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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원(書香院)

취공무쌍(출간비공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해리海鯉
작품등록일 :
2012.09.20 12:41
최근연재일 :
2013.07.12 02:01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405,67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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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130

작성
13.05.08 16:1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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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10쪽

제1장 미공(美公) (1)

DUMMY

제1장 미공(美公)



홍가장(洪家場)은 항주에서 유서가 깊은 가문이다.

홍가장의 현 가주(家主) 홍현표에겐 상재(商材)가 있었다.

그 덕에 누대에 걸쳐 이어온 가문의 부를 몇 배로 키워놓았다.

게다가 홍현표는 대인(大人)의 풍모를 갖춘 이였다.

그렇기에 자신이 쌓은 부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푸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자연히 항주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

더불어 홍가장의 위명 또한 높아졌다.

하지만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홍가장주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홍현표의 처(妻)때문이었다.

한 때, 항주제일미로 이름 높았던 오연경.

그녀는 뱃놀이에서 우연히 만난 홍현표와 눈이 맞았다.

홍현표는 그리 잘 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그러나 외모를 압도할 만한 부와 성품을 지녔다.

게다가 사내다운 기질 또한 충만해 천상 여자인 오연경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듬해 혼인을 했다.

항주제일미를 데려간 홍현표의 행보에 대부분의 항주 사내들은 땅을 치며 울었다.

그리고 홍가장에 저주와 행복을 동시에 빌었다 한다.

그렇게 혼인한 두 사람은 슬하에 두 사내아이를 두었다.

하늘에 보살핌이 있었을까?

두 아이는 모두 어머니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빼어난 외모를 지니게 되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첫째 아들의 외모는 가히 조각과 같았다.

지나가던 누가 봐도 넋을 잃고 감탄을 했다.

세월이 흘러 두 아들은 장성한 청년이 되었다.

그 사이, 둘째 아들은 다방면에 고루 재능을 보였다.

그러던 중, 화산파 고수의 눈에 띄어 화산파의 속가제자가 되어 집을 떠났다.

그것이 홍가장의 명성을 더욱 높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첫째는 둘째와 여러모로 다른 길을 걸었다.

게으르진 않았으나 천성이 활달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즐겼고, 그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랬기에 턱밑이 거뭇해질 무렵부터 하루가 멀게 술판을 벌였다.

자식이 놀기만 하는데 좋아할 부모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것은 대인 홍현표 또한 마찬가지였다.

며칠은 허허 웃으며 봐줬다.

하지만 큰아들의 행보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무섭게 다그쳤다.

허나 큰아들은 잠시 숨죽이다가 또 바깥으로 싸돌아다니며, 홍현표의 분노를 치솟게 하기 일쑤였다.

그런 큰아들에게 ‘풍류미공(風流美公)’이라는 별호가 생겼다.

말이 좋아 풍류지, 결국 놀기만 한다는 것을 비꼬는 것이었다.

그나마 잘 난 외모 덕에 미공이라도 붙었으니 다행이었다.

그렇게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홍현표는 이제 큰아들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 되었다.

그런 아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홍가장의 큰아들은 항주의 밤거리를 미친 듯이 누비고 다녔다.

풍류미공의 명성과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

항주의 최고의 유흥가, 천상로(天上路)에서.



“하하하! 마셔, 마셔!”

홍규(洪叫)가 술잔을 들어 올리며 호기롭게 외쳤다.

같은 탁자에 앉아있던 다른 이들이 신이 나 같이 잔을 들었다.

“자자, 어서 마시자고. 밤은 짧단 말이지!”

홍규의 말에 곁에 있던 누군가 입을 열었다.

“그 무슨 망발인가, 미공(美公). 여기 천상로의 밤은 다른 곳보다 두 배, 아니, 세 배는 길다네!”

“하하! 이거 내가 실언(失言)을 했네. 좋아, 좋아. 이 긴 밤을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이 술 다 마시고 다들 ‘뜨겁게’ 달려보자고!”

뜨겁게 달리자는 홍규의 말.

이에, 주변 사내들이 들뜬 모습을 보였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

이곳은 항주에서 손꼽히는 기루인 용중루(龍衆樓)였다.

그렇기에 여기에 있는 여인들은 그 수준이 굉장히 높다.

다른 주루들과는 비교가 힘들 정도였다.

그런 그녀들과 뜨겁게 보낼 생각을 하니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자자, 건배!”

홍규의 건배 제의에 술잔들이 일제히 부딪쳐왔다.

‘쨍’하는 소리가 울렸다.

잔 속의 술이 사내들의 목 너머로 사라졌다.

사내들의 시선이 홍규에게로 향했다.

모두 은근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이들의 물주는 홍규다.

뜨겁게 밤을 보내기 위한 돈이 그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 의미의 시선을 받은 홍규가 씨익 웃었다.

잘 생긴 그가 웃으니 주변이 다 환해지는 것 같았다.

사내들이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그 정도였다, 홍규의 외모는.

“자식들. 밝히긴.”

홍규가 살짝 눈을 흘기며 허리춤에서 작은 전낭을 꺼내놓았다.

그걸 본 사내들은 신이 났다.

“역시! 미공!”

“풍류미공의 씀씀이는 여느 무림고수의 칼질보다 시원하다더니 명불허전이구만!”

“고맙네, 친구!”

사내들이 앞다퉈 홍규를 칭송했다.

홍규는 가볍게 손을 저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 다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이 몸은 그만 퇴장하지. 적당히들 놀아. 뼈 삭아.”

그렇게 내뱉은 홍규가 자리를 떠나려 했다.

사내 중 하나가 예의상 말을 붙였다.

“자네는? 오늘도 그냥 갈 건가?”

“응. 뜨거운 밤까지 보내면 우리 아버님께 치도곤을 당하겠지?”

