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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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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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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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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5,551

작성
23.08.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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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1쪽

319화 내방

DUMMY

319화 내방


“이번 유구국 국왕은 생각보다 대가 세군.”


아라키가 돌아와 고한 말에 사츠마 번 번주 시마즈 미츠히사는 덤덤하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아라키는 그 덤덤한 대답이 오히려 두렵고 불길하게 느껴지니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몸을 최대한 낮출 따름이었다.


마치 태풍이 불어서 동굴에 몸을 숨기듯 말이다.


“그래서, 네놈은 뭘 한 거지?”


여러 의미로 해석되는 물음에 아라키는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굴렸으나 마땅한 대답이, 조금 더 정확히는 미츠히사가 바라는 대답이 무엇인지 짐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너무 시간을 끌어서야 그것만으로 오답이니 아라키는 늦기 전에 입을 열었다.


“하! 지켜보고 달랬습니다!”

“호오. 달랬다니, 그런 식으로 대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라키, 내 생각보다 무른 사내였구나.”

“소인은 그저 저울에 재었을 뿐입니다. 그곳에서 주제를 알게 해주는 것의 좋음과 저간 사정이며 내실이 조선과 청나라에 드러나는 것을 말입니다.”


긴장한 와중에도,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미려하게 혀를 놀려가며 대답하니 미츠히사의 두 눈이 가늘게 변했다.


“무른 것에 더해서 혀도 길구나.”


미츠히사가 이르는 말에 아라키는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손을 움직여 목을 쓰다듬어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자칫 직접 확인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고 여기며 애써 참았다.


그러한 인내에 보상함인지 미츠히사의 다음 말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허나 그것도 옳은 처신임은 부정하지 못하겠군. 물러가라. 이 일은 불문에 붙이겠다.”

“하!”


불문에 붙이겠다는 말에 그래도 최악은 아니니 다행이라고 여긴 아라키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은 한도 내에서 최대한 빠르게 물러났다.


그가 물러난 후 미츠히사는 가만히 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미츠히사는 천천히 감았던 두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지금은 두고 보마. 지금은 말이지. 꼭두각시 따위, 관객이 사라지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법이니까.”



***



“흐힛!?”


돌연 등골을 타고 흐르는 오싹함에 유구국 왕제 쇼시쓰는 몸을 떨었다.


홀로 선실에 있음에도 연거푸 사방을 살핀 쇼시쓰는 그렇게 한참을 살핀 후에야 안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똑똑


“힉!?”


안심하기가 무섭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쇼시쓰는 기겁하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이내에 조금 전과 무언가 다르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쇼시쓰는 애써 침착한 얼굴로 물었다.


“누구요?”

“왕제 저하, 이제 곧 제물포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다소 귀에 익은 목소리는 유구에서 그를 보조한다는 명목으로 따라온 일행 가운데 하나였다.


그 목소리에 쇼시쓰는 애써 담담하게 대답했다.


“알겠다. 곧 나가마.”


인기척이 곧 문 앞에서 사라지니 쇼시쓰는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진정했다.


“긴장하지 말자. 형님도 내게 무언가 대단한 걸 하라고 보내신 건 아니잖아. 그저 유구 사람을 알려라, 그뿐이야.”


쇼시쓰는 떨리는 마음을 중얼거림으로 달래서 그의 형이자 유구국 국왕인 쇼켄이 떠나기 전에 건넨 말을 떠올렸다.


‘쇼시쓰, 내가 해줄 말은 많지 않다. 그저 무사히 건강히 지내고 네가 유구국 사람임을 알려라.’


두 번 생각하고 세 번 생각해도, 아니 그 이상 몇 번이고 생각해도 대단한 말은 아니었다.


이는 다시 말해 쇼시쓰가 무슨 일의 성패를 위해서 나설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조선에서 인사하고, 청나라에 가서 인사하고, 그리고 집에 간다. 그래, 그거면 돼.”


쇼시쓰는 이 말을 몇 번이고 자신에게 들려주며 다짐하듯 말을 새겼다.


이윽고 다시 사람이 찾아와 도착하였음을 알리니 쇼시쓰는 어느 정도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선실을 나섰다.



***



“왕제 전하, 조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먼저 내린 심기원이 말을 건네어 환영하는 말을 건네니 쇼시쓰는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리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하. 가, 감사합니다.”

“바로 모시면 좋겠으나 먼저 한양에 연락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이곳 제물포에서 편히 쉬시며 지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치, 친왕 전하께서는 어떻게 하십니까?”

“보국친왕 전하라면 마찬가지로 오늘은 제물포에 머무실 예정이십니다.”


이런저런 새로운 것 보기 좋아하는 보국친왕 아이신기오로 예부슈는 먼저 철원으로 가도 되건만 하루는 굳이 이곳에 머물 예정이었다.


