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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님의 서재입니다.

명문가문의 도련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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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작품등록일 :
2021.11.10 21:06
최근연재일 :
2021.11.17 18:1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103
추천수 :
58
글자수 :
30,688

작성
21.11.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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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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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명문가문의 도련님이 되었다 - 005

DUMMY

*

*



2225년은 대격변 이후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시기였다.

제 2의 격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며, 그만큼 보고되지 않은 수많은 이상현상이 발발했다.

변칙지대의 출현은 수많은 이상현상 중 하나일 뿐이었다.

자연스레 이때부터 척후와 다양한 각성자 계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주는 그 변화의 바람을 누구보다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척후와 무사의 육성을 담당하는 태릉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가주와 내 관계는 오늘로 끝이오. 전대 가주의 진언에 따라 가문을 떠나진 않으나 내게 어떤 도움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오.」


하지만 태릉단의 수장인 맹달환 장로와 가주의 사이는 크게 틀어진 상태였다.

보통 가주의 눈 밖에 난 가신은 쫓겨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태릉단은 유씨세가에서 유일한 독립기관이었다.

그 어느 때 보다 태릉단이 필요한 시기에, 정작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가주로써는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민우가 맹달환 장로의 인장을 받아 오겠다 했을 때 가주는 크게 기뻐한 것이다.

인장은 곧 장로의 공식적인 지지이자 그가 속한 단체의 지휘 권한을 손에 쥔다는 뜻이었다.


또한 민우 개인적으로도 맹달환 장로의 인장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 잘나간다는 첫째와 둘째도 맹달환 장로의 인장을 받지 못했다.


그런 인장을 민우가 받아낸다?


가주 뿐 아니라, 가문 전체가 민우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더불어 독립적인 세력을 쌓기도 용이하다.

민우는 태릉단을 시작으로 이 가문에서 세력을 키워나갈 생각이었다.

언제든 원하는 때에 쓸 수 있도록.


‘하지만 결국 인장을 받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어.’


원대한 꿈의 첫발을 내딛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일을 성공으로 끝낼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민우는 맹달환 장로의 마지막 과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다음 날, 민우는 새벽부터 일어나 태릉단으로 향했다.

도심지역을 빠져나와 차로 1시간가량 이동하고서야 태릉단이 위치한 2구역에 도착했다.

빼곡히 들어선 전각을 지나, 민우는 태릉단의 수장이 주로 기거하는 1연무장에 들어갔다.


끼이익


거대한 문이 열리며 내부의 풍경이 드러났다.

수련용 검 갑옷, 인형들이 보이고 코 끝 에는 땀 냄새가 묻어났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단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드르렁


조그마한 단상 위, 시끄러운 코골이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니 백발이 무성한 노인이 고주망태가 되어 골아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왼손에는 거한 술병을 들고 있고 코는 시뻘겋게 물들었다. 오른쪽이 휑한 것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이자가 바로 유씨세가에서 악명 높기로 자자한 태릉단의 수장, 맹달환이었다.


“맹달환 장로님.”


민우는 조심스레 맹달환 장로를 불렀다.

고주망태가 된 꼴이 꼭 취객이나 다름 없지만 그래도 엄연한 장로기에 예의를 갖췄다.


“장로님.”

“흠냐. 거 개소리를 씨부리는 양반은 뉘시오.”


분명 잠꼬대인 데··· 왜 기분이 나쁠까.

민우는 큰 목소리로 그를 다시 불렀다.


“장로님.”

“흠냐, 거 마누라. 파리좀 내쫓지 않고 뭐하는 게요.”


이번에는 아예 배를 홀라당 까뒤집고 벅벅 긁었다.

처음엔 긴가민가 했지만, 이쯤 되니 맹달환 장로의 의도가 무엇인 지 확실히 알았다.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에 물러나려고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온 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깨어나실 때까지 옆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민우는 맹달환 장로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F급 헌터 시절 제일 많이 한 일은 가만히 앉아 대기하는 것이었다.

기다리는 거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이것 또한 시험의 일부라 생각하자 도리어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막 산등성이를 넘어서던 해는 어느새 중천을 넘어가 시작했다.

그때까지 맹달환 장로는 단잠에 빠져 있었다.

좀이 쑤실 만도 하건만 민우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시 시간이 흘러 해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이쯤되니 인내심이고 뭐고 배가 고파 견디기 힘들었다.

민우는 혹시 몰라 준비해 놓은 육포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어···?”


민우의 입에 들어가던 육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몇 번이고 눈을 끔뻑인 다음에야 민우는 상황을 파악했다.

언제 일어난 건지 육포는 맹달환 장로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귀신이라도 봤어? 뭘 그리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어?”

“대체 언제···. 그보다 이제 깨어나셨습니까?”

“깨어났으니 이렇게 앉아 있지.”


맹달환 장로가 민우에게 빼앗은 육포를 으그적 씹어댔다. 그러면서 들고 있던 술을 입에 들이 부었다.


“크아, 이맛이지. 역시 육포에 이 홍주만한 것이 없어. 내 다른 건 몰라도 유씨세가의 육포와 홍주만큼은 인정하지. 그런데 너는······. 누구더냐?”

