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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700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7.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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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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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42화

DUMMY

“다들 주목해주십시오! 곧 레이드를 시작할 겁니다. 일단 용병으로 참가하실 분들은 조금 더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블러드 나이트 길드원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는, 이번 레이드에 참가할 무소속의 플레이어들이 뭉쳐있었다.

얼추 20명쯤 되는 인원.

다르크의 외침에 나 역시 이들과 함께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두 개의 깃발이 있습니다. 우선 왼쪽에 있는 이 깃발은, 고용비는 받을 수 있지만 보스 템 습득 권한은 없는 조건의 용병단 깃발입니다.”


쉽게 말해 지난 오크 장군 레이드 때와 동일한 조건.


“그리고 여기 오른쪽 깃발은 반댑니다. 고용비는 없지만 보스 템 습득 권한은 있는 조건. 즉, 저희 길드와 함께 하는 깃발입니다.”


왼쪽 깃발은 금화 더미에 검이 꽂혀있는 그림이 새겨진 회색 바탕의 용병단 깃발.

오른쪽 깃발은 블러드 나이트 길드의 문양이 새겨진 깃발.


“그럼 이제 모집하겠습니다. 한 분씩 원하는 깃발에 손을 대주십시오.”


참고로 이번 용병의 참가 조건은 사용 스탯 80 이상이었다.

꽤 높은 기준이었기에, 여기 모인 무소속 플레이어들이 착용한 장비 수준이 꽤나 준수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다르크.


얼핏 보면 강철 템을 착용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광이 나는 강철과는 달리, 그녀가 착용한 것들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무광 소재인 콘으로 만든 무구들이었다.

이에 나는 금안으로 그녀의 아이템을 살펴보았다.


방어구는 모두 콘으로 만든 갑옷들.

게다가 놀랍게도 모두 +2 강화가 되어있었다.

무기는 한술 더 떴다.


[콘 롱 소드 +4] [C급]

공격력 : 21

*힘 +5

*+2 강화 : 공격력 +1, 타겟 수 +1

*+4 강화 : 공격력 +1, 타겟 수 +1

*사용 제한 : 힘 30 이상


강화 안 한 콘 무기만 해도 제법 비싼데, 그걸 +4까지나 강화했다.

인벤을 살펴보곤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유 골드가 무려 72만 골드.

즉, 7,200만 원이 있다는 말이었다.


상태창은 한술 더 떴다.


[다르크]

HP / MP : 100 / 20

힘 / 지력 : 160 / 0

방어력 / 저항력 : 47 / 25


*사용 스탯 : 205

*미사용 스탯 : 0


미쳤다, 이건.

콘으로 만든 템들은 모두 힘 +5 스탯이 붙어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순수 힘만 130.

신전에서 도대체 얼마나 돈을 쓴 걸까.

돈이 많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에 잠시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모두 선택을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전부 용병 깃발을 택했다.

고용비는 인당 500골드.

그리 적지만은 않은 금액.

하지만 나는 길드 문양이 새겨진 깃발을 택했다.

그러자 모든 이들의 시선에 나에게 집중됐다.


“역시... 흑마법사라 이건가...”


“멋있다. 돈 따위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라니...”


“얼마나 강하길래...”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있었지만, 나는 컨셉을 위해 체통을 지키며 듣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들 선택하셨으니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용병분들은 레이드가 다 끝나고 고용비를 지급하겠습니다.”


준비가 끝난 우리는 곧바로 약탈의 숲으로 달려갔다.

보스를 만나기 전까진 계획 같은 건 없었다.

여기 모인 이들의 짬을 생각하면 일반 몹 따윈 그저 바람 앞의 등불일 뿐.


전열은 당연히 전사가 맨 앞이었다.

가운데는 궁수, 후방엔 법사들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다르크가 있는 조에 들어가게 되었다.

해서 그녀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쉴드를 한 번씩 돌려주었다.

그러자 슬쩍 나를 한번 쳐다보는 다르크.

남들은 크게 신경 안 쓰고 넘어갔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걸어준 쉴드는 방어력을 10 증가시킨다.

기본 효과는 5 만큼 증가인데, 현재 내 지력이 100이다 보니 추가 효과가 100% 적용된 것.


금안으로 모두를 살핀 결과, 이 중에서 지력이 100이 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즉, 내가 가장 지력이 높은 셈.

게다가 저주가 걸려있는 옷을 입었는데도 지력이 100이나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다르크는 나의 원래 지력이 140은 된다고 착각하고 있을 것이다.

착각은 자유.

굳이 내 상황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그저 그녀를 보며 어깨만 한번 으쓱해주고 말았다.


숲에 발을 들이자 본격적으로 도적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들의 진격속도가 늦춰지진 않았다.


곳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 화살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콰르릉하고 울리는 벼락소리까지.


다들 무리 없이 잘 싸우고 있었지만, 그중 가장 발군은 단연 다르크였다.

검을 두 번만 휘둘러도 도적놈들이 무기력하게 쓰러져나갔다.

게다가 +4 강화 효과로 인해 최대 3마리까지 동시 타격이 가능하다 보니, 놈들이 뭉쳐있으면 있을수록 그 진가가 발휘됐다.


하지만 공격력으로만 보자면 로니가 한 수 위였다.

관통상이 터진다면 원샷 원킬.

다만 파도가 휩쓸 듯 정신없이 진격하다 보니, 그런 로니의 활약이 두드러지진 않았다.

허나 그런 편이 더 나았다.

소환수라는 것 자체로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런 활약까지 눈에 띄면 더 관심을 받게 되므로 귀찮아질 수도 있었다.

