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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모크 님의 서재입니다.

사랑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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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모크
작품등록일 :
2018.10.16 20:26
최근연재일 :
2018.11.15 21:0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28
추천수 :
0
글자수 :
55,019

작성
18.10.25 19:19
조회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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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아프고 화나고 미안해(1)

DUMMY

언제나처럼 저녁쯤 만나

카페에서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오늘은 특별히 노래방에서 같이 놀고

나왔더니 병민은 이렇게

예나에게 말을 한다


“전부터 꼭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뭔데?”

“우리 있잖아?”


꼭 하고 싶던 말이 있었다

오랫동안 마음 속에 간직했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이야기하지 못했던 말


“로또 사러 가자”

“야!!!!”


병민의 이 말에

예나는 화를 내며 정강이를 걷어 찼다


“엌”


고통을 느껴 눈물이 핑 돌기 시작한

병민이의 등짝을 후려친다.


“아 왜 때려!”

“내가 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고 했지!”


로또 사자는 게 맞을만한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예나는 유난히 까칠하게 반응한다.

왜냐면,

오랫동안 이 녀석을 기다려 왔으니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병민이는 여전히 쓸데없는 소리를 이어나간다.


“누나는 로또 당첨금이 얼만지 알아?”

“뭐? 지금 그게 중요해?”


깐죽거리는 병민에게 달려들어

이젠 머리카락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아! 아퍼! 머리 빠진다고 그만해!”

“너 오늘 한번 로또 당첨금만큼 맞아봐라”


이를 악물고 병민을 때리기 시작하는 예나


“1원에 한대씩 때리면 누나 늙어 죽어~”

“알게 뭐야! 니놈이 맞아 죽던 늙어 죽던!”

“하루에 삼만 대씩 100년 동안 때려야 된다고!”

“이게 진짜 끝까지”


평소에도 맞을 짓을 자주 해서

많이 때려봤지만

오늘따라 기분이 이상하다.

때리는 건 난데

내 가슴 한 켠이 아려 오는 걸까?


“하......”


한숨을 푹 쉬는 예나,

병민의 왁스와 스프레이로 잔뜩 만진 머리가

엉망 진창이 된 만큼

예나의 마음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누나...?”

“왜!”

“어디 가는 거야?”


구석에 쭈그러들어 병민을 내버려 둔 채

혼자 훌쩍 걸어가 버리는 예나

병민이는 그런 예나의 눈치를 보며

그녀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갔다.


“뭐래...... 멍청이가”


더 물어봤다간 또 얻어맞을 것 같아서,

그냥 말없이 따라갔다.

방금 한 얘기 때문에 어색해

평소처럼 옆에서 걷기 힘들어

일부러 몇 걸음 정도 뒤에서 걸었다.

그러고 보니 알고 지낸 6년동안

이렇게 조용하게 같이 다닌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야!”

“왜 누나?”

“원래 요 앞에 편의점 있지 않았어?”


몇 년 만에 맞이하는 침묵이 어색한지

예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

딱히 이어질 만한 대화가 아니라

그냥 이 정도로 끝났지만,


“아냐~ 다음 블록이야”

“치......”


생각해 보면 예나는

이 녀석을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지

아니면 뭘 해야 될지

고민한 적이 없었다.

항상 알아서 뭐라도 하고

뭐라도 만들어오고 했으니까

내가 부르면 달려오는 사람

불러도 부담이 없는 사람

그렇게 멀리 있지는 않았다.


“봐바~ 다음 블록에서 나오잖아”

“그러게”


오고 가면서 자주 들르던 편의점이다

집에 가는 길에 아쉬우면

여기서 캔맥주 한잔씩 하고 들어가곤 했다.


“어서오세요~”


별로 반갑지도 않은 표정으로

둘을 맞아주는 직원을 무시하곤

예나는 로또 가판대에 가더니 두장을 가져와

하나를 병민이에게 넘겨 준다

이 놈은 자기가 가자고 해 놓고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눈치다.


“자 여기”

“응?”

“네 꺼야 받아”


7, 16, 15, 8, 4, 3, 31, 34

익숙한 숫자였다


“뭐야?”

“몰라? 니 생일이랑 학번, 이잖아”

“응?”

“바보... 넌 진짜 바보야”


섭섭한 표정으로

병민이 찍어준 번호를 확인해 본다.

우연인지 이 녀석이 찍어준 번호는

예나의 생일과 핸드폰번호, 학번을

적당히 조합한 번호였다.

그걸 받아보고 예나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전에 이야기 한 건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적어야 될 것 같았다.


“바보는 아니구나...... 그냥 나쁜 놈 이구나”

“내가?”

“어휴!”


한숨을 푹 쉬며 편의점을 나선다.

