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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인생 님의 서재입니다.

도사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랜덤인생
작품등록일 :
2023.09.05 06:54
최근연재일 :
2024.03.29 20: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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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5
추천수 :
89
글자수 :
356,426

작성
24.03.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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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눈에는 눈, 이에는 이.

DUMMY

"청음 (聽音)"


접객청에서 멀찍이 떨어져 돌 위에 앉아있는 안선. 원하는 소리를 골라 크게 들을 수 있는 법술이 발현된다.


안선은 도철이 첩객청으로 들어가고 타 문파 사람들도 들어가는 그때부터 도술을 통해 안의 내용을 다 듣고 있었다.


"쯥! 뻔히 보이는 도발이네. 그런데 저거에 또 말려든다고?"


상대는 도철을 도발하고 있었다. 그 누가봐도 그렇다. 헌데 도철의 기가 마구 흔들렸다. 평정심을 잃었다는 소리.


"저딴 걸로 저렇게 화를 내다니. 아침마다 경문을 읊고 수양을 한다더니 다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모르겠네."


하지만 듣고보니 점점 점입가경이다. 도발의 수위가 도를 넘고 있었다.


"작정하고 왔군. 저기서 도철사형이 손을 쓰기를 바라는 건데..."


아니나 다를까 이성을 잃은 도철의 기가 마구 날뛰더니 그대로 공격을 시작했다.


"얼씨구, 일 났네."


접객청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기물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쾅!


잠시 후 접객청 문이 터져나가며 두 명이 튕기듯 날아와 바닥에 굴렀다.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의복. 바로 곤륜의 제자가 입는 그 도복이다.


"크윽!"


도철과 도운이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가슴을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졌고


"허! 우리를 먼저 공격하다니 이건 싸우자는 말이렸다?"


뒤이어 접객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네, 네놈들! 네놈들이 먼저!!"


"우리가 먼저? 도철 도장께서 결정 권한이 없다고 하길래 그럼 장문께 고해달라고 한 게 뭐 그리 큰 잘못이란 말이오?"


"감히 곤륜의 주인을 자처하지 않았느냐!"


"우리가? 언제?"


청성의 속가 파검문 문주 사익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들었소. 당신들이 곤륜의 욕보이지 않았소이까."


도운또한 같이 항변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언제?"


도철과 도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뎅뎅뎅!


적의 침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고 사람들이 뛰쳐 나온다. 장문인 법량도 장로들과 함께 서둘러 나왔다.


"이게 무슨일이냐!!"


법량이 크게 노호성을 지르자 사익이 움찔한다.


알려진 바로는 법량은 절정의 극에 달한 고수다. 여기서 그를 제압할 수 있는건 당문의 당풍밖에 없다.


사익은 잠시 겁을 집어먹었지만 금방 여유를 되찾는다. 뒤에는 무려 3개의 대 문파와 한개의 세가가 있다.


무슨일이 생기면 그날로 곤륜은 끝이니 경거망동 하지는 못할것이란 믿음이다.


"장문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무슨 일이냐 물었다."


"도철 도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우리를 갑자기 공격했소이다. 아 물론 우리 요구가 조금 과할 수도 있지만 말로 풀고 협상을 하면 될 문제인데 이리 갑자기 공격하다니 잘못했으면 크게 다칠 뻔 했소."


"갑자기 공격을 해?"


"그렇소. 천지신명께 맹세하니 이는 진실이오."


법량이 쓰러져 있는 도철을 바라본다. 도철과 함께 한지도 어언 30년이 다되간다. 절대 경솔하게 상대를 공격할 사람이 아니다.


그럼 저쪽에서 도철이 먼저 출수를 할 상황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허나 먼저 공격한건 변하지 않는 상황이다.


'내 실수구나. 도철이면 충분할거라 여겼거늘... 저들이 작정하고 온 모양이구나.'


"장문! 아닙니다. 제가 먼저 출수한건 맞으나 저들이 감히 곤륜의 주인을 자처하며 저희를 하인 취급했습니다.."


"뭐야!"


도율원주 법륜이 크게 노하여 소리를 지른다.


"저 말이 맞으냐?"


"맞으냐는 하대 아니오? 아무리 그대가 곤륜의 장로라 할지라도 서로 예의는 지켜야 함을 모르시오?"


"저 말이 맞냐 물었다."


재경각주 법종또한 전면에 나선다.


