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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재(妙才) 님의 서재입니다.

색공학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묘재(妙才)
작품등록일 :
2013.07.25 00:44
최근연재일 :
2013.10.10 17:0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5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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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8
글자수 :
49,506

작성
13.10.01 16:01
조회
2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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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
글자
7쪽

색공학자 - 3장, 운명 (2)

DUMMY

+++


토요일이라 그런지 청량리역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리를 이룬 사람들은 다들 들떠 보였다.

김도진은 그들 틈에서 혼자 기차표를 끊었다.

신입생들, 동기들과 함께 떠났던 곳으로 혼자 가려니 우울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다.

황금 같은 주말을 이용해 색공의 근원을 탐구해야 한다.

적어도 어떤 이유로 자신이 색공을 얻게 됐는지는 알아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털썩.

자리에 앉은 김도진은 창밖을 바라보며 복잡한 마음을 다스렸다.

기차 안의 시끌벅적함도 그의 상념을 깨지 못했다.

엠티 때 사고를 친 후로 한 달. 그리고 어젯밤의 폭주까지. 김도진의 머릿속은 어느 때보다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능을 칠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던 것 같다.

먼 옛날, 고구려의 담상군이 익혔던 색도천문공.

무협지에나 등장할 일이 현실이 되어 자신의 몸 안에 뿌리를 내렸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끝까지 현실을 부정하거나 계속된 폭주로 미쳐버렸을지 모른다.

그나마 김도진은 굉장히 이성적으로 대처를 하는 편이었다.

철커덩- 철커덩!

기차가 철길을 달리며 제법 요란하게 흔들거렸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한 김도진은 시끄럽고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묘한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어딘지 모르게 이전과 조금 달라 보였다.

남들은 평생 겪지 못할 이상한 사건의 주인공이 됐음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밤새 나름의 폭주를 했지만 체력적으로 멀쩡한 것 같았다. 눈 밑의 다크 서클을 제외하면 평소보다 더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의 몸에 스며든 색공의 기운이 벌써부터 김도진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 내리실 역은…….”

창밖을 바라보던 김도진은 기차에서 울리는 안내 멘트를 듣고 주위를 살폈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기차가 멈추자 여행이나 엠티를 떠나온 무리들이 우르르 내렸다.

혼자 내리는 김도진이 튀어 보일 정도였다.

목적지가 엠티촌으로 유명한 곳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쓸쓸하게 내린 김도진은 망설이지 않고 엠티 때 묵었던 펜션을 찾아갔다.

“택시, 택시!”

역 앞에는 여러 대의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김도진은 택시 한 대를 잡아타고 펜션 이름을 말했다. 아침 일찍 출발했기에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학생, 거길 혼자 간다고?”

“네. 일이 좀 있어서요.”

“아, 그래?”

택시 기사는 엠티촌인 펜션에 혼자 가는 김도진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더 이상 귀찮은 질문을 던지지 않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

부르릉-

펜션들이 늘어선 길을 달려간 택시가 익숙한 건물 앞에 멈춰섰다.

김도진은 말없이 택시비를 지불하고 차에서 내렸다.

“여기서부터 모든 게…… 꼬여버렸지.”

그는 텅 빈 펜션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김도진은 엠티 때 일을 곱씹으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었다.

이왕 벌어진 일의 전후사정을 알아내서 잘 대처하기 위해 직접 달려온 것이다.

‘한 번 가보자.’

심호흡을 한 김도진이 발걸음을 옮겼다.

펜션을 등지고 자신이 술에 취해 움직였던 방향으로 걸어가려는 것이다.

그날 자신을 발견했던 동기는 그 계곡이 이름 모를 연못 근처에 있다고 말했다.

우선 동기가 말해준 방향을 찾아서 계곡을 확인한 뒤 연못까지 가볼 작정이었다.

저벅저벅.

