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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님의 서재입니다.

명문가문의 도련님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박종화
작품등록일 :
2021.11.10 21:06
최근연재일 :
2021.11.17 18:1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104
추천수 :
58
글자수 :
30,688

작성
21.11.15 16:05
조회
418
추천
6
글자
8쪽

명문가문의 도련님이 되었다 - 006

DUMMY

맹달환 장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향했다.

잠시 후 나타난 그의 왼손에는 수련용 검이 잔뜩 들어 있었다.

민우가 의아한 듯 바라보자 맹달환 장로가 조소를 지으며 수련용검을 앞에다 떨궜다.


“시험과제는 간단하다. 이 검으로 저 수련인형을 파괴하면 된다. 어때 간단하지?”

“··· 수련인형을 부시라고요?”


민우의 입에서 반신반의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특수재질로 만들어진 수련인형은 물리공격에 강한 내성을 지녔다.

오죽했으면 수련인형이 설치된 100년 동안 단 한번도 파괴된 적이 없었다.

그런 수련인형을 진검도 아닌 나무로 만들어진 수련용 검으로 파괴하라니?


“왜, 내가 마냥 꼬장을 부리는 것 같으냐?”

“솔직히 아주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그만큼 그의 요구조건은 터무니없이 어려웠다.


“뭐, 포기하겠다 해도 말리진 않으마.”

“아니, 하겠습니다.”


그래도 한 기관의 장이며 한때 지존에 오른 사람이다.

아무리 괴짜에 제멋대로라도 마냥 골탕 먹이기 위해 과제를 내진 않았을 것이다.

아니, 설령 단순히 심술궂은 장난이라도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십쇼. 이번 시험에 통과하면 인장을 내어주시겠다고.”

“이놈아. 과제는 총 세번인 데 어찌 한 번 성공했다고 인장을 줘?”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민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이번 과제가 마냥 불가능한 건 아닌 모양이군요.”

“뭐?”

“만약 그랬다면 제 물음에 일일이 따질 것 없이 그냥 주신다고 대답하셨겠죠. 어차피 실패할 테니까요.”

“···허, 고놈 참. 어렷을 적엔 내가 눈만 부라려도 지레 겁먹던 녀석이 이젠 아주 머리 위에서 놀려고 하는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맹달환은 의외로 민우의 강단과 통찰력에 놀라는 중이었다.


“그래, 맞다. 불가능한 조건은 아니지. 아니,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혜안이라는 것만 있으면.”

“···혜안?”

“그래, 혜안. 바로 상대를 읽는 능력이지. 나는 그것을 재능이라 부른다.”


한 마디로 민우의 재능을 가늠해 보겠다는 소리다.

역사상 가장 무능한 핏줄에게 내준 과제가, 하필 재능을 평가하는 것이라니.

과연 고약한 노인네다.


“총 기간은 한 달이며 아무 때나 도전해도 상관은 없다. 자 그럼 시작해 보거라.”


그 말을 끝으로 맹달환 장로가 다시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그러기 무섭게 드르렁 거리며 바로 골아 떨어졌다. 과제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우는 검을 챙겨 수련인형 앞으로 다가갔다.

맹달환 장로의 인장은 받은 사람과 마지막 과제의 주제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까지 가는 것은 온전히 제 힘으로 해야 한다.

우선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무작정 내려쳐서 부실 수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았다.

재질의 특성을 파악하거나 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문제는 기반 지식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일단 그냥 두드려 봐야겠네.’


생각 없이 수련인형을 내리쳤다. 역사상 가장 무능한 핏줄답게 검 끝에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스무 번 정도 내리치자 숨이 가빠오며 입에서 단내가 올라왔다.


“헉헉헉.”


아무리 그래도 한국에서 제일 가는 명문가의 핏줄인 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요 며칠 계속 생각만 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몸 상태를 체크하지 못했다.


“푸핫.”


단상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억지스러운 기침소리가 섞여 있는 걸로 보아 몰래 훔쳐보다 참지 못하고 내뱉은 느낌이다.

하기사 풍선인형처럼 엉성한 동작으로 수련인형 몇 번 내려치고 헉헉 대는 모습이 웃기기도 할 것이다.


