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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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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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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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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4,852

작성
24.05.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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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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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1쪽

589화 예상은 언제나 어긋난다

DUMMY

589화 예상은 언제나 어긋난다


“난 수로로 갈 겁니다.”


대뜸 하는 말은 간결하나 자기주장을 담고 있으니 성친왕 아이신기오로 요토의 굳은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 있었다.


이에 정친왕 아이신기오로 지르가랑은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네가 갈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성친왕이 갈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요토라는 놈은 반드시 가야 하는 일이오.”


눈에 힘을 주며 말한 요토는 양보 따위 없다고 확실하게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아, 양나라 놈들은 어찌하고?”


동관에서 나오지 않고 거북이처럼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놈들이지만 그건 여전히 서정군이 낙양과 개봉을 거점으로 삼아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일로 상황이 바뀌면 놈들은 분명히 동관에서 튀어나올 게 분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순나라 방면에서 시작된 일을 매듭짓고자 움직이는 건 좋지만 이건 썩 달갑지 않았다.


“도르곤, 그 녀석하고 논한 그대로 일이 흘러가고 있다. 다소 전개가 빠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좋아.”

“그건 모르겠고, 난 수로로 간다니까?”


차분히 설득하려는 걸 대뜸 자르는 화법으로 밀어붙이니 지르가랑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좀 이성적으로 생각하라는 게 그렇게 어렵냐?”

“생각한 결론이 이거라는 건 고려하지 않으십니까?”


한 마디 지지 않고 따박따박 돌려주니 지르가랑도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역정을 내어보아야 괜한 다툼만 되기 십상이니 그는 일단 참으며 요토를 달래고자 했다.


“좋다. 그 점은 더 파고들지 않겠다. 대신 이걸 고려해라.”

“무엇을 말입니까?”

“팔기들은 수전에 적합하지 않다.”


청나라 팔기는 자타가 공인하는 강력한 군사다.


청나라에서는 자신들이 단연코 최강이라고 여기며 타국에서도 미적거릴지언정 그들이 최강에 가까울 것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은 천생 기병, 말 위에서 살고 말 위에서 죽는 자들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바다나 강은 어지간히 준비하거나 별종이 아니고서는 그저 피하고 싶은 지형에 불과했다.


더불어서 기동력과 전투력 역시 손색이 생기니 청나라 군사를 이끄는 이라면 누구나 수전에 나서길 꺼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이끄는 이들에 한하지 않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리고 요토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알았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문제가 되는 것은 별개였으니 요토는 처음부터 팔기들을 대동할 생각이 없었다.


“아, 물론 잘 알지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걱정하지 않을 일이 아닌 거 같은데.”

“그러면 이 말을 들으면 좀 나아지시겠습니까?”


나아지겠냐는 말에 지르가랑이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는 얼굴로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에 응해 요토는 천천히 입을 열어서 본인이 계획한 것을 일러주었다.


“난 팔기가 아니라 녹영을 이끌고 갈 겁니다.”

“녹영?”


생각지도 못한 선택지에 지르가랑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그도 잠시, 이게 생각보다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걸 깨달았다.


“녹영이라. 확실히 저번 이후로 제법 쓸만해지긴 했지.”

“개봉 이후로 녀석들은 제대로 된 병사가 되었습니다. 우리 청나라 병사 말입니다.”

“흐음.”

“그리고 자신하는데, 녀석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겁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고 주장한 요토는 그 생각이 무엇인지도 분명하게 일렀다.


“나와 그 녀석들은 개봉의 빚을 갚아주어야 합니다.”

“하.”


무어라 하기 어려운 말에 지르가랑은 맥이 탁 풀린 얼굴이 되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이내에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녹영이면 충분하냐?”

“팔기가 한 백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찰이나 연락은 보내야 할 거 아닙니까.”

“그건 당연하지.”


녹영들이 쓸만하게 되었다고 하나 그건 말 그대로 전장에 밀어 넣을 정도는 되었다는, 딱 없는 게 나은 아군에서 탈피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이들에게 전령이나 척후는 아무리 생각해도 여러모로 무리한 이야기였다.


“배는?”

“회순왕이나 지순왕이 배를 바란 기억은 없는데.”

“하긴.”


마지막 걱정도 이내에 사그라들었다.


이 일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회순왕 경중명이며 지순왕 상가희가 사방에 제 사람들을 보내고 있었고 거기에는 당연하게도 지르가랑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여 그들이 바라는 것을 소상히 아는바, 떠올리면 그들은 아군을 바라지 배를 바라지 않았다.


“허면 너는 녹영들을 이끌고 내려가라. 나는-.”