발걸음은 아까와 같이 터덜터덜

편의점을 지나 예나의 집까지 가는 길을

둘 다 알고 있다.

몇 번이고 바래다 주면서

걸어가던 그 길이니깐.


“저... 누나?”

“왜?!”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는

그녀의 표정 때문에

병민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금 간격은 유지하면서

아까처럼 천천히 따라붙었다.


“말 붙이지 마라 짜증나니까”


어디가 문제인 걸까?


그녀는 그를 항상 기다렸고

그는 그녀만을 원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돈이없고

그는 지금 미래가 없다.


**



5년 전, 1학년 병민이와 2학년 예나는,

동아리 종강 총회에 함께 참석했다.

동아리 운영자금이나 방향성 같은 건

임원진이나 관심 있고,

술이 들어가 기분이 좋아진 나머지들은

다음달 군대 가는 병민이와 나머지를

놀리기 시작했다.


“병민아 눈을 감아봐”

“네?”

“뭐가 보이냐?”

“아무것도 안 보이죠”

“그게 니 군생활이다”

따위로 병민이를 놀리곤

깔깔거리는 복학생 선배들


“지아야··· 나 군대가면 꼭 편지 써줘”

“걱정 마 지훈아, 꼭 할께”

“진짜지? 나 너만 믿는다”

“나 다른 애들도 많이 써줬어~ 걱정마!”


라며 동기 여자애의 손을 꼭 붙잡고

편지를 구걸하는 지훈이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병민이랑 지훈이는

이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여기서 끝났더라면

평범한 종강총회가 되었을 테지만,


“이쁜 우리 부회장 김예나~ 오빠랑 사귀자~”

“아이 선배~ 왜 그래~ 이러지 마요~

“어허! 오빠 말 들어, 오빠 믿지?”

“하지 말라니까!”

“어허 오빠 벌떡! 벌떡! 하다! 구!”


지난주 지아에게 고백했다 까였던 동식이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와서는

예나 옆자리에 앉아 그녀를 껴안았다.


“아놔 저걸 진짜······”

“야 하지마”


예나의 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대는 동식이를 보고

병민이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자리를 일어 났고,

지훈이는 그런 병민이를 붙잡았다.


“놔라”

“야 뭐하게?”

“놓으라고 했다”


꽤나 살벌한 표정의 병민이 때문에

지훈이는 그 기세에 못 이겨

그를 놔 주었다.


동식은 여자관계로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여자를 유난히 밝혀 말만 걸어주면

혼자 반하고 혼자 좋아하는 마음을 키우다

고백했다 거절했다고 혼자 상처받았다며

뒤에서 그 여자의 유언비어를 만드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대부분은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


라며 피하다 보니,

상대해 주는 여자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부회장인 예나한테

동아리 업무 따위의 일을 핑계로

접촉하면서 집적거렸다.

예나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닌 이상,

평소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냈지만,

술이 들어간 동식은

쉽게 막을 수 없었다.


“저기 동식선배···? 이제 그만 하시죠?”


병민이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는 싸해진다.

동식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자기 품에 있던 예나를

바닥에 내 팽겨 치곤

병민이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예나가 아는 이야기였다.


“무슨 짓입니까?”


예나를 내던진 동식을 보고

병민은 눈을 부릅뜨고 동식을

노려봤다.


“뭐? 뭐야 임마?”


혀가 꼬여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동식이는

상을 걷어 차곤 일어난다.


“누나한테 가서 사과 하세요”

“뭐? 이런 건방진 새끼가”


철썩


동식이는 오른팔을 들어

병민이의 뺨을 내려 쳤다.

그 한대에 병민이가 쓰고 있던 안경은

멀리 날아갔다.


“이런 개 호로새끼가 뒤질래?”

“다시 말합니다. 누나한테 사과 하세요”


이 정도에서 끝났으면 좋았지만,

동식은 술이 너무 많이 들어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퉷!


병민이의 이마에 술 냄새가 잔뜩 묻은

동식이의 침이 날아왔다.


“개새끼가 야 어쩔껀데?”


병민이의 가슴을 쿡쿡 찌르면서,

병민이의 이마에 한번 더 뱉었다.




“야! 어쩔 꺼냐고 이 새끼야~”


주변에서 동식을 말리기 시작했지만,

동식은 막무가내였다.

병민이 역시 굉장히 기분이 나쁠 탠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단지 동식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아나... 이 새끼 눈깔 진짜”


철썩


병민이의 뺨을 때린다.

고개가 돌아갈 만큼 세게 맞았지만,

병민이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습이 동식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그 기세에 눌린 동식은

허세를 부리기 위해

해선 안 되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야! 넌 뭔데? 너 예나랑 했냐?”

