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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불귀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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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3.12.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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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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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5화 과거의 강적

DUMMY

85화 과거의 강적


끝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시마교 삼 장로는 눈을 야수와 같이 길쭉하게 찢었다.


“무예? 무예라고!”


동시에 눈에서 붉은빛이, 사이하기 짝이 없는 광망이 샘솟는다 싶더니 곧 사방에서 불길한 공기가 떨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아, 바로 죽여야 한다!”


다급하게 외치는 천지방 방주 노개의 말이 없더라고 하더라도 무언가 감각이 일어나며 경계심이 크게 치솟는 걸 느낀 진천자는 바로 손을 움직였다.


“천강천뢰!”


단순히 창을 빠르게 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천자의 손에서 수강이 허공을 가르고 삼 장로를 향해서 날았다.


그러나 삼 장로는 그것을 보더니 기이한 움직임으로 피했으니, 그 움직임은 사람이 아니라 마치 맹수에 닮아 있었다.


“크르르.”


피한 직후 입에서 나오는 으르렁거림은 그가 방금까지와는 다르다는 걸 드러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모를 짓이다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아직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위험하다는 것 하나는 직감이 계속해서 고하고 있었다.


그 직감을 무시하면 호된 꼴을 당한다는 걸 무림에 발을 디딘 이후 몇 번이고 크게 체감한 진천자는 주저 없이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달려드는 일은 생각지 못한 방해로 인해 멈추게 되었다.


“뭣!?”


죽었던 토룡들의 시체가, 더욱 정확히는 그 잔해가 그를 막아선 것이었다.


얼고 타고 찢어지고 하였음에도 잔해들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여서 진천자의 앞길을 가로막았으니, 그걸 본 이들은 하나 같이 당황했다.


“맹가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넌 알겠냐?”

“나라고 알겠냐!”


만독문 문주 맹황이 역정을 내며 대꾸하니 노개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유심히 상황을 관찰했다.


‘의외성은 있지만 대단한 위력은 아니야. 잘 쳐줘서 제법 쓸만한 연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유의 식견으로 잔해들이 덤비는 건 놀랍기는 하나 그저 작은 방해에 불과하다고 여긴 노개는 곧장 더 위험하게 보이는 쪽, 삼 장로가 있는 쪽을 보았다.


그렇게 시선을 돌린 순간, 노개는 잔해만큼 이상하게 보이는 광경을 목도하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저, 저!”

“응? 으응!?”


노개의 반응에 뒤늦게 맹황도 시선을 돌렸는데 그 역시 눈앞에 보인 광경을 믿기 어렵다는 얼굴로 크게 당황했다.


이는 어쩌다가 시선을 주고 알게 된 이들, 만독문 부문주 하완작이며 화무맹 호위대 대주 마연강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다만 이들이 조금 나은 점이 있었으니, 그들은 그래도 본 것을 입으로 말하는 걸로 의문을 해소하고자 시도했다는 점이었다.


“사지는 물론이고 머리도 저러다니, 저게 정녕 사람이란 말인가?”

“사람일 리가 없어. 아니, 생물이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다. 몸을 바꾸다니, 사람이 아니라 어떠한 동물이 저런단 말인가!”


두 사람이 기겁하여 말하는 것처럼 삼 장로는 방금 단 양 팔 아래에 호랑이 역천수의 앞발을 잘라서 붙이고 있었다.


하반신은 그대로 잘라내서 호랑이 머리를 잘라낸 후에 얹었다.


또한 잘라낸 호랑이 머리도 쓸 수 있다고 하듯 제 목을 옆으로 하고 붙였다.


이러한 과정은 대단히 빠르게 일어났으니 그 결과는 보고도 믿지 못할 형상을 한 괴물의 탄생이었다.


다리가 넷, 팔이 넷, 머리가 둘이며 반인반수인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시위 야차, 그러나 이제는 시위 야차가 아니라 삼 장로다! 그리고 이제 과거가 내게 넘긴 유산을 찾고자 하니, 너 진천자여!”


자신을 정의한 후에 적을 찾아 크게 외친 삼 장로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과거의 유산을 삼킨 내게 넌 죽을 것이다!”

“과거의 유산?”

“---___---___---___.”


의문을 품고 중얼거린 진천자에게 삼 장로는 더 대답하지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를 냈다.


‘익숙하다.’

“끄아아악!!!”


귀에 익은 소리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삼 장로의 비명이 장내를 채웠다.


“왜 놈이 괴로워하는 거지?”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라 예상하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노개와 맹황이 각각 하는 말은 일리가 있었다.


