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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재앙급 빌런이 F급 헌터로 돌아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글방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7
최근연재일 :
2022.06.23 20:1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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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82
추천수 :
347
글자수 :
235,874

작성
22.06.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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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우스 영입(2)

DUMMY

“나도 방 뺐거든요.”


안티고네의 손가락이 곤히 잠든 블랙 피자도우를 가리켰다.


“쟤처럼 하려고요.”


응? 뭘 해?

어리둥절해하는 내 손을 그녀가 잡았다.

뜬금없이 뭔 짓인가, 했더니 코인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 당신의 시스템 계정에 500만 코인이 입금되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이거, 내가 가진 전부예요.”

“······이걸 왜 돌려줘?”

“쟤처럼 오류 씨하고 같이 살려고요. 오해는 말아요, 빚지는 건 못 참는 성격이라서 그런 거니까.”

“아버지 약값은?”

“길드 창설 멤버니까 월급으로 챙겨줘요. 뭐, 가불해주면 더 좋고.”


때마침 씩씩거리며 약팔이가 들어왔다.


“제기럴! 뭔 짐이 이렇게나 많아! 누가 보면 살림 합치는 줄 알겠네! 어! 안티고네 씨,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분위기가 싸해졌다.

특히 약팔이의 표정이.


“뭐야? 진짜 살림 합치는 거야?”


저 말에 제일 드라마틱하게 반응한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이불을 꼭 끌어안고 자던 블랙 피자도우가 두 눈을 화들짝 떴다.


“머어라구요? 누가 뭘 한다구요?”


※※※

※※※

※※※


“같이 가, 오류 씨.”


길드 창설 멤버로 섭외하려고 제우스를 찾아가겠다는 내 뒤를 약팔이가 졸졸 따라 나섰다.


“내가 말야, 제우스하고 친분이 살짝 있거든. 도움이 될 거야.”

“아닙니다. 혼자 갈게요.”

“아니, 오류 씨.”


뒤를 흘끔거리던 그가 슬그머니 귓속말을 해왔다.


“날 좀 살려달라고.”

“살려달라니요?”

“쟤들 사이에 끼면 죽을 것 같아서 그래.”


여기서 쟤들은 안티고네와 블랙 피자도우를 가리켰다.

아까부터 이상한 신경전을 벌이는 중인데, 저기 끼어있다가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블랙 피자도우가 안티고네한테 따박따박 말대꾸 중이라나.

의외로 한 성깔 한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아니면 나는, 퇴근할까? 내일 이사할 때 다시 와서······.”

“아뇨. 제우스를 데려올 테니 기다려주세요.”

“어?”

“쇠뿔도 단김에 빼자고 한 건, 약팔이 씨입니다. 오늘 길드 만들죠.”


기왕 제우스를 길드 창설 멤버로 섭외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질질 끌기 싫었다.

약팔이는 무작정 간다고 해서 섭외될 리 없으니 방법을 찾자고 했지만, 글쎄.

내 생각은 달랐다.


“지금 없는 방법이, 고민한다고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고민해서 찾은 방법이 최선이라는 보장도 없고요.”

“어쩌려고?”

“이럴 땐 부딪혀야죠. 길이 없으면 뚫으면 됩니다. 간단해요.”


여기까지만 말하고 옥상 바닥을 가벼이 박찼다.

휙, 바람이 갈라졌다.

상쾌했다.

지붕에서 지붕으로, 옥상에서 옥상으로 용수철처럼 옮겨 다니며 제우스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저긴가?”


허름한 4층 건물이 보였다.

제우스 길드 사무소라는 간판이 3층에 걸려 있었다.

바로 옆 건물 13층 옥상에 착지했다.


“어라, 불이 꺼져 있네.”


조금 당황한 그때.

아래서 시끄럽게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실랑이는 벌이는 모양인데, 제우스의 성난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길마 권한을 넘기라고? 부길마! 정신 나갔어?”

