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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peaceUGJ 님의 서재입니다.

그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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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orldpeace
작품등록일 :
2019.01.07 17:55
최근연재일 :
2019.02.22 11:23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778
추천수 :
15
글자수 :
101,873

작성
19.01.1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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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2. 냄새를 찾다.

DUMMY

무더운 여름이다. 해가 갈수록 여름은 점점 더 더워 지고 있다. 장마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미르의 사무실도 더위와 싸우고 있다. 에어컨의 적정 온도는 몸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여름 휴가철이라 바쁘게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없다. 하루하루 불쾌 지수가 높은 나날이 반복되고 있다. 오늘 같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지루한 하루가 흘러 간다.

미르는 요즘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로 제의 할 아이디어 고안 작업이 주 업무다. 오늘도 인터넷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아이디어, 디자인 시안을 잡고 간단한 회의를 하고 회의 내용 정리하고 오전은 그렇게 흘러 갔다. 점심을 먹고 한참 졸려 오는 시간에 졸음을 날려 주는 굉음이 들려 왔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건물이 심하게 요동 치고 폭탄이 터지는 듯 한 소리가 들려 왔다.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자리에 주저 앉기도 하고 움찔 놀라며 소리가 나는 쪽을 보며 빠른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건물 안에 사람들은 어찌 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에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해 지진 발생시 대피요령 등을 알리고 홍보를 많이 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나마 건물 1층에 있던 사람들 몇몇은 거리로 뛰쳐 나가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이 전쟁이라도 난 거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미르의 사무실 사람들도 모두 깜짝 놀라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다. 몇몇 여직원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 지는 사람들도 있다. 서로 얼굴을 바라 보며 눈치를 보다가 하나 둘씩 창문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 본다.

저 멀리 테크노밸리 공사 현장에서 회색의 먼지가 자욱하게 올라 오고 있다. 그 넓은 공사 현장 전체를 뒤 덮고 있다. 지하철역 근처의 대단위 테크노밸리 공사 현장으로 공사가 한창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미르도 출퇴근 길에 항상 공사 현장 앞을 지나 다닌다. 오늘 아침에도 건물 디자인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형체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인부들을 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더운 날씨에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그 건물의 형체는 알아 볼 수 없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사고인지 회색 먼지에 가려져 그 상황을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미르가 보기에도 예삿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술렁이고 있다. 미르 역시 이런 큰 사고는 처음 목격 해 본다. 회색의 먼지는 잦아 들 생각을 안 한다.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로 돌아 간다. 여기서 보고 있어도 뭐 하나 제대로 볼 수 있는 게 없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멀리서 싸이렌 소리가 들려 온다. 싸이렌 소리 또한 멈추지 않는다. 시의 모든 소방차, 구급차가 다 오는 듯 하다. 인터넷으로 속보 기사가 뜨고 있다.

미르도 포털싸이트의 기사를 클릭해서 보고 있다. ‘테크노밸리 공사 현장 붕괴’ ‘매몰자 수십명에 달해’ ‘붕괴 현장 인근 시민들 급히 대피’ ‘사고 원인 알 수 없어’ 기사를 볼 때마다 미르 손이 떨려 온다. 기사만 봐도 얼마나 큰 사고 인지 알 수 있다. 사무실 사람들은 중요한 프로젝트라도 진행 하듯 삼삼오오 모여서 자신들이 본 기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누구 하나 업무에 집중 할 수가 없다. 한참을 사고에 대해 얘기가 오고 가다 지금은 각자 자리로 돌아가 평소처럼 조용해 졌다. 그렇게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늘도 회사를 나서자 습하고 더운 공기가 숨을 막히게 한다. 아직 날도 대 낯처럼 밝다. 미르는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지하철 역을 향한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지만 여름 날엔 그 이상으로 멀게 느껴진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큰 사고가 있어 버스를 타고 갈까 생각 했지만 사고 현장이 궁금하기도 해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큰 대로변 양 옆으로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퇴근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건물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 도시의 중심지에서 벗어난 외곽지역이라 높은 빌딩은 없다. 대부분 10층 미만의 크지 않은 건물들이다. 주로 벤쳐기업,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 계통 회사들이 많이 입주해 있다.

역 근처에 다다르자 마치 전쟁 영화에서나 본 듯한 장면이 연출 되어 있다. 희뿌연 먼지는 가라 앉았지만 아직도 미세한 먼지가 넓게 퍼져 있다. 건물의 양 쪽 끝 벽체만 남아 있고 가운데가 붕괴되어 건물 잔해만 싸여 있다. 미르는 보고도 믿기 힘든 상황이다.

