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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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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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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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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331화 산이 높다 하여 보고만 있으면 오를 수 없다

DUMMY

331화 산이 높다 하여 보고만 있으면 오를 수 없다


친명, 친청, 중도.


크게 분류하자면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셋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백 명이 모이면 백 명 모두 따로 생각이 있음을 드러내듯 그 정도에서 차이가 천차만별이니 한양에 일기 시작한 사론은 그 시작점이며 구심점 찾는 일조차 어려워하고 있었다.


이러한 세태를 보며 조정 신료들 역시 누구나 속에 품은 생각이 하나나 둘은 있는 법이나 그 가운데 가장 품은 생각이 특이한 이가 있었다.



***



“허어, 기이하다, 기이해.”


연신 기이함을 말한 이조판서 정온은 어딘가 께름칙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일이 대체 어찌하여 이렇게 되어 가는지 알기 어렵다는 생각부터 하여 이 일이 예조판서 김상헌이 이른 바빠질 일인가 하는 의심까지 머릿속이 복잡하였다.


‘보통 이런 일이 일면 조정 모두가 바쁜 법이기는 하나 그래도 승정원이나 삼사에 우리 이조가 비할 바는 아닌 거 같은데.’


아니라고 여기면 물러나는 듯하던 생각이 이내에 다시 슬그머니 자리잡으니 정온은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물며 이조가 바빠져서 이 일이 해결된다면 대체 그것이 어떠한 연유인지 짐작이 되지 않으니 그 편치 않음이며 복잡함은 한층 더 무게를 늘렸다.


“이판 대감, 계시옵니까?”


귀에 익은 목소리라는 생각과 함께 상대가 상을 곁에서 모시는 오 내관이라고 알아챈 정온은 무엇인지 몰라도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느끼며 입을 열었다.


“있소이다.”

“소인 오 내관이온대, 상께서 대감을 부르셨습니다.”

“바로 가겠소.”


어느 부름이라고 거절하겠으며 어느 기회라고 거절할까 싶어서 바로 대답한 정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쁨은 바쁨이고 해결은 해결이니, 저 일이 이어짐은 좋지 않아. 사론이 합치하지 못하면 갈 곳은 이전투구뿐이다.’


바쁨에 대한 걱정을 더 큰 일에 대한 걱정으로 억지로 지운 그는 오 내관과 함께 최대한 빨리 대전으로 향했다.


“전하, 이조판서 정온이 왔사옵니다.”

“들라 하라.”


안에서 허락이 나오니 정온은 곧장 안으로 들어가서 예를 갖추었다.


“이조판서 정온, 부르심에 찾아왔나이다.”

“이판, 바깥에 이는 소란에 대해 알고 있소이까?”

“···알고 있습니다.”


아주 잠시 머뭇거린 정온은 바로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한양 전체에서 두어 사람이 만나면 논하는 이야기를 모른다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 이는 겸양이냐 겸손을 보일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일이 있어서 그저 따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여 논함은 실로 좋은 태도요. 허나 전에 서로 갑론을박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올라온 사대부들은 저마다 옳다고 주장하는 일들이 조금씩 달라 혼란만 늘고 있다고 들었소.”

“부끄러운 일이나 상께서 이르신 대로 일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마 이대로 두면 그저 제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상대를 폄하하여 하지 못할 말이며 해서는 아니 될 일을 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이는 정온은 물론이고 대신들이면 누구나 동의하는 일이었다.


이 일이 본격적으로 규모가 생길 때에 회동한 김상헌은 물론이고 정온이 따로 시간을 내어 찾아가 본 당상관이라면 너나 할 거 없이 비슷한 견해와 우려를 드러냈으니 말이다.


“소란만 길어지는 것은 안타까우며 좋지 않으나 한편으로 나는 저리 많은 말을 여러 사람이 달리한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소.”

“이 일이 좋고 옳다고 여기시는 겁니까?”

“그건 모르겠군. 내가 기쁘게 여기는 것은 이런 소란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렇게 주관이 있어 나랏일을 걱정한다는 것이오.”


임금이 이르는 말에 정온은 그것은 확실히 옳다고 여겼다.


“상께서 이르심이 옳습니다. 무관심은 이해와 멀며 위하는 마음과도 머니 만약 이번과 같은 일에 잠잠하였다면 사대부들이란 이름은 가당치 않은 것이었을 것입니다.”

“이판이 나와 생각을 같이하니 기쁘군. 다만 이미 말하였듯, 이 소란이 이보다 더욱 길어지는 일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여기오.”

“허면 전처럼 자리를 만드시겠습니까?”


정온은 예전에 신풍 부원군 장유의 일을 아예 삼사 사람들까지 보내어 논박하게 하였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도 마치 나라가 두 쪽이 날 거 같은 분위기가 팽배하였으나 결국 그 결말은 좋게 끝났다.


