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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없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9.06.25 13:56
최근연재일 :
2019.07.02 19:25
연재수 :
3 회
조회수 :
245
추천수 :
1
글자수 :
4,842

작성
19.06.27 18:20
조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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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4쪽

1. 친구

DUMMY

평소와 똑같은 날, 오늘도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들을 살펴보며 미리 써둔 이력서를 양식에 맞게 수정해 한 차례 보냈다.


“하아.”


각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은 나같이 스펙이 저렴한 사람들의 이력서는 스팸메일 취급을 한다고 들었는데, 고등학생 때는 몰랐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실제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보니 사실인 것 같다.


요즘은 중소기업도 취직하기 힘든 시대라던데, 뭐, 전문대 출신인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설득력이 떨어지겠지. 적어도 인서울 4년제 출신은 나온 사람이 징징거려야 사람들은 들어줄 것이다.


‘지이잉.’


컴퓨터 책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몸을 떨며 진동을 전달했다. 화면에는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전화를 받았다.


“왜?”


“붙었다.”


“뭐?”


“붙었다고, 새끼야!”


맥락 없이 붙었다는 말만 하는 녀석에게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일전에 녀석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라 갑자기 치밀어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흥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진짜? X발, 진짜 붙었다고? 구라치면 뒤진다, 너?”


“나와, 밥 먹자. 내가 저녁 산다! 빨리 새마을로 와!”


“오케이, 딱 기다려, 바로 간다.”


오늘은 나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치도 못한 소식에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녀석과 내 집은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였기에 만나는 곳은 항상 비슷했다.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핸드폰을 꺼내니 미리 가있겠다는 카톡이 와있었다.


전화를 끊고서 정확하게 20분 후, 검단에 있는 새마을식당에 도착해서 안을 둘러봤다.


“야야! 재영아, 여기야!”


둘러보는 것이 끝나기도 전에 가게 안에서 손을 흔들며 나를 반기는 녀석이 보였다. 오랜만에 쾌활한 얼굴로 손을 흔드는 녀석을 보니 전화로도 느꼈지만 일이 잘 풀린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뭐야, 표정 보니까 진짜 합격했나본데?”


“아, 당연하지! 감이 딱 왔다니까?”


녀석은 정말 오랜만에 아무 근심 없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항상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던 놈이 이렇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니 내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새끼, 앞으로 바쁘겠네.”


“뭘, 2년 동안은 편하지.”


녀석은 합격 기념으로 밥한 끼 산다고 부르더니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까지 시켰다. 어지간히 기쁜가보네, 새끼. 하긴, 드디어 원하던 대학교에 편입을 성공했으니 18년 지기 부랄친구된 자로서 나도 당연히 기뻤다.


술이 몇 잔 들어가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미래에서 현재로, 마지막은 당연하게도 과거이야기로 돌아갔다.


“야, 그러고 보니 넌 여자친구 안 사귀냐?”


“······알면서 또 물어보냐?”


나도 알고 있다. 녀석은 수십 수백 번도 더 들은 내 과거사를 잘 알면서 질문 한 것이다. 이럴 때마다 녀석은 답답하다는 얼굴로 말한다.


“야 벌써 15년 전 이야기잖아. X친 진짜로 집착이 심한거야, 아니면 로맨티스트 납신 거야?”


“풉, 글쎄다.”


“야 키도 180이야 게다가 와꾸도 멀쩡하지, 군대도 갔다 왔어. 직업 없는 거 빼면 니가 부족한 게 뭐있냐. 어?”


“아 이 새끼 벌써 취했나. 거 먹기나 합시다.”


잔을 부딪치고 입에 소주를 털어 넣는 것으로 잠시 녀석의 입을 막았다. 집착, 집착인가······. 세상의 관점으로 본다면 집착이면 집착이고, 로맨티스트라면 로맨티스트겠지.


하아, 술들 어가니까 또 보고 싶네.


이제는 희미해질법도 한 오래된 추억이지만, 내겐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자리잡고 있는 옛 추억이자 첫사랑의 얼굴.


지금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있는 내 사랑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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