분명 삼 장로가 이 수법을 쓰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명이며 이후 벌어진 일은 삼 장로로서는 예상하지 못했으며 바라지도 않던 일이었다.


“어, 어째서? 어째서 내가, 내가 사라지고 있지?”

“사라진다고?”


잔해를 뚫기 위해 애를 쓰던 진천자는 삼 장로의 의문이 가득 담긴 중얼거림을 듣고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계속해서 경종을 울리는 직감과 삼 장로의 상황을 아울러 살핀 진천자는 돌연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아직도 살아남은 시위 야차. 그리고 과거의 유산? 설마 네놈은!?”

“아아아악! 나는, 나는 시위 야차를 뛰어넘은 존재다! 그런데 어찌 내가 사라지고 있단 말이냐!”


진천자가 한층 더 다급함에 뇌기를 더욱 강렬하게 피워올리며 삼 장로가 발악하듯 비명을 지르는 그 순간, 대답이 호랑이 머리에서 나왔다.


“그야 네가 제물이기 때문이지.”

“뭣!? 누, 누구냐?”


크게 당황하여 고개를 돌린 삼 장로에게 호랑이 머리는 마치 제게 인간이라도 된다는 듯이 웃었다.


“하하하! 아직도 모르고 있나? 이럴 줄 알았다면 기억을 조금 더 제대로 남겨줄 걸 그랬나?”

“기, 기억?”

“넌 시위 야차를 뛰어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완성도가 높은 시위 야차다.”


호랑이 머리가 말을 하는 것은 어느샌가 삼 장로의 입도 같이 말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 삼 장로는 무언가 떠올린 것인지 그도 아니면 추측한 것인지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


“너, 넌 설마?”

“이제는 알았나? 아니, 몰라도 상관없다. 여기서 확실하게 말해줄 거니 말이다.”


당당하게 삼 장로의 머리와 호랑이 머리가 함께 이야기 하니 삼 장로의 눈에 절망이 깃들었다.


그가 추측한 것이, 생각한 것이 맞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쉬이 인정하기 어려우니 삼 장로는 덜덜 떨면서 부정했다.


“아니야, 난 아니라고!”


그 부정에는 자신을 잃기 싫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허나 이어진 두 입의 말은 그 절박함을 허망한 일이라고 비웃었다.


“아니, 맞다. 너는 삼 장로지만 이제 아니다. 그리고 시위 야차도 아니지. 그리고 이제 그 모든 것은 널 가리키는 말이며 날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광망이 감도는 두 머리가 그렇게 말한 순간 삼 장로는 마지막 발악이라고 하듯 부들거리는 팔로 호랑이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힘을 주어서 떼어내니 삼 장로의 얼굴엔 바로 평안함이 깃들었다.


“한결 편하군. 역시 머리는 하나면 충분해.”


하지만 나오는 말은 삼 장로의 말이 아니었으니 그는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물의 다리라? 한번 생각해 보긴 했지. 하지만 보법을 제대로 쓰기 어려워서 포기했던 발상이야.”


그리고는 다리를 몇 번 땅에 구른 그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 정도라면 괜한 걱정이었다고 해야겠어. 조금만 연구하면 충분할 거 같아. 팔은······뭐, 나쁘진 않군. 하지만 이 인간의 팔은 나중에 바꾸는 게 낫겠다. 수준이 좀 낮군. 만독문의 것인가?”


제 몸에 대한 평가를 내리던 그는 돌연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강림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기가 제법 크게 소모되었군. 아니면 이놈이 아직 저항하는 중인가?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팔 넷을 전부 들어서 사방을 향해 뻗었다.


“만든 것들에게서 회수하면 그만이다.”


말과 함께 진천자를 방해하던 잔해며 주변에 늘어진 사체들 그리고 허공에서 산산조각이 나서 남은 것이 없어 보이던 괴조들의 파편에서도 사기가 남김없이 그를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과정이 끝나니 진천자를 가로막던 잔해며 사기를 내포하고 있던 것들이 모두 재가 되어 스러졌다.


재가 된 잔해를 힐끗 본 진천자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언제든 출수할 수 있게 한 후에 물었다.


“네놈, 나를 알고 있나?”


제게 쏜살같이 모여든 사기를 취한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알고 있냐고? 으음.”


기억을 더듬는 얼굴로 진천자를 살핀 그는 이내에 알겠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괴공이로군. 제법 늙었는데, 지금 몇 살이지?”

“······정말 네놈이군. 설마하니 삼십 년 만에 그 잔재와 정말 싸울 줄은 몰랐는데.”

“삼십 년?”


삼십 년이라는 세월을 중얼거린 그는 입맛을 다셨다.


