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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난 왜 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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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8.30 23:40
최근연재일 :
2016.09.12 20:12
연재수 :
4 회
조회수 :
676
추천수 :
2
글자수 :
12,328

작성
16.09.03 14:41
조회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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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되는게뭐야

DUMMY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작가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되었다.


영혼없는 글쓰기, 의욕이 나지않는 나날, 주변의 성화, 없는 댓글.

방을 서성이는 날이 늘어가고, 그런 날들 하나하나가 내겐 고통이였다.


성과없는 시간은 천천히 나를 치고 지나갔다. 지나가는 시간은 내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고, 세포 하나하나를 뜯어갔다.


작가라는 직업을 너무 우습게 봤다. 글쓰는 일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쓰는 소설마다 실패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실패를 반복한다.

비관적인걸까?

아니다.

나는 내 소설에 뭐가 부족한지 몰랐다.

오만한 것이 아니고, 정말 모르겠다.

싸질러 놓은 글을 보며 혼자 만족하는 시간이 반복되고, 어느새 나혼자만 실실 웃음을 쪼개며 즐거워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거울에 비친 나는 망가져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 후줄근한 옷차림, 전체적으로 지저분한 모습, 초췌한 얼굴, 다크서클이 번진 휑한 눈, 기름으로 떡진 피부.


고등생활을 끝마칠 때까지, 나는 안일했다.


'소설을 쓰면서 편하게 살자, 잘되면 좋고 안되면 알바하면서 즐기며 살면 되고'


안일했다. 정말 안일했다.


어느새 나는 소설을 쓰며 '나는 일하고 있다' 라는 착각에 빠지고, 그런식으로 자위를 하며 용케도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리고 그 자위 끝에, 친구와 연락이 끊어진, 집에서 쫓겨나 있는, 폐인처럼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아, 정말 후회스럽다.

차라리 다른 아이들처럼 빌어먹을 어른들이 잘 다져놓은 길을 걸어갈 걸.


지금 보니, 그곳은 천국이였다.

친구들과 술마시며 인생 한탄 하는 그 생활은 천국이였다.

땀흘리고 나서 먹는 꿀과도 같은 달콤함.

그래도 그것은 삶이였다. 야릇한 삶.

이제 나의 꼬라지를 보자.

지금의 난 어떤가?

고교시절, 내가 상상했던 내가 되었는가?

나는 인생에서 탈락했다.


모든 것과 끊어진 지금의 내 생각은 그러했다.


괴로웠다.

내게 글 재주가 없다는 현실이 괴로웠다.

어느새 조그만해진 노트북을 처다보고 있다.

그 안에 펼쳐진 넓은 세상을, 유토피아 되는 마냥 바라보는 일상.


문득, 노트북이 말을 걸어왔다.

'너는 인기도 없는 소설을 왜 그렇게 쓰고 있나'

나는 대답했다.

'자위를 위해서라고'

사실이였다.

조회수1로 세상을 평정할 듯한 나의 소설들은 순전히 나 자신의 위로만을 위해 쓰여졌다.

'나는 일하고 있다, 노는 것이 아니다' 라고 변명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허접한 증거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꾸준하게 소설을 쓰는 나에게 꾸준하게도 조회수1을 적어주는 전자기기들.

차라리 악플이라도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관심은 나를 처참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소설을 조회수1로 끝낸 나는 결심한다.

이때까지 써 왔던 모든 소설을 삭제하고, 계정 탈퇴를 하였다.

자외선과 적외선으로 빛나던 세계를 접고, 주변에 컵라면과 함께 널부러져 있던 플롯들을 주섬주섬 가방에 쑤셔 넣는다.

그리고 그 가방을 든 채로 좁아질 대로 좁아진 집을 나선다.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선 삶에 의미는 없었다.

의미없는 삶을 지속할 바에야, 그냥 자살하련다.

기름진 살은 기름진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옥상문을 열자 겨울의 차가운 냉기가 기름진 살갗을 벗겨내었다.

가방속에 고이 모셔온 플롯들을 불태우려니, 라이터가 잘 켜지질 않았다.