아니, 좋게 끝났다는 수준을 넘어서 조선과 유학이 아예 새로운 지평으로 나가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란 실로 그러한 경우에 꼭 들어맞다고 여겼다.


하여 또 같은 방식을 쓰실 것인가 물으니 임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저번 일에 그러한 일이 통한 것은 그 논박이 결국 가와 부, 두 가지만으로 갈렸기 때문에 가능하였소. 허나 지금은 들으니 작게는 셋, 크게는 사람 수만큼 의견이 다르다고 하니 설령 그리한다고 한들 대부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외다.”

“그 또한 옳으신 말씀입니다.”


천차만별인 생각을 천편일률로 바꿈은 어려운 법.


그러한 일이 있다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모두가 공감하여 같은 말을 하게 하고자 한다는 소리니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는 여러 말을 덧붙여 봐야 쓸데없었다.


“또한 무릇 임금이란 여러 이야기를 들어 그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법. 흙 속에 묻혀 있다고 모두가 돌맹이라고 넘길 수는 없는 법이지.”

“그것 역시 옳은 말씀입니다.”


말은 이렇게 하나 정온은 슬슬 이곳에 오기 전부터 느꼈던 불길함이 커지는 걸 느꼈다.


‘대체 무엇을 말씀하시고자 이리 하시는가 모르겠다.’


배운 것이며 겪은 것을 비추어 아무리 생각해도 성상께서 무엇을 이를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으니 정온은 저도 모르게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그런 기색을 읽었음인가, 임금은 드디어 본론이라 할 것을 꺼내어 들었다.


“하여 분별하고자 하니, 별시를 열 생각이오.”

“예?”


별시를 열겠다는 말에 정온은 말을 알아듣되 무엇이 그렇게 이어지는지 이해하기 어려워 자리도 잊고 멍청하게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금새 실수를 알고 말을 더하고자 하나 그가 소리 내는 것보다 임금이 마저 이야기하는 것이 더 빨랐다.


“작금 조정은 전쟁 전은 물론이고 국초부터 따져보아도 이만큼 재정이 풍족한 적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여유가 있소이다. 하여 여러 사람을 새로이 조정에 들이기에 합당하니, 나는 그간 행해지던 겸직을 점차 금하고자 하오.”


겸직을 금한다는 말에 정온은 머리를 굴렸다.


이조판서로서 누가 어떤 직을 맡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그는 이 일이 통한다면 일부만 그리 하여도 관직이 수십 개는 능히 늘어남을 알았다.


“상께서 이르심은 훌륭한 일이나 그것이 정녕 가한 일이겠습니까?”

“호판에게 일러 들으니 불가능한 수준은 아닌 듯하오. 다만 한 번에 그리하여 관료가 늘면 그만한 부작용이 있는 법. 그러한 일들에 제대로 법도 세우는 것은 아마도 세자의 시대 혹은 그 다음에나 가능하다고 여기고 있소.”


이만하면 짧게 보아도 십 년, 길게 보면 사오십 년은 생각한 방안이었다.


또한 이러한 일이 공표하여 퍼진다면 바깥에 있는 이들 가운데 다수가 소란을 그치고 과거에 집중하리라는 건 명백했다.


그러면서 정온은 걱정이 드니 그는 곧 그 걱정을 입에 담았다.


“성상께서 사대부들을 위하며 그 생각을 듣고자 하심은 실로 훌륭하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꼭 좋게만 돌아가리라는 법은 없으니, 서둘러 사람을 채우려고 하다가 돌멩이만 가득 담게 될까 두렵습니다.”

“그 일 때문에 그대를 불렀소이다.”

“예?”

“그대는 이조판서이며, 예전 남한산성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주관을 품고 있으며 척화이나 주화도 이해하며 지금은 조선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오.”


금칠하는 말에 정온은 부끄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과찬이십니다. 소신은 부족함이 많아 아직 책임을 다 지지 못하여 자리만 차지하는 늙은이에 불과합니다.”

“허면 이것으로 그 책임이라는 걸 다할 수 있지 않겠소이까.”

“책임을 다한다라.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하여지는 말입니다.”


마음이 편하여진다는 말에 임금은 미안함을 한층 더 얼굴에 깃들이며 말을 이었다.


“이조는 본디 사람을 기용하고 추천하는 곳이니, 사람을 판단하는 일에 그대들만 한 적임이 없소.”

“상께서 높이 사심은 감사하나 방금 말씀하신 것은 옳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옳다고 하기 어렵다?”

