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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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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최근연재일 :
2024.07.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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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11,841

작성
22.11.01 20:51
조회
6,208
추천
118
글자
5쪽

서 -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의 어느 휴일

DUMMY

서 -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의 어느 휴일


“아니, 그러니까 중요한 건 만주가 아니라고!”


작은 방 한가운데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못하던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열을 내며 뒷목을 잡았다.


“전근대에 거긴 한반도나 중국과 비교하면 그냥 불모지라고! 자원이고 개간이고 그만한 역량과 기술이 있어야 득이지, 그전에는 그냥 희망 고문밖에 더 되냐!”


그런 불모지에 집착하지 않아도 더 나아질 방법은 많았다. 대체 왜 이걸 이해 못 하나 싶지만 그 질문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사실 나도 그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었으니까.


만주, 좋지.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나도 몇 번 있어.


만반도라니, 이만큼 예쁘고 뽕 차는 판도도 드물다. 나도 그거 좋아해.


가능성도 무궁무진해 보이고 말이지.


하지만 고구려나 발해 시절부터 유지했다면 모를까, 그 이후에 먹는다면 먹을 수 있는 시기는 한정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서 그 한정된 시기 가운데 확실하게 만주를 먹음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시기는 더 적다.


그런데 그냥 무작정 만주? 그건 아니야. 다른 방법도 있다고.


“정작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


다시금 한탄하는 마음에 중얼거렸으나 애초에 내가 하던 건 인터넷에서 벌이는 소모적인 싸움이다.


보통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싸움에서 이기는 건 소모할 감정과 시간이 넘쳐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감정과 시간 모두 부족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어지간하면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회의적이었고, 참여한 적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허나 최근 몇 번 적당히 이해하고 신사적인 태도를 보여 물러난 이들을 만났기 때문인가, 아주 제대로인 놈을 만나 엄청나게 논쟁이 길어지니 이제 남은 건 악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황금 같은 시간을 들이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시간을 확인한 것은 정오를 넘길 무렵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제길, 귀중한 휴일에 뭘 하고 있담.”


모처럼의 휴일을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에 쏟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드륵드륵


마우스휠을 올려서 그간 주고받은 댓글을 살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관두자, 관둬.”


괜한 일로 휴가를 더 낭비하고 싶지 않다 여긴 나는 이긴 병신이 되는 걸 포기했다.


그러나 괜히 그런 말이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막상 물러나니 마음 한쪽이 답답한 게 영 편치 않았다.


“......나가자. 단 거라도 먹으면 기분이 나아지겠지.”


마침 전에 선물 받아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기프티콘도 있겠다, 사람들이 적을 평일 낮이니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갈까.”


생각하면 행동으로.


나는 곧장 노트북을 하나 챙겨서 집을 나섰다.



***



“......이건 또 뭐 하는 놈이야.”


카페에서 즐겨 마시는 달달한 음료에 생크림이 듬뿍 들어간 카스테라로 기분을 풀며 정답이라 즐거워하던 것도 잠시, 이번에는 오래전에 썼던 글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람이 울려서 들어가 보니 이미 끝난 논쟁이 재점화한 상태였다.


“이거 그때 그냥 다 병신이니 더 말하지 말자고 했던 거 같은데.”


글의 주제는 간단, ‘인조와 고종 중 누가 나은가’였다.


진짜 별 의미 없는 논쟁이라 할 수 있었으나, 언제나 그렇듯 이런 논쟁은 붙으면 이상하게 들끓는 법이다.


물론 한번 끓어오르고 식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같은 주제로 끓어오르는 게 인터넷 세상이다.


그렇게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석 달은 지난 게시글에서 그때와는 다른 사람들이 다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아니, 논쟁이라고 하기는 조금 애매한 면이 있었다. 서로 나은 점을 가져다 말하기보다는 그저 더 나쁜 점을 들고 와서 겨루고 있었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가긴 했다. 그나마 좋은 점이나마 들고 와서 말했던 것도 인조 측은 자신 혼자, 고종 측 역시 잘 기억나지 않는 닉네임이 하나 그랬을 따름이었다.


‘이거 흐름이......’


솔직히 말해서 예전에 그냥 심심풀이 삼아 던져본 주제에 불과하니 다시는 생각할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일이었다.


그런데 게시글의 흐름이 어찌어찌 고종에게 기울고 있음을 아니 절로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쓰읍.”

‘솔직히 내 생각에 이 자식이 더 못났는데 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생각이 드니 괜한 짓이라는 생각과 별개로 내 손은 이미 키보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러지 않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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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화 불러서 이르다 +3 22.11.01 3,988 93 12쪽
4 3화 남한산성에 오다. +7 22.11.01 4,334 98 12쪽
3 2화 대신할 자를 고르다 +11 22.11.01 4,518 109 13쪽
2 1화 무정한 하늘을 탓하다 +7 22.11.01 5,085 107 11쪽
» 서 -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의 어느 휴일 +18 22.11.01 6,209 118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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