“헉헉, 그래도 수련인형의, 헉헉 특성은 파악했으니 다행이네.”


괜히 발끈하여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다고 그 내용까지 거짓은 아니었다.

수련인형을 타격할 때 미세한 마력입자가 퍼지며 빠르게 굳었다. 그로 인해 마치 전분물처럼 강도가 강해지는 것이다.

고로 일정한 힘을 실어 일정한 곳을 타격해야 의미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려면 마력의 도움은 필수였다.

민우는 쥐 꼬리만한 마력을 운용해 코어에 순환시켰다. 마력은 그 자체로 신체를 치유하는 효능이 있어, 이렇게 순환하는 것만으로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


“···응?”


마력이 한차례 순환하자 헐떡이던 숨이 멎었다. 비명을 지르던 이두근이 언제 그랬냐는 듯 알통을 과시하고 한숨 자고 일어 난 듯 머리마저 맑아졌다. 이 드라마틱한 변화에 민우는 잠시 말을 잊었다.


‘이, 이렇게 효과가 뛰어 나다고?’


과거 헌터 시절에는 마력을 순환해도 회복력이 조금 빨라지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새 몸이 되었다.

새삼 같은 마력이라도 정순도에 따라 그 효능이 천차만별이라는 걸 깨달았다. 비록 마력의 양 자체는 이전의 민우와 다를 바 없어도 정순도는 비할바가 아니었다.


‘그래도 명문가의 핏줄이라 이건가······.’


하기사 늑대도 호랑이 무리에 있으면 한 낱 개가 될 뿐이다. 애초에 사는 세상이 다르니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작정 내리쳐서는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으니 이번에는 마력을 실어 데미지를 높일 생각이었다.


흐흡


심호흡을 하고, 마력을 순환 시킨 뒤 아랫배와 손 끝에 집중시켰다. 마력운용이야 F급 헌터시절에도 밥 먹듯 하던 일이니, 어려울 건 없었다. 마력은 운용이 어려운 게 아니라 질과 양이 차이날 뿐이다.

한차례 마력운용을 끝낸 뒤 있는 힘껏 수련인형을 내리쳤다.


퍼엉


거의 대포알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수련인형이 풍선처럼 흔들거렸다.


“······.”


그 기이한 광경에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마력을 실었다지만 이 건 그 정도를 아득히 넘어섰다. 힘이 실린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이 타격한 수준이다.


‘어··· 엄청나네.’


어쩌면 유민우는 의외로 무능한 인간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남들보다 지나치게 노력이라는 것을 안 한 것일 지도······.

그런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민우는 계속 수련인형을 내리쳤다.

신기하게도 몇 번 움직이면 숨이 헐떡이던 것이 마력을 싣자 전혀 힘들지 않았다.

아주 드물게 마력이 고갈되면 연공 한 번으로 가득 채워졌다.

마력의 양은 적지만 회복속도는 가히 사기적인 수준이었다.

나중엔 아예 마력이 소모되는 것보다 회복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덕분에 타격에 속도가 붙었고 어느 순간 수련인형이 마력입자로 가득 채워졌다.

그 순간 민우는 수련인형 전체가 마력으로 이루어진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자 수련인형이 다른 시각으로 보였다.


‘나는 왜··· 머리를 때리고 있던 거지?’


마력입자가 가장 많이 모인 곳은 머리부근이었다. 고로 가장 단단하기에 아무리 내리쳐도 부셔지지 않았다.

반면 수련인형을 지탱하고 있는 다리쪽은 완전 반대였다. 타격하기는 어려우나 내구도는 가장 적었다.


‘상대를 보는 눈······.’


그 순간 민우는 맹달환 장로가 말한 혜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중요한 건 내가 타격하기 편한 게 아니라, 수련인형의 약한 부분을 찾는 것이었다.

민우는 상체를 바싹 숙였다. 억지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기이한 자세다. 그 자세를 유지하며 있는 힘껏 검을 그었다.




자세가 엉성하기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는 전력을 실었을 때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굉음이 울리며 수련인형의 하단부에 균열이 생겼다.

뒤이어 있는 마력을 모조리 끄집어 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저저적


그 순간 100년간 자리를 온전히 지켜온 수련인형이 부셔지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됐다.”


5시간만에 이룬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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