심기원은 딱히 말릴 이유가 없는 일이며 거절할 일도 아니기에 알겠다고 했으며 알려줌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헌데 그 말이 쇼시쓰에게는 대단히 반가운 말이었는지 그의 얼굴이 환하게 되었다.


“그, 그거 다행이군요.”


무엇이 다행인지 심기원으로서는 다소 알기 어려웠으나 그는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다만 다른 면에서 배려하기로 하고 말을 이었다.


“왕제 전하와 친왕 전하 두 분 모두 거처를 관청 근처에 잡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다면 언제든 사람을 보내어 불러주시면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심기원은 그리 말한 후에 주변을 둘러보며 외조 관리를 찾았다.


다행히 그들과 비슷하게 들어온 상선이 몇 있어서 확인코자 내려온 서리가 몇 있으니 심기원은 곧장 그들을 불렀다.


“잠시 이리들 좀 오게.”

“엇, 참의 영감?”

“돌아오신 줄을 미처 몰랐습니다.”


서리들이 심기원을 알아보고 당황하나 그들의 당황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쪽은 유구국에서 오신 왕제로 교분을 위해 먼 길을 오셨네. 그리고 조금 있으면 보국친왕께서 내리실 것인데, 두 일행 모두 오늘은 제물포에서 하루 쉬다 가실 것이야.”

“예? 예!?”

“어, 좌랑께 바로 알리겠습니다!”


그저 놀라기만 하는 서리와 달리 한쪽은 눈치 좋게 대답하니 심기원은 제법 기특하다고 여기며 이름을 물었다.


“생긴 건 투박한 친구가 일 재주가 있군그래. 자네, 이름이 뭔가?”

“서리 박귀동이라고 합니다.”

“박 서리, 어서 가서 좌랑에게 자리며 거처를 준비하라고 이르게. 그리고 연회 자리도 함께 말이네. 나는 이분이며 친왕 전하께 제물포를 안내한 후 천천히 그리로 향하겠네.”

“예!”


박귀동이 대답하고 급히 달려가니 남은 서리를 향해 심기원은 입을 열었다.


“저 친구면 충분할 듯하니 자네는 돌아가서 하던 일 마저 하게.”

“예, 예.”


다소 밉보인 듯하여도 높은 분들 사이에 끼어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낫다 싶었는지 서리는 슬쩍 유구국 사람들을 본 후 재빨리 원래 일하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영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이쪽이 신경 쓰이는지 그와 조금 전까지 이야기하던 양인들은 돌연 변한 그를 보며 답답함과 걱정을 동시에 드러내는 얼굴로 무어라 말하는 게 보였다.


“끌끌.”


재밌다고 여기면서도 안타깝다고 여긴 심기원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서둘러 이 자리에서 귀빈들을 데리고 떠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서두른다고 하여 될 일이 아니니, 결국 심기원이 떠날 무렵에 그 서리는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되었다.



***



“역시 조선이 좋아.”


쇼시쓰와 예부슈 두 사람에게 제물포를 안내하고 연회에 참가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이나 고향 땅이며 공기가 온몸을 자극하니 심기원은 가벼이 웃었다.


“이대로 편히 쉬면 딱 좋겠는데 말이지.”


쉬는 일을 소원처럼 말한 것이 괜한 말이 아니듯 심기원은 아직 쉴 수가 없었다.


관청에서 내어준 방에서 지필묵을 꺼내어 자세를 잡은 심기원은 가만히 종이를 보며 고민했다.


“가만있자, 무엇부터 씀이 나으려나.”


이미 그들이 도착하였다는 소식은 도착하자마자 사람을 보내어 한양에 알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어떤 사람이 어디에 도착하였다는 걸 알릴 뿐이니 조금 더 상세한 내용을 적어 보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일은 심기원의 몫이었다.


“역시 차례대로 함이 가장 순리며 무리가 없겠지.”

“참의 영감, 저 외조 좌랑 윤휴입니다. 주무십니까?”


겪은 일을 순서대로 씀이 마땅하다고 여긴 그의 귓전에 윤휴가 찾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심기원은 의외라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좌랑은 이 야심한 밤에 어쩐 일이시오?”

“몇 가지 좀 여쭙고 싶은 일이 있어서 무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무례는 무슨. 제물포를 책임지는 그대니 미진하거나 이상함이 있다면 응당 알아야지. 들어오시구려.”


안으로 윤휴를 들인 심기원은 지필묵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마주 앉아 물었다.


“그래, 어떠한 것들이오? 내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쓰고 새벽에는 사람을 다시 보내야 하오.”

“공무에 바쁘신 분께 어찌 여러 시간을 빼앗겠습니까. 길게 들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길게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 윤휴는 그 말에 거짓이 없다고 하듯 곧장 본론을 꺼냈다.


“왕제께서 심양으로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 일인가.”