내 성격상 그런 것은 사절이다.


진격하면 할수록 도적들과 마주치는 빈도가 늘어났다.

그 말은 점차 그들의 소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

녀석들의 수가 조금 더 늘어나는 것은 상관없다.

다만 귀찮은 것은.


“궁수님들! 주술사들 먼저 처리해주십시오!”


도적 주술사가 등장한다는 것.

상성 상 마법 공격을 쓰는 몹은 전사에겐 카운터였다.

전사는 방어력은 높지만 저항력이 낮다 보니, 마법 몇 방에 그대로 골로 갈 수 있기 때문.


전사를 잡는 게 마법사라면, 마법사를 잡는 것은 궁수다.

다르크의 외침에, 궁수들은 사거리의 우위를 점하며 도적 주술사에게 화살을 쏘아 보냈다.

숲속이다 보니 녀석들은 종종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럴 때면 법사들이 조심스레 다가가 파이어 볼을 날려 나무를 통째로 태워버렸다.


소리를 지르며 주술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궁수들의 더블샷이 곧장 녀석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

쏟아지는 화살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주술사들은 사망하고 말았다.


아무튼 성가신 주술사들의 등장으로 진격속도는 조금 늦춰졌다.

하지만 이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정말로 도둑 소굴에 가까워졌다는 뜻.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전장에서 이탈하는 이들이 없도록, 다르크는 조금 느리더라도 안전하게 가는 것을 택했다.


그런데 내 입장에선 조금 지루했다.

왜냐면 금안으로 나무 뒤에 숨은 녀석들을 다 볼 수 있었기 때문.

해서 나는 대뜸 앞으로 나가, 일단 한 놈이 숨어있는 나무를 향해 파이어 볼을 날렸다.


“으아악!”


나무가 불타며 숨어있던 주술사가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왔다.

하지만 곧바로 화살 세례를 받고 고슴도치 신세가 되어버렸다.


나는 또다시 한 놈이 숨은 나무를 향해 파이어 볼을 날렸다.

곧장 튀어나오는 녀석.

역시나 금세 고슴도치가 되고 말았다.


세 번째 파이어 볼을 날렸다.

결과는 마찬가지.

그러자 사람들은 슬슬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묻고 있었다.

어떻게 녀석들이 숨어있는 나무만 정확히 고를 수 있냐고.

이에 나도 눈빛으로 대답했다.

이 금안이 바로 그 정답이라고.

물론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마나가 바닥난 나는 옆에 있는 법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기 저 나무 있죠? 가지가 하나 꺾여있는 거. 저기다가 파이어 볼 한번 쏴보세요.”


“...알겠습니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사내.

내가 시킨 대로 그는 그곳에 파이어 볼을 날려 보냈다.

역시나 주술사가 튀어나왔다.

이쯤 되면 이것이 운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알 수 있었다.

조금씩 웅성거리는 사람들.

다르크 역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디오님. 놈들이 숨어있는 곳을 정확히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지금은 몇 마리가 남아 있습니까?”


나는 그 질문에 앞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말했다.


“세 마리 남았네요. 그리고...”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맵을 켜는 것.

맵은 인벤이나 상태창처럼 본인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눈앞에 띄워도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한다.


“좀 더 앞으로 가면 두 마리가 더 있을 거예요. 그놈들만 잡으면 끝이네요.”


“...그렇군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 역시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너는 도대체 그런 걸 어떻게 아냐고.

하지만 나는 애써 모른 척하며 MP가 회복되자마자 다시 파이어 볼을 날렸다.


몇 차례 파이어 볼을 날린 끝에 숨어있는 모든 녀석들을 처치할 수 있었다.

이후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가자, 우리는 탁 트인 넓은 공간에 막사들이 여기저기 설치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도적 소굴.


최종 전투를 앞두고, 다르크가 맨 앞에 서서 땅에 칼을 꽂았다.

이에 길드원들은 오와 열을 맞추어 그녀 앞에 섰다.

용병들 역시 분위기를 보고는 적당히 줄을 맞춰 선 후,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다들 공지한 대로 공략 영상을 한 번쯤은 보고 오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궁수님들은 주술사들을 1순위로 처리해주십시오. 다 처리했으면 그다음으로 도적 궁수를 처리하시면 됩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예’ 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리고 전사와 법사님들은 한 몸처럼 움직이십시오. 법사님들은 힐 위주로 사용하시고, 상대 궁수가 활을 쏠 것 같다 싶으면 전사님들을 방패 삼아 몸을 잘 숨기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진 당연한 내용.


“상황을 봐서 여력이 될 때, 법사님들은 막사에 파이어 볼을 날리세요. 물론 가장 외곽에 있는 막사부터 태울 겁니다. 그리고 점차 안쪽의 막사를 노리는 식으로요.”


가장 중심부의 막사에는 보스가 있다.

해서 녀석이 나타나기 전까지 주변 정리를 해 놓는 것이 필수.


“브리핑은 이렇게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 절대 무리하지 마십시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귀환하십시오.”


이 정도면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설명이었다.

다르크는 다시 칼을 뽑아 들고 외쳤다.

가장 앞에는 전사들.

그 뒤에 법사들.

그리고 중간중간에는 궁수들.

이에 70명의 인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잡았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최선두에 선 다르크를 따라, 우리는 녀석들의 영역으로 발을 들였다.

고요했다.

마치 모두 잠을 자는 듯이.


다르크가 고갯짓을 하자 니싸가 파이어 볼을 소환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막사를 향해 날려 보냈다.

순식간에 불쏘시개가 된 막사.

그것을 신호탄으로 마침내 마지막 전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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