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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인생 님의 서재입니다.

도사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랜덤인생
작품등록일 :
2023.09.05 06:54
최근연재일 :
2024.03.29 20: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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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1
추천수 :
89
글자수 :
356,426

작성
24.03.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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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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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숭산, 소림사(少林寺)

DUMMY

적막이 흐른다.

모여든 하오문도의 수가 물경 오십을 헤아리지만 그 누구도 입을 떼지 못했다.


"후..."


안선이 크게 숨을 내뱉으며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야화 지부장님."


"네? 네네! 말씀하세요."


"좀 씻고 싶은데요."


"아! 알겠습니다. 소월! 도장의 시중을 들어라,"


"...."


소월이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다.


피 칠갑을 한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안선의 얼굴을 바라보니 가슴이 서늘해졌다.

불과 일각 전만해도 농담을 주고 받던 사람이다. 미쳤냐고 막말도 했다.


평소 모습이 너무도 허술하고 한량같아 자꾸 잊고 있는 사실이지만 눈앞에 이 사람은 초절정의 고수다.

거기다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처음 봤지만 사파라고 해도 그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을 만큼 손속이 너무나도 잔인했다.


소월의 눈이 유련에게 향한다. 마지막 일격을 맞은 유련은 숨조차 쉬지 않는 게 보였다.


'저럴 거면 지금까지 왜 그렇게 살려줄 것처럼 다정하게 해준 거지? 설마 서평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실로 잔인하구나...'


"소월, 정신 차려라?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이냐?"


야화의 호통에 소월이 화들짝 정신을 차린다.


"아, 아닙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안선이 소월의 안내를 따라 나가자 야화가 모인 사람들에게 말한다.


"너희들도 봤다시피 서평이 곤륜의 도사를 암살하려 은영단을 움직였다. 저 도사는 분명 내 손님이며 또한 하오문의 손님이다. 이는 철저하게 서평 개인의 생각이었을 거야. 맞지?"


모인 사람들이 멍하니 보다가 화들짝 놀라며 마구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서 잘못 엮이면 목숨을 보존하기 힘들다.


"좋아. 최대한 빨리 이곳을 치우고 시체들은 야밤에 산에 가서 묻어버려. 본단에 보고를 올리고 각 지부장에게 다시 이곳으로 모이라고 전서구를 보내라."


"예! 지부장님"


.


"아! 아파 죽겠네."


욕실로 들어가자마자 안선이 등을 굽히며 앓는 소리를 냈고 소월이 매우 조심스레 묻는다.


"의원을 부를까요?"


"너 왜 그러냐?"


"네?"


"평소 하던 대로 해. 뭘 또 그렇게 다소곳해졌어."


"그게..."


"내 연기 어땠어?"


"연기요?"


"그럼? 진짜인지 알았어?"


"설마...?"


"무슨 설마. 어차피 서평이 내게 유련을 보낸 건 사실이고 또 내버려두고 떠나봐야 유련은 가지 못하는 데다 그놈이 나중에 뒤에서 수작질을 할게 뻔한데."


"그, 그런가요?"


"넌 평소에는 참 영리해 보이는데 왜 이럴 때는 또 바보 같냐?"


"그런데 죽이실 것까지는... 분명 본단에서 이를 좋게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죽이려고 안 했어. 단지 아까처럼 유련만 죽이는 척 빼 오려 했지. 먼저 날 죽이려고 하는데 그럼 죽어줄 수는 없잖아."


"아!"


소월이 상황을 복기했다. 유련을 데려가서 직접 심문하겠다고 말하자마자 난데없이 협공을 한 건 서평이다.

사실 소월도 거기서 바로 공격이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게 사실이지 않은가?


"그럼 유련은 죽은 게 아닌가요?"


"내가 왜 죽여? 빼 오려고 칼까지 맞고 그 고생을 했는데? 맞는 순간 귀식대법을 써서 호흡을 조절하더라고. 또 눈치는 귀신처럼 빨라."


"아! 그런 거였군요. 나는 그것도 모르고... 얼마나 무서웠는데."


소월의 눈에 또다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아까 안선에게 차여 날아갔을 때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뻔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잘못하면 저 도사와 자기가 가까워 위험해 질 수 있는 상황이라 빼준게 분명하다.