긴장된 미음에 잠시 멈춰 선다. 주변에 많은 인파가 모여 있다. 저마다 걱정스런 얼굴로 구조 현장을 지켜 보고 있다. 그 중에는 현장 근무자들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미르는 사방에서 쇠 냄새가 느껴진다. 그리고 마늘 냄새도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슬퍼하고 있다. 구급대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부상자들이 바닥에서 구급차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이 심한 사람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고 소방대원들은 매몰자 수색에 여념이 없다. 매몰자가 수십 명에 달한다는 기사를 미르도 봤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미르는 현장에서 수 많은 냄새가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의 체취, 쇠 냄새, 마늘 냄새 그리고 저 멀리서 생선 비린내가 느껴진다. 누군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미르의 주위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아니다. 저 멀리 붕괴 현장에서 느껴지는 냄새다. 한두 명의 냄새가 아니다. 후각 기억에 없는 체취도 저 멀리서 희미하게 느껴진다. 아주 희미하다. 언젠가 느껴본 희미해져 가는 사람 냄새다. 이맛살이 찌푸러지고 긴장감이 증가 하고 있다. 미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떨리는 손을 맞잡고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 습한고 더운 날씨에 더해 미르의 온 몸에 땀이 나고 있다. 땀이 솟구치고 있다.

사고 현장은 안타까운 사람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구급대원, 소방대원, 경찰관 들로 정신이 없다. 누구 하나 통제 하는 사람은 없다. 통제 할 인원도 없을뿐더러 통제를 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구조 현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멀리서 바라 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부상자를 부축해 주고 같이 안아 구급차가 있는 곳으로 옮겨 주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다.

미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고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아니 생선 비린내 그리고 건물 잔해 속에서 느껴지는 사람 냄새를 쫓아 가고 있다. 누가 하나 미르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게 붕괴 현장에 들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생선 비린내가 가까이서 느껴진다. 냄새가 느껴지는 곳에서 후각 기억에는 없는 종이 냄새의 사람 체취도 느껴진다. 종이 냄새가 너무 미약하게 느껴진다. 건물 잔해들이 뒤 엉켜 있는 틈 사이로 미르가 허리를 숙이고 안을 살핀다. 사람 한명 들어 갈 수 있는 구멍 사이로 사람 형체를 발견한다.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어 주위의 건물 잔해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분명 사람이다. 미르가 소리를 질러 불러 보지만 대답이 없다. 종이 냄새가 점점 더 희미하게 느껴진다. 마음이 급해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치워 보지만 역부족이다.

“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 이 안에 사람 있어요.”

두번 세번 소리를 질러 본다. “여기요 여기.”

소방대원 둘이 미르에게 오더니 미르가 가리키는 곳을 확인 한다. 미르의 말대로 안에 사람이 있음을 확인한 소방대원이 조심히 건물 잔해를 치운다. 미르도 조급함에 소방대원을 도와 건물 잔해를 조금씩 옆으로 밀어 낸다. 그렇게 구멍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소방대원이 바쁜 손길을 멈추고 떠 받쳐져 있는 시멘트 잔해가 붕괴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천천히 바닥에 있던 큰 시멘트 벽돌을 치운다. 그러고는 조금 넓어진 구멍 안으로 대원 한 명이 기어 들어 간다. 매몰자에게도 대원에게도 위험한 순간이다. 미르는 떨리는 마음으로 숨 죽이고 바라보고 있다.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이 얼마간 흐르고 소방대원이 매몰자의 상체를 끌며 뒤로 조금씩 기어 나오고 있다. 미르와 다른 대원이 옆에서 거들어 매몰자를 밖으로 완전히 꺼낸다.

미르가 긴장을 푸는 한숨을 토해 내고 소방대원이 매몰자를 들쳐 업고 구급차 쪽으로 향한다. 미르는 기쁜 마음에 앞서 종이 냄새가 너무 희미하게 느껴져 생명엔 지장이 없을지 걱정이다.

