요한 건, 초월자도 놀이에 참여해 있다는 거지.”


즉, 그들 또한 놀이에서 질 수도 있다는 소리기도 하다.


나는 그 방법들을 알고 있고.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방법대로 살아남는 거다.


이내 압박감이 서서히 가시자, 나는 숨을 고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허리가 끊어진 토템, 그 가운데에 빛나는 작은 별을 손에 올렸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초월의 파편(특수)

- 설명 : 알 수 없음


이게 바로 초월자들이 패배한 흔적.


이걸 모으면, 초월자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무기를 얻을 수 있다.


.

.

.


다시 학교 정문으로 돌아온 나는 포박해 놓은 양아치들을 내려다보며 고민했다.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잘못은 했어도 죽여버리는 건 좀 그런데.


냉정해지기로 마음먹었지만, PK를······ 그러니까 살인을 저지르는 게 쉬울 리는 없다.

그래서 일단은 난간에 묶어두기로 했다.

운이 좋으면 사람이 발견해서 풀어주겠지만, 운이 나쁘면 몬스터가 먼저 찾아오겠지.


궤변이란 건 안다.

이 녀석들이 죽게 된다면, 그건 내가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솔직하게 죽기를 바라는 것도 있다.

분명, 이 녀석들 손에 죽은 사람들도 있을 테니······.


하지만 아직은, 그저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래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땐, 확실히 해야겠지.”


그리고 그건, 아마도 이른 시일 내일 터였다.


한편, 학교에 묶여있던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내게 도움을 청했던 선생님이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밖에는 몬스터도 있지만, 특히나 사람을 조심하세요. 무슨 말인지는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네, 그렇죠.”


학교 밖은 위험하다. 하지만 이들을 학교에 남으라 할 수는 없었다.

집에 가고 싶을 것이다. 가족도 걱정일 테고.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씁······ 우진이가 오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하네요.”


박지훈은 열받았는지 얼굴이 잔뜩 굳어있었다.

그래, 저들한테는 학교에 남아 있는 게 최악의 선택일 거다.


“그 자식, 대체 튜토리얼 중에 무슨 짓을 해댔길래 애들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다 저렇게 바짝 쫄은 건지······ 내가 있었어야 했는데!”


허공에 도끼를 붕붕 휘두르던 박지훈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다시 나를 바라봤다.


“아! 형님, 우진이 그 새끼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치면 안 될까요?”

“안 올 거야.”


내가 대번에 확신하자, 박지훈은 눈을 끔뻑이다가 입을 열었다.


“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사냥 갔다가 돌아온다던데.”


나는 운동장 쪽, 박살 나 있는 토템.

『가장 작은 노예왕』의 ‘운명의 제단’을 가리켰다.


“초월자가 여기 상황을 경고해줬을 테니까.”

“······예? 초월자는 또 뭡니까?”


나는 고민하다가 녀석에게 설명해주었다.


운명의 제단에서 ‘초월자’와 접촉하여 ‘기프트’라는 특수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또한 그 제약이 상당한데, 가령 우진이란 놈은 사람을 노예로 만들지 않으면 기프트를 잃는 걸 넘어서 자신의 목숨까지 초월자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점까지도.


“그딴 능력이라면, 백 개를 준다고 해도 안 가지겠네요.”


그때,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최수아가 질문했다.


“좋은 능력을 주는 초월자도 있나요?”

“있긴 있지만, 결국은 다 원하는 바가 있어.”


초월자가 <종말 온라인>에서 화신을 찾아 지원하는 이유는, 웬만해서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이용하는 것에 불과했다.

물론 그저 화신의 성공과 행복을 바라는, 소소하고 가장 변태적인 취미를 가진 초월자도 있다. 마치 고전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를 플레이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초월자는 만나기 어렵고, 그리 강한 초월자도 아니었다.


“그나저나 아이템 자판기, 상점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나는 아직 학교를 떠나지 않은 이들에게 ‘상점’의 위치를 알아냈다.

위치는 3층 음악실.

박지훈의 안내를 받아서 우리는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수아 너, 이제 무기 좀 바꿀 필요가 있지?”

“네? 아, 그러고 보니 오크부터는 이 활의 장력으로는 무리긴 했어요.”


잠시 자신의 활을 바라보며 씁쓸한 눈빛을 보내는 최수아.

그러고 보니, 저 활은 친구의 유품이었지.

이윽고 고개를 흔든 최수아는 각오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바꿀 수 있다면 바꿔야죠. 살아남으려면.”

“그래야지.”


나도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바꿔야 했다.