“정녕 이조에서 사람을 살피고 추천하는 것으로 족하다면 어찌 옛 고사에서 임금이 사람을 직접 보고 신하들의 반대를 물리어 들어 쓰는 일들이 자주 나오며 삼사에서 항상 이 사람은 저렇다, 저 사람은 이렇다 하는 말들이 나오겠습니까.”


정온은 가림도 없고 움츠림도 없이 그리 말하며 예를 들었다.


“진정으로 그러한 일이 당대에도 있으니, 영변부 대도호부사 임상백이 그러합니다.”

“임상백이라. 그대의 평을 듣고 싶군.”


말할 것을 종용하니 정온은 정연하게 말을 내었다.


“상께서 자리를 주실 때 백관들 가운데 이상하게 보지 않는 이가 드무나 그는 훌륭히 소임을 해냈습니다. 그 일에 굴곡이 없는 이유로 폄하하는 이들도 없지 않으나 그것은 오히려 과한 일로 분란을 내지 않고 일하였다는 말과 같습니다.”

“내 그를 임명하였으나 그저 볼 뿐, 대단한 일은 하지 아니하였다. 허면 나는 어떠한가?”

“들어쓰고 믿고 맡겼으면 돌아보지 않음이 마땅합니다. 만기친람이라고 하나 그것은 저 멀리 제주도나 함경도에 사는 농민이 쓰는 농기구 망가진 일을 임금이 돌보라는 말이 아닙니다.”


정온이 하는 말이 적잖이 마음에 들었는지 임금은 흡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러한 말로 사람이며 그 사람이 이룬 일을 보고 판단하는 일에 직급 고하며 그 출신 그리고 인상으로 정하지 않으니 그대는 실로 이조에 어울리는 자요.”

“감읍합니다.”

“이제 말하니, 나는 앞으로 과거에 시제는 직접 정하되 그 준비며 일차 선별 그리고 이후에 사람을 배치하여 보내는 일을 이조에 일임할까 생각하오.”


임금이 이르는 말에 정온은 느끼던 불길함이며 김상헌이 말했던 ‘바쁨’의 정체를 간신히 깨닫고 입술을 떨었다.


“저, 전하.”

“힘들 것은 알고, 이 일이 쉽지 않음은 알고 있소. 하지만 한번 시작하여 살펴야 하는 일이오. 산이 높다 하여 그저 보고만 있으면 오를 수 없는 법. 올라야 하오.”

“말씀하시는 바며 뜻하시는 바는 알겠습니다. 허나 예로부터 과거는 예조에, 그중에서 목적이 다른 이들과 다른 무과는 병조에서 일임하였나이다.”


그간 해왔던 것을 이른 정온은 여전히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니 그 뛰는 가슴은 과연 불길함에서만인가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허나 그 의문은 잠시에 그칠 뿐이고 정온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필요하여 예문관 등에서 함께 하는 일이 있었으나 본디 그러한 담당은 바뀌지 않았으며, 바뀌지 않아야 마땅합니다.”

“어째서인가? 그들이 해왔기에?”

“구관이 명관이라 하니 어찌 그간 쌓인 노고와 경험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것을 인정하오.”


임금이 한발 물러서는 듯 대하니 정온은 반색하는 한편 가슴 한구석에 슬며시 아쉬움이 감도는 걸 느꼈다.


그러한 감정에 답하듯 임금의 이어진 말은 물러섬과 거리가 멀었다.


“그간 조정을 살피며 여러 생각을 하였으니, 그중 하나가 예조에서 맡은 것이 너무 방대하여 가지치는 일에 있었소.”

“예조가 맡은 것이 방대하다?”

“예(禮)와 관련되었다 싶으면 모조리 그들에게 맡기니 과중하고 어렵고 때때로 부족함이 있소이다. 외조를 들여 분산하니 오히려 예조가 예전보다 활기차게 기능하고 있지 않소이까.”


그것이 그러한가 물으면 마냥 부정은 못 하나 그것만은 아니었기에 정온은 애매함을 느끼며 대답을 주저했다.


다행히 임금은 그에게 딱히 대답을 바란 것이 아닌 듯 계속해서 말을 내었다.


“또한 과거는 공부한 것을 시험하는 것이되 사람을 들어 쓰는 일이니 이조가 맡기에 합당하오.”

“짐이 무거우며 옮기고자 하면 다른 곳에서 말이 나올 것입니다.”

“다른 곳?”

“교육하는 일이며 들어쓰는 일이 중첩된다고 하면 의정부에서 나섬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에둘러 곤란함을 표하니 임금은 고개를 끄덕이나 이미 생각한 바가 있었는지 곧장 대답을 돌려주었다.


“좋소. 그러면 최종 감독을 의정부로 두겠소. 허나 여전히 이 일이 이조에 합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으니 실지로 일은 그대가 행하되 두 번에 걸쳐서 보고하고 확인받아야 할 것이오.”