“야... 동식아, 병민이도 둘 다 그만 해”


예나를 밖에 데리고 나갔던

동아리 회장 재성이가 나와

말려 보았지만,

동식은 막무가내였다.


“아 시발 너 좀 닥쳐봐”


그런 재성을 밀쳐내고,

동식은 병민이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야 너 아까 여자 앞이라고 가오 잡았냐?”


예나와 병민은 동아리 내에서도

비공식 커플이라 불릴 만큼 친한 만큼

동식은 병민을 질투하고 있었다.

병민은 동식에게 딱히 관심이 없었기에

동식 혼자 병민에 대한

열등감만 키울 뿐이었다.


“야! 너 계랑 했냐?”


발끈


순간 병민이의 안면근육이 크게 꿈틀거렸다.


“닥쳐라”


낮게 깔린 그의 한마디는

주변 사람들의 간담이 서늘할 만큼

살벌했다.


“뱅미야, 시발 너 지금 나한테 욕했냐?”

“닥치라고 했다······”

“선배한테 닥치라고? 미친새끼”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돌린다.

여기서 끝났으면 모르겠지만

병민의 반응을 본 동식은 그를 더욱

도발하기 시작했다.


“야! 잘들어 예나 계 내가 먹을거야!”

“닥치라고 했다”

“그년 다 벗기고 눕혀놓고 내가 이걸로”

“이런 미친새끼가!”


콰직


순간 병민이의 주먹이

동식이의 안면을 강타했다.

돌연 강펀치를 맞은 동식은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고 쓰러졌고,

병민이는 그런 동식의 위에 올라타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너 진짜 죽고 싶냐 이 새끼야?”


동식은 그 한대부터

의식을 잃을 때까지 얻어맞았다.


잠시 후


“병민아 괜찮냐?”


동아리 회장 재성이는

아까 날아간 병민의 안경을

건네 주면서 말을 걸었다.


“아 형, 고마워요”


자연스럽게 병민의 옆에 앉아

말을 건다


“왜 그랬냐?”

“그 새끼가 누나를 욕했잖아요!”


아직도 씩씩거리는 병민을 두고

재성은 떠보듯이 물어봤다.


“너 진짜 좋아하냐?”

“네?”


얼굴이 벌게지도록 화가 나 있던 녀석이

갑자기 태도가 달라졌다.

얼굴은 아까 맞은 뺨 때문에

붉은 색 그대로였지만


“예나 말이야”

“아······”


욕을 날리고, 뺨을 때리고,

침을 뱉어도 가만히 있던 병민이는

예나 욕을 듣자 마자 이성을 잃어버렸다.

이 정도라면 모를 수가 없다.


“예나가 좋은 애긴 하지, 너도 마찬가지고”


잠깐 생각에 잠긴 병민과

동식을 어찌 할지 고민하는 재성


“형······ 저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뭔데?”


어렵게 말을 꺼낸 눈치의 병민과

어떤 부탁일지 궁금해지는 재성


“오늘 일, 비밀로 해 주시면 안될까요?”

“오늘 일을?”

“네”


왜? 라고 물어보려다 아차 싶었다.

당장 다음주에 군대 가는 이 녀석과

곧 졸업하는 예나

단지 ‘좋아한다’ 라는 감정 만으로

해결될 순 없는 문제가 있었다.


“예나 때문이야?”

“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물어본다.


“기다려 달라고 하는 건 어때?”


단지 마음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예나도 병민이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

같이 듣는 수업도 없는데

학기 내내 둘이 붙어 다녔던 이유도

병민이가 동방에 붙어 살면서도

다른 여자애들과 친하지 않은 이유도

‘만나는 사람 없냐~’는 말에

예나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이유도

대충 알 수 있었다.

아니,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형······”


병민이는 고개를 들어 재성이를 쳐다봤다.

무기력함을 넘어

울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어떻게 그래요······”


눈물을 삼키며 말을 이어가는 손병민,


“같이 있던 시간이 1년도 안 되는데”


1학년부터 알고 지낸 두 사람

길어봐야 1년이다. 문제는


“2년이나 기다려 달라고 어떻게 해요”


재성이는 아차 싶어 말을 먹었고

병민이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고 계속 눈물을 삼켰다.

때린 사람은 병민이지만,

우는 사람도 병민이라는

상황이 조금 어색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병민이는 알지만

예나는 모르는 이야기였다.

재성이는 나름대로 열심히

비밀을 유지해 주기 위해


‘그냥 그때 이후로 서로 몇 마디 주고받다 끝났어~’



라고 둘러댔고,

동식이는 혼자 설치다가

자기 집 근처에서 넘어져 다친 거라고

동식과 다른 후배들과도

말을 맞춰 놨지만

재성이보다 발이 넓은 예나가

이 일을 모를 순 없었다.

병민이의 마음까지 알았을 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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