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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이세계를 걷는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04.09 11:57
최근연재일 :
2018.07.09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64
추천수 :
208
글자수 :
121,560

작성
18.04.18 19:00
조회
374
추천
5
글자
8쪽

10화

DUMMY

머릿속에 번쩍하고 떠오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눈을 부릅 떴다. 지금은 그저 감정이 시키는 대로 펜을 들고 즉시 원고지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들뜬 마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손은 멈출 줄을 몰랐다. 영감을 받은 예술가처럼 구상된 내용들을 생각에서 글로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손을 움직이면 원고지를 구성하는 수많은 격자들이 순식간에 채워져 한 장, 두 장, 빠르게 면을 채우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러기를 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원고지의 절반 정도를 채웠을 무렵, 돌아간 이후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 보았다.




『돌아온 황제는 길리안과 함께 비황세력을 완전히 섬멸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두 사람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서부 대륙에 존재하지 않았다. 필멸자의 몸에 억류되어 억눌렸던 힘을 되찾은 황제는 자신의 부재가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혼란을 대비하여 대륙 정복에 나섰다.』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내용을 읽어가던 찰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저녁 식사가 준비됐습니다.”




젠장,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힌다. 하필 이럴 때에······쯧, 어쩔 수 없지, 우선 이 정도만 적어둘까.




한 순간에 집중력이 흩어지자 짜증이 차오르는 것을 참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대답했다.




“네, 내려갈게요.”




식탁에 앉자 어머니가 이런 저런 얘기를 일방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며 먹기를 시작했다. 밥을 먹으면서도 다음에는 어떤 내용을 이어갈까, 라는 생각만 가득해서 대화에는 그다지 집중하지 못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지금은 그저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잘 먹었습니다."




"왠일로 이렇게 빨리 먹었어?"




전과는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자, 노파가 동그래진 눈으로 쳐다봤다. 걱정보다는 놀람과 기쁨이 들어있는 눈을 보이자, 어머니에게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오늘따라 식욕이 돋아서요."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당장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소화도 시킬 겸, 저택 밖의 정원을 걸었다.




······확실 하지 않지만, 자력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라고 예상되는 유일한 행동이 소설의 뒷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이 맞는다면, 오늘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눈을 뜬다면 바라스 제국으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너무 큰 희망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런 단서 없이 여기까지 추측해 본 것도 나쁘지 않은 과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욕실에 들어가 전신을 씻고 침대에 누웠다. 향료를 뿌리지 않아도 이세계에서 사용하는 '바디워시'와 '샴푸'는 꽤 좋은 향기를 내포하고 있어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뒷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현재까지 적은 내용을 생각한다면 굳이 내가 적지 않더라도 원래 몸의 주인이 되돌아와서 쓰면 그만이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오늘이 이곳에서 마지막 날이 되겠구나."




기대를 가득 품고서 이불을 덮었다.




분명, 눈을 뜬다면 제국일 것이다.




그런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를 품고 잠에 들었다.






“······시여.”




“······으음.”




잠이 든지 얼마나 지났을까, 피로에 떠지지 않는 눈은 그대로 감은 채,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황······시여.”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창을 뚫고 들어온 태양빛은 눈꺼풀을 비추어 감은 두 눈 위로 이상한 빛깔이 보이도록 만들었다. 옆에서 쩔그럭거리는 쇳소리가 들리자, 뻑뻑한 눈을 서서히 떴다.




“눈을 뜨셨나이까. 황제시여.”




눈 앞에는 황금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서있었다. 비몽사몽한 상태였지만 반가운 얼굴에 반사적으로 튕겨나듯 일어나 말했다.




“······길리안 인가?”




잠에서 깬 직후였지만 충분히 알아 볼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선사한 황금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용의 비늘로 만든 붉은 갑옷을 입은 나의 기사, 백 년을 넘게 나와 함께한 충복.




“예, 폐하. 신 길리안 여기에 있나이다.”




돌아왔다.




잠은 어느새 저 너머로 사라졌다. 기묘한 경험을 끝마치고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급히 상체를 일으켜 정신을 집중하자 혈맥을 타고 흐르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 시원하고도 기분 좋은 느낌, 실로 오랜만이었다. 흐름을 뒤로 하고 체내에 퍼진 마력들을 붙잡아 전신에 끊임없이 휘돌며 흐르는 마력을 끌어올려 두 손을 내려다 봤다.




‘파아앗.’




에메랄드빛의 둥그런 구체가 손바닥 위에 떠올라 서서히 하나로 합쳐져 하나의 작은 우주를 만들었다. 밤하늘 너머의 공간까지 구현할 수 있는 힘, 이 청명함과 세계의 조화를 담은 아름답고도 강렬한 능력에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빛을 산화시키며 동시에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쥐자, 강렬한 파동이 체내에서 일어났다. 파동을 통해 확실히 힘이 돌아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돌아왔군, 원래의 몸과 짐의 제국으로.”




긴 여행에서 돌아온 기분이었다. 홀가분하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그런 여행. 돌아온 힘을 여러모로 다시 시험해 보던 중, 문득 제국의 상황이 떠올라 길리안에게 물었다.




“전황은 어떤가?”




“전황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그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내 질문에 의아한 모습을 보였다. 약간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확인을 위해 다시 질문했다.




“짐이 깊은 잠에 빠졌을 때, 그대가 이끄는 세력과 새로운 황제를 추대하기 위한 세력으로 나누어 내전이 벌어지지 않았더냐.”




질문을 하긴 했지만 역시 무언가 이상했다. 내가 아는 그는 본인의 입으로 말한 사실은 절대 까먹을 리가 없는 완전기억능력을 가진 남자였다.




오히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내전이라니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나이다. 그리고 폐하께서 잠에 드신 것은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전해드리옵나이다.”




“뭐······라고?”




그럴 리가, 내가 이세계에 떨어져 ‘이상위’의 몸에 갇혀 있을 때 분명히 일어난 사실이었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제국으로 돌아왔다는 기쁨도 잠시, 길리안의 대답에 순식간에 불아한 위화감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눈을 돌려 살펴본 방은 이세계로 가기 전과 그대로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길리안의 모습도, 한없이 무한에 가까운 나의 힘도, 모든 것이 한 치의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하, 하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그간 대체 얼마나 피로가 쌓였기에 고작 하루 동안 꾼 꿈이 몇 달이 되어 나타났단 말인가. 절로 터져 나오는 웃음과 함께 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실로 나약하군······, 하아암.”




잠에서 깬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뭐 상관없나, 그 모든 것이 꿈이었으니. 조용히 침대에 상체를 눕히자 이대로 다시 잠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잠이라니?'




뒤늦게 행동에 이상한 점이 있음을 깨달았지만,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마치 수면제라도 먹은 것처럼 빠르게 어두워지는 눈앞은 곧, 흐릿하지만 익숙한 풍경으로 변했다.


작가의말

모두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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