특히 방패의 경우 오크랑 싸울 때 반쯤 으스러져 버렸으니.


“또······ 슬슬 방어구도 마련해야 하는데.”


뒤를 돌아보니, 스켈레톤들이 군인들처럼 이열종대로 따라오고 있었다.


덜그럭─ 덜그럭─


저 녀석들한테도 그럴듯한 무기를 달아주면 전력이 대폭 증가할 거다.


나는 상점을 향해 가는 복도를 걸으며, 쇼핑 목록을 머릿속에 그렸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사실, 상점을 마음껏 이용한다는 게 불가능했다.

상점에서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은 매우 비쌀뿐더러······ 무엇보다 ‘랜덤성’까지 있기 때문이다.


즉, 운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듣기로는 우진이란 녀석은 꽤 여러 가지 무기를 뽑았던 것 같은데.

그 자식도 골드가 넘쳤을 리는 없었다.

아마 학생과 선생님들의 골드를 싹 다 빼앗았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골드만 있는 게 아니다.


랜덤 요소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언제나 ‘현질’이 아니던가?


레드 다이아몬드가 손에 있을 때, 상점은 진정한 빛을 발한다.


* * * * *


그 시각, 인근 도심의 어느 골목 안······.


“악! 겨, 경찰 불러! 이, 이, 이것들이 감히 어른들한테─”


한 무리의 학생들이 중년 남자 둘을 둘러싸고 협박을 가하고 있었다.


“하, 이 병신 같은 꼰대들. 아직도 경찰이나 찾고 있네, 세상이 바뀐 줄도 모르고. 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거친 말이긴 하나, 그건 사실이었다.

하루아침에 한평생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이 깡그리 무효해졌다.


익숙한 생활 방식과 사회 시스템이 무효해지는 몰락의 시대.

그렇다면······ 그 막장의 환경에서 가장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건 과연 누구일까?


짝!


“억!”


이내 폭행이 시작되자, 중년 남자들은 기세가 꺾이며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아저씨들, 정신 좀 차려요. 경찰들이라고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이미 다 뒈졌을 거야.”

“사, 살려줘······ 제발······.”

“오, 이제 조금은 상황 파악이 된 것 같네. 근데······ 아직 멀었어.”


남학생은 비릿한 웃음을 짓고는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건 웬 금속 막대였는데, 끝에 동그란 문양이 달려 있었다.

남학생이 막대에 마나를 불어넣자, 문양 부분이 순식간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인두처럼.


“야, 꽉 잡아!”


주변의 학생들이 달려들어 남자들을 찍어 눌렀다.

그러더니 남학생은 중년 남성의 목에 그것을 거침없이 내리찍었다.


치이이이─


“끄아아아아!”


그건 단순한 고문이 아니었다.


낙인(烙印).


한 사람을 노예로 전락시켜서, 삶을 통째로 빼앗는 작업이었다.


치이이이─!


살이 익는 고약한 냄새가 짙게 풍긴 뒤, 두 중년 남자는 바닥에 엎어진 채 서글프게 흐느꼈다.

학생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재미난 구경이라도 하듯이 킬킬 웃어댔다.

그중 몇은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 표정을 고쳤다. 다른 아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정확히는 골목 안쪽에 세워진 오토바이, 그 위에 걸터앉아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남자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근데 우진아. 이것들은 노예로 삼아도 손해 아니냐? 개 멍청한데.”


시우진.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나이 19세.

그러나 186cm에 91kg이라는 큰 체격에다가 몸 곳곳에 드러나 있는 문신은 누구도 그를 미성년자라고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나 이런 망한 세상에서는 더더욱이 그를 무시할 수 없었으니.


그의 레벨은 벌써 6이었기 때문이다.


“야, 우진─”

“닥쳐봐.”

“······어, 또 메시지가 왔구나. 오케이.”


그는 지금 심기가 좋지 않았다.


“왜? 우진이 또 그분이랑 연락 중이야?”

“쉿, 그런가 본데.”

“갑자기 연락이 자주 오네. 이번 노예사냥도 그분이 시킨 거라며?”


운명의 제단에 접촉하여 자신에게 계약을 제의한 존재.

모두를 너의 발아래 두게 해주겠다는 악마와도 같은 속사임.

시우진은 살아남기 위해서 그 존재가 내민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정말로, 그 약속은 하나둘씩 지켜지고 있었다.

애들이야 원래 그의 발아래였지만, 선생님들까지 무릎을 꿇었으며 이렇게 길에서 만나는 생존자들도 전부 자신의 노예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 초월자 『가장 작은 노예왕』이 당신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합니다!


