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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귀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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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3.12.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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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112

작성
24.03.2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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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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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78화 하늘과 땅

DUMMY

78화 하늘과 땅


아래를 조심하라는 말에 대다수는 당황하며 저도 모르게 지금 있던 자리에서 안쪽으로 조금씩 물러났다.


그러나 정작 외친 당사자, 천지방 방주 노개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경계하는 게 아니라 땅에 몸을 바짝 붙인 것이다.


이에 사정을 잘 모르는 만독문 제자들은 당황하여 그가 혹 자신들은 놀린 건 아닌지 의심했다.


‘아니, 아래가 위험하다며?’

‘설마 거짓말이었나?’

‘그래도 천지방 방주면 문주님과 함께 거론되는 명숙인데······.’


그러나 진천자를 필두로 한 화무맹 사람들과 만독문 문주 맹황이나 부문주 하완작은 달랐다.


노개가 천지방이 자랑하는 탐색술 가운데 하나, 토견술을 쓰고 있다는 걸 안 것이다.


토견술은 땅의 미세한 진동이며 변화를 느껴 사방을 탐지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사람 하나나 둘 혹은 작은 동물과 같은 것들이 움직이는 건 감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이나 큰 동물이나 무리를 이룬 동물들은 토견술이 아주 유용했다.


그리고 지금 노개는 다른 의미로 토견술이 유용함을 체감하고 있었다.


‘이게 뭐지? 땅속에서 뭔가 오는 건 확실한데, 이런 감각은 처음이야. 두더지? 아니, 뭔가 살짝 달라. 마치 땅속을 파고들지만 그 움직임은 사지가 달린 것이 아니라 마치 뱀과 같은······토룡!?’


토견술을 통해 살핀 반응이 머릿속에서 조합되었다.


그러나 노개는 제가 내린 결론임에도 쉬이 믿을 수가 없었는데, 그 결론은 그가 아는 상식에 비추어보면 한 가지 믿기 힘든 사실이 전제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크기가 있을 수가 있다고?”


어찌나 믿기 어려운지 노개는 저도 모르게 당혹감을 담아 중얼거리니 마치 증명하겠다고 하듯 토견술로 느껴지는 반응이 강하고 빨라졌다.


“온다!”


이제는 믿고 안 믿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 노개는 곧장 몸을 떼고 뒤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그의 말이 옳다고 증명하듯 땅이 강하게 울리고 울룩불국한 흔적들이 직선으로 만독문 내부를 향해 질주했다.


“으악!?”

“이, 이게 뭐야!?”

“지둔술?”

“그런 거치고는 너무 빠르고 좁아!”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경계하며 분분히 물러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땅속으로 접근하던 존재 넷이 솟구쳐 모습을 드러내니 사람들은 기겁하며 놀랐다.


“지, 지렁이!? 뭐가 이렇게 커!?”

“이런, 늪지토룡이다! 다들 어서 물러서!”

“잘못 만지면 그대로 전신이 굳는다!”

“성취가 낮은, 아니 그냥 장로님들 급이 아니면 나서지 마!”


견식이 얕은 이들은 당황했지만 견식이 깊은 이들은 당황에 그치지 않고 경계하며 물러나길 촉구했다.


이에 맹황과 하완작 역시 그것들을 알아보고 안색을 딱딱하게 굳히더니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땅을 박찼다.


“완작!”

“예!”


부름에 응해 크게 대답함과 동시에 하완작은 그대로 손을 뻗어서 땅을 크게 팼다.


그리고는 하나는 성에 차지 않다고 하듯 연이어서 구덩이를 만드니 맹황은 그것을 곁눈질로 확인하고는 손날을 세워서 강기를 맺었다.


독공을 근간으로 하는 수강은 그 색이 검어 이질적인 감각을 주었으나 강기는 강기이니 그 위력은 강맹하며 예리함은 보검에 필적했다.


‘단번에 갈라내겠다!’


늪지 토룡은 늪지에 사는 지렁이로, 사람보다 약간 작은 크기를 가졌고 전신에서 점액을 내뿜는 독물이다.


그 점액은 극독으로, 어지간한 성취가 아닌 한 전신이 순식간에 마비된다.


또한 기이하게도 입에는 이빨이 있어서 함부로 다가가면 팔 하나 잘근잘근 썰리는 건 일도 아니며, 상처를 낸다고 한들 빠르게 회복하곤 했다.


이 독물이자 흉물이라 하기 적당한 존재에 대처하는 방법은 단번에 반으로 갈라 서로를 따로 두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너무 잘게 썰면 제각각 버둥거리며 독 점액이, 조금 더 정확히는 표면에서 분출되는 것에 더해 상처에서 나오는 체액이 사방에 튀어 피해가 늘어난다.