“형님, 말은 똑바로 하셔야죠. 여기서 정신 나간 사람은요, 내가 아니라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하, 씨발. 답답하네. 이러니까 길드원들이 탈퇴하겠다고 지랄이지,어? 형님.”

“닥쳐.”


이를 악문 제우스가 누군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여긴 내 길드야. 내가 길드 마스터라고.”

“웃기지 마쇼.”

“뭐!”

“제우스 형님. 말은 똑바로 합시다. 길드 마스터면, 길드를 망하게 해도 됩니까? 네?”


큭, 그놈이 비웃었다.

멱살 잡은 제우스의 팔을 신경질적으로 쳐내며, 삐뚤어진 넥타이를 고쳐 맸다.


“이쯤에서 물러나셔. 자존심이라도 지키려면, 네? 형님.”

“부길마!”

“책임을 지란 말입니다.”


책임이라는 말이 제우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며칠 전, 숙명의 탑 1층에서 안티고네 때문에 그가 몰던 버스가 폭파됐다.

하필 길드의 이름을 간판삼아 호객하고 운행했던 터라 문제가 생기면 안 되는 거였다.


“손님이 몇이나 죽은 줄 압니까! 셋입니다, 셋!”

“······.”

“버스 운행을 하면 길드 격이 떨어진다고 우리가 얼마나 반대했습니까?”

“격? 길드의 격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운영비를 모아야 했어!”

“하, 그래서 돈 좀 벌었습니까?”


제우스 길드의 부길마가 제우스 면전에 종이 쪼가리를 내던졌다.


“이게 뭔 줄 압니까? 보상금 청구서입니다. 사망한 손님들 가족이 변호사를 선임했어요!”


제우스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문책에 대해서만큼은 실수를,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길.


기습을 당해서 안티고네에게 속절없이 썰리던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모멸감에 피가 거꾸로 솟았다.

B레벨 7위인 내가.

비록 인정받지는 못했으나 A레벨 헌터라고 자부하던 이 제우스가 무명의 여성 헌터에게 지다니.


“길드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부길마의 지적은 받아들이겠다.”

“뭐라고요?”

“죽은 손님들, 보상금도 내가 어떻게든 물겠다. 허니······.”

“이 형님 정말 말이 안 통하네. 이보셔, 길마 형님. 뭔 개소리를 왈왈 해싸요? 네?”


부길마가 그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지금 길드 명예가 문제요? 해체되기 직전이라고, 너 때문에!”


쩌렁쩌렁 밤이 울렸다.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제우스는 으득, 소리 나게 어금니를 갈았다.

어쩔 것인가?

저 엄중한 질책 앞에서 무어라 답변할 것인가?

다시금 안티고네가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녈 향한 적개심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삐져나왔다.


“죽이겠다.”

“······뭐요?”


부길마가 씨발, 욕을 지껄이며 라이터를 꺼냈다.

치, 하는 소리와 함께 라이터에서 가스가 분출되었다.


“누, 누굴 죽여? 설마 나하고 한판 하자는 거요! 길드 건물 앞에서!”

“안티고네.”

“······?”

“안티고네를 죽이겠다.”

“하, 미치겠네.”


식은땀 범벅이 된 이마를 훔치며 부길마는 숨을 몰아쉬었다.

제우스가 자길 죽이겠다고 하는 줄 알고 얼마나 쫄았던지.


“안티고네인지 뭔지 하는 년은 냅둬요. 그년을 죽이면 뭐가 달라져?”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는 거다!”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하시네. 대가리가 빠가인가, 씨바.”

“빠가?”


제우스가 두 눈을 부릅뜨자 부길마가 뒷걸음질 쳤다.

칙칙, 가스를 분출하며 라이터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래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도움을 요청했다.


“이제는 좀 나와 보셔! 언제까지 관망할 거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실실 쪼개며 나타났다.


“어이, 제우스.”