초월자는 이런 식으로,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에게 정보를 전해주었다.

대부분은 퀘스트. 그 외에 골드나 아이템, 추가 능력치 등도 심심찮게 내려주었다.


헌데 지금은, 사뭇 다른 내용이 날아들었기에 그의 심기가 뒤틀리고 있었다.


- 제1 거점이 플레이어 이태성에 의해서 파괴되었습니다!

* 제1 거점에 속해 있던 모든 노예가 해방되었습니다.

* (주의!) 권역 내의 노예는 해방되지 않으나, 속히 다른 거점을 설치하여 지배력을 강화하세요.


“······.”


제1 거점이라면 다름 아닌 자신의 학교, 태산 고등학교였다.

그의 기지이자 노예 제국의 시발점, 그 끝에는 수도가 될 장소.


그곳에는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들이 있었다.


“······씨발, 이게 뭔 개소리야?”


다음 순간.


「시─우─진──!」


“큭!”


웬 날카롭고 심술 가득한 고함이 그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왔다.

『가장 작은 노예왕』의 진언이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하는 건 제한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한 페널티를 감수할 정도라는 건, 지금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네놈이 사냥을 나간 사이에, 네놈의 약한 노예들이 내 성물을 지키지 못하였다!」


“뭐? 어떤 미친놈이······ 지금 당장 내가 가서 해결을─”


「오만방자한 놈─! 지금의 너로는 그놈을 이길 수 없다! 그러니, 돌아가는 걸 금한다.」


“······뭐?”


그건 시우진에게 꽤 충격적인 말이었다.


이 지옥의 게임이 시작된 이후로, 단 한 번도 벽을 느낀 적이 없었다.

물론 고블린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기겁하며 도망친 적도 있지만······.

그 이후로 빠르게 적응한 뒤,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몬스터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초월자와 계약까지 했으니 앞으로는 대성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대체 어떤 녀석이길래?’


하지만 지금, 자신과 계약한 초월자가 그놈과 붙는 걸 막고 있었다.

그 누구도 자신을 쉽게 건드릴 수가 없는데, 건드려진 적이 없는데 그걸 참고만 있으라니.


빠득.


단어 그대로 이가 갈리는 그때.


- 6번째 화신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화신 퀘스트]

- 제목 : 신벌

- 내용 : 『가장 작은 노예왕』의 성물을 파괴한 플레이어 이태성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해하라.

- 보상 : 선금 2,000골드, 완료 시 10,000골드.


“허? 1만 골드? 이거 진짜야?”


지금까지 받았던 퀘스트들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의 보상.

심지어 선금까지 준다는 걸 보아 제대로 각오한 모양이었다.


「시우진, 근처에 다른 초월자의 화신이 있으니 그놈과 손을 잡아라.」


“응? 다른 화신이라니······ 그건 또 누구야? 갑자기 손은 또 왜 잡아?”


「초월자 『검은 엄니의 선봉장』의 화신을 찾아서 현상금 계약을 행해라. 그게 선금 2,000골드를 준 이유다.」


즉, 청부 살인을 맡기라는 소리인가?

선금 2,000골드가 자신 것이 아닌 것도 불만이었으나, 시우진은 무엇보다 자신과 계약한 이 초월자가 자신을 못 믿는 것이 제일 불만이었다.


“그 자식이 누구든지, 내가 반드시 노예로 삼을 테니까······ 걱정은 접어두지?”


「이놈, 오만하게 굴지 마라. 노예 경영은 장사의 일환, 항시 계산적으로 행동해야 함을 염두에 두어라.」


“계산 잘하는 직원이 필요한 거였으면, 사람 잘못 찾은 건데.”


시우진은 생각했다.


이 시대에 가장 빨리 적응한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라고.

애초에 법, 질서, 온정 따위를 혐오하며 살던 자신이라고.


그래서 이런 지옥과도 같은 세계를 자신만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작가의말

전지전능하지 않으나, 신적인 존재들은 과연 무엇을 욕망 할까요?

다신교 신화들의 신들은 극히 인간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던데

욕구는 다분히 생명체의 감정이니까

그냥 고등 생명체라고 봐도 무방할까요...?




