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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작가는 유령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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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월
작품등록일 :
2023.08.31 10:20
최근연재일 :
2023.08.31 19:30
연재수 :
3 회
조회수 :
21
추천수 :
1
글자수 :
14,278

작성
23.08.31 19:30
조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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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0쪽

살인자의 정의(3)

DUMMY

“뭐?”


박상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 글을 쓴 사람이 저 아이라고?


처음부터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기는 했다. 이 책의 주인공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아마 저런 분위기를 풍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말이 안 됐다.


창의성, 새로운 소재들을 만들어내는 것, 이 글의 소재를 저 아이가 찾아낸 것이라면 그것은 놀라우면서도 대단한 일이다. 미래에 대단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했다.


그치만 글을 쓰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글의 전개,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생각. 여러 사건들과 그것을 풀면서 생기는 여러 복합적인 감정과 분위기.


그것은 겨우 일곱 살짜리 어린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저 살인과 관련된 이야기는 더더욱 그랬다.


“하하, 그, 찬희야? 어른을 놀리면 못써.”

“아저씨도 그 글 읽었어요?”

“어? 읽기야 읽었지.”

“그럼 알겠네요? 소년의 아버지가 왜 미친 건지.”


박상현은 입을 다물었다. 아이가 말한 것은 자신이 이 병실까지 오면서 계속해서 생각해보았던 의문점이었다. 하지만 결국 풀지 못했다. 어째서 소년의 아버지는 미쳐버린 것인지. 단순히 살인광이었기에 미쳤다고 한 것인지. 왜 부인을 살해하고 아들도 살해하고자 하였던 것인지.


“뭐야, 내 글을 읽었다면서 의문도 들지 않은 거예요?”

“당연히 들었지! 말이 안 되었으니까. 소년은 아버지가 미쳤기에, 아버지가 자신의 주위사람을 살인했다는 것을 알았기에 망가졌어! 그리고 타임슬립해서 아버지를 죽였지. 그래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것을 알아낸 거였어!”

“타임슬립이 뭔데요?”

“타임슬립은 말그대로 시간을 돌리는 거지.”

“소년은 어떻게 시간을 돌렸죠? 시간을 돌리는 것만이 타임슬립인가요? 그렇다면 미래로 가는 것은요? 어째서 과거로만 갈 수 있었을까요? 타임슬립이라는 것은 말그대로 시간을 오고가는 것인데. 도대체 왜?”


아이가 계속해서 던지는 질문에 박상현은 고민에 빠졌다. 저것을 진심으로 묻는 것일까?


그것은 당연히 작가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시간을 돌릴 수 있도록, 과거로만 갈 수 있도록 작가가 정했으니까 그런 것이겠지.


고민에 빠진 듯 턱을 잡고 있는 박상현을 보다가 지찬희는 피식 웃었다.


“소년은 정말로 아버지를 죽인 것에 만족했을까요? 아버지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몇십년이 걸리든 경찰이 되고 수사를 했어요. 그것도 모자라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의 죄를 없애기 위해 그리고 노력한 본성이 과연 감정이 결여되었다는 것으로 사라질 수 있을까요?”

“그건······.”

“살인자의 정의. 제목에서의 살인자는 소년이 아니예요. 그의 아버지이죠.”

“하지만 결론적으로 주인공은 소년이었어. 소년도 스스로 자신의 살인을 후회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연쇄살인을 일으켰지만 그것을 정리하고자 살인을 벌인 것은 소년이었어.”

“살인을 한 사람이 진짜 아버지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저게 무슨 말이지? 살인을 벌인 것이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인가?


박상현은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도대체 글의 어느 포인트에 그런 말이 있다는 것이지?


“아버지가 살인을 벌였다는 것은 확실해. 경찰도, 소년도 조사할 수록 그렇게 나왔으니까.”

“그렇다면 CCTV와 목격자는요?”

“그건······.”

“없었죠. 그러니 소년의 아버지가 사람을 죽이는 모습은 아무도 보지 못했어요. 왜 그런 귀찮음을 감수한다는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하나요?”

“아버지를······나중에 붙잡히도록 만들기 위해서 작가가 조작을 해둔 것이 아닐까······?”

“살인을 했을 때 범인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증거는 현장의 지문과 족적. 그리고 지문은 자라는 동안 그리 쉬이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아이는 웃었다. 아무런 떡밥도 주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것의 자초지종을 알고있는 듯 의문점을 던져오는 지찬희가 소름돋았다.


마치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신의 관점에 있는 것 같은 그의 모습에 오싹해졌다.


“힌트를 드릴까요? 소년이 과거로밖에 갈 수 없었던 이유는 누군가 다른 이가 미래로 갔기 때문이에요.”


누군가가 미래로?


“어째서 소년이었을까요? 과거로 갈 수 있는 사람이. 그의 주변인 중 비슷한 사람이 있던 것이 아닐까요? 그도 그럴게 타입슬립은 과거와 미래 모두 오갈 수 있죠. 하지만 마치 누군가가 반절을 떼어가고 남은 것처럼 소년은 과거밖에 가지 못했어요. 왜 그럴 것 같나요?”

