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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없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9.06.25 13:56
최근연재일 :
2019.07.02 19:25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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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추천수 :
1
글자수 :
4,842

작성
19.07.0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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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2. 옛날 이야기(1)

DUMMY

2003년 7월, 여름 방학이 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유난히 더운 여름날이었다.


교탁 앞에선 선생님이 더위를 참고서 열의를 불태우며 수업을 진행하고 계셨지만 한창 날뛰는 시기인 그때의 나는 무더위를 이기고 수업에 집중할 리가 없었다. 물론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천장에 달린 선풍기를 보는 척, 옆자리에 앉은 여자애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공부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적어도 칠판을 바라보고는 있었다.


여자애와 눈이 마주치지 않게 조심 또 조심, 한창 수업 중인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 옆자리 아이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 네모난 지우개에 무언가를 적는 것에만 열중했다.


작지만 알아볼 수 있는 글씨를 지우개에 새기던 그때, 옆에 앉아있는 여자애가 팔을 툭툭 건드리며 속삭였다.


“야, 뭐해?”


“어, 어? 아, 아냐. 아무것도.”


적잖이 당황해하는 내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여자애는 짓궂게 웃으며 선생님의 눈치를 한 번 슬쩍 보고선 손바닥을 펼쳐 내밀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긴, 내놔.”


“응? 뭐, 뭘?”


“웅크려서 뭐 숨기고 있잖아, 나도 줘봐.”


다행히도 여자애는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몰래 지우개를 옆으로 밀고서 교과서 아래에 겹쳐놓은 백지노트를 슬쩍 보여줬다.


“그림 그리고 있었어.”


“아 뭐야, 시시하게.”


그러고선 획, 고개를 돌려 다시 칠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걸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여자애로부터 숨기기 위해 왼편으로 밀쳐둔 지우개를 손에 넣기 위해 팔을 움직인 순간, 무언가 팔에 부딪혀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한순간에 등줄기가 서늘해지며 재빠르게 시선을 바닥으로 돌려 지우개가 어디로 떨어졌는지 눈으로 쫓았다.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여러 번 뛰어올라 데굴데굴 굴러간 지우개는 이미 손을 뻗어서 잡을 수 없는 거리까지 가있었다.


긴장감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정말 큰일이라고, 아직 누군가 발견하지 않은 상태에서 빠르게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리를 떨며 수업 시간인 것도 잊은 채 지우개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김재영, 다음 줄 읽어봐.”


“네, 네!? 아······.”



끝장이다. 40분의 1확률로 걸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평소에 내 행실을 생각하면 걸릴 만도 했다. 수업에 집중 하지 않는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발표시키는 담임선생님의 악질적인 노림수는 내 평화를 부수기에 충분했다.


책을 잡고 느린 동작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쭈뼛거리던 그때, 옆에서 옆구리를 쿡 찌르는 감각에 슬쩍 쳐다보니 옆자리의 여자애가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가리키며 빨간색 펜으로 밑줄을 그어둔 부분을 번갈아가며 가리켰다.


“······‘그래서 그랬구나.’ 철수는 영희를 보며 말했습니다. ‘응, 아냐.’ 영희는 매몰차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철수는······.”


어느 정도 문단을 읽어나가자 선생님이 ‘그만’ 이라고 읽는 것을 멈추게 하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짝궁 잘 뒀네, 재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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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옛날 이야기(1) 19.07.02 99 0 4쪽
2 1. 친구 19.06.27 32 0 4쪽
1 0. 프롤로그 +1 19.06.25 112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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