“유씨세가의 셋째 김민우, 아니 유민우입니다.”

“아하, 네가 유가놈의 골치덩어리 그 셋째로구나. 제 성도 깜빡하는 것이 골치덩어리라는 말이 아주 딱이로구나.”


맹달환 장로가 껄껄 웃으며 대놓고 민우를 무시했다.

이 가문에서 셋째 도련님을 대놓고 골치덩이로 치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기야, 가주에게 조차 유가놈이라 하는 마당에 대수롭지도 않았다.


지금은 퇴물이 되어 괴짜 소리나 듣고 있지만 한때 맹달환 장로는 당대 적수가 없는 지존이었다.

또한 전대가주와 함께 무법지대의 절반 이상을 개척해 지금의 기반을 다진 공신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 오밤중에 뭣하러 나를 기다리고 있었누?”

“정확히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으래? 그놈 참 할 일도 없구나.”


맹달환 장로가 모르는 일이라는 듯 배를 벅벅 긁었다.


“그래서 왜 왔다구?”

“맹달환 장로님의 인장을 받으러 왔습니다.”

“푸하하하. 뭐라!?”


맹달환 장로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덕분에 마시고 있던 술을 튀어 나와 민우의 얼굴을 흠뻑 적셨다.

민우가 소매로 술을 닦는 사이 맹달환 장로가 비꼬듯 말했다.


“내, 니 놈이 아둔한 건 한눈에 알아 봤다만 생각보다 더한 곰탱이었구나. 다 늙어빠진 뒷방늙은이의 인장은 받아서 뭐하려고?”

“그것은······.”

“아. 네놈 실력으로 다른 애송이의 인장은 받는 건 무리라 생각한 것이더냐? 해서 늙은이 한 명 어떻게 꿰어내보겠다 이거렸다?”

“당치 않습니다. 맹달환 장로님의 기준은 그 누구보다 깐깐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종잡을 수 없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첫째와 둘째에게 내준 과제는 괴짜스럽기로 유명했다.

특별한 기준도 없고 형평성도 없는 그야 말로 제 멋대로인 시험이었다.

당연히 형제들은 맹달환 장로의 시험에 실패했고, 두 번 다시 도전하지 않았다.

그저 침을 퉤 하고 뱉으며 다시는 상종하지 않겠다 선언했을 뿐이다.


“허면 너도 가주 구도에 참여하려고? 누구도 달성한 내 인장이면 뭐라도 될 것 같다, 뭐 이런 생각이더냐?”

“··· 후계구도에 참여할 생각은 없지만,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한 건 좋구나. 허나 너는 이미 탈락이다.”

“···탈락이라고요?”

“인장은 내 고유권한이다 이녀석아. 내 맘대로 하겠다는 데 하겠다는 데 뭐가 문제야?”

“당연히 문제죠. 인장이 장로의 고유 권한이더라도 아무 기준 없이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아직 시험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탈락 이유에 대해서도 듣지 못했습니다.”

“고놈 참, 보기와 달리 이상하게 똑부러지는 구석이 있구나.”


맹달환 장로가 혀를 쯧쯧차며 귀찮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좋다, 그렇다면 이유를 말해주마. 너는 내 옆에서 얼마를 기다렸느냐?”

“족히 8시간은 될 겁니다.”

“그게 바로 탈락의 이유다.”


좀이 쑤시는 것도 참아가며 기껏 기다렸더니 그게 탈락의 이유라고?

도리어 긍적적인 요소면 요소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너는 그 시간을 허무하게 날려 버렸다. 가슴에 어떤 뜻을 품고 있었다면 결코 그렇게 시간을 허투루 쓸 순 없는 법이지. 하다못해 나라면 저 수련인형이라도 두드리고 있었을 것이다. 고로, 네놈은 속빈 깡통이다 이 말이다. 그게 탈락의 이유다.”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건 조금 억울했다.


“그건 나름대로 제 의지의 표현이자 장로님에 대한 존중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랬다면 도망가실 거잖습니까?”

“뭐? 도, 도망? 내가 네까짓 게 뭐가 무서워서 도망을 가?”

“그러시는 분이 왜 자는 척을 하셨습니까?”

“누, 누가 자는 척을 했다고.”

“배고프셨는 지 계속 꼬르륵 거리시던데요?”

“이, 이 망할놈이. 어른한테 꼬박꼬박 말대꾸야.”


논리로는 당해낼 재간이 없던 지 맹달환장로가 꿀밤을 때렸다.


“아, 아. 갑자기 꿀밤은 왜······. 후. 아무튼 장로님께서 그리 나오시니 저도 제 권리를 행사해야겠습니다. 유씨가문의 자제라면 누구라도 장로에게 세 번의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고놈 참······.”


맹달환 장로가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민우가 괘씸한 지 술을 벌컥 벌컥 들이켰다.

그러다 민우의 앞으로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그렇게 내 인장을 받고 싶으냐?

“예.”

“좋다. 네 그리 원한다면 과제를 내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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