그것을 방지하려면 철로 만든 상자에 반으로 갈라서 놈들을 격리하는 게 최선이었다.


나무는 독액에 버티지 못하고 썩기 마련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런 면에서 보면 구덩이도 완벽하진 않았다.


늪지토룡도 결국은 토룡, 즉 지렁이의 습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 몸을 반으로 갈린 놈들은 반드시 얼마간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꿈틀거리기 마련이니 바로 안쪽에서 전용 철 궤짝을 가져올 수 잆는 지금 상황에서는 충분히 훌륭한 대책이었다.


그들이 상대하는 게 전에 보았던 늪지토룡이었다면 말이다.


카앙!


“뭣!?”


분명 맹황의 강기는 독공을 근간으로 하였으니 예리함은 다소 부족할 수도있다.


하지만 강기는 강기다.


당연히 그 위력은 적중하는 순간 바위를 부수고 적에게 죽음에 이르는 치명상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맹황의 독강기는 그 독이라는 특유의 특성으로 인해 생명을 앗아간가는 점에서는 그 어떤 강기보다도 뛰어났다.


그런데 베지 못함은 물론이고 상처 하나 내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독에 피부가 상하지도 않았으니 맹황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읏!?”


그러던 와중에 늪지토룡이 심기 불편한 듯으로 고개를, 아니 고개로 추정되는 부분을 돌려 그 입을 여니 마치 톱날과 같은 이빨이 원통에 잔뜩 박힌 형상이었다.


“문주님!”


밑에서 구덩이를 파고 놈들이 떨어지면 그대로 흙으로 눌러버리리라 생각하던 하완작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더해 맹황이 위험에 처한 것을 보고 크게 놀라 외쳤다.


그에 응하듯 한 사람이 허공을 향해 날아오르니 그는 진천자였다.


“맹황, 비켜라!”


진천자의 호령에 맹황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최대한 몸을 비틀고 장력을 쏘아 피했다.


그가 늪지토룡과 떨어지는 순간 진천자가 대신 그 자리에 나타나 양팔에 꿈틀이는 뇌기를 쏘아내니 뇌기는 곧 늪지 토룡을 불태웠다.


그 모습은 마치 뇌룡이 토룡에게 주제를 알라고 하는 거 같은 광경이었으나 다른 토룡들은 그러한 경고를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진천자를 향해서 몸을 돌렸다.


“눈도 없고 귀도 없어 보이는 것들이 내가 동료를 죽였다는 걸 이리도 잘 알다니, 참으로 귀하구나.”


땅에 내려서며 토룡들을 둘러본 진천자는 가득 싸늘함을 담아서 말을 이었다.


“아니면 움직이는 놈이, 심령을 연결한 술사가 있던가.”


나직이 중얼거린 진천자는 문득 주변에 있는 늪지토룡들이 그가 알고 들은 것과 조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표면이 이상한데.”


방금 태우기 전에 얼핏 보았을 때도 생각했지만 남은 것들을 살피니 지렁이 특유의 습기 있는, 혹은 촉촉함이 살아있는 피부와 이것들의 피부는 질감이며 느낌이 좀 달랐다.


“쯧, 생각할 틈을 안 주는군.”


그러나 살필 틈도 없다고 하듯 살아남은 토룡들이 그에게 달려들어서 흉악한 이빨을 들이밀었다.


이에 진천자는 일단 생각을 멈추고 그대로 몸을 뒤로 튕기며 다시금 양팔을 내밀었는데, 이번에는 뇌기가 아니라 열기와 한기가 담긴 공격들이었다.


뇌기에 타버린 것과 마찬가지로 열기에 당한 토룡은 그대로 몸을 비비꼬며 불에 타올라 재가 되었으나 한기로 얼린 토룡은 달랐다.


하얗게 얼음덩어리가 된 토룡을 살핀 진천자는 곧장 내력을 담아서 외쳤다.


“노개! 맹황과 함께 저 토룡을 조사해라!”

“알았다!”

“어디서 명령질이야!”


바로 수긍하고 몸을 움직인 노개와 달리 맹황은 버럭 화를 내었으나 말만 그럴 뿐, 몸을 달려서 말에는 따랐다.


이는 맹황 역시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진천자가 이것들을 상대하는 모습에서 무언가 크게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저쪽은 맡기면 되겠군.’


이만하면 남은 토룡 하나 상대하며 호흡을 고르기 적당하겠다 여긴 진천자는 몸을 돌린 순간 예상 밖의 상황, 어쩌면 당연히 예상했어야 할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맹주님, 남은 것은 저희가 상대하겠습니다!”