"야야! 또 왜 이래. 넌 뭐만 하면 울고 그러냐?"


"진짜 싫어!!"


짝!


"우악! 거기 칼에 베인 곳!!"


* * *


"이제 어쩔 거야?"


"어쩌긴요?"


"일단 본단과 각 지부장에게 전서구는 보냈어. 그들이 모이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거야."


"그건 하오문의 일이고요.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동생이 당사자 중에 한명이잖아."


"무슨 상관이에요. 그냥 이번 일은 서평의 개인적인 문제였고 전 불문에 부칠 거라 하세요. 문파에도 말하지 않을 거라서."


"아! 그래?"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요?"


"이번 일로 곤륜과 하오문이 크게 사이가 틀어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 뭐야."


"잘 처리하셔서 이번 기회에 지역장 한번 해보세요."


"감사할 따름이야. 솔직히 서평이 거기서 난데없이 공격할 줄은 몰랐는데..."


"원래 겁먹은 개가 더 크게 짖는법이라자나요."


"그런 말도 있어?"


"제가 살던 곳에 있던 말이에요."


"그나저나 동생은 어릴 적 어디서 살았어?"


"음... 글쎄요. 사실 신수를 만나기 전 기억이 없어요."


"그래, 알았어. 이제 떠날 거야?"


"원래 목적은 환수, 아니 신수를 찾는 거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서평이 저리되어서 그 은패를 쓰지 못할 수도 있어."


"감수해야죠, 내가 벌인 일인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는 안선을 보며 야화는 감탄했다.


'생각 외로 마음 씀씀이가 깊구나. 귀신이 된 그 여인의 일도 그렇고 은영단의 일도 그렇고.'


왠지 안선이 새롭게 보이는 야화였다.


.



"괜찮아? 어디 크게 아픈데 없어?"


유련은 은밀하게 하오문 비밀 가옥으로 옮겨져 있었고 그곳을 찾은 안선을 본 유련이 누워있다 낑낑대며 일어나려 했다.


"누워있어. 일어날 필요 없어."


"손속에 사정을 두셔서 크게 상한 곳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넌 이제 공식적으로는 죽은 거야. 네 얼굴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테니 활동하는데 크게 지장은 없을거라고 하더라고."


"네."


"그리고 동생이 어디 있는지는 야화누님이 알아보고 있으니 조만간 소식이 올 거야.

그러니 몸조리 잘해, 아무리 조절을 했다해도 그때 네가 죽은 거처럼 보여야 해서 손을 좀 과하게 쓴 건 사실이니까."


"진짜 아무렇지도 않으니 마음 쓰지 마십시오. 그럼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몰라, 찾을 게 있어서 돌아다니긴 하는데 이게 어디 있는지 알아야 말이지."


"그러시군요..."


"그러면 간다."


"저... 저기."


"왜?"


"전 그러면 계속 은영단 인가요?"


"글쎄... 아니지 않을까? 넌 죽은 거로 돼 있으니 정확히 말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잖아."


"그렇다면..."


유련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한다.


"말을 해. 아니 이 동네 여자들은 왜 하나같이 다 말하다 말아?"


"저도 따라가도 될까요?"


"어? 왜?"


"사실 제가 어릴 적에 은영단에 들어와서 혼자 뭘 해본 적이 없어서..."


"흠..."


자유의지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은 자유를 줘도 그게 뭔지 모른다. 누군가의 명령이 없으면 숨 쉬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뭐 난 딱히 상관없으니까 네 마음대로 해. 네 동생에 관한 소식이 들어오면 그때 날 떠나서 동생을 만나러 가도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주군."


"주, 주군?"


"네!"


유련이 정말 기쁜 듯이 답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눈앞이 캄캄했는데 드디어 따를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 아무리 그래도 내가 도사인데 주군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을까?"


"그럼..."


"그냥 도장이라 불러."


"제가 어찌..."


유련은 당황했다. 기억도 가물한 아주 어릴 적 빼고는 누군가와 동등한 위치에 서 본 적이 없다.

