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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용사 님의 서재입니다.

담화: 맑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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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용사
작품등록일 :
2018.04.09 23:38
최근연재일 :
2021.07.18 18:54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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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4,792

작성
18.04.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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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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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병풍을 치고 함께 지새운 밤

담화(淡花): 맑은 꽃




DUMMY






* * *







무윤과 산강은 문 밖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뭔가 불안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게 객잔 주인을 찾는 모양이었다.


"객잔 주인은..."

"혹시 객잔 주인 되십니까? 딱 하루만 묵어갈 것인데 이정도면 되겠습니까?"


객잔 주인은 자리를 비웠다고 말하려던 무윤은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여인 때문에 할 말을 잃었다. 여인이 무윤에게 내민 돈은 무려 50냥, 하루 숙박비가 5냥 밖에 되지 않을 터인데 턱도 없이 많은 금액이었다.


"소저, 하루 묵는데 누가 이렇게 많은 돈을 낸답니까? 하루 5냥이면 아침 식사도 함께 딸려나올 터인데...."


무윤이 한심한 어투로 말하자 여인의 얼굴에 당황함이 서렸다.


"그...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세상 물정에 좀 어두워서...."


화가 돈을 거둬들이며 45냥을 주머니에 넣을 때였다.


"나리님들! 방이 지금 딱 한개 남았습니다. 그것도 가장 넓은 방으로요."


객잔 주인이 헐레벌떡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다.


"...객잔 주인이 아니셨나요?"


화는 눈 앞에 사내들이 객잔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또 다시 당황해했다.


"엇! 아씨께서도 한 분 계셨습니까? 방이 하나 밖에 없는데 이거 어쩌지요? 허허허..."


객잔 주인이 난감한 듯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무윤은 지금 객잔 주인의 머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눈치채고 얼른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일행이 아..."

"아! 방이 넓으니 병풍으로 방을 나누면 되겠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금방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그러나 객잔 주인의 말과 행동이 더 빨랐다. 오늘 처음 만난 여인과 순식간에 일행으로 만들어 버린 객잔 주인을 무윤은 그저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무윤은 옆구리를 누가 콕콕 찌르는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산강이었다.


"근데 나리, 돈은 있으십니까?"


산강이 목소리를 낮춰서 하는 말에 무윤이 피식 웃었다.


"너는 나를 뭘로 보는 것이냐? 설마 내가 탈출하면서 돈도 챙겨오지 않았겠느냐?"

"아까 그 돈을 경비병에게 다 주신 것 아니셨습니까?"


산강의 말에 무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까 국경을 넘으면서 두련국 경비병에게 주었던 돈 주머니가 떠올랐다.


"거기에... 가지고 나온 돈이 모두 들어있었지..."


그제야 현실을 자각한 것인지 무윤의 얼굴이 무너져 내렸다.


"산강이 너는 돈 없느냐?"

"있을리가 있겠습니까? 살인자에게 돈이 퍽이나 있겠습니다."

"살인자라니 무서운 말을...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네가 방법을 좀 간구해 보거라. 돈 없으면 노숙 생활인데..."

"가출해서 노숙 생활을 한두번 해 보셨습니까?"

"야! 그런건 제국에서나 한 거지. 여기서는 들킬 염려 없으니까 좀 두 다리 뻗고 편하게 쉬고 싶다고."

"황궁에 가시면 두 다리 뻗고 주무실 수 있습니다."

"너 지금 나랑 싸우자는 것이냐? 그래서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이냐?"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여기서 나가서 여느 때 처럼 불 피워놓고 노숙하는 것,"

"너에게 물은 내가 바보다. 넌 그냥 조용히 있거라.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 가만 근데 생각하고 말고가 없잖아?"


무윤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발견한 산강의 눈이 흔들렸다. 저 말썽 황자께서 또 무슨 생각을 하셨길래.... 무윤의 눈동자를 따라가 보니 그곳에는 무슨 상황인지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아 눈만 굴리고 있는 화가 있었다.


'설마?'


"흠흠... 소저, 아무래도 객잔 주인이 좀 오해를 한 듯 한데..."

"오해라니요?"

"우리가 일행이라고 오해하고 한 방에다가 병풍을 설치해 방을 두개로 나눌 생각인 것 같소."


화의 얼굴에 다시 한번 당황하는 기색이 비쳤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찌 덮을 수 있겠소. 허허... 그래서 소저에게 제안 하나 할까 하는데 말이오."

"제안이요?"

"그렇소. 사실 우리가 국토 대장정을 떠났는데 어쩌다 보니 여행 자금이 부족하게 되었소. 그래서 부탁을 하나 하오만 오늘 객잔 요금을 대신 내 준다면 국토대장정이 끝나는 날, 반드시 갚겠소. 어떻소?"


무윤의 말을 듣던 산강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넌 꼭 아무것도 모르는 여인에게 그렇게 찌질하게 굴어야겠냐? 라는 표정이었다.


무윤의 말을 듣고 고민하던 화는 무윤이 조금 전, 객잔 요금을 알려준 무윤을 떠올렸다. 만약 무윤이 아니었다면 객잔 주인에게 돈을 떼일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대신에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말씀해 보시오."

"저를... 거두어 주실 수 있나요?"

"....."


화의 말에 무윤과 산강의 입이 굳게 닫혔다. 저 여인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아... 다른 뜻은 아니고요 사실 제가 고아인데 절 돌봐주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그래서 세상으로 나왔는데 아까 보셨다시피 제가 세상물정에 어두워서요... 그래서 세상에 대해 좀 배우고 싶은데 국토대장정 끝날 때 까지만 함께할 수 있을까요?"