“급보입니다!”


말을 다 마치지 못하여서 바깥에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리니 지르가랑이며 요토는 저마다 직감했다.


무언가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걸 말이다.


“들어와라!”

“예!”


지르가랑의 호령에 따라서 팔기 하나가 다급히 들어서니 그는 곧장 땅에 부복하고는 급보가 무엇인지 알렸다.


“동관에서 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


우려하던 일이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났다.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말이 하나 더 이어서 들리니 지르가랑은 상황이 그들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급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동관에서 양나라 깃발과 함께 대리국 깃발이 올랐습니다!”

“뭣!?”



***



“이게 먹힐까?”


의문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리는 양나라 동관 총병 손세서의 중얼거림에 한 사람이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적에게 잠시라도 품게 하였다면 그것으로 성공이라 하겠습니다.”


사천 토벌군 소속이자 이제는 어엿한 대리국 장수로 자리매김한 왕유의 말에 손세서는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일 필요는 없겠지?”

“어지간하면 그럴 것입니다. 이곳에는 그저 동관군이 있을 따름이니 함부로 나섰다가는 그대로 양나라가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되겠지요.”

“맞는 말이긴 한데 참 거침이 없으시군그래.”


손세서가 하는 말에 왕유는 아차하는 얼굴이 되어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전장을 돌아다니느라 예절이 부족합니다.”

“아니, 아니오. 그저 부러웠을 따름이외다.”


부러웠다는 말에 왕유는 고개를 들고 의아한 얼굴로 손세서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손세서는 쓰게 웃으며 넌지시 일러주었다.


“이 사람은 그대처럼 스스럼없이 말하여 본 일이 좀 된 거 같아서 하는 말이오.”

‘지금도 그렇고 말이지.’


끝말을 속으로 삼킨 손세서는 속에서 절로 솟는 씁쓸함을 참느라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남들이 보기에 손세서는 이제 그 앞길이 탄탄대로라고 할지도 모른다.


아비인 손전정이 장안 총독으로 나설 때부터 따라온 그다.


이제 그 아비는 양나라를 다스리는 시왕이며 그는 유력한 후계자니 전쟁 영웅이자 왕이 될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제 어지간히 큰일이 없다면 손세서가 왕위에 오르는 건 확정이며 그런 이가 가는 길이 탄탄대로가 아니라면 무엇이냐고 물어도 할 말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렇기 때문에 손세서는 제 몸가짐이며 언행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그가 이룬 것이 아니라 아비인 손전정이 이룬 것이다.


손세서가 한 일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아비 손전정이 있었기에 양나라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후계자에게 전임과 비슷함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성정과 실적 그리고 그 외에 많은 것을 함께 말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손세서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자신이 없었으니 그는 곧 나름대로 보신책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말을 아끼고, 행동을 자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 손세서가 보기에 왕유의 말이며 행동은 부럽다는 말이 잘 어울렸다.


그리하여 손세서는 진심으로 말하였으나 이는 그만이 알며 공감할 이가 없다시피한 감정이니 왕유는 그 말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그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넘길 따름이었다.


다만 넘기는 것과 별개로 위로할 말은 있었다.


“또한 위장이라는 것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괜찮다? 우리가 나가지 않을 것을 알게 되면 저들은 분명히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터, 괜찮지 않은 거 같소만.”

“이곳 동관만 저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동관에만 있지 않다고 이르는 말에 손세서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대리국이 직접 나섭니까? 내 듣기로는 그러기 어렵다고 하던데?”

“들으신 게 맞습니다. 대리국은 유사시에 대비하여 사람은 보내지 않고 보급에 전념할 것입니다.”


양나라와 순나라가 창이자 방패라면 대리국이 맡은 역할은 그 창이며 방패가 제대로 싸우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 분배는 번국들이 분봉 될 때부터 정해진 것이니 순나라가 나서서 시작한 셈이라고 한들 일단은 유효한 방침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만 하기에는 상대가 만만치 않지요. 하여 아국은 시선 끌 이들을 이곳 말고도 따로 파견하여 움직였습니다.”

“과연.”


동관에 대리국 깃발을 세워서 자신들의 몸집을 부풀린 것과 비슷한 일이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에 손세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도 잠시, 손세서는 돌연한 의문이 들었다.


‘음?’


한번 든 의문은 좀처럼 그를 놓아주지 않았으니, 손세서는 잠시 고민하다가 왕유에게 물었다.


“그, 내가 잘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런데 어디서 하는 거요?”

“예?”

“우리 양나라와 대리국이 함께 동관에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것에 비견될 정도로 주목을 모으기란 쉽지 않을 듯싶은데, 그러자면 허세가 허세가 아니게 될 것이오.”