5살 때 고아가 되고 20년간 항상 그녀에게 명령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렇기에 자기를 거둬준 사람이 자기의 주인이며 주군이다. 다른 관계가 있다는 거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람의 한계다.


"아니."


안선이 말을 하려하자 소월이 옷을 잡아당긴다. 안선이 소월을 바라보자 코를 찡긋거리면서 고개를 살짝 젓는게 일단 그렇게 하라는 뜻을 표한다.


"후... 알았어. 그건 알아서 하고 일단 쉬고 있어. 몸이 나아야 뭘 할 거 아냐."


"감사합니다."


* * *


"으아아아! 저리가! 저리가아아아아!!! 개 같은 년, 죽여버릴 거야! 꺄아아아아!!"


서은화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손에는 칼을 들고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베고 있었고 저택에 있는 사람들은 서은화의 칼날을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피곤을 못 이겨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면 어김없이 문향의 악령이 나타나 온몸을 쥐어뜯는다.

그 고통이 너무나 현실 같아서 몸부림치다 깨어나면 탁하고 끈적거리는 기운이 머리를 쥐어짜는 듯하다.

숨 쉬고 있는다는 자체가 지옥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삶의 의지를 놓지 못하고 있는 건 돈을 받아 간 놈이 이걸 없애준다고 한 약속 때문이고 그와 별개로 청해성주가 그녀를 위해 백방으로 사람을 알아보고 약을 보내오고 있었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나아지는 게 없고 온갖 유명하다는 의원이 다 왔다가도 고개를 설레절레 저었다.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이유다.

남편인 곡풍은 한번 목을 매려다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온몸이 결박당해 있다.


"곤륜의 도사를 데려와라!! 어서!! 곤륜의 도사를!!!!"


절규가 울려 퍼졌다.


* * *


며칠이 지나 유련의 몸이 거동할 만큼 나아졌다. 하오문 청해 총 지부에서 약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밤낮없이 치료와 간호를 해준 덕분이다.


"벌써 움직여도 괜찮아?"


"충분히 치료받고 또한 쉬었습니다. 마음 쓰지 마십시오."


유련은 고마웠다. 평생 처음 받아보는 따스한 보호다. 지금까지는 임무 중 다치면 스스로 치료해야 했다.


"음... 뭐, 그래."


안선이 야화를 만나서 작별 인사를 하려고 찾아갔고 유련은 옅게 화장을하고 양민 여인이 입는 평범한 복장을 하고 뒤따랐다.

그런데 아무도 못 알아봤다.

서평과 은영단 두 명은 안선의 손에 죽었고 그 당시 야화를 본 사람들이 많았지만 안선의 주먹 한방에 얼굴 반쪽이 떡이된 상태라 멀끔해진 야화를 알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잘 왔어. 안그래도 찾고 있었어."


"이제 가보려고요."


"가기전에 할 말이 있어. 수락하고 안하고는 네 마음이겠지만."


"뭔데요?"


"곡풍의 저택에서 의뢰가 왔어, 너를 찾던데."


"음... 하기사 시간이 좀 지났군."


"대체 어떻길래? 칼부림까지 한다고 하더라고."


"저도 잘 몰라요. 그 원귀의 원한이 얼마나 컸냐에 따라 그들이 받아야 하는 고통은 커질테니까요."


"아무튼 사례는 얼마든지 할테니 제발 한번만 와서 도와달라고 하던데."


"나야 좋죠! 흐흐흐."


"그 웃음... 진짜 악당같아 보이는거 알아?"


"그런가요? 아무튼 거기 들렸다 가죠."


"알았어. 유련의 동생 소식은 들어오는데로 알려줄테니 소월이는 이동 하는 곳에 하오문도에게 이동지를 계속 남겨."


"알겠습니다, 지부장님."


안선은 곡풍의 저택에 가서 저번과 같은 방법으로 하루동안 고통을 없애주고 일천금을 뜯었다.


.


.


"솔직히 악귀가 멀리 있는건 아닌 것 같아요."


"무슨 말?"


"도장이 악귀지 누가 악귀겠어요? 진짜 적이 되면...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치네."


그들이 대로를 걸어가자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본다.