화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무윤과 산강의 얼굴이 그제야 풀어졌다. 그러나 이내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국토대장정이라고 둘러댔지만 엄연히 도망자의 신분인 이들은 화와 함께할 수 없었다.


"저기... 소저, 그 부탁만 아니면..."

"아씨! 나리님들! 자리 장만해 놨습니다요. 곧 식사 들어갈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그러나 무윤의 말은 객잔 주인에 의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 전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방까지 안내해 준 객잔 주인은 우렁찬 인사와 함께 사라졌다. 무윤은 병풍 뒤에 있을 화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잘못 꼬였다... 하필 고아였다니... 옷 차림으로 봐서 철 없는 귀족가의 아가씨 인줄 알았는데... 물론 이미 빚은 없는걸로 했으니 안된다고 하면 그만이었지만 양심상 그럴 수 없었다.


'하아... 두련국으로 온 첫날부터 제대로 꼬였구나...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것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출 황자, 하무윤은 근심으로 잠을 푹 자지 못했다.








* * *








다음 날, 창 밖으로 내리쬐는 햇살에 무윤이 부스스 눈을 떴다. 밖으로 나오니 화가 대청마루에서 홀로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


"나리, 깨셨습니까? 많이 피곤하셨나 봅니다."


화의 말에 무윤이 멋 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원래 늦잠을 자지 않는데 어제는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오."


피곤한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밤새 제대로 자지 못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옆에 계시던 무사 나리는 아직 안 일어나셨습니까?"

"무사 나리..? 아! 산강이 말이오?"


무윤도 산강이 어젯밤 자신의 옆에서 잠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늦게야 알아챘다.


"어... 산강이 그 녀석은 밤새 다녀올데가 있다고 했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산강이 밤에 어딘가로 사라진다는 것은 산강이 거래하는 정보상을 만나고 온다는 사실임을 무윤은 알고 있었으니까....


"나리, 저를 동행시켜 주실 건가요?"


무윤은 순간 절대 안된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입술이 달싹이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저 여인의 눈빛이 너무도... 기대감으로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돈도 갚아야 하잖아...'


무윤은 화에게 하룻밤 빚을 졌고, 그 돈은 국토대장정이 끝나면 화가 사는 집에 전달하려고 했었지만 화는 집도 없었기에 화는 무윤이 돈을 갚을 때 까지 함께 동행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세상물정을 몰라도 그런 걸 모를리는 없을 것이었다.


'어쩐다... 하지만 저 여인을 데리고 다니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큰데...'

'산강이 녀석이 돈이라도 좀 얻어 오면 좋겠건만...'


"나리? 어디 편찮으십니까? 안색이 어두우신데..."


화의 말에 무윤의 고개가 번쩍 올라갔다.


"하하... 아니오.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해서..."

"혹, 제가 불편하십니까? 그럼 더는 부탁하지..."

"아니아니... 그게 아니오."


시무룩해 지는 화의 얼굴을 본 무윤이 저도 모르게 손사래를 치며 화의 말을 끊었다. 그러나 다시 밝아지는 화의 얼굴을 본 무윤은 자신의 행동을 자책해야 했다.


"그럼 같이 데려가 주시는 겁니까?"


'아... 그냥 불편하다고 할 걸.... 불쌍한 얼굴에 나도 모르게 그만.... 이 기회를 내 발로 차 버리다니...'


"흠흠... 저기 소저... 사실 나 소저에게 할 말이 있소."

"예? 무슨 말씀이신지...."

"사실 우리가 그리 여유있는 국토대장정이 아니오. 그렇게 착한 사람들도 아니고.... 우리와 함께 다니면 소저가 위험해 질 수도 있다 이 말이오."


무윤의 말에 화가 고개를 잠시 떨구고 고민하는 듯 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며 당차게 말했다.


"상관 없습니다. 나쁜 사람들은 자기가 그렇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이미 진즉에 죽었을 목숨, 어떤 위험이 닥쳐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나리들께 폐만 가지 않는다면..."


하... 무윤은 한숨을 내 쉴 수 밖에 없었다. 사실 화가 무윤과 함께 한다면 큰 폐가 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왜 거절하지 못하는 지 모르겠다.'


"그냥 위험한 수준이 아니오. 이 말 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우리를 쫓는 사람들도 있고 우리를 죽이려는 사람들도 있소. 그래도 괜찮겠소?"


무윤은 결국 말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진실을 화에게 털어놓았다. 이쯤되면 포기하겠지....


"그런... 위험한 여정이라면 제가 확실히 폐가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담화의 망설이는 목소리에 무윤이 쾌재를 불렀다.


"나리님들께 폐가 된다면 동행하지 않겠습니다. 대신에..."


무윤은 이어지는 화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


"5냥은 가지고 계시겠지요?"

"....."


잊고 있었다.... 저 여인에게 빚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전 이미 죽을 목숨이었는데 무슨 위험이 두렵겠습니까? 다만 나리들께 폐를 끼치는 것은 원치 않으니 동행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계산은 정확하게 해야겠지요?"


마냥 순진한 줄 알았던 화가 따박따박 들어오자 무윤은 그만 넋을 읽고 말았다.


'그냥 노숙이나 할 걸 내가 죄인이다....'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버린 상황에 무윤은 속으로 절규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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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병풍을 치고 함께 지새운 밤 18.04.10 42 0 11쪽
2 2.해와 달의 운명 18.04.10 65 0 11쪽
1 1.국경을 넘다 18.04.10 8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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