"아니오. 그 단어가 들어갔다는건 인정하나 그 뜻이 아니었소. 흥분한 도철 도장께서 뜻을 곡해하여 듣고 먼저 손을 쓴 거요."


"뭐라 했길래?"


"다 망해가던 곤륜, 숫가락 뜰수 있게 만들어놨더니 주인의 밥그릇을 탐하니 처맞아도 싸다. 이랬지 아마?"


난데없는 목소리, 모두의 시신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돌아간다. 그곳에 젊은 청년이 다가오며 도철 대신 말을 한다.


"거짓이다. 언제 맞아도 싸다 그랬느냐? 단지 좋은 소리 듣기를 바라냐라고 물었을 뿐이다."


"아! 인정은 하는거네?"


사익의 얼굴에 낭패가 어린다. 순간적으로 휘말린 것이다.


"넌 누구냐?"


"나? 대 곤륜의 일대 제자 도백이라고 해."


"해? 아무리 곤륜의 일대 제자라지만 무림의 배분이 있거늘 하대를 하다니!"


"아! 그래서 당신은 곤륜의 장문에게 평대를 하셨고? 어딜봐도 같은 배분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혹시 반로환동이라도 한 노물인가?"


"이... 미친놈이. 그리고 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어디서 지어내려 하느냐!"


사익이 다시 발뺌한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흘러가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그래? 너희와 상의도 없이 곤륜이 속가를 낸건 뭐, 어쩔 수 없이 인정해 주겠으나 상권은 건들지 말라고도 했지?"


"그..."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볼가? 저기계신 비구께서 설룡차 타는 방법과 재료를 물어보기도 했고."


안선의 시선을 받은 수비사태가 움찔한다. 같이 오긴 했으니 사익이나 수개량의 대처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저놈이 어찌 저것을 다 들었는가...'


"더 말해줘?"


"네놈이 염탐을 한 것이냐?"


"염탐? 여기가 어디지?""


"..........."


"곤륜에서 곤륜의 제자가 거닐다 들었을 뿐인데 염탐? 대체 머리가 얼마나 나쁘면 저런 말을 할 수 있는거지?"


명백한 도발이다. 아까 사익이 한 도발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었다.


"이봐, 이름이 사익이라고 했나? 꼴같지도 않은 속가 문주 주제에 지금 구파라는 자리에 있는 곤륜의 일대 제자에게 네놈?"


사익은 어이가 없었다. 일대제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젊다. 아니 어찌보면 어리다.


사실 구파의 장로 정도면 자신에게 평대가 아니라 하대를 하더라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일대 제자만 돼도 사실상 자신보다 윗급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자신의 뒤에는 청성이 있다.


"장문! 바라만 보고 계실겁니까? 저희가 아무리 속가라고는 하나 이리 대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여기계신 당풍대협한테까지 이러시면 안되지요."


사익이 은근슬쩍 당풍을 물고 들어간다. 아까 도철이 공격할때 손을 쓴 것도 당풍이다.


초절정의 경지. 여기서 당풍을 어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풍의 아미가 찌푸려진다.


자신은 당가주 당평의 동생이자 당문의 귀문대 대주를 맡고 있다. 가주의 명만 아니었다면 자신이 직접 올 일도 없는데 와서 하는 꼴을 보니 가관이다.


도철이 손을 썼을때 도와주긴 했으나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하지만 가주의 명령은 절대적, 결국 그가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건 없다.


당풍은 가주의 명령을 떠올렸다.


"당평."


"예, 가주.


"청성과 아미의 속가와 같이 가서 그들을 도와라. 공동 또한 함께한다고 하더군."


"공동까지요? 어찌 도우란 말씀이십니까?"


"별거 없다. 그쪽에서 일은 벌일 테니 혹시 손을 쓸 일이 있다면 그냥 한손 거들면 된다."


"어디로 갑니까?"


"곤륜."


"곤륜은 이미 이빨 빠진 호랑입니다. 아니 호랑이도 아니라 이제는 고양이 아닙니까? 청성과 아미, 공동파라면 충분할 텐데 왜 굳이 저까지...?


"청성에서 요청했다. 아미도 받아들이긴 했으니 우리도 성의는 보여야지. 같은 구파로써 정면에 나서려면 그림이 안그려지겠지. 그래도 청성에서 우리에게 많은 걸 주지 않느냐. 사천 땅에 같이 사는데 이웃으로써 돕고 살아야지."