그날 밤의 기억을 되살리며 걸어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김도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루만에 부쩍 강해진 체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음기를 제때 흡수하지 않아 폭주라는 부작용이 뒤따랐지만, 어쨌든 색공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후우- 후-!”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걸어간 그는 여러 갈래의 길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방향을 틀었다.

그날 밤에는 더 멀리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다른 방향으로 접어들었던 것이다.

지금은 사고가 난 계곡을 찾아 가는 것이니 여기서 방향을 바꾸면 된다.

“내가 진짜 멀리오긴 멀리 왔었구나. 그 새벽에…… 술이 무섭긴 무서워.”

김도진은 자신의 발자취를 답습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렇게 긴 거리를 밤새 걸었다고 생각하니 헛웃음만 나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고가 난 게 당연한 일이었다.

펜션들이 모여 있는 곳을 제외하면 인적이 드문 야생지대였기 때문이다.

처억.

한참을 더 걸어간 김도진이 걸음을 멈췄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며 길 옆의 경사면을 찾았다.

“이쯤인 것 같은데?”

발을 헛디뎌 굴러 떨어진 곳이 이 부근인 것 같았다.

김도진은 눈을 치켜뜨고 사방을 살펴보며 그날의 느낌을 기억해냈다.

부스럭-

나뭇가지를 밀어내고 길 아래쪽을 확인하니 가파른 언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래로는 수심이 얕은 계곡이 흐르는 게 보였다.

바로 여기가 김도진의 인생을 꼬여버리게 만든 악몽의 계곡이었다.

타닷, 타다닷!

김도진은 겁도 없이 경사면을 내려갔다.

정신을 바짝 차리면 넘어지지 않고 계곡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드득!

자갈을 밟고 나뭇가지를 잡으며 내려가자 드디어 아래쪽에 다다랐다.

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계곡을 쳐다봤다.

흐르는 듯 마는 듯 얕은 물줄기가 어디론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이 확실했다.

김도진은 눈을 반짝이며 계곡으로 다가갔다.

어차피 사람이 없는 곳이기에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허리를 숙인 그는 바닥을 적시며 흐르는 물줄기에 입을 가져갔다.

‘어?’

계곡물을 마신 김도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때는 분명 이상할 정도로 물맛이 달콤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통의 물처럼 시원하기만 할 뿐, 단 맛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물을 마신 건데 왜 맛이 다른 것일까.

몸을 일으킨 김도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단서를 찾긴 힘들어 보였다.

결국 처음 생각했던 대로 계곡물이 내려오는 연못까지 가봐야 할 것 같았다.

‘물길을 따라 그대로 올라가면 연못이 나온다고 했었지.’

김도진은 계곡의 근원을 따라 끝까지 가보려는 듯 힘차게 발을 뗐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물러날 순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연못까진 가보고 난 뒤에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계곡까지 오는데 한참 걸려서 그렇지 여기서 연못까진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길을 헤맬 걱정도 없다.

물줄기를 따라서 거꾸로 올라가면 되기 때문이다.

김도진의 눈에서 승부욕이 일렁거렸다.

과연 무엇이 자신에게 색공이라는 올가미를 던졌는지 알아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저벅저벅.

그의 발소리가 인적 없는 길을 채웠다.

김도진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오르막을 지나 연못이 있을만한 곳까지 나아갔다.

조금 움직이자 그가 찾던 지형이 눈에 들어왔다.

계곡의 상류는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연결 됐고, 산 중턱에 적당한 크기의 연못이 있었다.

울창한 나무 사이에 숨겨진 연못은 초록빛을 받아 신비로운 빛을 발했다.

김도진은 뭔가에 홀린 듯 연못 가까이 다가갔다.


작가의말

책으로 따지면 아직 4분의 1도 안 되는 시작 지점입니다.

모태솔로 공대생 김도진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 기대하며 지켜봐 주십시오.

여러분의 관심, 늘 감사드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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