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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peaceUGJ 님의 서재입니다.

그 냄새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완결

worldpeace
작품등록일 :
2019.01.07 17:55
최근연재일 :
2019.02.22 11:23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779
추천수 :
15
글자수 :
101,873

작성
19.02.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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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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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09. 에필로그

DUMMY

혼자 자취를 하며 힘겨운 생활을 해 왔다. 대학 1학년 때 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학업을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다. 가깝게 지내던 친인척도 없고 알고 있는 지인도 없었다. 지금 당장 먹고 사는 일부터 걱정 해야 했다. 조그마한 회사에 어렵사리 경리로 취직했다. 인문계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무 경험이나 경력도 없는 어린 여자아이를 섣불리 써 주는 회사는 없었다. 열심히 배우면서 성실하게 일하겠다며 몇 번이나 머리를 숙여 겨우 취직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일만 하며 많은 나날을 보냈다. 월급이 작아도 회사 집만 오가며 알뜰하게 살아간 탓에 돈이 모자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넉넉하진 않지만 궁핍하지도 않았다. 회사 생활도 잘 적응해 나가 선임이 퇴사 했어도 아무 문제 없이 관련 업무도 척척 잘 해 나갔다.

그렇게 2년의 세월이 흐르고 힘들게 살아온 삶과 회사 생활에 무료함이 느껴졌다. 남들에 비해 나 자신이 한 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힘 없이 퇴근 하는 길에 직장인 국비 지원 학원 광고를 보고 발을 멈추고 한참을 쳐다 보게 됐다. 그때는 어떤 생각 이였는지 다른 날과 다르게 광고에 이끌렸다. 수 많은 날을 출퇴근 하면서 봐 왔던 광고였지만 그 날은 평소와 다른 광고로 느껴졌다. 내 다른 삶을 시작해야겠다는 시기가 그때였다. 그렇게 다음날 바로 학원 등록을 마치고 야간에 편집디자인 과정을 수강했다.


작은 디자인 회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회사가 작다 보니 전단지부터 브로셔, 카탈로그 등 어느 것 구분 없이 디자인 업무를 보게 됐다. 야근도 잦고 피곤 할 때도 많았지만 재미는 있었다. 내가 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고 즐겼다. 더 나아가 남는 시간 틈틈이 편집디자인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더 큰 꿈을 쫓아 노력하고 도전했다. 그리고 중견 출판사에 편집디자이너로 이직하게 되었다. 물론 일은 고되고 힘들다. 하지만 일을 즐기고 내 일에 보람을 느낀다. 삶 또한 밝게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늦은 시간 야근을 하고 퇴근하는 길이다. 며칠째 계속되는 야근에 퇴근길 발걸음이 무겁다. 이번에 이직한 출판사가 대학가 쪽에 있어서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집을 알아 보다 이 동네로 오게 됐다. 버스 노선도 있고 지하철도 있어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회사까지 30분이면 도착한다. 이만한 동네가 없다고 생각했다.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 돼 빈집이 많고 그에 따라 근린 시설이 주변에 없지만 생활 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다. 자취하는 직장인에게 집은 잠만 자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언제 재개발 될지 미정이라 그때까지 저렴하게 있을 수 있어 이 동네에 방을 구했다.


버스에서 내려 시간을 확인하니 12시가 가까워 지고 있다. 야근을 하고 늦게 퇴근 하는 날에는 지하철 보다 버스를 이용한다. 밤 늦은 시간에는 차도 안 막히고 이용하는 승객도 많지 않아 빠르게 도착 할 수 있다. 오늘도 평소보다 10여분 일찍 도착했다. 어두운 거리에 편의점에서 나오는 불빛만 환하다. 편의점 앞을 지나 오른쪽 골목으로 접어 든다. 달빛 마저 구름에 가려져 있어 더욱 어둡다. 드문드문 가로등이 켜져 있지만 음산한 분위기를 밝혀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거리에 사람도 없고 낡은 집에 빈 집이 많아 공포스럽기 까지 하다. 야근을 하고 늦게 퇴근 하는 날이면 주의를 기울이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회사하고 가깝고 월세가 싸서 좋긴 하지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문제가 바로 방범이다. 특히 이렇게 늦은 시간에 퇴근 하는 날이면 긴장을 바짝 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빠르게 걷는다.

지금은 이사한지 두 달 정도 지나서 이 거리에 어느 정도 적응해 가고 있다. 처음 이 골목을 지날 때 보다 지금은 긴장감이 많이 떨어 졌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서 그런지 지금까지 불량스러운 사람이나 험악한 사람과 마주 친 적은 없었다. 오늘은 몸도 피곤해 경계와 긴장감이 많이 풀려 있다. 이대로 집에 가서 바로 뻗어 버리고 싶은 생각뿐이다. 마지막 가로등 불빛을 뒤로 하고 점점 어두워 지는 거리를 걸어 가고 있다. 이제 저 앞에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 가면 집에 들어가 피곤한 몸을 쉴 수가 있다. 가로등 불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오른쪽 좁은 골목으로 접어 들려는 순간 누군가 어깨를 잡아 채는 것을 느꼈다. 어깨를 잡고 돌리는 힘에 나도 모르게 몸이 돌아 갔다. 큰손에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놀랄 겨를도 없이 몸이 획 돌아가 한 남자와 마주쳤다. 어두운 데다 모자를 눌러 써 얼굴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키가 크고 덩치도 커 골목을 다 막고 서 있는 듯 하다. 피가 꺼꾸로 흐르는 듯 하고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너무 놀라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있다가 어떤 상황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고함보다 헉 소리가 먼저 나왔다. 복부에 심한 고통을 느끼며 바닥에 쓰려 졌다. 배를 부여 잡고 무슨 소리라도 내 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다. 고통에 뒹굴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의 기척이 느껴 졌다. 누군가 날 도와 줬으면 했지만 한 패거리인 듯 한다. 누군가 다가와 머리채를 잡고 머리를 들어 올린다. 아까 그 남자다. 누런 이를 드러내고 야비한 미소를 짓고 있다. 힘겹게 입을 열어 겨우 한마디 내 뱉어 본다.