저 기분 나쁜 목소리의 주인은 천리마.

A레벨 59위 헌터이자 중형 길드를 이끄는 자였다.


“이 몸이 얼마나 바쁘신데 너 같은 새낄 만나려고 여기까지 와야 되냐? 퉤!”


헤비 스모커답게 천리마가 가래를 뱉으며 담배를 꼬나물었다.

부길마가 착, 붙어서는 담뱃불을 대령했다.

허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괜한 고집 그만 피우고 오늘은 길드, 넘겨라. 제우스.”

“개소리 그만해.”

“에헤이.”


천리마가 담배 연기를 깊숙이 빨았다.


“이거 나만 좋자고 하는 거 아니잖아. 현실을 직시해야지?”

“개소리 그만하라고 했다.”

“어차피 몇 달 안에 해체될 길드야. 네 버스 폭파된 것처럼 사라질 거라고.”


그의 요구는 심플했다.

제우스 길드 권한을 부길마한테 넘기고 떠나라는 것.

대가도 제시했다.

이번 버스 폭파 사건의 책임을 무마시켜 줄 것이며, 1년 쯤 먹고살 코인도 지급하겠다고.


“길드라도 살려야지. 안 그래? 너만 떠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니깐.”


사실 창설될 때만해도 제우스 길드는 전도유망한 신생 길드 중 하나였다.

로또를 두 번 연속으로 맞춘 것과 비견될 만큼 길드의 가치를 높이 평가 받았다.

왜냐고?

길드를 창설하면 시스템에서 길드고유스킬을 보상으로 주는데, 그게 아주 대박이었으니까.


“웃기지마!”


제우스가 소리쳤다.


“이건 내 길드다. 내가 만든 거야!”

“누가 뭐래?”

“천리마! 네가 뭘 원하는지 모를 것 같아!”


마정석 탐색 스킬.

이것이 제우스 길드의 고유 스킬이었다.

길드에 가입한 이들 중에 랜덤으로 최대 10명까지, 마정석 찾을 확률을 10% 상승시킨다.

특별히 길드 마스터는 무려 20%나 상승하고.


하지만 예기치 못한 대박은 늘 쪽박으로 이어지는 법.

마정석 탐색 스킬을 소유한 길드 마스터의 권한을 탐내는 자들이 많았다.

사사건건 길드를 방해했으며, 압박했다.


“나는 넘기지 않는다. 내 길드원이 200명이다. 200명! 그들의 생계가 내 손에, 내 권한에 달려 있어.”

“······지랄하고 자빠졌네. 야, 병신이냐? 네 길드원의 90%가 내 의견에 찬성했어.”

“뭐?”

“천리마 길드의 하청 길드원이 되길 원한다고.”


저 말만은 충격, 그 자체였다.


“거짓말.”

“응?”

“내 길드원이 날 배신할 리가 없다고!”

“걔들이 손만 빨고 산 게 3년이야. 손가락을 얼마나 빨았는지 지문이 하나도 없더라.”


제우스는 먹먹해졌다.

저것만은 사실일 테니.

최근 들어 길드 경영 지표가 급격히 나빠졌고 그래서 길드원의 월급을 거의 챙겨주지 못했다.


마정석은 숙명의 탑 11층부터 나온다.

그러니 거기만 갈 수 있으면 길드 살림이 확 펼 것이었다.

하지만 방해공작이 심하여 숙명의 탑 10층, 이른바 마의 벽을 공략하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했다.


“내가 뭐랬어? 밑으로 들어오라 했지?”

“······.”

“우리 하청 길드가 되면 10층 뚫어준다고 했잖아. 이윤의 10%를 보장하겠다고 했어, 안 했어?”

“대신 내 길드원을 쫒아내겠지.”

“야! 네 길드원이 200이야. 걔들을 어떻게 다 데려가? 대신 절반은 먹고 살 수 있잖아. 네 길드원의 50%는 무조건 챙겨줄 거니까, 땡깡 그만 부려. 부길마한테 권한 넘기라고.”