“옳은 말씀입니다.”


손세서의 걱정은 그저 과한 것이 아니라 비단 대리국 내에서도 크게 논의가 일었던 일이었다.


그러니 그의 말에 공감하여 대답한 왕유는 곧 그가 아는 사실을 슬쩍 일러주었다.


“하지만 저들들의 시선을 흩고 주저하게 하기 위해 굳이 새로운 장소나 기회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이 찾을 필요가 없다?”

“그저 예상하던 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그것으로도 때로는 충분한 법이지요.”


왕유가 이르는 말들을 듣고 곰곰이 생각한 손세서는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르는 걸 느꼈다.


그러나 너무 단순하여 효과가 있을까 싶은 방식이니 그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남양으로 갔습니까?”

“아마도 남양을 지나치긴 할 겁니다.”


사실상 인정하는 말이니 손세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허참. 얼마나 움직입니까? 아니, 그 전에 정말 괜찮은 겁니까?”


물어보는 동시에 손세서는 동관에 온 대리국 사람들의 숫자를 헤아려보았다.


깃발을 거는 것이 전부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아주 대리국 사람들이 아무도 동관에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례로 눈앞에 있는 왕유가 그러하니 그를 비롯한 수천에 이르는 대리국 사람들이 보급 물자를 가지고 동관에 찾아왔다.


이점을 고려하면 다른 쪽 역시 그러할 터, 어쩌면 이는 좋지 못한 수가 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양나라는 수천이 아니라 수만이라고 하여도 대리국을 아군으로 여길 것이나 다른 쪽은 그렇지 못할 테니 말이다.


이에 왕유의 대답은 지극히 간단하여 불안이 한 조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연줄이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법이라고 하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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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7 ageha19
    작성일
    24.05.24 23:11
    No. 1

    잊고 있었는데, 양나라의 최전방인 동관 방면이 있었군요. 설사 들켜서 계획대로 요토가 내려간다고 해도, 지르가랑 등이 섣불리 추가 지원을 해주긴 어려워질 듯.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5 g9******..
    작성일
    24.05.24 23:39
    No. 2

    아..아직 절반을 다 차지한것도 아니었지..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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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627화 등롱 +1 24.07.03 93 13 12쪽
627 626화 들으면 궁금해진다 +2 24.07.02 93 15 13쪽
626 625화 자질구레한 일 +1 24.07.01 95 14 12쪽
625 624화 알지만 모르는 사람 +2 24.06.30 120 15 13쪽
624 623화 숫자를 살리는 방법 +2 24.06.29 105 16 12쪽
623 622화 단단한 쐐기 +1 24.06.28 102 15 12쪽
622 621화 의복과 말 +1 24.06.27 95 17 13쪽
621 620화 정면돌파 +2 24.06.26 99 18 16쪽
620 619화 치부 +1 24.06.25 105 14 13쪽
619 618화 가장 안전한 방패 +3 24.06.24 100 14 15쪽
618 617화 증오 +1 24.06.23 111 14 13쪽
617 616화 뒤틀린 계획 +1 24.06.21 95 16 12쪽
616 615화 현실은 상상을 넘는다 +2 24.06.20 94 14 12쪽
615 614화 숨긴다고 하여 보이지 않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1 24.06.19 105 15 13쪽
614 613화 고변 +2 24.06.18 94 14 11쪽
613 612화 순수하지 않은 의도 +1 24.06.17 92 14 13쪽
612 611화 반쪽짜리 영광 +4 24.06.16 99 14 14쪽
611 610화 희생과 목소리는 비례한다 +2 24.06.15 92 13 14쪽
610 609화 누구나 살고 싶다 +3 24.06.14 95 15 12쪽
609 608화 적을 믿어라 +4 24.06.13 90 15 14쪽
608 607화 솎아내기 +1 24.06.12 109 12 14쪽
607 606화 쇠와 나무 +2 24.06.11 107 13 11쪽
606 605화 돌아서 가는 게 빠르다 +1 24.06.10 97 13 12쪽
605 604화 오늘과 내일 +1 24.06.08 116 12 12쪽
604 603화 같은 진지 +1 24.06.07 110 14 12쪽
603 602화 희생이 더 크면 의미가 없다 24.06.06 101 14 12쪽
602 601화 어울리는 일 +2 24.06.05 101 16 13쪽
601 600화 동상이몽 +5 24.06.04 100 20 14쪽
600 599화 의도와 결과 +1 24.06.03 98 16 13쪽
599 598화 영웅 +1 24.06.02 101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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