“살려···.주···.”

힘들게 겨우 말을 이어가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손이 빠르게 얼굴에 와 닿는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정신을 잊고 만다.

차가운 바닥이 느껴진다. 정신은 들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전신이 마비가 된 듯한 느낌이다. 아무 감각도 없고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다. 눈을 떠 보려 하지만 눈꺼풀 마저 움직이기 쉽지 않다. 볼 수는 없지만 메마르고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살려···.. 주세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겨우 입을 열어 입술의 움직임 없이 기운 없는 말을 뱉어 낸다.

“누가 죽인데. 조용히 가만히만 있으면 돼.”

“아니 일 빨리 끝내고 갈께. 하하.”

차가운 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가늘고 비열한 목소리가 작은 소리로 말하고 있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돈이라면 여기 지갑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손이 강하게 뺨에 와 닿는다. 고통자체도 느낄 수 없이 아무 감각이 없다.

“입 닥치라고 그냥 조용히 있어.”

“야 얼굴은 때리지 말라고.”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톤이 낮고 굵어 위협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이대로 있을 수 만은 없다.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다.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입을 벌려 소리를 질러 본다.

“사람 살···..”

소리가 크게 나오기 전에 북부에 고통이 느껴진다. 순간 숨이 멎고 몸이 움츠려 든다. 온 몸에 심한 고통이 느껴진다. 겨우 숨을 내 뱉고 온 힘을 다해 정신을 차려 보려 하지만 다시 몸에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정신도 아득해 지고 있다. ‘안돼. 정신 차려야 해.’ 정신을 집중해 가늘게 눈을 떠 본다. 희미해서 제대로 보이는 게 없다. 날은 어둡고 어디 하나 밝은 곳이 하나 없다. 달빛마저도 비추고 있지 않다.

커피향이 느껴진다. 남자들에게서 느껴지는 쾌락의 향이다. 그리고 식용유 냄새 한 명. 깻잎 냄새 한 명, 후추 냄새 한 명. 세 명의 냄새가 느껴진다. 커피향이 머리가 아플 정도로 많이 느껴진다. 그리고 좀 더 정신을 집중해 본다. 생선 비린내. 저 멀리서 생선 비린내가 느껴진다. 저 멀리 눈군가 있음을 그리고 두려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일순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향이 느껴진다. 보리차 향. 정신을 집중해 느껴 보려 하지만 더 이상은 무리 인 듯 하다. 가늘게 떴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린다.

“도와 주세요.”

입술도 움직이지 않은 체 작은 소리가 새어 나온다.

“뭐, 누구한테 도와 달라는 거야. 나 내가 도와 줄까. 흐흐.”

“제발 도와 주세요.”

“이게 이제 아주 미쳤네.”

식용유 냄새, 깻잎 냄새, 후추 냄새가 한마디씩 비아냥거린다. 정신을 차려 눈을 뜨고 저 놈들과 눈을 마주쳐야 한다. 그래야 이 상황을 해결 할 수 가 있다. 눈을 마주치고 감정의 냄새를 느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을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정신을 집중하기엔 역부족이다. 눈이 감기고 눈물 한 줄기가 떨어 진다. 커피향이 점점 희미하게 느껴지고 세 남자의 냄새도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보리차 향도 점점 사라진다. 잠시나마 마음에 안정을 줬던 보리차 향.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느낀 모든 냄새를 후각 기억에 담아 둔 체 정신을 잃고 만다.


작가의말

지금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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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에필로그 19.02.22 53 1 9쪽
13 08. 마지막 냄새를 지우다. 19.02.18 59 1 15쪽
12 07. 후각 기억_02 19.02.15 42 1 15쪽
11 07. 후각 기억_01 19.02.11 42 1 17쪽
10 06. 감정, 그 변화. 19.02.07 47 1 14쪽
9 05. 냄새를 쫒다._02 19.02.04 57 1 15쪽
8 05. 냄새를 쫒다._01 19.02.01 43 1 16쪽
7 04. 공포의 냄새_02 19.01.28 55 1 16쪽
6 04. 공포의 냄새_01 19.01.25 49 1 11쪽
5 03. 추억을 느끼다. 19.01.22 53 1 26쪽
4 02. 냄새를 찾다. 19.01.15 49 1 13쪽
3 01. 냄새를 느끼다._02 19.01.11 44 1 19쪽
2 01. 냄새를 느끼다._01 19.01.10 77 1 25쪽
1 00. 프롤로그 +2 19.01.07 11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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