여인들은 여인들대로 남자들은 남자대로 안선과 소월, 그리고 유련을 바라봤다.


"니들 때문에 자꾸 쳐다보잖아."


"내가 진짜 이런말 하기 싫은데 도장 때문인거 같은데요?"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우린 뭐 했나요?"


"음... 암튼 니들 때문이야."


"그리고 왜 자꾸 니들이래요?"


"그럼?"


"유련언니가 도장보다 더 연장자 아닌가요?"


"그런가? 그런데 그게 뭐?"


"뭐가 아니라! 사람이 예의가 있어야지 말이야."


"전 괜찮습니다. 편하신데로 부르세요."


"이봐! 편한데로 부르라잖아."


"아니! 예의상 그렇게 말했다고 해도 그게 아니죠."


"뭐가 아니야? 내가 응? 곤륜의 일대 제자야."


"그거랑 연장자를 공경하는거랑 대체 무슨 상관?"


"너도 기루에서 손님한테 깍듯하잖아? 거기서 나이 따져서 손님한테 야라고 불러?"


"어? 그러네. 아니! 그건 아니죠. 그건 접대고 유련언니는 접대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칼들고 죽이네 살리네 하더니 언제 언니동생 하게됐냐?"


"아! 사람은 자고로 환경이 바뀌면 태도도 바뀌는거 몰라요? 어? 세상 헛살았네."


"그래서 나에 대한 네 태도가 항상 이렇게 엉망인거군."


"아니... 그게 아니고요."


둘이 티격태격 하는걸 보며 한걸음 뒤에서 따르던 유련이 픽 웃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자유다.

지금까지 자신의 위치는 항상 명령을 내리는 사람 주위였고 밥도 주먹밥이나 건량같은걸로 해결했다. 부르면 바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어릴적부터 너무나 오랜동안 이러다보니 그곳이 원래 자기 자리인듯 살았다.

하지만 지금 겪어보니 사람은 원래 이렇게 사는거였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속에 하오문에 대한 분노가 서서히 자라고 있었다.


.


.


마을로 들어건 그들은 마을에서 가장 화려한 객잔으로 들어갔다.


"야! 오늘은 마음껏 시켜."


"정말요?"


"그래 유련이도."


"전 아무거나 잘먹습니다. 드시고 싶은거 주문하세요."


그리 말했지만 유련은 요리에 대해 모른다. 먹어본 적도 없다.


"그럼 또 이 몸이 시켜야지. 어차피 도장도 아무거나 잘 먹잖아요. 그리고 좀 천천히 먹으세요. 개방도가 보면 형님 하겠네."


"쩝..."


"여기 특실 주세요."


"특실은 아무나 들어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소월이 점소이의 귀에 뭐라고 속삭이자 태도가 금방 바뀌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방으로 들어가니 중앙에 커다란 원형 탁자가 놓여져 있고 주위에 붉은 천에 황금색으로 용이 그려져 있는 화려한 방이다.


"일단 제가 쭉 나열하는 음식 중에서 만들 수 있는 것들 다 가져다주세요."


"저희 숙수가 워낙에 솜씨가 좋아서 웬만한 건 다 만듭니다."


"그래요? 그럼, 경장육사, 회과육, 궁보계정, 마파두부, 살랄황과, 어향육사, 향고육체."


안선과 점소이의 표정이 점점 황당해진다. 소월이 시키는 거 반만 시켜도 장정 다섯이서도 다 못 먹을 양이다.


"그리고 술은 검남춘하고 여아홍 중 뭐 있어요?"


"검남춘 있습니다."


"상품으로 주세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일단 주방에 문의해 보겠습니다."


점소이가 신나게 뛰어간 후 안선이 질린 듯 묻는다.


"넌 힘들겠다."


"왜요?"


"시집가기 힘들 거 같아."


"어째서요?"


"차라리 소를 키우지 너는 못키울 것 같아."


"뭐욧!"


"아무튼 아까 점소이한테 뭐라고 한 거야?"


"하오문 암호에요. 여기 주인도 하오문도거든요."


"암호를 막 말해도 돼?"


"알아들으면 맞는거고 아니면 그냥 넘길만한 말이라서 크게 상관없어요."