그렇게 미르의 수색은 계속 됐다. 수많은 매몰자 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음이 느껴진다. 어떤 이는 두려움도 없이 정신을 잃은 사람도 있다. 정신을 잃지 않은 사람들은 두려움의 생선 비린내를 쫓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정신을 잃은 사람들은 쉽지 않다. 정신을 집중해 희미하게 느껴지는 체취를 쫓아 찾아 낸다. 미르가 발견하는 매몰자들이 속출하자 몇몇의 소방 대원들이 장비를 들고 미르를 따라 다니며 매몰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어떻게 알고 찾는 거냐고 묻는 대원이 있었으나 미르는 대답 없이 냄새를 느끼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 대원도 지금 상황에서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듯 미르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날이 어두워 지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다. 사고 현장에 서치라이트가 설치 되고 수색은 쉬지 않고 계속 된다. 미르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온 몸에 흙먼지로 뒤덮여 마치 매몰되었다가 구조된 사람처럼 보인다. 몸이 지친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냄새를 느끼는데 집중한다.

생선 비린내는 더 이상 나지 않는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서로 다른 냄새를 느끼며 쫓고 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마저도 쉽지 않다. 잔해 속에서 미나리 냄새를 느끼고 쫓아 가고 있다. 아주 희미하지만 느낄 수 있다. 긴장된 마음으로 온 신경을 집중해서 쫓고 있다. 냄새의 진폭이 심해지고 있다. 미르이 마음이 조급해 진다. 빨리 찾아야 한다. 계속 쫓고 있지만 거리를 좁힐 수가 없다. 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만다. 냄새를 더 이상 느낄 수 없다. 미르는 비통함에 온 몸이 떨린다. 미르의 잘못은 아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무거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다른 냄새를 느끼려 현장을 돌아 다닌다.

날이 밝아 오고 있다. 먹구름이 하늘에 진하게 깔려 있어 어두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밤이 지나 시간이 흘러 아침인줄 알게 해 주지만 어둡고 전쟁터와 같은 음산한 분위기는 아침의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미르가 느낄 수 있는 냄새는 더 이상 나지 않는다. 멀리서 너무 약해서 못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미르는 동이 트자 피로감이 밀려 온다. 어제 현장에 들어 온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냄새를 느끼려 온 신경을 집중하며 돌아다녔다.

조금이라도 지체 할 수가 없었다. 몇 명인지 알 수 없지만 미르는 계속 냄새를 쫓아 사람들을 찾았다. 더 이상 냄새를 느낄 수 없다는 허탈감과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허무함이 밀려 온다. 구조대원들도 지쳐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 있다. 누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이다. 먹구름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미르의 눈을 비춘다. 햇살을 쫓아 고개를 들어 눈을 치켜 떠 본다. 햇살에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을 지긋이 감아 본다. 햇살이 먹구름 사이로 사라지고 감았던 눈두덩에 빗물이 떨어진다. 이제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힘없이 바닥에 주저 앉는다. 또 다른 빗물이 뺨에 느껴진다.

미르가 정신을 차린 곳은 병원이다. 하루 반나절을 정신을 잊고 누워 있었지만 미르는 그 시간조차 가늠 할 수 없다. 정신은 들었지만 눈은 뜰 수가 없다. 냄새를 느껴 보려 하지만 아무 냄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선가 나무 냄새가 느껴지는 듯 하다. 오래간만에 느껴 보는 할머니 냄새다. 하지만 아무 인기척도 없다. 애써 눈을 뜨려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상태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체취를 느끼고 감정을 느낀다는 게 아무것도 아닌 쓸모 없는 능력이라고 생각 했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초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코로 냄새를 못 맡지만 냄새를 느끼는 쓸모 없는 능력으로 여러 사람을 구해 낸 초능력자 영웅이 됐다.

미르는 숨을 크게 들이쉰다. 할머니의 나무 냄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몸을 바치고 있는 침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몸의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으며 편안히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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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9. 에필로그 19.02.22 52 1 9쪽
13 08. 마지막 냄새를 지우다. 19.02.18 59 1 15쪽
12 07. 후각 기억_02 19.02.15 42 1 15쪽
11 07. 후각 기억_01 19.02.11 42 1 17쪽
10 06. 감정, 그 변화. 19.02.07 47 1 14쪽
9 05. 냄새를 쫒다._02 19.02.04 57 1 15쪽
8 05. 냄새를 쫒다._01 19.02.01 43 1 16쪽
7 04. 공포의 냄새_02 19.01.28 55 1 16쪽
6 04. 공포의 냄새_01 19.01.25 49 1 11쪽
5 03. 추억을 느끼다. 19.01.22 53 1 26쪽
» 02. 냄새를 찾다. 19.01.15 49 1 13쪽
3 01. 냄새를 느끼다._02 19.01.11 44 1 19쪽
2 01. 냄새를 느끼다._01 19.01.10 77 1 25쪽
1 00. 프롤로그 +2 19.01.07 11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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