칙ㅡ 칙ㅡ


마치 자살을 다시 한번 고려해보라는 듯, 라이터는 불꽃을 조금씩 조금씩 내뿜었다.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이미 충분히 생각했어"


내 대답을 들은 라이터는 이윽고 힘차게 불을 내뿜었다.

그리고 일으켜진 화염은 차가운 바람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힘차게 플롯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잘가라, 나의 이야기들, 내 인생들, 내 도피처.


거의 조금 남기고 다 태워버린 내 인생들을 하늘로 날려보냈다.

차가운 바람이 남은 소설들을 싣고 떠난다.


이젠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내 삶의 동반자도 떠나버린 지금, 나는 각오가 되어있었다.


난간 위에 섰다.


구름이 부산을 향해 가는 계절.

온 몸을 관통하는 냉기는 나를 더 고독하게 만들었다.

닳아빠질 대로 빠진 티셔츠에, 지저분하며 헐렁한 바지를 입은 나는 옥상 난간의 끝에 섰다.


5층의 높이.

나를 끼워주지 않은 사회의 불꽃들이 저만치에 보였다.

여기서 떨어진다면 확실하게 죽겠지.


한동안 생각에 잠기고, 과거를 충분히 회상한 뒤, 크게 숨을 들이켰다.

온 몸이 떨려왔다.


곧 죽는다.


호흡이 저려온다.

심장이 매섭게 뛰고,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살짝 기울였던 몸은 그대로 활공하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 날아오른다.

상처뿐이였던 이 세계를 떠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만약 고교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뜯어말릴 것이다.

소설 망할 거니까 그냥 평범하게 수험을 치르고 남들처럼 살아달라고.




긴 잠을 잔 기분 이였다.

눈 앞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백색의 공간만이 존재했다.

시야에 들어온다는 느낌이 아니였다.

내 두뇌를 통해 자신이 하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주입시키는 느낌이였다.


"여긴..."


말소리가 나왔다.

그것에 반응하듯 중저음의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리는가?"

"들립니다"

"나는 신이다"

"예?"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가 황당했다. 신이란 정말로 존재했구나.

계속해서 뇌를 침투하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잠자코 듣는다.


"혹시 다시 한번 살아볼 생각이 있느냐?"


이어지는 질문에 망설였다.

다시 한번 산다.

천금 같은 기회 일 것이다.

하지만 다시 산다고 해서 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번 더 기회가 주어져도 나는 사회의 부적응자로 혼자 떨어져 나가 또다시 자살하게 되겠지.

서민을 짜 먹기 위해 철저하게 체계화된 시장자본주의 속에서.


"너에겐 유감스러운 감정이 있어 다시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살아볼 생각이 있느냐"

"혹시 급한 겁니까?"

"급하진 않다"


재촉하는 목소리에 급한 거냐고 묻자 부정하는 신. 그리고 나는 질문했다.


"만약 이전에 살았던 세계와 같다면 거절하겠습니다"


신은 잠깐 고민하는 듯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그동안 백색공간안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둘러보니 말끔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깨끗한 청바지에 티셔츠 위에 걸친 체크무늬 난방.

그리고 아기피부를 간직한 내 두 손을 올려다 보았을 때, 영락없는 내 고교시절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흠...완전히 다른 세계다. 솔직히 말하면 사람들이 서로 싸우지 않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이것저것 만들어보다가 포기하고..."

"..포기하고?"

"포기하고 RPG세계를 만드는 도중에 전쟁이나 분쟁이 일어나지 않길래, 그 세계로 다시 유토피아를 만들어 보려고 시도 중이다"


신의 솔직한 발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얼마만에 터져 나온 웃음인지, 정말 그리운 것이였다.


"풉, 그건 그렇고 어째서 저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시는 겁니까?"


그것이 의문점이였다.

그냥 대충 만들면 될 것 아닌가?

뭣하러 귀찮게 사람을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옮기는 짓을 하겠는가?


작가의말

그러게. 인구가 70억이 넘어가는 시대에 뭐하러 저 인간만 콕 집어서 기회를 다시 준다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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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는게뭐야 16.09.03 126 0 7쪽
2 만만치 않은 세상 16.08.31 127 1 8쪽
1 (프롤로그)꿈을 품다. 16.08.31 299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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