마연강을 대장으로 하는 호위대 대원들이 이대로 물러나 있을 수 없어서 나서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에 진천자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는데, 뜻은 이해하나 효율적이지 않고 위험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아직 놈의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데 나서다니, 이래서야 그 특색이 예상과 달리 남아 있다면 곤란하다.’


하여 마연강을 비롯한 이들을 말리고자 하였으나 진천자는 돌연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끼고 사방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누군가 있다.’


자신이 돌아보며 살피자 찾을 수 있으면 찾아보라고 하듯 살피는 기색은 한층 더 강해졌다.


무시할 수 없는 기색에 진천자는 눈살을 크게 찌푸리더니 마연강에게 외쳤다.


“대주!”

“예, 맹주님!”


자신을 호명하는 말에 마연강은 경계를 유지하며 크게 대답했다.


대답에는 기대와 불안이 섞여 있었으니, 그도 부른 이유가 마냥 좋지만 않을 수 있다는 걸 짐작한 모양이었다.


“검진을 이루어 상대하고 채액에 주의해라!”

“예!”


긴장한 끝에 들린 말은 허락이며 인정이니 마연강은 기쁘게 대답하며 명령을 내렸다.


“호위대, 우리는 아직 이름도 없으나 그 의기는 분명히 있다! 저것을 처단하여 의기를 드러낼 때가 왔으니, 공명이 아니라 살아서 의기를 이어갈 생각으로 경계하며 전투에 임하라!”

“예, 대주!”

“주의하여 대처하라, 확실히 기억했습니다!”


비단 대원들 역시 이곳에 호기롭게 와서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두려워함은 대주와 같으니 이들은 기운차게 대답하며 검을 하나 남은 늪지토룡에게 겨누었다.


혹여 호기만 넘쳐서 실수하는 이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긴 하나 다행스럽게도 이번 전투를 사실상 호위대 첫 임무라 여긴 이들은 한층 더 조심하는 자세로 늪지토룡을 애워쌌다.


늪지토룡 역시 이러한 모습에 경계하듯 살짝 물러나니 그걸 본 진천자는 눈을 빛냈다.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군.’


토룡이라는 존재는 본디 본능이 크게 앞서는 생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하는 꼴은 마치 제 동족이 죽은 것이며 무엇이 위협인지 아는 것을 넘어 아직 위협으로 보이지 않아야 할 자들, 마연강과 호위대 대원들도 위협이라고 여기며 경계하니 기이함이 점점 커졌다.


‘답은 둘 중 하나지. 엄한 짓을 했거나, 아니면 술사가 직접 보고 있거나.’


어느 쪽일까 생각한 진천자는 돌연 눈살을 찌푸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다시금 그를 살피는 기색이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완작.”


얼린 늪지토룡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는 노개와 맹황을 대신하여 찾은 것은 하완작이니 맹황 곁에 있던 그는 바로 다가와서 물었다.


“왜 그러시오?”

“늪지토룡이란 거, 흔한가?”

“흔함의 기준은 잘 모르겠소이다.”

대답하기 곤란한 물음에 그 곤란함을 그대로 드러내어 대답한 하완작은 그래도 대답에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듯 말을 덧붙였다.


“다만 찾고자 하면 바로 찾을 정도는 됩니다.”

“그렇단 말이지.”


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희소하지도 않다고 하는 대답에 진천자는 발바닥으로 내력을 뿜어 지면을 살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땅속 살피기를 마친 진천자는 미간을 가득 좁히며 중얼거렸다.


“여긴 아니군. 그러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하늘을 보고 두 눈에 내력을 집중한 진천자는 여기저기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길 잠시, 진천자는 기가 차다는 투로 말했다.


“하, 잔재주를 부리다니.”

“잔재주?”


하완작이 궁금함을 담아 물으니 진천자는 자신이 본 것을 숨기지 않고 입에 담았다.


“하늘에 하나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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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4화 감춤이 없는 술수 24.05.03 66 1 12쪽
93 93화 끝내지 못한 일 24.04.27 94 2 12쪽
92 92화 스승이 될 자 24.04.24 85 2 12쪽
91 91화 부족함은 잘못이 아니다 24.04.23 7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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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화 희생과 기만 24.04.18 8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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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화 과거에 사로잡힌 사람 24.04.12 71 1 12쪽
86 86화 만독괴협 24.04.10 79 1 12쪽
85 85화 과거의 강적 +1 24.04.08 68 3 12쪽
84 84화 본질과 한계 24.04.05 8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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