“쯧, 이놈은 생각보다 머저리였군. 삼십 년이나 시간이 있었는데 고작 이거밖에 모으지 못했다니, 실패작도 이런 실패작이 없어.”


그러다가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말을 바꾸었다.


“아니, 아니지. 이 정도면 성공인가? 사기를 모으고 위기에 몰려서 내가 강림하도록 해방을 시도한다. 음음, 어지간하면 이 죽지 않는 게 죽은 다음을 노려야 했을 테니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해주는 게 좋겠군.”


실패에서 성공으로 말을 바꾸긴 했으나 솔직히 말해 그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진천자에게 물음과 동시에 이를 드러내어 웃은 그는 살기가 가득한 눈을 번들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주 시기적절하게 네놈 앞에서 날 드러냈으니 말이다. 기억을 토대로 살피면 내 마지막을 선사한 건 네놈이었던 모양인데, 실로 운명적이야.”

“운명?”


눈썹을 꿈틀거린 진천자는 전신에 천강막과 뇌기를 둘렀다.


“과거의 찌끄레기가 말이 많군.”

“찌끄레기라니, 말이 좀 심한데.”

“그날도 그랬지. 마지막 순간, 너는 복수를 입에 담았다.”

“그랬나? 난 모르는 일이군.”


모르는 일이라는 말에 진천자는 피식 웃었다.


“하, 당연히 그렇겠지. 넌 그날, 마지막을 맞은 그놈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나는 나다.”

“아니.”


단호하게 말하고는 고개를 저은 진천자는 선고하듯 말을 이었다.


“너는 그가 아니다.”

“그럼 난 뭐라고 할 생각이지? 불쌍하게 존재를 잃어버린 시위 야차? 하하, 그런 건 태어난 순간부터 가짜다. 하지만 난 달라.”

“글쎄. 내가 보기에 너나 삼 장로나 크게 다를 거 없이 보인다.”

“······뭐?”


안색을 딱딱하게 굳히는 그를 향해 진천자는 단정지어 말했다.


“너 역시 가짜에 불과하지. 아니, 오히려 삼 장로는 진짜고 네가 가짜지.”

“······후후후.”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음을 흘린 그는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기분이 나쁘군. 그런 만들어낸 것과 날 같은 선상에 두다니 말이야. 이래 보여도 제대로 심었단 말이다.”

“시마교는 영혼을, 사후를 부정하지.”

“맞는 말이지만 지금 내 교리를 전할 기분이 아닌데.”

“그럼 넌 뭐지? 영혼을 부정한 놈이 어떻게 자신을 주장하지?”


진천자가 묻는 말에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입을 열어 대답했다.


“기억이지.”

“영혼을 주장하지 않고 기억을 주장할 셈인가? 허면 이건 어떻게 생각하지? 연속되지 않는 기억은 같은 기억이 아니다. 고로, 넌 그날 그놈이 아니다.”

“재밌는 말이야. 괴공하고 하는 이야기는 항상 즐겁다니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그는 싸늘한 얼굴로 자세를 잡았다.


“허나 그런 말에 휘둘릴 내가 아니다.”

“휘두른다고?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군. 하긴, 상관없는 일이지.”


마주 자세를 잡은 진천자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놈이 진짜로 살아 돌아와도 상대가 되지 못하거늘 잔재 따위가 어찌 내 상대가 될까.”

“그럼 널 죽이고 증명하면 되겠군.”


지극히 쉬운 일이라고 하듯 말한 그는 네 다리로 땅을 박차고 외쳤다.


“내가 시마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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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일 안내 23.12.03 355 0 -
96 96화 심상 NEW 16시간 전 21 1 12쪽
95 95화 처음부터 다른 사람 24.05.06 43 1 12쪽
94 94화 감춤이 없는 술수 24.05.03 66 1 12쪽
93 93화 끝내지 못한 일 24.04.27 94 2 12쪽
92 92화 스승이 될 자 24.04.24 85 2 12쪽
91 91화 부족함은 잘못이 아니다 24.04.23 76 2 12쪽
90 90화 잘못한 사람 24.04.19 76 1 12쪽
89 89화 희생과 기만 24.04.18 81 1 12쪽
88 88화 오만 24.04.15 73 1 11쪽
87 87화 과거에 사로잡힌 사람 24.04.12 71 1 12쪽
86 86화 만독괴협 24.04.10 79 1 12쪽
» 85화 과거의 강적 +1 24.04.08 68 3 12쪽
84 84화 본질과 한계 24.04.05 80 1 12쪽
83 83화 남 탓 고수 24.04.03 9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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