절반?

절반은커녕 길드원의 30%도 남지 못할 거다. 그나마도 차츰 줄이겠지.

어차피 마정석 탐색 확률이 오르는 인원은 길마 포함하여 11명이니까.


“거절한다.”

“제우스!”

“네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만큼 나는 멍청하지 않아.”

“하, 씨바. 야! 라이터!”


그러자 부길마가 어딘가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애들, 데려와.”


아주 오랫동안 제우스를 따르던 길드 창설 멤버 두 명이 끌려나왔다.


“······혀, 형님. 죄송합니다.”


피투성이였다.

으윽, 하는 신음소리가 밤공기를 떨게 만들었다.

다리가 부러졌는지 질질 끌려나온 그들의 눈앞에 부길마가 라이터를 들이밀었다.


칙, 치이익. 칙칙.


가스 새는 소리 때문인지 그들이 하얗게 질렸다.


“사, 사, 살려주십쇼.”

“제우스, 형님! 살려주세요. 네!”


제법 뚝심 있게 맞서던 제우스의 눈빛이 그들을 보자마자 흔들렸다.


“형철아, 희원아······, 씨팔! 이게 뭐하는 거야! 천리마!”

“어우, 시끄러. 귓구멍 터지는 줄 알았네. 야! 네가 원체 고집을 부리니까 이러지. 어쩔래? 쟤들 죽일래? 길드 넘길래?”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그들은 미처 몰랐으나 13층 건물 옥상에서 F레벨 김오류가 꽤 흥미롭다는 듯 내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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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1부 완결/제우스 영입(4) 22.06.23 247 4 12쪽
44 제우스 영입(3) 22.06.22 238 3 12쪽
» 제우스 영입(2) 22.06.21 238 3 12쪽
42 제우스 영입(1) 22.06.20 236 3 12쪽
41 안티고네와 여왕벌(6) 22.06.19 239 3 12쪽
40 안티고네와 여왕벌(5) 22.06.18 239 6 11쪽
39 안티고네와 여왕벌(4) 22.06.17 239 5 12쪽
38 안티고네와 여왕벌(3) 22.06.16 265 5 11쪽
37 안티고네와 여왕벌(2) 22.06.15 244 5 12쪽
36 안티고네와 여왕벌(1) 22.06.14 239 5 12쪽
35 블랙 피자도우의 비밀(3) 22.06.13 241 5 13쪽
34 블랙 피자도우의 비밀(2) 22.06.12 242 5 12쪽
33 블랙 피자도우의 비밀(1) 22.06.11 243 5 11쪽
32 두 번째 F레벨, 유금오(3) 22.06.10 243 5 12쪽
31 두 번째 F레벨, 유금오(2) 22.06.09 245 6 12쪽
30 두 번째 F레벨, 유금오(1) 22.06.08 249 5 12쪽
29 리더의 품격(3) 22.06.07 244 4 12쪽
28 리더의 품격(2) 22.06.06 246 6 12쪽
27 리더의 품격(1) 22.06.05 247 4 12쪽
26 왕의 징표(5) 22.06.04 249 5 12쪽
25 왕의 징표(4) 22.06.03 246 6 10쪽
24 왕의 징표(3) 22.06.02 253 7 11쪽
23 왕의 징표(2) 22.06.01 267 6 12쪽
22 왕의 징표(1) 22.05.31 256 7 11쪽
21 저게 F레벨이라고?(4) +1 22.05.30 263 9 10쪽
20 저게 F레벨이라고?(3) 22.05.29 279 6 12쪽
19 저게 F레벨이라고(2) 22.05.28 264 6 11쪽
18 저게 F레벨이라고(1) 22.05.27 268 6 12쪽
17 트릭 깨기(2) 22.05.26 288 8 12쪽
16 트릭 깨기(1) 22.05.25 291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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