“누군가가······능력을 쓴 거야. 미래로 가는 타임슬립 능력을.”

“그게 누구일 것 같나요?”


미래로 갔다면 무언가를 변화시켰을 것이다. 소년이 과거로 가서 미래를 바꾼 것 처럼.


소년의 주변인, 등장인물 중에 미래로 가서 무언가 사건을 일으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 한다면······.


“설마······! 아버지?”

“맞아요. 소년의 아버지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어요. 정확히는 과거의 아버지가 저지른 것이지요. 그랬기에 소년의 아버지는 미친 거예요. 부인을 죽인 것이 과거의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지문은 나이가 들어도 같아······정확히는 나이가 들어도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지. 그래서 경찰들은 알아낸 거야.”

“그렇다면 아버지는 왜 소년을 죽이고자 했을까요?”

“소년을 죽이고자 했으나 불가능했어. 부인을 죽인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미칠만한 사람이 소년의 주변인을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소년을 죽이고자 했어······.”


박상현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글을 읽을 때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의 정보가 풀리면서 여러가지에 가지를 쳐간다.


“소년이 자신과 같은 일을 벌일 까봐······?”


아버지가 소년도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질 것 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제목은 소년이 아닌 아버지를 가리킨다는 것인가?


「살인자의 정의」


전율이 그를 감쌌다. 글의 정보 하나하나가 떡밥이자 의문을 풀 수 있는 키워드였다.


박상현은 눈앞에 있는 작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이 아이가 그 글을 쓴 작가라는 것을.


경의? 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무엇이라 표현해야 마땅 할까.


“하지만 정보가 너무 적어. 그것만 가지고서 독자들은 아무것도 알아차릴 수 없을거야.”

“상관없어요. 알아차리라고 쓴 글은 아니었으니까요.”

“무슨······?”


지찬희는 창가를 향해 걸어나갔다. 차가운 공기가 뺨을 툭 건드리는 데도 얇은 환자복만 입고서 아무렇지 않게 걸어갔다. 창가를 건드리며 새파란 하늘을 보며 지찬희는 웃었다.


“글은 생각을 하며 읽어야 해요. 그저 작가의 스토리니 작가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고 칭하며 그것을 그대로 읽는 것은 글이라 할 수 없어요. 이것은 왜 존재하며 무엇을 위해 쓴 것인지 생각해야만 비로소 글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요? 이미 난 주어야 할 것들을 모두 주었어요. 나머지는 독자의 몫이예요. 내가 쓰는 글은 그런 글이에요.”


지찬희는 스스로를 그저 매개체라 여기는 것만 같았다. 그저 어떤 글이 나오고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존재일 뿐 글을 완성하는 것은.


“글의 결말을 완성하는 것은 독자여야만 해요.”


읽는 이들의 해석에 따라 결말이 바뀌며 절대 얕게 읽어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의 글을 쓰는 작은 아이.


박상현은 천재를 만났다.


자신의 생각을 확고히 할 수 있으며 그저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같은 아이의 글에 감동했다.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이 글은 더 많은 사람이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좋은 신인, 기성 작가에게서 작품을 탄생시켜 줘어짜내는 것이 아니라 어린시절 저의 진짜 꿈을 떠올렸다.


‘음, 그래 우리 출판사에 들어오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의 꿈을 가졌던 그 시절이 눈 앞에서 녹아내렸다.


‘좋은 글을, 읽고싶은 글을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하나의 수단이 되고싶어서 이 일을 지원했습니다! 오람출판사에 지원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눈이 부셨다.


글의 미완성도, 백지도, 모든 것이 글을 표현하기 위한 일부라는 것을 아이는 누구보다 잘 표현해냈다. 그 무엇도 알려주지 않았으나 사실은 모두 알려주었다.


상상의 나래와 이야기의 끝매듭. 독자의 머릿속을 물들일 자신의 작품으로 물들여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이어야만 한다.


제가 출판을 해야한다면 이 작품이 아니면······.


아니, 이 작가가 아니면 안 된다.


나이 따위는 간단하게 무시 시킬 수 있는 재능. 그저 문장 하나를 쓸 때에도 독자가 어찌 생각할 지를 알아맞히듯 의도하며 그 의도를 숨긴다.


누가 보면 괴짜라 칭할 것이며 누가 읽으면 무슨 내용이냐며, 이 글의 진가를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내는 결말은 필요하지 않아요. 그런 글을 시시해서 누가 봐요?”


아이의 웃음이 그 나이또래로 보여서 박상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런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며 의문을 던질 수 있으면서도 웃을 때는 또 제 나이또래로 보이는 것이 꽤 귀여웠다.


“지찬희 작가님.”

“뭐예요? 갑자기 징그럽게.”


박상현은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살인자의 정의를 저희 오람출판사가 출간하고 싶습니다.”


어린아이에게 고개를 90도 가까이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박상현은 신경쓰지 않았다.


“아저씨.”

“예!”


지찬희가 부르는 소리에 박상현은 고개를 들며 지찬희와 눈을 마주쳤다. 아이의 얼굴을 보며 박상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 혹시 변태예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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