의정부 정승들이며 임금에게 한 번씩 확인하라는 말에 어느새 과거를 관장하는 게 이조로 확정되었음을 안 정온은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또한 이번을 기점으로 과거 보는 시기를 조금 더 확실하게 하며 별시를 비롯한 비정기 과거를 여는 규정을 다소 까다롭게 할 생각이오. 또한 즉일방방을 비롯한 여러 전례를 바꾸고자 하나, 이를 보완할 방도도 고려함이 좋겠소.”


이미 많은 것을 정한 거 같은 말에 정온은 무어라 할 말을 찾았다.


헌데 목까지 올라온 말은 많으나 정작 입에서 나온 말은 이것이었다.


“허면 시제와 이번 별시 여는 것을 언제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 일은 여기에 올라온 이들이 아니라 모든 사대부에게 기회가 있어야 하니 내년 봄에 치르는 것이 좋겠소. 그리고 시제는······.”


임금이 말끝을 흐리니 정온은 오늘 가운데 최고로 크게 불길함을 느끼며 귀를 열었다.


그러나 이어서 들린 말은 귀를 의심하고 막고 싶게 하는 말이었다.


“시제는 경전이 아니라 생각을 물을 것이니, 천자와 황제의 차이를 논하라고 할 것이오.”

“저, 전하. 그 시제는 자칫하면 위험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를 여는 것도 좋고 그로 인해 일이 바뀌어 이조에 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좋다고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제를 발표함은 이조에서 고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게 분명하니, 정온이 보기에 이는 화약에 기름을 붓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그에게는 안타깝게도 지금 말은 임금도 그저 해본 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이며, 누구나 논하여야 할 말이지. 그리고 이제 알아야 하오. 조정은 누가 그저 말을 따라 하고 누가 제대로 생각하여 걱정하는지, 그리고 사대부들은 천하가 달라짐이 심상치 않아지고 있음을 말이외다.”


작가의말

[첨언 - 겸직]

조선 시대에는 한 사람이 여러 직책을 맡는 겸직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는 임시직인 제조 등을 세웠다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어 그 자리를 유지하게 되며 점차 늘어나게 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일례로 후기 오군영 가운데 으뜸 소리 듣는 훈련도감은 도감이라는 명칭처럼 임시 기관이나 조선이 사라질 때까지 존속하였으며, 비변사 역시 임시 전쟁 기구였으나 상당히 오랜 기간 의정부를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점을 생각하여도 겸직 숫자는 생각 이상으로 많았습니다.

 

흔히들 알려져 있는 고위직들은 정승과 판서, 도제조와 제조, 빈객과 승지 등등 120여에 달한다고 하는데 실지로 이것들을 맡은 사람의 숫자는 십여명에서 이십여 명이었다고 합니다.

 

실지로 한 사람당 관직을 적게는 다섯에서 많게는 열 개도 받아서 해결한 셈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외직으로 가도 비슷하여 동반의 경우 겸직이 200, 서반은 400여에 달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러한 제도는 후기로 갈수록 몇몇 사람들이 주요 관직 여럿을 손에 쥐고 야합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이러한 것들 악용하여 면피하는 경우가 있으니, 품계가 높은 명예직을 내려놓고 품계가 낮은 실직을 유지하는 식으로 책임졌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그 처음은 임기응변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로 갈수록 정비하지 않아 적체되어 썩게 하는 원인이 되었으니 아쉬운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첨언 - 즉일방방]

즉일방방이라는 것은 조선 시대를 기준으로 과거를 치면 그날 합격자를 발표하는 것을 이릅니다.

 

시험 결과를 그날 바로 알 수 있으니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 여럿 좋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왔습니다.

 

먼저 시간에 맞춰서 온갖 경쟁자들을 뚫고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리 잡은 것으로 끝이 아니니 시제를 보고 그에 맞는 글을 좋은 글씨로 시간 내에 써야 합니다.

 

이후 이 답안을 모아 하루가 지나기 전에 방을 붙여서 알려야 하는데, 위의 겸직 부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하루 종일 이 일에 매달릴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시간 내에 눈에 들지 못하여 아예 채점을 받지 못하고 먼저 낸 순서와 읽기 좋은 순서대로 장원을 정한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러하니 과거 제도의 형식이 오늘날 공무원 시험 등을 통해 남아있듯 그 취지는 좋으나 행하는 방식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가 없는 방식이었고, 이는 결국 과거가 폐지되기까지 그다지 시정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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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355화 다시 오지 않을 지금 +2 23.09.25 301 19 12쪽
355 354화 때로는 알기에 괴롭다 +3 23.09.24 272 1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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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352화 우물 안 개구리 +1 23.09.22 276 20 12쪽
352 351화 부족한 현실 +2 23.09.21 277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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