"흠..."


"가주의 명이다. 행하라."


"예! 가주."


.


.


사실 자세한 사정도 모르고 왔다. 그냥 가라길래 왔고 손을 쓰면 도우라길래 왔다. 허나 진행되는 상황을 보니 아예 싸우려 작정하고 온 거다.


사익이나 수개량, 수비 사태는 기껏 해봐야 절정의 중급 경지. 싸움이 커지면 이들로서는 안 된다.


'호위 역할이었군. 곤륜이 발을 뻗지 못하게 가두려 함이구나.'


입맛이 썼다. 청성, 공동, 아미의 본산이 나서지 않았는데 왜 당문은 이렇게 나서야 하는가.


하지만 그가 주도하는 상황이 아니다.


'결국 저들을 앞세워 가장 큰 걸 얻어내려 하는구나.'


와서 병풍만 서 줘도 가장 큰걸 얻어 낼 수 있으니 당가로써는 꽤나 남는 장사다.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죠?"


젊은 목소리가 귀에 찔러 들어와 그의 생각을 방해하자 당풍이 상념에서 빠져나와 앞을 본다.


"어쩌라니?"


"아니, 뭘 원하는 게 있으니 몰려와서 이런 사태를 만든게 아닌가요?"


사익과 수개량, 수비사태와 당풍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은근슬쩍 자신들이 이 사태를 만든걸로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이대로 두어도 되겠습니까?"


법청이 법량에게 묻는다.


"그냥 두어라."


"도백의 재주가 실로 비범한건 알고 있지만 저렇게 하다가 잘못하면..."


"일단 두고 보아라. 저들은 작정하고 왔다. 아마 원하는 걸 얻어가기 전에는 물러나지 않을 거다."


"흠..."


안선이 다시 묻는다.


"꿀을 먹었나, 벙어리가 되셨네? 그래서 뭘 원하냐고."


말이 더 삐딱해진다. 안선은 지금 이 상황이 매우 불편하고 배알이 꼴렸다. 힘을 가진 자가 약한 자를 핍박하고 그들의 피를 빨아먹는 이 상황.


돈과 권력에 집착한 인간군상의 가장 밑바닥 모습. 이런 인간들 때문에 가문과 부모님이 그렇게 스러지고 누이 안설과 자신은 말하지도 못할 고통을 겪었다.


웃고 있지만 마음속에 또다시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문파의 법도가 엉망이로군. 그때 이후에 곤륜이 잃은 건 무공뿐만이 아니라 법도도 같이 잃었나 봅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사익이 다시 도발을 한다. 그 조롱에 가까운 언사를 들은 곤륜 모든 제자의 얼굴이 험악해진다. 장문의 명만 있다면 당장 달려 나갈 태세다.


하지만 법량은 표정 없이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원하는 걸 말하랬더니 왜 자꾸 개소리만 짖어대고 있지? 주인이 교육을 잘못시켰네."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사익이 크게 소리쳤다. 도저히 넘길 수 없는 모욕이다. 아무리 속가라고 하나 일 문의 문주이자 연배로 봐도 아버지뻘인 자신에게 개라니.


"아! 아니었어? 그런데 난 왜 알아들을 수가 없을까?"


도가 넘는 조롱. 사익의 이빨이 빠득 갈리며 살심이 돋는다.


"곤륜의 일대 제자라는 것을 믿고 이러나 본데 오늘 무림의 선배로써 그 예를 가르쳐 주겠다."


그 말을 들은 안선이 빙글빙글 웃는다.


"그 예의와 법도 찾다가 혀가 뽑혀 죽은 놈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아 죽인 건 내가 아니지 참."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


사익이 검을 뽑아 들고 부운약표(浮雲躍飄) 의 신법을 밟아 신학검(神鶴劍)의 초식을 전개했다.


성격이 급하고 남과 비교하길 좋아하며 다른사람이 잘되는걸 시기질투하는 성격으로 인해 청성과 맞지 않았던 사익은 청성의 이대 제자에서 하산하여 속가를 세웠다.


나름 청성무학으로 일가를 이룬 만큼 그 무위가 결코 낮지 않지만 타고난 성격탓에 무공의 정수에 이르지 못하여 결국 절정 초입에서 멈춰있었다.


하지만 절정 초입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경지다. 눈앞에 있는 저 약관의 도사는 엄두도 내지 못할 그런 경지.