제물포에 남으나 청나라에 관한 일은 응당 외조의 일이니 윤휴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지당한 일이었다.


“청나라 황상을 보러 간다고 하더군.”

“그것은 들었습니다. 다만 그 일이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을 듯하여 이렇게 물으러 왔습니다.”

“파장이 작지 않다?”


심기원은 그가 보고 온 유구국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나라에서 무엇을 어떻게 한들 무슨 큰일이 난다는 건 그로서는 상상키 어려웠다.


“파장이라니, 대단한 일은 없을 거외다. 좌랑은 보지 못한 사이에 걱정이 늘으셨군. 혹 더위에 기력이 상하여 그렇다면 내 좋은 보양식을 추천해 드리리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물포에서 오가는 것은 천하 만민, 말 그대로 온갖 나라 사람들이 드나듭니다.”

“그건 나도 아오만.”


고작 몇 년이지만 제물포가 온갖 나라를 이어주듯 여러 나라 사람이 방문하는 땅이 된 것은 심기원이라고 모르지 않았다.


그러니 이는 심기원에게 하늘에는 해가 있고 강은 바다로 이어진다는 말과 그리 다르게 들리지 않았다.


허나 이어진 말에 심기원은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곳에는 여전히 옛 교우라는 명목으로 명나라 사람들도 옵니다.”

“이런.”


명나라 사람들도 온다는 말에 단순히 유구국 왕제가 조선을 찾은 것이 아니라 그다음 일이 문제임을 안 심기원은 미간을 좁혔다.


“아무리 그래도 무슨 터무니없는 일을 벌이려고.”

“그러고 보니 영감께서는 아직 모르시겠군요.”

“내가 모른다고?”


심기원이 묻는 말에 윤휴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곧 남경에서 사람이 옵니다.”

“······환관이?”


제물포에 명나라 환관 하나가 드나듬은 심기원도 지식으로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가 하여 물으니 윤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허면 누가 온다는 말인가?”

“남경 총독이며 현 황태자 전하의 스승인 양사창 대인이 근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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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4 g9******..
    작성일
    23.08.20 21:32
    No. 1

    여기저기 꼬이겠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7 ageha19
    작성일
    23.08.21 00:41
    No. 2

    사츠마에선 조선과 청의 관심이 끊어질 때를 기다리는가 본데, 지금 일이 얽히는 모양새를 보면 오히려 유구를 어딘가에 홀라당 뺏길지도 모를 느낌.

    찬성: 3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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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372화 저열한 보신 +2 23.10.12 220 19 13쪽
372 371화 사람은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3 23.10.11 240 18 14쪽
371 370화 근거 없는 희망 +1 23.10.10 232 17 12쪽
370 369화 엇갈린 운명 +1 23.10.09 228 19 15쪽
369 368화 기로 +2 23.10.08 225 18 12쪽
368 367화 함정 +1 23.10.07 221 17 14쪽
367 366화 승리로 이어질 패배 +2 23.10.06 246 17 14쪽
366 365화 선점 23.10.05 237 18 12쪽
365 364화 가야 할 곳은 +1 23.10.04 253 16 14쪽
364 363화 맞아떨어진 이해 +1 23.10.03 255 16 16쪽
363 362화 살기 위한 궁리 +2 23.10.02 247 18 12쪽
362 361화 버림돌 +1 23.10.01 241 18 13쪽
361 360화 지펴진 불길 +3 23.09.30 262 18 13쪽
360 359화 끌려가는 심리 +3 23.09.29 260 17 15쪽
359 358화 지식과 체감 +3 23.09.28 257 16 15쪽
358 357화 말은 언제나 쉽다 +1 23.09.27 269 21 14쪽
357 356화 북경 공방전 23.09.26 281 19 13쪽
356 355화 다시 오지 않을 지금 +2 23.09.25 301 19 12쪽
355 354화 때로는 알기에 괴롭다 +3 23.09.24 272 17 16쪽
354 353화 이리와 호랑이 +1 23.09.23 266 15 12쪽
353 352화 우물 안 개구리 +1 23.09.22 276 20 12쪽
352 351화 부족한 현실 +2 23.09.21 277 18 12쪽
351 350화 까마귀가 난다고 하니 +2 23.09.20 270 18 13쪽
350 349화 혀는 칼보다 위험하다 23.09.19 279 17 13쪽
349 348화 맡겨진 선택 +3 23.09.18 294 20 13쪽
348 347화 천하를 갈망하는 자들 +2 23.09.17 288 20 12쪽
347 346화 전쟁의 도리 +1 23.09.16 285 20 12쪽
346 345화 세상에서 가장 큰 전쟁 +4 23.09.15 312 22 12쪽
345 344화 훗날을 그리는 사람들 +1 23.09.14 287 20 12쪽
344 343화 이어받을 사람 +3 23.09.13 297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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