그리고 오늘은 광복절 77주년입니다.
애국지사분들의 노고와 헌신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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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0

  • 작성자
    Lv.56 k7******..
    작성일
    22.08.15 23:11
    No. 1

    광복 노력하신분 노고에 감사 하고
    찬일후예를 용서하지 말라야 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3 쫀득쫀득
    작성일
    22.08.16 00:13
    No. 2

    에구구....떡잎부터 저러면 ㅠ ㅠ
    잘 보고 있습니다 ㅎ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83 제4의벽
    작성일
    22.08.16 00:53
    No. 3

    전지전능하지 못한 신이니까 전지전능하고자 노력하거나 원하지 않을까요 보다 더 고차원적인 존재가 되는걸 원하거나 인간적인 욕구가 있는 신이니까 향상심이나 자아실현의 욕구도 클거 같습니당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72 양념치킨님
    작성일
    22.08.16 01:47
    No. 4

    뭐랄까 소모품들이 너무 아깝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84 별을먹는별
    작성일
    22.08.16 03:13
    No. 5

    레드다이아 아깝게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84 StarPick..
    작성일
    22.08.16 07:29
    No. 6

    재밌게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tj******..
    작성일
    22.08.16 11:24
    No. 7

    잘보고갑니다 작가님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미르호야
    작성일
    22.08.16 17:24
    No. 8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타락한
    작성일
    22.08.16 21:02
    No. 9

    ? 왜 살려주지? ㅋㅋㅋ

    찬성: 6 | 반대: 2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2.08.16 22:49
    No. 10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댓님
    작성일
    22.08.17 21:59
    No. 11

    욕망 무언가 선이든 악이든 뭔가 원하는 욕망이 있다면 그건 신이 아니다
    신이 기뻐한다고? 슬퍼해?
    신은 죽었다는 것을 처음 안자 짜라투스트라와
    신은 존재하지않는 존재로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한다는걸 아는 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도삼형제
    작성일
    22.08.17 23:43
    No. 12

    이상한데서 꼬이네요
    저 환경에서 죽이는게 어렵나요? 오크들보고 죽이라고 하면 돼는데
    31살이면 알지 않나요???
    살려두면 또다른 누군가 다칠텐데요

    찬성: 12 | 반대: 0

  • 작성자
    Lv.94 라끄소식
    작성일
    22.08.18 03:29
    No. 13

    설마 살려주진 않겠지ㅋㅋㅋㅋ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2.08.18 17:50
    No. 14
  • 작성자
    Lv.99 워록지오
    작성일
    22.08.19 22:17
    No. 15

    아포칼립스에서 본성이 들어난다고 봐지는데 일진이었던 놈들이 조그만한 관리자라는 권력에 취해 놈들을 살려두고간다?
    살인이 쉬운게 아닌데 나중에 한다? 이런 개소리나 하고 있는 주인공!! 막상 닥치면 주춤하거나 망설일테고 그 순간에 죽을것임! 여기서 살인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아야 할텐데...
    잘 보고 있어요!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59 무꾸
    작성일
    22.08.20 21:45
    No. 16

    난 여기까지 병신력에 더는 못버팀..수고링~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54 엘루딘
    작성일
    22.08.29 10:54
    No. 17

    난 아포면 pk쌉가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글에진심인
    작성일
    22.09.01 22:07
    No. 18

    예수나 부처 정도의 선지자들이 만든 종교의 경우는 확실히 인간과 구분되어져있지만,
    토속적 신앙은 결국 인간이 자연물이나 자연현상에 자신들의 상상력을 덧댔죠.
    대표적으로 그리스신화의 신들.
    북유럽의 아스가르드.
    이런 것들은 그낭 인간보다 고차원의 힘을 가진 존재일뿐 신이라고 할순없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사킵킴
    작성일
    22.09.03 12:17
    No. 19

    병신같네요 ㅋㅋㅋ 유료는 ㅅㄱㅇ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옅은이
    작성일
    23.01.28 11:11
    No. 20

    아니 진심 저런건 죽이라고 좀...시발 진짜 오류도 ㅈㄴ많고 아포에서 살아남으려고 독하게먹는다며 시발 진짜 개 ㅈ같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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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던전, 붉은 달의 요람(2) +10 22.08.19 16,851 500 16쪽
24 던전, 붉은 달의 요람(1) +18 22.08.18 18,011 510 19쪽
23 전 지역 튜토리얼 해방(2) +17 22.08.17 19,302 501 18쪽
22 전 지역 튜토리얼 해방(1) +11 22.08.16 20,210 527 14쪽
» 노예화된 학교(2) +20 22.08.15 20,808 47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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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바깥, 변해버린 세상(4) +13 22.08.13 20,622 48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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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튜토리얼 보스, 고블린 추장(2) +20 22.08.10 21,845 53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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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상가, 안전지대(4) +16 22.08.08 22,256 54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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