사익의 검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나 안선은 제자리에 그냥 서 있는다.


'일대 제자라길래 제법 한 수는 갖추고 저리 날뛴다 생각했거늘 이제 보니 어린애였군.'


사익이 속으로 코웃음을 친다.


무공이랑 곧 세월. 드물게 세월을 무시하는 괴물 같은 천재들이 나오긴 하나 지금 곤륜에는 그런 재능있는 사람들이 없다.


오죽했으면 곤륜의 장문과 장로조차 자신과 같은 절정의 경지겠는가?


"내 오늘 곤륜의 존장들이 가르치지 못한 예절에 대하여 가르침을 내리겠노라!"


사익이 호기롭게 외치며 안선의 오른팔을 향해 검을 그었다.


아무리 고양이처럼 변했다고 해도 곤륜은 곤륜. 아직 구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일대 제자를 죽으면 진짜 문제가 생긴다.


'허나 팔 하나쯤은 괜찮겠지.'


사익이 나름 계산을 마치고 안선의 오른팔을 잘라버리려 검에 내공을 밀어 넣자 검에 붉은색의 검기가 맺힌다.


"저, 저런!"


곤륜의 장로들이 매우 놀란다. 들은 말로는 도백이 곤륜제일검 무공각주 법수와 초식을 나눌만큼 강하다고 듣긴 했으나 지금은 별 반응도 못 하고 있다.


그런데 사익의 검에 검기까지 맺히는 게 보였다. 명백하게 치명적인 살초.


그 순간.


태엥!


"컥!"


검과 부채가 충돌했는데 정련된 검이 퉁겨져 나간다. 안선은 검을 막는게 아닌 말 그대로 후려쳐 버렸고 사익은 달려들던 그 속도 그대로 다섯걸음 이상 밀려났다.


사람들의 얼굴에 황당함이 올라왔다. 몇명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안선이 무기를 뽑는걸 보지 못했다.


게다가 무기를 뽑았다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부채다. 그것도 철선(鐵扇)이 아닌 평범한 목선(木扇).


그런데 무슨 쇠끼리 부딛치는 소리가 났다. 가느다란 나무와 종이로 만들었으니 신병이기는 아니다.


조화경의 고수는 풀잎만 쥐어도 그게 검이라더니 눈앞에 저 젊은 도사는 평범한 목선으로 절정 무사의 검을 감당할만한 고수라는 말이다.


사익이 잠시 멍해져 있는데 안선의 신형이 눈앞에서 획 사라졌다.


"헉!"


"내가 말했지? 법도 따지다 혀가 뽑힌 놈이 하나 있다고. 아무리 봐도 너도 그 혀가 문제야."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사익의 뒷덜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바로 눈앞에서 움직임을 놓쳤다.


"히익!"


대경실색한 사익이 반바퀴 돌며 급풍십삼자(急風十三刺)의 초식을 전개해 안선의 목을 베어들어갔다.


터엉!


우득.


처음보다 더 큰 충돌소리. 안선이 다시 한번 검이 후려치자 사익의 팔목에서 뭔가 어그러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사익은 절정의 경지를 이룩한 고수다. 그런데 공방을 나누는게 아닌, 말 그대로 그냥 후려쳐버린다. 어른이 아이와 검을 겨루는 듯한 모습.

얼마만큼의 실력차이가 있으면 이리 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고 초식을 연계하고 싶었지만 검이 퉁겨나가다보니 잡고 있는게 고작이다.


'저런 체격으로 이 무슨 힘이... 외공을 연마한 것도 아닐텐데.'


"이제는 곤륜파 내에서 곤륜의 일대 제자인 나를 죽이려고 하네?"


"이 무슨 사술이냐!!"


사익이 크게 소리치며 검을 양손으로 잡고 휘둘렀고


챙강! 와드득!


"크헉!"


사익의 검이 부러져 나가며 팔목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사술? 아하, 네놈들은 꼭 그러더라. 자기 수준에서 이해 못하는게 보이면 사술 취급하는 거. 자기가 약한 건 생각도 안 하고."


"네, 네 이놈!"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


안선이 한 걸음씩 걸어가자 사익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친다.


"상대 목숨을 해하려 하는 자, 자기 목숨도 걸어야 한다고."


"오, 오지마..."


"나보고 예의를 가르치겠다고 했나?"