“맨날 그 핑계로군. 자네가 마음만 먹으면 자네 아버님 눈길 피하는 건 일도 아닐 텐데. 역시 ‘그녀’ 때문인가?”

말을 하는 사내의 은근한 시선에 홍규가 짐짓 헛기침했다.

“거, 쓸데없는 소리. 나 간다. 다음에 또 보자고.”

그렇게 말을 한 후, 홍규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사내들은 그런 홍규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봤다.

그들의 입장에서 홍규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돈이 많아 매일같이 술을 사는 것은 둘째치고, 기루와 주루를 밥 먹듯 드나들면서도 여인과 잠자리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가 원하면 굳이 돈을 쓰지 않아도 옷고름을 풀 여인은 한 둘이 아니었다.

그만큼 조각 같은 외모의 홍규를 흠모하는 여인들은 많았다.

그럼에도 늘 선을 지킨다.

그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샌가 아리따운 여인들이 우르르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내들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걸렸다.



“어머, 미공! 벌써 가시는 거예요? 저 오늘 한가한데, 제가 술 한 잔 올릴까요?”

“하하! 다음에, 다음에.”

“앵화, 넌 빠져. 이 못난 것아! 오라버니이~ 저랑 놀아요요~”

“하하! 다음에, 다음에.”

“앵화, 월홍이 너희 둘 다 빠져. 이 언니가 있는데, 어디서! 찬물도 위 아래가 있는데. 안 그래, 홍 동생?”

“연화 누님, 오랜 만입니다. 하지만, 다음에요, 다음에.”

홍규가 용중루를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양각색의 여인들이 달라붙어 발걸음을 잡았다.

심지어 다른 손님 방에 들어가있던 기녀들까지 나와서 홍규에게 알은 척을 해댔다.

홍규의 주위로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하지만 홍규는 예의 능글맞은 태도로 그녀들을 뿌리쳤다.

그리고 정문이 아닌, 인적이 드문 뒷문으로 몸을 빼냈다.

“휘유~”

홍규가 한 차례 숨을 내뱉었다.

정신이 없었다.

몇 번의 심호흡을 통해 정신을 추슬렀다.

홍규가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봤다.

저 멀리 우뚝 솟은 건물들 몇 개가 보였다.

그 중 하나에 시선을 고정한 홍규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대신, 그의 얼굴을 가득 채운 것은 이유 모를 쓸쓸함이었다.

아픔이었다.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린 홍규의 가슴이 욱신거렸다.

홍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쓸데없는 감상에 사로잡히면 우울해진다.

천성이 밝은 그로서는 원치 않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홍규는 억지로 걸음을 옮겼다.

아버지의 불호령을 피하려면 더 늦기 전에 집으로 가야했다.

그렇게 홍규가 몇 걸음 옮겼을 때다.

“오라버니!”

홍규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화려한 비단으로 온몸을 감싼 여인이 종종종 달려오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홍규를 잡았던 여인들과는 격이 다른 미모를 지닌 이였다.

“내참.”

홍규가 가볍게 혀를 차고는 몸을 돌렸다.

“가화야, 뭐 급하다고 그렇게 뛰어오냐.”

“학학! 오, 오라버니! 어떻게 저한테, 학학! 말도 안 하고 가실 수 있어요?”

“야, 숨부터 골라. 그리고 내가 네 허락 떨어져야지 갈 수 있는 사람이냐?”

“그, 그건 아니지만....”

가화라 불린 여인이 말끝을 흐렸다.

“아니면 왜? 어차피 며칠 뒤에 또 볼 텐데. 뭐, 이렇게 쫓아 나오고 그래.”

“오라버니도 차암. 내 마음 뻔히 알면서 그런다. 못 됐어, 정말.”

가화가 볼을 살짝 부풀리며 고개를 틀었다.

여느 남정네가 본다면 입을 벌릴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홍규는 여느 남정네가 아니었다.

“잘~한다. 다 큰 게 볼이나 부풀리고 있고. 그거, 다른 녀석들한테는 잘 먹히겠지만, 나한텐 어림도 없어, 요것아.”

“쳇. 용중루 제일미녀이자 항주 최고 기녀인 나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오라버니 하나뿐이네요.”

“쪼끄만 게 제일미녀는 무슨.”

홍규가 짐짓 코웃음을 쳤다.

가화가 볼을 조금 더 부풀렸으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볼에서 바람을 뺀 그녀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흥, 언젠가는 오라버니도 내 매력에 푹 빠질걸? 어쨌든 오늘은 그냥 가지 마요.”

“아, 왜. 나 빨리 가야 해. 아버지한테 진짜 죽을 수도 있다.”

홍규가 벌벌 떠는 시늉을 하며 장난스레 말했다.

하지만 가화는 진지했다.

“가지 마요.”

“얘 봐라? 너 오늘 진짜 왜 그러냐.”

“안 가면 안 돼요?”

가화가 말을 내뱉으며 홍규의 팔을 붙잡았다.

홍규는 당황했다.

지금껏 가화를 꽤 오래 알아왔다.

하지만 오늘처럼 억지를 쓴 적은 처음이었다.

“너 정말....”

홍규가 질색하며 팔을 떼어내려다 멈칫했다.

자신의 팔을 붙잡은 가화의 두 눈에 간절함이 엿보였다.

그제야 홍규도 장난스러운 모습을 버렸다.

“무슨 일이야?”

부드러우면서도 진지한 홍규의 목소리.

가화는 자신도 모르게 홍규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

“있잖아, 오라버니...”

“그래, 가화야. 괜찮으니 말해봐.”

“.........”

“오, 오라버니.... 오늘.... 내 머리 틀어 올려주면 안 돼요?”

“......!”



작가의말

뜨헉!!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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