"오호! 나도 그거 좀 알 수 있을까?"


"아무나 막 알려주면 그게 암호인가요? 네? 생각이란 게 없어."


"하아..."


"음식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테니 나갔다 올게요."


"어딜?"


"여기에 하오문 지부가 있거든요 우리 위치도 알려야 하고 새로운 소식도 받아야 하니까요. 금방 갔다 올테니까 기다려요."


"걱정말고 다녀와."


소월이 나가고 음식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련의 눈이 커진다. 자신 앞으로 나오는 이런 화려한 요리를 생전 처음 보기 때문이다.

얼마나 뚫어지게 바라봤으면 음식에 구멍이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다.


"먼저 먹어."


"아! 아닙니다. 소월님이 오시면 같이 먹겠습니다."


"응? 뭐 마음대로 해. 그럼 나 먼저 먹는다."


안선이 검남춘을 한 잔 따라 마셨다.


"크!! 이거 맛이 좋구만. 역시."


술맛에 감탄하며 음식을 하나 집어 입에 넣고 음미하듯 씹었다.


"오! 이 집 요리 잘하네."


안선이 너무 맛있게 먹자 유련의 몸이 움찔한다.

음식에 대한 욕망을 절제하는 훈련은 몇 년에 걸쳐 받았지만 며칠 치료를 받느라 먹은게 죽 조금밖에 없었고 다쳤던 몸이 회복 중이라 매우 허기가 졌다.

거기다가 음식 냄새도 참기 힘든데 앞에서 안선이 너무 맛있게 먹고 있었다.


하지만 유련이 양 주먹을 꽉 쥔다. 주군의 앞에서 허술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아무리 욕망이 앞서도 20년간 몸에 밴 습관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가 없는 것이다.


안선은 일부러 한 행동이다. 자유의지를 뺏기고 인형처럼 살았던 유련에게 자유를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은형단이란 족쇄에 묶여 벗어나질 못한다.


"내가 너의 주군이라고 했지?"


"예! 주군."


"그럼 먹어, 명령이야."


"명이시라면... 알겠습니다."


그제서야 젓가락을 집어 들고 음식 하나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는다.


"아!"


유련의 눈이 커지고 입에서 탄성이 새어나온다. 왜 지금까지 왜 이 맛을 모르고 살았나 싶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억울했다. 진심으로 억울했다. 이런 삶이 있는데 왜... 하오문은 자신들을 납치해서 이렇게 살게 한 것인가.


안선이 유련을 지긋이 바라본다. 저 기분 알 것 같았다.

자신도 어릴 때 산속에서 그렇게 몇 달간 생나물만 먹다가 스승의 손을 잡고 요리를 먹었을 때 비슷한 기분을 느꼈었다.

그런데 자신은 몇 달이고 유련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벌컥!


순간 문이 열리고 안선과 유련의 눈이 돌아간다.


"어? 소월, 빨리왔네.


"크르르르르르르!"


소월의 입에서 짐승소리가 흘러나오고


스릉!


귀신같이 구겨진 얼굴로 양손에 단검을 뽑아들었다.


"나만 빼고... 둘이서... 먹고 있어? 내가 금방! 갔다! 온다고! 했는데?"


"진정해! 숨 쉬어 숨. 야! 칼은 아니지, 칼 집어넣어라."


"그.. 그그... 아아아."


"그 새를 못 참고 둘이서만... 진짜! 너무! 싫어!!"


"으아악!"

"꺄악!"


.


"돈은 곤륜으로 잘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어요."


"목적지? 그걸 왜 하오문에서 정해?"


"싫으면 뭐 맘대로 하시고요."


"아니야! 미안. 그래 어딘데?"


"숭산."


"숭산에 왜?


"그곳에 소림사가 있습니다, 주군."


"소림사?"


안선의 얼굴이 의문에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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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운월산의 악귀. (1) -수정- 24.03.20 107 1 18쪽
» 숭산, 소림사(少林寺) 24.03.19 95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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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망각 (忘却) 24.03.13 102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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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그걸 어떻게...? +2 24.03.06 114 2 16쪽
25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4.03.05 116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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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참선동. 24.02.29 128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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