사익의 눈에 공포가 차오른다. 처음에 보였던 가벼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태산 같은 무거움이 느껴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게 바로 내 예의다."


"자, 장문! 멈춰주시오!! 장문!"


"넌 세 가지 죄를 저질렀다. 첫째, 곤륜에서 감히 장문을 오라 가라 한 죄."


"장문!!!"


"둘째, 곤륜을 하인 취급하며 그 위에 올라서려 한 죄."


"당풍대협, 이자를!! 어서!!"


사익이 주위를 마구 살피며 구원을 요청했지만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셋째, 나를 죽이려 한 죄."


이쪽에서 먼저 곤륜을 모욕했다. 그것도 주인이란 말까지 써가면서.

거기다 곤륜파 경내에서 일대 제자에게 검을 뽑은 것도 그다. 팔을 자르려 했으며 종국에는 목을 찔러 죽이려고 까지 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곤륜이 무슨 마교도 아니고 끼어들 만한 명분이 없었다.


"으아아아! 미안하오, 내가 잘못했소. 용서해주시오."


"오늘 너에게 그 죄를 묻겠다."


안선의 천령선이 빛으로 변해 퍼져나가고


퍼퍼퍼퍼퍼퍼퍼퍼퍽!


한 달 전 양원에게 처음 펼쳐졌던 분광천풍이 이번에 사익에게 펼쳐졌다.


한 달 동안 거칠었던 초식이 정밀해졌고 완숙함이 경지에 이르자 천령선에 실리는 힘이 더욱 강해진 것이다.


쌍자술 거력의 힘이 안선에게 내려앉았고 쾌속의 빠름이 더해졌다.


꽈득, 와드득!, 우드드득!


"끄아아아아아!"


어깨와 팔 늑골 등에서 뼈가 부서져 나가는 소리가 살벌하게 들리며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익이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친다.


사익을 복날 개 패듯이 패던 안선이 발도의 자세를 취한다. 섬광일검이다.


핏!


소리 없는 한 줄기 빛이 횡으로 그어지고


와득!


사익의 턱이 부서지며 입이 헤벌어졌다.


"내가 말했지? 법도, 예의 운운하다 혀가 뽑힌 놈이 있다고."


안선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왼손으로 사익의 목을 잡고 오른손으로 혀를 잡았다.


"으아아아아아아!"


사익이 몸부림쳤으나 우악스럽게 틀어쥔 안선의 손을 벗어 날 수 없었다. 양 팔은 부러져서 들리지도 않는다.


사익의 마음이 죽음의 공포에 잠식당하고 입에서 게거품이 올라온다.


안선이 사익의 혀를 뽑으려는 순간.


"거기까지."


이번에는 안선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뒤돌아보지 않았어도 느껴진다. 이 중에 가장 강한 기를 가지고 있던 사람. 당풍이라 불리는 그자.


기의 크기로만 보면 초절정에 오른 장문 법량보다 윗줄의 고수다.


"못하겠다면요?"


"그럼 내 검을 견식하게 되겠지"


"체면은 버린 건가요?"


"나름 이쪽도 사정이 있다 보니."


나이가 크게 차이 나는 두 사람. 어찌 보면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같다.


사실 당풍 정도 되면 약관에 불과한 안선에게 검을 뽑는다는 거 자체가 수치다.


하지만 자신의 체면보다 당가주의 명령을 이행하는게 우선이다. 끼어들 틈을 놓쳐 저렇게 까지 됐지만 이 이상 손을 놓고 있는건 안되는 상황.


"후..."


당풍까지 나서자 법량도 나섰다.


"도백은 그만하도록 해라."


"예! 장문."


안선이 움켜쥔 사익의 목을 풀자 그가 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린다. 죽음의 공포에 빠진 사익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턱이 깨져서 말 대신 괴성이 흘러나온다.


'평생 밥한술 제대로 못먹겠군.'


곤륜 제자들의 얼굴에 기쁨이 어린다. 한량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무시했는데 저토록이나 고강한 고수였다니.


이와중에 이대 제자중 세명, 양원과 양선 그리고 양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저런 고수인 것도 모르고 감히 그때 그렇게 도발을 했다니, 앞으로 얼굴을 어찌 봐야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안선이 당풍을 똑바로 쳐다보며 묻는다.


"다시 묻지요, 곤륜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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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어이 거기. 24.02.25 128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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